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기업책임경영 실사 가이던스 발표의 의의

지난해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오랜 논의 끝에 회원국 만장일치로 ‘기업책임경영 실사 가이던스(Due Diligence Guidance for Responsible Business Conduct)’를 채택했다. 이는 2013년 5월말 OECD 각료급회의(Ministerial Council Meeting)에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 :2000년 6월 제정, 2011년 개정) 준수를 통한 기업책임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된 후 구체적 논의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거둔 성과였다.

기업책임경영 실사 가이던스는 자국 및 해외진출 다국적기업이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의 이행 여부를 스스로 점검하고, 그 결과를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함으로써 기업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정적 영향을 사전 예방하거나 자율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업책임경영의 구체적 판단 기준이 되는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은 본래 법적 구속력이 없는 규범이지만, 기업책임경영 실사 가이던스의 발표로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준수에 대한 회원국 정부 및 기업의 책임이 재조명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주목할 것은 방대한 내용과 이행 수준을 개별 국가 차원으로 위임한 ISO 26000과 달리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은 국제사회에 통용될 수 있는 표준규범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선 기업책임경영 실사 가이던스의 출현으로 다국적기업과 공급망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감시 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기업책임경영 실사 가이던스가 명시하고 있듯이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둘러싸고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할 전 세계 48개국 OECD 국내연락사무소(NCP)의 역할과 기능이 확대·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은 자사의 경영활동에 관한 다양한 문제 제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이 규정하고 있는 권고사항들을 자사의 정책으로 반영하고, 자발적 실사를 통해 스스로 기업책임경영을 준수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업책임경영 실사의 이해

OECD 기업책임경영 실사 가이던스는 크게 ▲ 목적 ▲ 대상 및 범위 ▲ 활용 주체 ▲ 실사과정 및 실행사항 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우선 OECD 기업책임경영 실사 가이던스의 목적은 기업의 책임경영, 즉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기업이 스스로 점검하여 이행 수준을 높이고, 정부와 기업 등 이해관계자 간 기업책임경영에 대한 공통된 이해를 유도하는 데에 있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준수와 이를 위한 자발적 실사의 주체는 다국적기업이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은 2개 국가 이상에서 기업 실체를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으면 다국적기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가이던스가 제시한 실사의 영역에는 인권(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제4장), 고용 및 노사관계(제5장), 환경(제6장), 뇌물공여, 뇌물 청탁 및 강요 금지(제7장), 소비자 이익(제8장), 정보공개(제3장)가 있다.

OECD 기업책임경영 실사 가이던스의 주된 활용 주체는 기업 내 실사를 수행하는 실무자들이다.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의 주제가 광범위하고, 기업의 운영과 사업관계 전반을 교차 검증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 내 다양한 사업조직과 기능, 수많은 개개인이 가이던스의 활용 주체가 될 수 있다. OECD 기업책임경영 실사 가이던스는 실사과정과 각 단계별 구체적 실행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모든 실행사항이 반드시 점검해야 할 사항은 아니다. 기업들은 특정 상황과 여건에 따라 가이던스에 기재된 실행사항 외의 추가조치나 다른 이행방안을 모색해도 무방하다.

기업책임경영 실사과정 및 실행사항

OECD 기업책임경영 실사 가이던스가 제시하는 전체 실사과정은 크게 여섯 단계로 구분된다.

(1) 기업책임경영의 내부 정책화 및 관리시스템화

실사 과정의 첫 단계는 기업책임경영을 기업 내부의 정책과 관리시스템으로 내재화 하는 것이다. 이는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의 원칙 및 기준에 대한 기업의 책무, 자사의 운영, 공급망, 기타 사업관계에 적합한 실사 계획을 표명하는 기업책임경영 정책을 창안, 채택, 전파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기업책임경영 이슈에 대한 자사 정책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해당 기구에 대한 독립성, 자율성, 합법적 구조를 고려함과 동시에, 기업책임경영 이슈에 대한 자사 정책을 관리시스템에 포함시켜 정기 사업 프로세스의 일부로 실행되게 한다.

