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제도가 허용된 지 7년이 지났다. 새로운 노조가 생기거나 반대로 여러 노조가 통합되는 모습들도 볼 수 있었다. 복수노조에 대한 노사의 인식, 교섭 모습은 각 기업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복수노조제도가 정착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복수노조를 둘러싼 분쟁의 유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에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노동조합 간 차별 문제이다. 노동조합에 대한 차별은 특정 노조 또는 조합원들에 대한 이익 또는 불이익제공으로 나타나는데, 자칫 부당노동행위로 판단될 수도 있다. 실제 어떠한 경우가 있는지 알아보고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주의가 필요하다.

복수노조 하에서의 부당노동행위

부당노동행위란 근로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말한다. 이에 노조법 제81조는 부당노동행위 유형을 ① 불이익취급, ② 반조합계약, ③ 단체교섭 거부·해태, ④ 지배·개입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복수노조가 있는 경우 회사가 특정 노조에 가입 또는 탈퇴하도록 강요하거나, 기존 노조를 와해하고 신설노조 설립을 지원하는 행위 등은 부당노동행위가 된다. 또한 교섭창구단일화 과정에서 회사가 법상 공고의무를 의도적으로 이행하지 않거나 특정 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되도록 지원하는 행위 또는 교섭대표노조가 아닌 노조와 교섭을 진행하는 행위들도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개별교섭을 진행하면서 특정노조와는 교섭을 하지 않는다거나 편의제공 및 복리후생에 있어 특정 노동조합 및 조합원에 대한 합리적 이유 없는 우대 또는 불이익처우들도 부당노동행위의 한 유형이 된다.

사용자의 중립유지의무

노동조합은 각각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하는데 있어 서로 다른 요구를 할 수 있다. 어느 노조는 더 많은 임금을 위해 더 많은 근로시간을 요구할 수 있고, 어느 노조는 근로시간은 줄이는 대신 복지나 휴가에 중점을 둘 수도 있다.

따라서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만 보고 차별이나 부당노동행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사용자도 마찬가지로 개별교섭을 할 때 상대 노조의 조직규모나 교섭요구안 등을 고려해 각기 다른 입장을 취한다고 해서 이것이 중립의무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회사가 특정 노조에 대해 악감정을 갖고 지속적으로 차별을 하거나 노조의 조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차별적 교섭안을 제시했다면, 이는 중립유지의무 위반으로 부당노동행위 또는 불법행위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정 노조(조합원)에 대한 차별과 부당노동행위

노동조합 간 임금 및 상여금 차등 지급, 무분규격려금

원칙적으로 인사고과는 사용자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이므로 회사가 합리적·객관적 평가기준에 따라 근로자를 평가하고 이에 따라 임금과 상여금을 지급했다면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다. 그러나 특정 노조의 조합원에 대해서만 연장근로나 특근을 시키지 않거나 또는 낮은 고과를 줘서 임금 및 상여금이 현격하게 또는 지속적으로 차이난다면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한편 무분규격려금 지급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위 사례처럼 복수노조의 경우 회사가 A노조에 무분규격려금을 지급한다면, 아직 교섭이 진행 중인 B노조는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쟁의행위를 결정하기 보다는 A노조의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즉 A노조가 쟁의행위를 하지 않아서 격려금을 받을 경우에 B노조는 자기 조합원들의 경제적 불이익이나 조합원 이탈 등을 고려해서 의사를 결정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과적으로 헌법상 보장되는 단체행동권을 제약하게 된다.
따라서 법원은 무분규격려금이 복수노조 하에서는 노조의 의사결정 과정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부당노동행위 내지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전보발령, 승진

회사의 전보발령, 승진, 승진누락과 같은 인사상 처분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알아보도록 한다.

지역별 순환근무가 있는 회사에서의 전보발령은 의례적이고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로 보인다. 그러나 노조활동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전보발령을 한다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으므로, 업무상 필요성과 조합원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하고 신의칙에 따른 협의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

회사마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인사 및 승진체제를 갖추고 있으므로 단순한 승진누락이 바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노조의 조합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승진에서 누락되었다면 이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한편 조합간부가 승진한 경우 회사가 합리적 절차에 따라 입사동기간 형평, 정기인사의 일환으로 한 경우라면 문제되지 않지만,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승진시킨 경우라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근로시간면제자, 노조사무실, 조합비공제 등 편의제공

근로시간면제한도는 회사별로 총량이 정해져 있으므로, 복수노조인 경우 대체로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배분하고 있다. 다만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친 경우에는 교섭대표노조가 단체교섭을 준비, 진행하거나 총회개최 등에 소요되는 조합활동 시간으로 인해 면제시간을 좀 더 배분하더라도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노조사무실도 똑같은 넓이의 사무실을 제공하는게 아니라 조합원 수에 비례하는 정도로 제공해도 무방하다. 한편 회사가 조합비에 대해 A노조는 공제를 해주고, B노조는 공제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차별했다면 이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합리적 처우와 사용자의 준법의식

실제로 조합원에 대한 차별,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 등 부당노동행위를 둘러싼 분쟁으로 인해 노사관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이런 분쟁은 불법 여부를 떠나 노사간 신뢰 및 기업이미지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신규노조가 생긴 회사는 생각하고 배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졌다.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걸친 교섭대표노조와 교섭을 해도 소수노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개별교섭을 하더라도 조합간 차별이 부당노동행위가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심지어 노조별로 교섭안을 다르게 제시해도 부당노동행위로 문제되기도 한다.

최근 고용부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이나 기획수사를 하는 등 기업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기업에서도 부당노동행위 법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준법의식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