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차 국제노동기구 총회서 경영계 의견 개진

제107차 ILO 총회가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의 UN 구주본부 및 ILO 본부에서 개최됐다. 이에 손경식 경총 회장을 사용자측 한국대표로, 경총 직원들이 본회의와 분과회의에 참석, 경영계의 의견을 적극 개진하였다.

5월 28일부터 6월 8일까지 2주간 스위스 제네바 UN 구주본부 및 ILO 본부에서 개최된 제107차 ILO 총회는 전체적으로 직장 내 여성 문제가 부각된 회의로 점철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각국 노사정대표의 기조연설 주제가 되는 사무총장 보고서가 「일의 세계(World of Work)에서의 여성」을 다루었고, 분과별 위원회 중 유일한 기준설정 회의의 주제가 바로 (주로 여성이 피해자인) ‘직장 내 폭력·괴롭힘 근절’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 회원국의 협약 이행상황을 검토하는 기준적용위원회를 비롯해 ‘삼자주의 및 사회적 대화’에 관한 순환토의, ‘ILO 개발협력’에 관한 일반토의 등 분과별 위원회에서도 각국 노사정 간 열띤 토론이 있었다. 본회는 손경식 회장을 포함해 총 5명의 사용자대표단을 파견, 본회의와 분과별 사용자그룹 회의에 참가하여 국내 경영계 입장을 개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수행하였다.

사무총장 보고서에 대한 기조연설에서 우리나라 노사정 대표도 각각의 입장과 해법을 제시하였다. 우선 본회 손경식 회장은 직장 내 여성 불평등과 관련, 각국마다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여 처방을 달리할 것을 주문하였다.

한국의 경우 남녀 간 36%의 임금격차가 존재하지만, 이는 연공형 임금체계가 지배하는 상황에서 남녀 간 평균 근속연수와 10년 이상 장기경력자 비중 차이가 빚어낸 결과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여성이 노동시장에 더 많이 참여하고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워라밸 등을 정책적으로 배려하는 한편, 성과와 직무가치에 따른 공정한 임금체계 확립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여성을 포함한 새로운 인력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요구되는 바, 각국 정부의 일자리 정책기조를 ‘창업을 통한 새로운 기회 창출’로 전환할 것도 주문하였다.

고용노동부 김영주 장관은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노동시장 참여 기회가 적고, 채용‧승진‧임금에서 차별에 시달리고 있으며, 경력단절, 직장 내 폭력 및 괴롭힘에도 매우 취약하다고 말했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실현을 국정과제로 삼아 노동정책의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근로시간 단축 입법에 이어 ILO 핵심협약의 조속한 비준을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근로시간에 관한 일반조사 논의와 개별국가 위반사례를 심의한 기준적용위원회

기준적용위원회에서는 회원국을 대상으로 사전 실시한 일반조사 결과를 놓고 각 회원국 정부 및 ILO 활동 방향을 논의하였다. 올해 일반조사 결과는 ‘근로시간’과 관련한 9개 협약, 1개 보충협약, 6개 권고 등 총 16개 ILO 기준에 대한 회원국의 이행상황 및 의견이 담겼다.

일반조사 결과와 관련하여 각국 노사정은 긍정적인 평가와 우려를 동시에 표했다. 각국마다 근로시간, 주휴일, 유급연차휴가에 관한 ILO 협약 준수를 위해 법제도 구비 등 긍정적인 이행조치가 있었지만, 장시간 근로와 그에 따른 근로자 건강 및 복지, 주휴일에 대한 금전적 보상, 장기 근무기간 등의 연차유급휴가 수혜요건, 연차휴가를 여러 번 쪼개어 제공하거나 장기간 보류하는 등 여전히 개선해야 할 이슈가 많다고 평가하였다.

또 야간근로와 관련해서는 연장근로 제한, 모성보호, 사회복지 등의 필수 보호장치가 국가법령에 포함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며, 파트타임 근로자의 경우 고용조건과 사회보장 측면에서 보다 평등한 처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특히 사용자그룹은 일반조사의 목적이 ILO 기준을 검토하는 것이지, 근로시간 자체를 논의하는 것은 아니라며, 생산성 수준, 근로문화, 업종별 요구사항, 법률적 접근방식 등 근로시간과 관련하여 회원국 간에 다양성을 인정하고, 근로자 보호의 필요성과 기업 발전을 균형 있게 고려하여 근로시간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기준적용위원회는 일반조사 논의에 이어 24건의 개별 회원국 위반사례를 선정, 각국 노사정의 심의를 거쳐 협약 이행과 관련된 이행조치를 해당 정부에 권고하였다.

