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가 ‘제42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한국경제, 새로운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요약 편집한 것이다<편집자 주>

대기업은 한국경제의 문제인가?

최근 국회의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보면, 기본적으로 재벌은 경제적 독점의 주인공이자 혁신의 걸림돌이라는 생각이 스며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갑질이라는 용어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갑을 관계는 영원히 시장에서 존속한다. 기업은 협상력을 높여서 갑이 되어야 하는것이지, 다같이 갑이 되는 사회는 없다. 모든 것을 착취, 불공정 관계로 기업을 바라보면 안 된다. 자산을 축적한 기업들이 많아야 부가가치가 생산되고 국가가 부유해지는 것이다. 자산을 축적한 튼튼한 기업이 많을 때 소득불평등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kone라는 핀란드 회사를 방문한 적 있다. 이 기업은 95년 동안 4대째 승계한 회사다. 핀란드나 독일은 이런 지배 구조라도 족벌이라는 비난 대신 승계 후 고용을 9년 이상 지속하면 상속세를 면제해준다.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우려스러운 점은 대주주 의사결정 권한을 억제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는 점이다. 적은 지분으로 황제 경영을 한다는 오해를 하고 있는데, 기업은 원래 황제 경영이 정석이다. 비즈니스를 잘 아는 사람에게 자원을 몰아주고, 그 의사결정의 과실을 나눠먹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워렌버핏도 보통주에 비해 만 배의 차등의결권을 가지고 있다. IT 기업들의 창업자들은 적은 지분이지만 7배~150배 차등의결권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절대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한다.

재산권 보호의 차이가 자본주의 차이를 만든다. 국가가 재산권을 얼마나 보호하는가에 따라 국가가 발전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한다. 순환출자는 전 세계 어디나 있고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것은 예외적 존재일 뿐 재벌도 순환출자도 보편적 지배구조다.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교육개혁과 노동개혁의 실패, 경제 능력을 넘는 기대를 약속하는 일부 정치인들 그리고 상대적 글로벌 경쟁력의 상실이 진짜 한국경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공약은 애초부터 무리한 약속이었다. 가구 소득의 약 67%가 근로소득인데 월평균 기대 급여가 210만 원이다. 최저임금이 1만원이면 월급여는 210만원을 훨신 넘게 된다. 최저임금이 평균임금보다 높게 된다는 의미다. 이것은 비이성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OECD는 포용적 성장 보고서에서 “과도한 최저임금은 고용을 해친다”고 이야기기하고 있다. 일자리 유실을 막기 위해서 최저임금은 과하지 않은 수준에서 조심스럽게 시행되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북부 유럽 사회주의국가들도 평등에서 효율로, 시장자율로 가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는 셈이다.

소득격차 확대의 원인들은 인구구성의 급격한 변화, 사업의 글로벌화, 도시화로 인한 교통과 주택 문제 등 에 어떻게 대응할까가 아니라 내부의 작은 모순을 확대해서 그걸 해소하겠다고 서로 소모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경제적 독점 지휘를 누렸다. 이후 영국, 독일, 일본 등이 선진국 대열에 조인하면서 세계경제는 독점에서 과점으로 재편됐다. 이어 인도, 중국, 베트남, 동부 유럽, 러시아가 세계 경제에 편입되면서 완전 경쟁 시대가 열렸다. 우리가 내부 분배 문제를 개선해도 글로벌 경쟁력 없이는 부의 창출이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경제 돌파구 있는가?

진짜 포용적 성장정책과 구조개혁의 방향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말은 한 명도 예외없이 다 같이 잘사는 나라를 꿈꾼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자칫 국가계획주의로 흐를 우려가 있다. 기회는 다양해야 하고, 과정은 자유로운 선택이어야 하며, 결과는 책임있게 수용하는 것이 건전한 사회다. OECD도 “포용적 성장은 결과가 아니라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세계은행은 절대적 빈곤층을 없애는 것이 포용적 성장이라고 말한다. 소득재분배가 아니라 고용의 확대가 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생산 활동 참여인구를 늘려야 한다.

OECD가 포용적 성장을 하라고 구체적으로 권고한 것은 비정규직의 사회적 보험 확대와 교육 훈련을 실시해서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여성의 경제 참여 기회를 늘리고, 임금 고용 구조를 유연하게 만들어 고령인구도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라는 의미다. 경제자유도를 높이고 재산권 보호와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지 사회적 대타협이 의사결정구조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기업들은 무엇을 해야하나?

선제적 구조조정, 극도의 위기의식을 갖출 때 성공한다. 국내에서 안되면 글로벌 선택폭을 넓혀야 한다.
근본적 가치가 있는 회사는 환경적 변화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다. 전 세계 어디에도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위해서 시장을 비워놓는 나라는 없다.

명품시계를 만들어 스위스와 경쟁하려고 하면 불가능하지만, 카시오는 전자시계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항상 새로운 시장은 만들어지는 것이지, 자비에 의해 비어있는 시장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을 해야 한다.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각에 대한 절망은 접어두고, 결코 낙담이나 절망할 수 없는 숙명의 직업이 바로 경영자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