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실근로시간을 1주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올해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규모별로 3단계에 걸쳐 시행된다. 8시간 내 휴일근로 중복할증은 인정하지 않도록 명문화 했고, 30인 미만 사업장은 1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인정했다.

오랜 기간 대법원 판결과 입법의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중소ㆍ영세업체의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휴일 유급화’, ‘특례업종 5개로 축소’ 등은 상당한 문제점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물게 주휴일을 유급으로 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와 터키가 유일하다. 게다가 휴일근로 50%의 가산할증률은 세계최고 수준인데 공휴일까지 법정 유급휴일로 부여한다면 그 부담은 영세기업에 집중될 것이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대부분은 단협이나 취업규칙을 통해 이미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하고 있는 반면, 상당수 영세기업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고율 인상과 더불어 근로시간 단축, 공휴일의 유급화까지 영세기업들의 어려움은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높아지는 인건비 때문에 국내에서는 현상태 유지도 어려워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공장이전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근로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 특례업종은 2015년 노사정합의 당시 현재 26개에서 10개로 축소하는데 의견을 모았으나 이번 개정에서는 5개 업종이 더 줄어들었다. 특례업종 대부분은 공급자 중심의 제조업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주문형ㆍ대기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산업이다.

사업자가 해당 서비스 제공을 위해 임의로 근로시간을 조정하기가 어렵고 24시간, 휴일영업 등 소비자의 요구에 맞춘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특례업종 축소로 인한 국민들의 불편, 서비스질 저하 등을 감안해 현실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선행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들을 고심하고 있다. 초과근로가 줄어들면서 근로자들의 소득감소도 필연적인데 소득 보전을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근로시간에 대한 규제가 강하고 경직적인 우리나라 법제도는 기업 경쟁력 향상을 막는 걸림돌이다.

업종, 직군별 특성을 고려해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방안들의 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예를 들어 석유화학업종은 산업안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대정비작업을 실시하도록 관련 법령에서 의무화 하고 있다. 대정비작업은 수십일에 걸쳐 집중적으로 진행하는데 이 기간에는 일시적으로 주 52시간 초과근로가 불가피하다.

각 기업의 R&D 부서는 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할 경우 근로시간 규제로 개발 일정이 미뤄진다면 기업경쟁력에 치명적이다. 스타트업 기업들도 사업 초기 단계에 집중적 개발 시간이 필요하고, 글로벌 경쟁이 일상화된 IT분야는 사실상 근무시간 규제가 없는 미국, 중국 등 해외 벤처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건설업은 우천 등 기상조건 악화로 인해, 방송·영화업은 장시간의 불규칙적인 대기시간 또는 인력 대체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인한 연장근로나 휴일근로가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이러한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연장근로 제한의 예외를 인정해야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산업현장의 빠른 안착이 가능하다.

기업별로 근로시간의 유연한 운영을 위해서는 현재 활용도가 낮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에 대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개정법에서는 탄력적 근로시간 확대 적용을 제도화하지 못한 채 개선 논의도 2022년 12월까지 미뤘다.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근무형태 다양화 추세에 맞게 노사 당사자가 근로시간을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유연근로시간제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시급히 검토해야 한다. 근로시간 장단을 기준으로 업무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사무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규제 적용제외를 두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 도입도 필요하다.

지나치게 높은 할증률, 미사용연차휴가 금전보상 관행 등 장시간 근로를 야기하는 금전적 유인을 줄여 근로자의 실질적인 삶의 질 제고를 보장하는 방안 역시 근로시간 단축의 현장안착 방안으로 고려돼야 한다.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운 감시ㆍ단속적 근로자에 대해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인정해 인력운용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정부는 청년 일자리 확충, 저출산ㆍ고령화 대책을 위해 내년 예산을 대폭 늘리고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지원도 강화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나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근로시간 단축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보완 입법들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안들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