심각한 위반사례로는 볼리비아(제138호 최저연령에 관한 협약 위반), 캄보디아(제105호 강제근로 철폐에 관한 협약 위반), 에리트리아(제29호 강제근로에 관한 협약), 아이티(제1호 산업현장의 근로시간에 관한 협약, 제14호 산업현장의 주휴일에 관한 협약, 제30호 상업 및 사무직의 근로시간에 관한 협약, 제106호 상업 및 사무직의 주휴일에 관한 협약 위반), 온두라스(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위반), 몰도바(제81호 근로감독에 관한 협약, 제129호 농업분야 근로감독에 관한 협약 위반) 등 6건이 선정되었다.

이 외 18건의 위반 사례 중에서 가장 주목을 끈 사례는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협약과 관련한 일본 사례였다. 아태지역의 선진국 사례일 뿐 아니라, 소방공무원에 대한 문제제기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노사정의 주목을 끌었다.

일본 정부와 사용자그룹은 자연재해가 빈번한 일본에 있어 소방공무원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바, 경찰과 동일시되는 공무원이라는 점, 제87호 협약 비준 당시 일본 정부는 소방관의 지위가 경찰에 해당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협약을 비준한 점, 소방공무원의 단결권을 반드시 노동조합의 형태로만 보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현재 자발적 직업단체인 소방위원회(Fire Defense Personnel Committee)와 충분히 사회적 대화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87호 협약은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에 관한 협약인 바, 파업 등 단체행동권과 관련한 이슈는 논의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에 전문가위원회는 당해 사안에 대해 검토할 이슈가 많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반영, 소방위원회의 기능과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소방위원회 논의의제와 그 내용을 ILO에 제출하는 한편, 일본에서 소방관은 경찰로 인식되어 왔다는 정부의 입장을 자국 내 중앙단위 노사단체와 협의하여 확인해 줄 것을 권고하였다.

직장 내 폭력 및 괴롭힘에 관한 기준설정 1차 토의

이번 총회 유일한 기준설정 위원회로, 직장 내 폭력 및 괴롭힘 근절에 관한 1차 토의가 열렸다. 이번 토의에서 각국 노사정은 차기 총회 2차 토의를 통해 ‘권고로 보충되는 협약’을 채택하기로 정하는 한편, 각 기준에 포함될 내용과 범위를 두고 치열한 토의를 해나갔다.

또 하나의 국제노동기준 설정이 예견되는 주제인 만큼 각국 노사정은 폭력과 괴롭힘, 대상 근로자 등 용어 정의를 두고서도 많은 입장차를 보였다. 그 결과 폭력과 괴롭힘에 대해서는 발생횟수와 상관없이 신체적, 심리적, 성적, 경제적 손해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 또는 관행으로 정의되었다.

또한 기준의 적용대상이 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도시와 농촌지역을 불문하고 공식 및 비공식 경제의 모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각 회원국이 국내법과 관행으로 정의하는 근로자를 비롯해 계약상 지위와 무관하게 근로를 하는 모든 사람, 인턴, 견습생, 해고자, 정직처분을 받은 자, 자원봉사자, 구직자, 지원자를 포함하는 것으로 폭넓게 정의되었다.

폭력과 괴롭힘이 발생할 수 있는 장소로는 △공공 혹은 민간 작업장, △근로자의 휴식 및 식사 장소, 위생 및 세면시설, △출퇴근, △출장 및 훈련 등 일과 관련된 행사나 활동, △사용자가 제공한 숙소 등이 포함되었다. 폭력과 괴롭힘의 가해자 및 피해자 또한 사용자와 근로자 외에 고객, 소비자, 서비스 제공자, 환자, 일반대중 등 제3자를 포괄함에 따라 새 기준의 규율대상이 광범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자주의 및 사회적 대화에 관한 순환토의

순환토의는 1998년 ‘노동의 기본원칙과 권리에 관한 선언’, 2008년 ‘공정한 세계화를 위한 사회정의 선언’의 후속조치로서 고용, 사회적 보호, 핵심노동권, 사회적 대화 등 ILO의 4대 전략목표 중 하나를 매년 번갈아가며 회원국의 협약 비준과 이행 상황, ILO 활동 효과와 개선방향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올해는 순서에 따라 ‘삼자주의 및 사회적 대화’와 관련, 일의 세계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대화의 역할과 도전과제를 검토하고 사회적 대화 촉진을 위한 ILO 활동 방향을 논의하였다.

