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정부는 2022년까지 사고 사망재해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소대책」을 발표한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을 추진 중이다.

산안법 보호대상을 확대하고 발주자 책임을 신설하는 등 새로운 대책도 담겼으나, 대부분은 산재발생에 대한 모든 부담과 책임을 사업주에게 떠넘기는 과도한 규제내용을 포함했다. 28년만의 전부개정이라는 형식을 갖추었으나, 충분한 논의절차 없이 개정안이 마련됨에 따라 입법추진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을 야기했다.

법률을 개정할 때에는 국제기준과 선진국의 입법례를 참고하고, 개정내용의 현장수용성이나 산재예방 효과를 충분히 검토했어야 하는데, 금번 전부개정안은 입법절차나 내용 측면에서 모두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한 도급, 작업중지 기준 등 많은 불명확한 규정들은 산재예방에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안전관리 의지가 강한 기업조차 법을 준수하기 어렵게 만들어 산안법에 대한 기업의 규범력만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규제를 강화하거나 신설하는 법률 개정, 특히 이번과 같은 전부개정의 경우에는 더욱 더 신중하게 입법을 추진했어야 했다.
반면에 중대사고 발생의 원인이 사업주의 법위반 외에 관리자 및 작업자의 과실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방안은 전부개정안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사업주 일방의 책임만 강화하는 입법은 기존의 산재예방정책에서 한발 짝도 못나간 것이고 사망재해 감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산안법 전부개정안은 입법예고 시 과잉처벌 논란을 야기했던 사망재해 발생 시 하한형의 징역형(1년 이상) 규정이 삭제되었음에도, 기업부담을 가중시키는 독소조항이 그대로 개정안에 포함됐다. 기업들은 신설되는 대부분의 규정들이 산재예방 효과 없이 기업활동을 옥죄는 불합리한 규제로 작동되지 않을지 매우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작년부터 지침으로 운영 중인 중대재해 발생 시 작업중지 규정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사업장 전체에 대해 작업중지를 내릴 수 있는 상황에서, 모호한 기준을 법률에 신설할 경우 자의적인 작업중지 명령이 남발되어 해당기업 뿐만 아니라 관련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독일 등 선진외국의 입법례나 ILO 협약 규정을 찾아보더라도 사업장 전체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도록 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도급인의 안전관리 책임범위를 모든 도급 및 작업으로 무한 확장시킨 부분도 상당한 논란이 되고 있다.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없거나 낮아 도급인의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 업무(식당, 조경, 경비 등)까지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도 실효성 있는 산재예방정책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
사망재해 발생 사업주를 최고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의 1년형과 비교해 훨씬 강력하다. 그렇다고 해서 선진외국의 사고사망자가 한국보다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 처벌수준 강화를 통해 사고를 줄이겠다는 기존의 정책방식을 버리지 않고서는 사고 사망자수가 쉽사리 줄어들기 어렵다. 또한 영업비밀 유출 우려에 따른 해외제조자의 화학물질 공급 중단 등 부작용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물질안전보건자료의 고용부 제출 및 인터넷 공개 규정 도입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정부는 사망재해 감소목표 달성을 위해 산안법 전부개정안의 국회통과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사망재해 감소를 기대하기 어렵고, 기업들이 준수할 수 없는 규제만 양산될 것이 자명하다.

향후 국회차원의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해 산재감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전부개정안을 수정보완해야 할 것이다. 28년만에 추진 중인 산안법 전부개정안이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확보하고 기업들이 수용가능한 실효적인 규범으로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