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노동경제연구원은 11월 22일(수), “불법파견 판단의 최근 동향”을 주제로 제15회 연구포럼을 개최했다. 금번 포럼은 점차 전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는 불법파견 논란과 관련해 최근 법원 판결의 동향을 짚어보고자 마련되었다.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가 발제를 맡았으며, 이하 본문은 발제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불법파견의 판단기준

불법파견인지 여부가 분쟁이 된 사안에서 법원은 기본적으로 계약의 형식에 구애됨 없이 실질에 따라 판단한다. 구체적 판단기준에 관해서는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93707, 2010다106436)에서 5가지 – ①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ㆍ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하는지 ②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③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ㆍ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④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ㆍ기술성”이 있는지 ⑤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를 제시한 바 있는데, 이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①번 ‘상당한 지휘‧명령’이다. 왜냐하면 원고용주가 아닌 제3자의 “상당한 지휘‧명령”은 파견법이 예정한 파견관계의 본질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①번을 제외한 4가지 판단기준들은 파견법상 파견관계 본연의 성질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 법원이 만든 기준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중에서 ②번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 여부 역시 소송상 중요한 부분이라 하겠다. ③~⑤번은 이런 사실관계들이 있을 경우 파견을 부정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들이다.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 전후 법원 판단의 변화

2015년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종래 법원이 제시하던 3가지의 파견 판단기준을 5가지로 구체화하였다는 것 이외에도 이 판결 이후 법원이 보다 적극적이고 넓게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듯한 흐름을 보인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그러한데, 하나는 ‘불법파견적 지시권의 인정 범위’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청 사업에의 편입 판단요소’에 관한 것이다.

먼저 불법파견적 지시권에 관해서 보면, 법원은 점차 그 인정 범위를 넓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에는 원청이 ‘직접’ 지휘‧명령을 한 경우에 불법파견으로 보았으나 전원합의체 이후에는 ‘간접적인’ 지시까지 불법파견적 요소로 보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현장대리인의 존재 여부 자체를 따졌지만, 이제는 현장대리인이 존재하더라도 실제 그가 관리자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는지 살피고, 더 나아가 단순히 원청으로부터 받은 지시사항을 근로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만 하는지를 따져 단순 전달 역할일 경우 원청이 직접 업무지시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하급심 법원에서 제조업 연속공정에서 사용하는 MES를 정보전달의 수단이 아니라 원청의 지휘‧명령 도구로 보고 있는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부분의 연속공정 사업장에서 MES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원의 판단 결과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원청 사업에의 편입과 관련한 부분을 보면, 종래에는 ‘장소적 동일성’을 중요시 했다면, 이제는 ‘기능적’으로 원청과 협력업체의 작업이 연동되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편입 여부를 판단한다. 즉 원청과 협력업체가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업무를 같이 하고 있다면 편입된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원청의 작업시간에 따라 협력사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이 결정되는 경우, 자재‧기술‧작업지침 등을 원청이 제공하는 경우, 원청의 작업이 중단될 경우 연쇄적으로 협력사도 휴업하는 경우 등이 편입을 인정하는 사실요소가 될 수 있다.

이외에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에는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인사노무권을 행사한 자가 누구인지의 문제도 불법파견 인정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으나, 최근에는 협력업체가 실질적인 인사노무권을 행사해왔다 하더라도 그와 무관하게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있다.

변화된 제조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

최근 비제조업 분야에서는 적법 도급으로 본 판결들이 일부 있었으나, 제조업에서는 대체로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판결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생산방식으로 국내 제조업 분야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는 MES와 같은 생산시스템을 최근 법원이 원청의 지휘‧명령의 도구로 보아 불법파견적 지시권의 인정요소로 본 것에 대해 해당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하여 우리 법원도 독일처럼 ‘도급계약상 도급인의 지시권’과 ‘파견관계에서의 사용사업주의 지시권’을 구분해 불법파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법원에서 이를 구분하여 판단하고 있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