(2) 기업 운영, 제품 및 서비스 등에 대한 부정적 영향(adverse impacts) 식별

기업책임경영이 정책과 관리시스템에 통합되었다면, 실제로 발생한 부정적 영향과 잠재적으로 발생가능한 부정적 영향을 판별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자사의 운영은 물론 공급망을 포함한 사업관계 전반에 걸쳐 기업책임경영 리스크가 가장 빈번하고 중대하게 발생하는 사업 분야를 모두 규명하기 위해서는 리스크의 식별 범위를 가능한 넓게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리스크 식별 범위의 지정은 부문별 리스크 요인, 지리적 리스크 요인, 제품 등 기업 내에 발생한 이력이 있거나 발생 가능성이 있는 리스크 요인들을 기준으로 한다. 식별 범위 지정을 통해 기업은 리스크가 가장 중대한 분야부터 우선순위를 정하고 향후 추가적인 평가를 진행한다. 기업책임경영에 있어 실제적 또는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을 구체적으로 규명하고 평가하기 위하여, 앞 단계에서 정한 리스크의 우선순위에 따라 자사의 운영, 납품업체, 기타 사업관계에 대해 반복적이며 심도 있는 리스크 평가를 수행한다.

그리고 실제로 발생하였거나 잠재적으로 발생가능한 부정적 영향에 대해 자사와 그 공급망이 어느 정도 관련되어 있는지 평가한다. 구체적으로는 ⅰ) 해당 기업이 부정적 영향을 유발했거나 유발하는지, ⅱ) 해당 기업이 부정적 영향에 기여했거나 기여하는지, ⅲ) 부정적 영향이 사업관계자의 기업 운영, 제품 또는 서비스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지 등을 평가한다.

(3) 부정적 영향의 중단, 예방 및 완화

평가 결과에 기초하여 기업책임경영 이슈에 부정적 영향을 유발하거나 부정적 영향에 기여한 활동이 있다면 이를 중단해야 한다. 또한 미래 잠재적으로 발생 가능한 부정적 영향을 예방‧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개발‧시행한다.

사업관계 리스크에 대한 적절한 대응으로는 ⅰ) 리스크 완화 노력이 진행되는 동안 지속적인 사업관계 유지, ⅱ) 리스크 완화 노력이 진행되는 동안 일시적 사업관계 중단, ⅲ) 리스크 완화 노력이 실패하였거나 부정적 영향이 지나치게 심각해 리스크 완화가 불가능한 경우 사업관계 단절 등이 있을 수 있다.

사업관계 단절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여야 한다. 부정적 영향을 예방·완화하기 위한 계획에는 납품업체, 구매업체, 기타 사업관계자에 대한 기대사항은 물론 자사가 취할 조치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야 한다.

(4) 관련 조치의 이행상황 및 결과 추적

사업관계자와 함께 부정적 영향을 파악, 예방,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면 기업 실사 활동의 이행과 효과를 추적한다. 추적을 통해 얻은 교훈은 향후 해당 절차를 개선하는 데 활용한다. 이행상황 및 결과를 추적하는 방법으로는 내부 혹은 제3자의 검토나 감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해 그 결과를 관련부서와 소통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이 외에도 사업관계자에 대한 주기적인 평가를 통해 리스크 완화 조치의 추진 또는 부정적 영향의 실질적 예방‧완화 여부를 검증할 수 있다.

(5)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실사 정책 및 절차, 실제적 또는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을 판별하고 해소하기 위해 취한 활동과 그 결과 등 관련 정보를 외부와 공유할 필요가 있다. 영업비밀, 경쟁 또는 보안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연례보고서, 지속가능보고서, 기업책임보고서, 기타 적절한 형식의 정보 공시 등을 통해 자사의 실사 절차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개할 정보로는 자사의 기업책임경영 정책, 기업책임경영을 정책 및 관리시스템으로 반영하기 위해 취한 조치, 해당 기업이 식별한 중대 리스크 분야, 평가된 리스크의 우선순위 및 그 결정 기준, 해당 리스크에 대해 취한 예방 또는 완화 조치(가능하면 예상 일정 및 벤치마크 대상 포함), 이행 및 결과를 추적하기 위한 조치, 기업이 제공하는 구제수단 또는 해당 기업이 구제를 위해 협력하고 있는 사항 등을 포함한다.

