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유럽의 사회적대화 발전 과정에서 배운다(2)독일의 대표적 사용자단체 독일 경영자총협회(BDA)

2018년 10월 28일. 비와 함께 바람이 무척 강하게 불어서 우산이 뒤집힐 정도였지만, 베를린 박물관섬 한쪽에 위치한 독일 경영자총협회(BDA : Bundesvereinigung der Deutschen Arbeitgeberverbände) 건물은 건물에 들어가기 전부터 비와 바람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웠다. 독일 경영자총협회(이하 ‘독일 경총’) 건물과 독일 상공회의소 등 다른 단체들이 입주해있는 건물들이 커다란 유리 천장으로 한꺼번에 덮여있는 독특한 구조 때문이었다. 건물 단지 입구에서 경총 탐방단이 방문 목적을 밝힌 후 안으로 들어서자 비바람이 전혀 없는 따뜻한 공간에서 경총 건물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독일 경총에서는 Patricia Schikora(유럽・국제담당 수석보좌관), Dr. Mandy Reichel(임금・단체협약 담당 차장), Benjamin Stumpp(노동법 담당 수석보좌관) 등 세 명의 전문가가 경총 탐방단을 맞이했다. 독일 경총 관계자들과 경총 탐방팀이 마주앉은 회의실은 슈프레(Spree) 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좋은 회의실이었다. 독일 경총 사무국의 대부분 사무실은 슈프레 강을 바라보는 전망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독일 경총의 역사는 1869 독일 고용인협회(Arbeitgeberverband)로 거슬러 올라가며, 독일 기업 사용자들의 약 80% 정도가 가입되어 있다고 한다. 독일 경총 관계자들과의 만남은 미리 전달한 사전 질문지의 내용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경총 탐방단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주제는 독일의 노사관계가 산업별 단체교섭 구조 하에서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었던 비결, 하르츠 위원회의 개혁안에 대한 사용자 단체의 입장과 2002년 이후의 개협입법 및 최근의 변화들에 대한 경영계의 대응 등이었다. 인터뷰는 오전 9시 정각에 시작되었다. 아래에서는 인터뷰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다.

독일 경총 소개를 부탁드린다.

Patricia : 독일 경총은 노사관계에서 사용자를 대표하는 단체로 임의 가입이 원칙이다. 금융, 수공업, 제조업 등 각종 분야의 기업들이 가입하고 있다. 경총 사무국의 직원은 총 150명 정도이며, 유럽 사무소가 브뤼셀에 있다. 독일 산업협회(BDI)는 로비단체이고, 독일 경총(BDA)은 노사관계에서 사용자를 대표하는 단체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기업별로 단체교섭을 하기도 하고 지역별・산업별로 단체교섭을 하기도 하는데 BDA가 단체교섭을 직접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 노총의 조합원은 6백만 몇 정도 되는데, 독일 전체의 4,400만 명의 근로가능 인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조직률이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단체협약 적용률은 90%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Mandy : 독일 경총은 단체협약 정책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업종별 사용자단체와 노동조합은 근로조건에 대해 매 1~2년마다 재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 전체를 보면 73,000여 개의 단체협약이 존재한다. 또한 독일 경총은 회원사에 대하여 노사관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2차에 걸쳐 진행됐던 「고용을 위한 연대(1998~2003)」에 참여해서 워킹그룹 구성원으로 활동했으며, 연방정부, 독일 경총, 독일 노총 등으로 구성되는 3자 협의체 중 요양과 관련된 협회, 종교계에서 참여하는 위원회 등에 참여하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 사회적 대화 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 ‘고용을 위한 연대’가 2003년도에 중단된 이유는?

Mandy : 2003년에 ‘고용을 위한 연대’가 중단된 것은, 여러 회의체가 운영되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사민당 슈뢰더 총리가 아젠다 2010을 도입하면서 그동안 고민했던 방안을 포함시켜서 정부가 단독적으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노사관계는 상당히 합리적이고 안정적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유럽 국가와 비교할 때 독일 노사관계의 특징은 무엇인지? 최근 독일 노사관계에 변화가 있는지?

Mandy : 현재 독일의 노사관계 상황은 ① 노동조합 가입률이 점차 낮아지는 것. 특히 스타트업 기업 등 신생 업체들의 노동조합 가입률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② 노사관계에 관한 정부의 개입이 점차 늘어나면서 독일 경총의 권한이 축소되고 있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다. 임금협약은 대체로 1~2년 주기로 체결한다. 기타 근로조건과 복리후생과 관련한 단체협약의 체결 주기는 다양한데 10년 이상의 주기로 체결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점차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다.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경영자 측에서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노동조합은 12개월을 유효기간으로 정할 것을 요구하지만 단체교섭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늘어나게 된다.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은 산업분야별로 차이가 있다. 독일도 저임금 근로자들이 많다. 제조업 임금수준은 유럽 전체 평균을 기준으로 보면 높은 편에 속한다. 임금협약을 체결할 때에는 근로자의 능력과 자격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 임금을 정하고 있다. 분야별로 전통이 다르지만 제조업의 경우 산업별 단체협약에 따라 임금이 결정된다. 기업별로는 단체협약과 다르게 지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같은 업종 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노동계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하지만 정확히 맞춰주지는 못하고 있다.

Benjamin : 파견근로자의 임금 수준도 큰 격차는 없다. 예를 들어 폭스바겐은 파견근로자가 있는데 9개월 동안은 정규직 근로자들과 동일한 종류의 업무를 한다고 하더라도 더 낮은 급여를 지급할 수 있다. 하지만, 근로기간이 9개월이 넘으면 직접채용 근로자들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아야한다.

