다음은 제224회 경총포럼에서 김형준 명지대 교수가 발표한 내용을 요약·편집한 것이다<편집자 주>.

1. 한국 대선에 대한 전망

선거는 과학이다. 과학이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에 대해 경험적 근거를 통해 그 원인을 찾아내어 설명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에서는 ‘설명’과 ‘예측’은 동일하다. 어떤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들을 찾아내면 그것을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이런 과학적 탐구의 기저에는 관찰을 통해 규칙적인 패턴을 찾아 내는 것이다.

2017년 대선을 관통하는 핵심 포인트는 ‘10년 정권 교체 주기설’(10 year’s pendulum)이 이번에도 통용되는가 여부이다.

1988년부터 1998년 10년간 보수(노태우-김영삼),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진보(김대중-노무현),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보수(이명박-박근혜)가 정권을 차지했다. 최근 미국에서도 정권 교체 8년 주기설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가장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스윙 주(swing state)인 오하이오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피로감(fatigue)이 쌓이면 지지를 바꾼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피로감 가설‘이 2017년 대한민국 대선에서 통용될지 지켜봐야 한다.

한국 대선에서는 크게 다섯 가지 경험적 법칙이 작동한다.

(1) 시대정신의 법칙

지난 2002년 대선직후 한나라당의 소장 개혁파들은 한결 같이 선거 패배의 원인 으로 ‘시대정신에 졌다“고 진단했다. 92년 대선에서의 시대정신이 군부통치 종식 이었다면, 97년 대선에서는 ’여야간 수평적 정권교체‘였다. 2002년 대선에서는 ’ 변화와 개혁‘이 이것을 대신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시대정신이란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당대 가장 긴박한 현안을 풀려는 문제의식과 고민이 담겨 있는 열린 성격의 것이다.”고 정의했다. 여기에는 국민들이 절실히 원하고 있지만 한 번도 이룩하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이 숨겨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대정신은 시대과제와 분명 다르다.

2017년 대선에서 부각될 시대정신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공정, 통일, 통합, 정치 정상화(협치) 등이 시대정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대정신에 맞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후보가 승리한다.

(2) 구도와 연대의 법칙

선거는 구도다. 구도가 어떻게 짜지느냐가 핵심 변수다. 1987년 대선에서 야권이 분열되어 ‘1노3김’이 경쟁하면서 집권당인 민정당의 노태후 후보가 36.6% 의 득표로 통민당의 김영삼 후보(28%)와 평민당의 김대중 후보(27%), 공화당의 김종필 후보(8.1%)를 제치고 승리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다자 구도로 치러질 수도 있다.

양자 대결 구도가 만들어 지면 ‘대선 결과는 승자는 52%, 패자는 48%를 득표 할 것이다.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총결집을 하고, 세대는 2030 대 5060으로 양극화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 정치 실험의 법칙

단언컨대, 대한민국 대선에서 ‘대망론’도 ‘대세론’도 없다. 현재의 대선 지지도는 언제 뒤바뀔지 모른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열광과 환멸의 주기가 너무 짧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11월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는 4%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2년 3월 광주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노풍이 점화되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불어 닥친 ‘고건 현상’은 고건 전 총리의 대선 출마 포기로 소리 없이 사라졌다. 한국 대선 판에서는 언제 어디서 무슨 바람이 불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새로운 정치 실험을 하는 세력이 승리했다. 92년 대선에서 3당 합당, 1997년 DJP 연대. 2002년 노무현․정몽준 연대 등은 파격적인 정치 실험이었다. 87년부터 6차례 대선에서 다양한 지역과 인물을 중심으로 연대가 있었다. 하지만 한반도 해보지 않은 정치 실험이 있다. 영남과 호남의 연대이다.

(4) 최첨단 소통 수단 선점의 법칙

유권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최첨단 기제를 누가 선점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했다.
1997년 대선 TV 토론, 2002년 대선인터넷, 2012년 대선에서는 카카오 등에서 강세를 보인 후보가 승리했다. 2017년 대선에서는 SNS를 지배하는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5) 프레임의 법칙

대선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시대정신이 반영된 이슈를 토대로 자신에게 유리한 프 레임을 만드는 후보가 승리한다.

대선의 이슈는 미래지향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 한국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와는 달리 정부 실정을 비판 하는 것에 기반을 두는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가 아니라 미래에 누가 국가를 잘 이끌어 갈 것인가를 기준으로 ‘전향적 투표‘(prospective voting)를 한다는 것이 선거의 기초적인 상식이다.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후보는 “특권과 차별이 없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외친 반면, 패배한 이회창 후보는 ‘부패 정권 심판론’을 외쳤다.

한편, 어려운 투표(hard voting)보다 쉬운 투표(easy voting)을 유도하는 이슈를 제기한 후보가 승리한다. 문 전대표의 안보 불안 이미지는 언제 터질지 모를 악재가 될 수 있다. 선거 이슈에는 누구나 찬성하는 대립 정책이 있고, 후보들간에 극명하게 싸우는 대립 쟁점이 있다. 사드 배치와 같은 대립 쟁점을 안보는 지켜야 한다는 합의 쟁점으로 바꾸면 문 전대표는 유리할 것 이다. 2012년 박근혜 후보가 진보 이슈인 경제민주화를 먼저 들고 나와 합의 쟁점화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대선 판에서는 언제 어디서 무슨 바람이 불지 아무도 모른다. 5대 경험적 법칙을 잘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선거 전략을 짜는 후보가 승리한다.

2. 차기 대통령의 성공 조건

이제 국민의 관심이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서 어떤 자질을 갖춘 대통령을 뽑아 야 하느냐로 바뀌어야 한다.

첫째, 공공성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인치가 아닌 법치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더불어, 사익보단 국익에 충실할 대통령, 공조직 중심의 비선 없는 투명한 대통령, 행정 독재적 사고에 빠지지 않고 국회와 야당을 존 중하는 민주적 소망을 갖춘 대통령이 필요하다.

둘째,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어야 한다. 신과 세종대왕을 모셔 와도 우리 사회의 갈등을 못 푼다는 비관적인 견해도 있지만 극복 가능하다. 진영의 논리에 빠져 부정의 언어에 매몰된 사람은 결코 분열과 대립을 막을 수 없다. 정치가 극과 극 을 달리면 나라는 망한다. 공정 없이 통합 없다. 공정한 기회, 공정한 법 집행, 공정한 인사, 공정한 분배에 대한 의지가 확 고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준비된 대통령이 필요하다.

셋째, 시대정신을 담아낼 줄 알아야 한다. 2017년 시대정신은 분권과 협치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여소야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야당과의 협치 없인 국무 총리와 장관 임명에서부터 중요한 국정 과제를 추진할 수 없다. 야당을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만 취급하면 협치는 물 건너간다. 통치보다 정치를 잘 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넷째,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변혁적 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 어느 후보가 강한 도덕성, 예리한 역사의식, 저항하기 어려운 설득력, 누구나 희구하는 미래의 비전, 그리고 심금을 울리는 상징성 등을 갖고 국민의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 낼 수 있을지 잘 살펴봐야 한다.

다섯째, 4차 산업 혁명 선도 국가의 길을 닦을 수 있는 통찰력과 글로벌 경제에 대한 식견이 있어야 한다.

국가를 이끄는데 수양이 없는 지도자는 국민과 역사를 가볍게 볼 수밖에 없고 자신도 공동체도 실패하게 만든다. 지도자가 자기 성찰과 더불어 자기 철학이 있는지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