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판매업체 A사는 영업직 B씨와 “급여 총액에는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본다”라는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체결했다.

B씨는 주로 외근을 하며 장시간 근로를 하기도 했고, 판매 실적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았으나 위의 규정을 근거로 초과근로수당을 받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B씨는 회사 대표와의 불화로 퇴사하게 됐고, 그동안의 초과근로수당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미지급 임금을 청구했다.

포괄임금제가 뭐길래?

연장·야간·휴일근로(이하 ‘초과근로’)를 하는 경우 법정수당으로 통상임금의 50%를 추가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업무성격, 근로형태에 따라 초과근로가 어느 정도 예상되는 사업장에서는 그 시간을 일일이 계산하지 않고 고정적인 수당을 정해놓기도 한다. 이러한 임금산정 방식을 ‘포괄임금제’라고 한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에 없는 개념이지만 실무상 널리 활용되고 있는 임금산정 방식이다. 계산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유효한 포괄임금제가 성립한 경우에는 약정된 수당이 실제 초과근로에 따른 법정수당보다 많더라도 삭감하지 않고, 적더라도 추가 지급하지 않는다.

포괄임금제는 ① 기본임금을 정하지 않은 채 초과근로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급으로 지급하는 방법(초과근로수당 포함 월 200만원[정액급제])과, ② 기본급을 정한 후 매월 일정액을 수당으로 지급하는 방법(기본급 160만원 + 초과근로수당 40만원[정액수당제])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

포괄임금제의 인정 요건

이처럼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사업장의 임금계산 편의를 위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 포괄임금제가 오남용 되면서 연장수당과 관련한 많은 분쟁이 발생하게 됐다. 이에 법원은 포괄임금제의 유효요건을 제시하며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적법한 임금산정 방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법원은 포괄임금제가 유효하려면 ①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격 등에 따라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②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고 ③ 그 내용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비춰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정당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근래에는 법원의 포괄임금제 유효 요건이 점차 엄격해지는 것으로 보여 주의가 요구된다.

①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과거 판례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를 포괄임금제의 요건으로 엄격히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판례들은 이를 포괄임금제의 유효 요건으로 명확히 하고 있다. 판례에 따르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란 “감시·단속적 근로와 같이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시내버스 운수업의 경우 단체협약에서 근로시간을 정했으므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다고 판단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0다109107 판결)했으며, 병원 청소원·간호사의 경우에도 초과근로가 당연히 예상되는 경우로 보기 어렵다며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하다고 판단(울산지법 2014. 12. 3 선고 2013나8120 판결)했다.

지문인식기나 출퇴근 카드를 통해 출퇴근시간을 기록한 경우에도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고 판단(대법원 2016. 6. 26 선고 2011도12114 판결)했다.

반면 아파트 경비에 대해서는 신체 또는 정신적 긴장이 적은 감시적 업무로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고 판단(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2다16958 판결)했다. 또한 최근 하급심 판결은 성과 위주의 업무문화가 정착된 사업장의 경우 사무직이라도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고 판단(서울중앙지법 2018. 2. 13 선고 2017가단5061696 판결)했다.

이 외에도 영업직·외근직의 경우 사업장 밖에서 근무하며 근로자 스스로의 재량으로 근로시간을 통제하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업무로 판단될 것이다.

② 근로자와의 명시적 합의

법원은 “단체협약에서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합의가 있다거나 기본급에 제수당을 포함한 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을 산정했다는 사정만으로 포괄임금제에 관한 합의가 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8다57852 판결)하며 근로자와의 명시적 합의를 포괄임금제의 유효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즉 포괄임금제가 유효하려면 근로자와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등을 통해서 포괄임금제 도입 여부, 해당 초과근로시간, 그에 따라 산정된 법정수당에 대해 명시적으로 합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괄임금제에 대해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는 주장은 근로형태의 특수성, 포괄임금제의 실질적 필요성, 노사 합의의 모습 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인정될 것이다.

③ 근로자에게 불이익한지 문제

포괄임금제의 내용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비춰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정당해야 한다. 같은 사업장 내 다른 근로자들과 비교해서 불이익해서도 안 된다. 만약 근로관계가 유지되는 중간에 포괄임금제를 도입하는 경우라면 종전에 통상 지급받던 각종 수당과 비교를 통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지 여부를 판단해봐야 한다.

법을 위반하는 포괄임금제 도입도 문제된다. 예를 들어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은 포괄임금제에 포함할 수 없다. 이를 포괄임금제에 포함할 경우 연차휴가의 사전적 박탈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퇴직금의 경우도 근로관계의 종료를 요건으로 발생하는 임금이기 때문에 포괄임금제에 포함할 수 없다.

또한 포괄임금제 약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연장근로시간이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시간 한도인 1주 1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법 위반에 해당한다.

포괄임금제가 무효인 경우

포괄임금제가 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인 경우에 초과근로수당 등이 문제된다. 법원은 포괄임금제 계약이 무효인 경우 그 미달되는 부분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1도12114 판결 등)한다. 즉 무효인 포괄임금제 계약이라도 근로자에게 더 지급되는 경우라면 문제가 없지만, 덜 지급되는 경우에는 법정수당 이상으로 반드시 정산해야 한다.

[사례의 검토]

위의 세 가지 포괄임금제 유효 요건에 따라 A사의 사례를 검토해본다.

① 우선 영업직의 경우는 주로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며 근로시간을 근로자가 재량으로 결정하고, 성과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으므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② A사와 B씨는 포괄임금제에 관한 근로계약서를 체결해 명시적인 합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다만 근로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초과근로시간과 그에 따른 수당을 명확히 기입해야 한다.

③ 포괄임금제가 A사 다른 근로자들과 비교해 B씨에게만 불리하게 적용되면 안 되며, 실제 연장근로가 법정 연장근로 한도인 1주 12시간을 초과해서도 안 된다.

이와 같은 내용이 충족된다면 A사와 B씨의 포괄임금제 계약은 유효한 것으로 판단되고, A사는 연장근로를 적법하게 지급한 셈이 된다.

발표 임박한 고용노동부의 ‘포괄임금제 지침’

고용노동부는 올해 6월안으로 ‘포괄임금제 사업장 지도지침’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작년 11월부터 지침 초안을 만들고 대내외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지침 초안이 현장에 알려짐으로 인해 포괄임금제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고 논란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장의 우려와 달리 지침 초안은 지금까지의 판례 법리를 유형화해 유효 요건을 강조하는 수준의 내용이었다. 현 정부 노동정책의 큰 기조 중 하나인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서 그간 오남용 되어온 포괄임금제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따라서 위에서 살펴본 포괄임금제의 유효 요건 세 가지를 가지고 각 사업장의 실태와 비교·점검해본다면 우리 회사의 포괄임금제가 유효한 것인지 판단해볼 수 있다.
물론 판단이 애매하거나 주장이 갈리는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특히 사무직의 경우에는 근로계약서 상으로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출퇴근 시간 전후의 자투리 시간이나 근무시간 중 근로자의 자의적인 휴식시간, 사업장 내 복지시설 이용시간 등이 모두 근로시간으로 포섭될 우려가 제기된다.

곧 발표될 고용노동부의 포괄임금제 지침이 위와 같은 우려들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