각국 노사정은 그동안 사회적 대화가 세계화와 같은 거시적 변화 속에서 경제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하였다. 이러한 긍정적 효과로 인해 ILO의 핵심가치인 ‘삼자주의에 기반한 사회적 대화’는 빈곤퇴치와 같은 인류의 보편적 문제, 지구 환경문제, 경제‧사회문제를 포괄하는 17개 UN지속가능발전목표를 추동하는 수단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시대 흐름에 맞게 사회적 대화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통된 지적이 있었다. 일의 세계가 기술 혁신 등에 따른 급격한 변화에 대해 일관성 있게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바, 국가와 주제별 니즈에 따라 다양한 입장을 종합하는 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를 단순한 교섭행위로 한정짓지 말고, 정보 교류와 협력관계 구축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여 상호보완적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보았다.

사용자그룹은 비정부기구 등으로 사회적 대화 참여주체를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와의 차별화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반면, 노동계는 사회적 대화 주제와 관련하여 디지털 경제 확산으로 비공식 경제 종사자가 늘고 있는 만큼 근로자 보호 및 노동법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사회적 대화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그룹에서는 ILO가 장려하고 있는 사회적 대화가 노동현실의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는지 진단이 필요하며, 사회적 대화의 핵심 참여주체인 노사단체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가운데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은 지지를 받았다.

순환토의에 참여한 각국 노사정은 결론문(Conclusions)을 통해 사회적 대화의 전제인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을 비공식 경제 종사자들이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면서 단체교섭은 사회적 대화를 이끄는 주요 방법 중 하나일 뿐 유일한 수단은 아니므로,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대화 촉진을 위한 각 회원국 정부와 ILO의 노력을 촉구하였다.


제107차 ILO 총회 한국사용자대표 손경식 경총 회장 연설문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더 많이, 더 오래 머물 수 있게 해야”

의장님, 그리고 각국 대표 여러분,

사무총장 보고서(The Women at Work initiative: The push for equality)가 다루고 있는 여성 불평등의 문제는 나라마다 종교, 문화, 역사, 오랜 관습에 뿌리를 두고 있어 단기간 내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누구에게나 공정한 경쟁기회를 부여하고 능력에 따라 평등하게 보상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일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확대되고 처우의 점진적 개선도 이루어져 왔지만, 남녀 간 36%의 임금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통계상 차이를 무조건 차별의 결과로 보는 것은 실질적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원인을 명확히 규명해야 하고, 그에 따라 처방도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가 개선하고자 하는 것은 ‘합리적 차이’가 아닌, 성별에 따른 ‘불평등한 차별’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저는 ILO와 각국의 사회적 파트너들에게 여성 문제의 해결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 더 많은 여성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을 포함한 새로운 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세계경기는 나아지고 있지만,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성 및 효율성 향상과 전반적인 공급과잉으로 인해 기업에서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회원국은 일자리 정책의 초점을 ‘창업을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에 맞춰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산업 육성 및 신생기업 출현을 저해하는 낡은 규제를 혁파해야 합니다.

둘째, 여성이 노동시장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2017년 한국 여성의 평균 근속연수는 4.7년입니다. 이는 7.2년인 남성에 비해 65% 수준에 불과합니다. 또한 10년 이상 장기경력자 비중도 남성이 41%인데 반해, 여성은 23%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차이의 주요 원인으로 출산과 육아로 인한 여성 경력단절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업이 워라밸을 적극 지향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여성이 더 이상 일과 가정 중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셋째, ‘동일 가치 근로에 대한 남녀 간 동일 보수’ 원칙을 실현하려면 성과와 직무가치를 중심으로 보상할 수 있는 임금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한국은 100인 이상 기업 중 64%가 여전히 근속연수에 따라 매년 임금이 자동 상승하는 연공형 임금체계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남녀 간 평균 근속연수와 장기경력자 비중 등 인적 속성의 차이가 고스란히 남녀 간 임금격차로 이어지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끝으로, 최근 한국의 기업들은 미래경쟁력 확보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여성임원의 비중을 늘리는 등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자발적 노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ILO에서도 양성 평등에 관한 베스트 프랙티스의 발굴, 공유, 실행 등 회원국 지원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