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확대되는 ‘출퇴근 산재’

올해부터는 퇴근길에 자녀를 유치원에서 데려오다가 사고가 나도 산업재해가 인정된다. ‘산재보험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통근버스 등 사업주가 제공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해야만 산재로 인정했다. 그러나 개정법에서는 대중교통·자가용·도보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경우에도 산재로 인정하고 있다.

또한 일반적인 출퇴근 경로를 벗어나더라도 일상생활에 필요가 있는 경우라면 인정된다. 앞서 언급한 자녀의 유치원 등하교와 같은 경우다.

법 개정의 이면에는 공무원과 민간의 형평성 문제가 있었다. 공무원의 경우에는 ‘공무원연금법’을 통해 이미 통상적인 출퇴근 중에 발생한 사고를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었다. 이에 민간에도 같은 수준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새로운 기준이 마련된 것이다.

법이 개정됨에 따라 그동안 개인적으로 처리해왔던 다양한 출퇴근 재해가 산재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산재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일선 기업에서도 관련 업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정법의 조문만으로는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가 어떤 것인지, 이를 벗어나 사고를 당한 경우 산재가 인정되는지 아리송한 부분이 많다.

적법하고 올바른 업무처리를 위해서는 무엇이 바뀌었고 어떻게 적용되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개정 산재보험법과 근로복지공단의 세부지침을 자세히 살펴봤다.

통상의 출퇴근 중 발생한 재해에도 산재 인정

2018년 1월 1일부터는 통상적인 출퇴근 중의 재해도 산재로 인정된다. 구체적으로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통상의 출퇴근 재해는 다음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① ‘집’과 ‘회사’를 시점 또는 종점으로 하는 이동 행위일 것, ② 출퇴근 행위가 ‘업무수행 관련성’이 있을 것, ③ 출퇴근 행위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에 따라 이뤄지고 ‘일탈 또는 중단’이 없을 것을 요건으로 한다.

“집(주거)”은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거주하면서 일상생활을 하는 주소를 말한다. 연고지가 아니더라도 취업장소 간의 거리·교통수단 등을 고려해 근무지 근처에 숙소를 별도로 마련한 경우 주거로 인정된다. 그러나 친구 집에서 영화를 보고 다음날 아침 그곳에서 직접 출근하는 경우는 인정되지 않는다.

“회사(취업장소)”는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자가 통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장소를 말한다. 영업사원 및 배달원 등의 경우에는 집에서 곧바로 첫 번째 영업처·배달처로 이동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출근으로 보아 출퇴근 재해가 인정된다.

“업무수행 관련성”은 업무에 종사하기 위해 또는 업무를 마침에 따라 이뤄지는 행위여야 함을 의미한다. 개인취미나 사적동호회 활동을 목적으로 근무시간보다 훨씬 일찍 회사에 출근하다가, 또는 목공 근로자가 퇴근 이후까지 자녀에게 줄 목각인형을 만들고 귀가하다가 발생한 재해는 출퇴근 재해로 인정되지 않는다. 업무수행 관련성이 없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은 도보·대중교통·자가용·자전거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누구나 인정하는 통상적인 경로로 출퇴근 하는 것을 말한다. 공사·시위·집회 및 카풀 등을 이유로 우회하는 경로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오토바이를 타고 퇴근하다가 악천우로 인해 침수된 도로를 우회해 가던 중의 사고는 인정된다. 평소 지하철을 이용하다가 평소와 다르게 버스를 타기 위해 걸어가다가 발생한 사고도 인정된다.

출퇴근 경로의 일탈·중단과 예외적 사유

개정법에 따르면 출퇴근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에 발생한 사고는 출퇴근 재해로 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일탈”은 통상적인 경로를 벗어나는 행위를 말하며, “중단”은 출퇴근 경로 상에서 출퇴근과 관계없는 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퇴근길에 친구집에 물건을 가지러 집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은 일탈에 해당하며, 퇴근길에 있는 음식점에서 친구와 음주를 하는 것은 중단에 해당한다.

그러나 출퇴근 경로에서 발생하는 경미한 행위(신문구입, 차량주유, 커피 등 음료 테이크아웃, 생리현상 등)는 일탈·중단으로 보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일탈·중단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인 경우에는 출퇴근 재해로 인정된다.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 구체적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일상용품 구입행위”는 판매처의 위치 및 거리와 필요성 및 긴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한다. 식료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고자 퇴근길의 경로를 벗어나 대형마트에 들렀다 가는 것은 인정될 수 있다.

“직업훈련교육”이란 ‘고등교육법’에 의한 학교 및 ‘직업교육훈련촉진법’에 따른 직업훈련기관에서 교육훈련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용접 기술을 배우기 위해 퇴근길에 직업교육훈련기관에서 훈련 받는 것은 인정되며, 퇴근길에 직업능력개발과 무관한 스포츠댄스·요가 등을 배우는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 출퇴근 중 법률이 정한 “선거권”이나 “국민투표권”의 행사는 인정되며, 동호회장 선거 등은 인정되지 않는다.

“아동”은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까지를 의미한다. 따라서 출근길에 대학생 자녀를 전철역까지 데려다주기 위해 일탈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으며, 고등학생 이하 자녀라 하더라도 학교가 아닌 아르바이트 등을 데려다주는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

적용이 제외되는 사유와 직종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가 원인인 사고 등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음주운전, 무면허, 중앙선침범, 무단횡단 등 도로교통법상 범죄행위로 인한 출퇴근 사고의 경우는 원칙적으로 출퇴근 재해로 인정되지 않는다.

출퇴근 산재의 적용을 제외한 직종도 있다. 개인택시, 퀵서비스 등의 직종 중 주거지에서부터 업무가 개시되는 경우다.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실상 출퇴근 재해의 혜택을 받을 수 없으므로 출퇴근 재해 보험료도 부담하지 않는다.

향후 사례의 축적과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이상으로 2018년부터 바뀌는 출퇴근 산재에 대해서 살펴봤다. 인용한 사례의 대부분은 근로복지공단의 ‘출퇴근 재해 업무처리지침’의 내용이므로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소 모호한 부분은 관련 사례와 법원의 판단이 쌓여갈수록 점차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산재 인정범위가 늘어난 만큼 이를 악용하는 사례 발생에 대해서도 향후 제도적 보완과 사업장의 주의가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