개별기업인 폭스바겐이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사정이 함께 노력했다고 하는데, 이처럼 노사정이 함께 위기를 극복한 다른 사례나 사회적 합의 사례가 있는지?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이유나 특별한 상황이 무엇인지?

Mandy : 폭스바겐은 매우 예외적인 사례라고 보아야 한다. 노사만이 아니라 정부까지 개입해서 일자리 유지, 창출과 직업교육 등에 협력하는 사례는 독일에서도 폭스바겐 이외에는 발견하기 어려운 매우 드문 사례이다. 폭스바겐의 경우도 노사 간의 단체교섭에는 연방정부나 주정부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독일은 하르츠 개혁으로 유명하고, 우리나라에도 소개가 많이 됐다. 협력적 노사관계, 사회적 대화 시스템이 안정적인 독일에서 노사정합의가 아닌 전문가로 구성된 하르츠위원회를 중심으로 노동개혁이 진행됐던 배경과 이유는 무엇인지?

Mandy : 하르츠 개혁이 현재 독일의 경제상황 개선에 준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하르츠 개혁에 대해 잘 못 알고 독일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낮은 실업률과 경기 호조가 하르츠 개혁의 결과라고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경영계는 하르츠 개혁의 방향에 원칙적으로 동조할 수 있고 노동계는 반대하겠지만, 하르츠 개혁이 독일 경제 안정과 성장의 결정적인 원인은 아니었다. 2008년 경제위기 때에 노동조합의 협력으로 임금인상이 없었고 그 결과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었다. 노사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서로 양보하고 협력한 것이다. 근로시간저축계좌제와 해고제도가 도움이 됐다. 2003년 독일을 유럽의 병자라고 일컫던 시기에 하르츠 개혁과 같은 상징적인 조치가 필요했을 뿐이다.

하르츠 개혁을 통해 입법되었던 파견근로자 사용기간 확대 등의 조치들이 2016년 이후 다시 축소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었으며, 노사정의 의견 조율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Patricia : 최근 독일은 노동력이 부족하고 경제가 성장하는 상황이어서 노사 간에 큰 입장 차이는 없었다. 현재 독일 경제는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산업 전반적으로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파견근로자들이라 하더라도 높은 조건으로 사용하려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2016년 이후의 조치들은 하르츠 입법의 후퇴라고 하기보다는 현재의 경제상황에 맞춘 조정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다만 현재 사민당이 사회보험 수급기간을 다시 늘리려고 하고 있는데, 독일 경총은 여기에 대해서는 반대하며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대립적인 노사관계에 있는데, 요즘 사회적 대화를 통해 더 나은 노사문화를 만들려고 노력 중에 있다. 경영계가 어떤 입장, 어떤 자세로 가는 것이 좋을지 조언을 주신다면?

Patricia : 노동조합도 기업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계속 대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노사관계 문제에 대한 인식, 경제상황 및 위기에 대한 인식은 경영자뿐만 아니라 노동조합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위해 서로 계속해서 대화를 해 나가야 한다. 서로간의 신뢰를 전제로 교섭을 계속 하다보면 서로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게 되며. 노사가 서로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한다.

독일에서도 기업별 교섭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현황이 어떤지?

Mandy : 기업별 교섭은 업종별 특성과 전통에 따라 이루어진다. 독일에서는 산업별, 지역별 단체교섭이 원칙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독일 철도, 루프트한자 등의 기업들은 자회사가 많은 대기업으로서 자체적으로 노동조합이 있으며 기업별 교섭을 하고 있다. 철도 기관사와 일반 근로자, 항공기 조종사와 일반 근로자 사이에는 근로조건과 업무의 내용이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별도로 교섭하는 관행이 자리 잡게 되었다.

최근 독일 연방노동법원은 하나의 사업장 내에 두 개 이상의 단협이 적용될 수 있다고 판결을 내렸지만, 의회는 하나의 사업장에는 하나의 단협만 적용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려 법원의 결정과 정 반대의 입법을 했다. 하나의 사업장에 하나의 단협만 적용되는 것에 대해 노와 사의 입장이 일치할 수 있었던 배경과 의미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새 입법이 지속성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지?

Benjamin : 단체협약이 개별화되면 전통적 파트너십이 무너지기 때문에 독일 경총은 연방노동법원의 판결에 반대했다. 2008년도 연방노동법원이 하나의 사업장에 두 개 이상의 단체협약이 적용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이후 작은 노동조합들이 개별적인 파업을 하는 등 시끄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연방의회에서 단체협약단일화법이 제정된 이후에 연방헌법재판소에 소규모 노동조합들이 위헌이라는 위헌소송을 제기했으나 연방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완전한 합헌 판결은 아니며, 내년까지는 작은 노동조합들의 요구도 반영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편집자 주 : 우리나라의 한정위헌 판결과 함께 입법적 보완을 명한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에 대해 독일 경총이 노동조합과 같은 입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전통적인 파트너십이 자리 잡고 있는데 파트너가 갑자기 많아지면 기존의 노사관계 기본 틀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경총은 파트너가 분열되는 것에 찬성하기 어려웠고, 독일 노총도 힘이 분산되는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사회적 대화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 강력한 양대 파트너가 존재해야 했던 것이다.

자신들만의 고유한 노사관계 전통과 관행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노사가 서로 신뢰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들의 자신감이 부러웠다. 독일의 노총이나 경총이 조직이나 단체의 원칙적 입장에 배치되더라도 나라 전체의 경제상황과 고용상황에 대해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주체라는 인식을 가지고 양보하며 타협할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의 역할과 조직원이나 기업들의 신뢰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