(6) 회복조치의 제공 및 협력

기업이 부정적 영향을 유발한 경우 이에 대한 회복조치를 마련하거나 기존 회복조치에 협력함으로써 당해 부정적 영향을 해소해야 한다. 부정적 영향의 피해를 입은 이해관계자 및 권리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해당 기업에 문제 해결을 청구할 수 있는 합법적 구제절차에 대비 또는 협력한다.

다국적기업 활동에 대한 이의신청 및 처리절차의 이해

(1) 이의신청 주체 및 방법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등 기업 이해관계자라면 누구나 기업의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와 관련하여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특정 기업의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에 대한 이의신청은 사안이 발생한 국가의 국내연락사무소(NCP)에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해당 국가가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의 수락국(48개국)이 아닌 경우에는 다국적기업의 본국에 있는 국내연락사무소에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정 다국적기업의 구체적인 행동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자 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국내연락사무소의 사무국인 대한상사중재원에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을 위한 국내연락사무소 운영규정에 따라 서면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2) 이의신청 처리절차

① 이의신청 접수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에 대한 이의신청이 있는 경우 국내연락사무소는 30일 이내에 접수 여부를 결정하고, 그 사실을 신청인과 피신청인에게 통보해야 한다. 만약 신청서를 접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이의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비접수 사실과 이유를 신청인에게 통보하게 된다.

② 1차 평가

신청서가 접수된 경우 국내연락사무소는 신청서가 접수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추가조사 및 조정 등 추가절차 진행 여부를 신청인 및 피신청인에게 통보하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를 공표하여야 한다. 추가조사 및 조정 등 추가절차 진행 여부는 당사자 간 이해관계, 쟁점 검토의 효용성 등 OECD가 권고한 6가지 심사 기준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하되, 결정에 앞서 신청인 및 피신청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③ 추가조사 및 조정

1차 평가 결과 추가절차의 진행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국내연락사무소는 쟁점에 대한 추가조사와 조정회의를 열게 된다. 조정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당사자 간 합의가 있거나 조정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에는 공개로 할 수 있다. 조정을 통한 이의신청 처리절차는 원칙적으로 이의신청 접수 후 1년 이내에 종결되어야 한다.
④ 처리결과의 공표
조정을 통해 당사자 간 합의에 이르게 되면 국내연락사무소는 이의신청 내용, 조정절차, 합의된 내용 및 시기 등을 공표하게 된다. 조정을 통해서도 당사자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 국내연락사무소는 이의신청 내용, 조정절차, 당사자들의 주장 내용, 그리고 필요한 경우 국내연락사무소 회의 의결을 거쳐 당사자에 대한 권고사항을 공표하게 된다. 이러한 처리결과는 조정절차 종결 후 30일 이내에 당사자에게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부여한 후 최종성명서의 형태로 공표하여야 한다. 다만 공표 전 마지막으로 국내연락사무소는 이의신청 처리 과정에서 제출된 다국적기업의 내부정보 등에 대해서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 공표할 수 없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 내부정보 등이 공표되어 해당 다국적기업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국내연락사무소를 상대로 공표 내용의 삭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유형별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분쟁 사례
전세계 48개국 OECD 국내연락사무소에는 다양한 분쟁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그러나 접수된 모든 사례가 조정을 거치게 되는 것은 아니며, 1차 평가 결과 추가조사의 진행 없이 종결되는 사례가 많다. 상당수는 피신청인이 ‘다국적기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 즉 구체적인 쟁점 검토가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의 목적 및 효용성’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간주된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13년 바레인 인권단체 바레인워치(Bahrain Watch)와 바레인의 민주주의 및 인권을 옹호하는 미국인들(ADHRB)은 한국기업인 대한화공(주)이 바레인에 최루탄을 수출한 행위가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의 인권규정을 위반한다며 한국 국내연락사무소에 이의신청을 제기하였다. 이에 한국 국내연락사무소는 1차 평가 결과, “국제 활동을 하거나 해외 지사를 두고 있지 않은 대한화공(주)에 대해 단지 제품을 수출하였다고 해서 다국적기업이라 볼 이유가 없다”며, “대한화공(주)을 상대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수 없으며, 이에 추가적인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종결한 바 있다.
1차 평가 결과 추가절차가 필요하다고 인정되어 추가조사와 조정회의를 진행하게 되더라도 피신청이 조정 절차를 거부하거나 양측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이의신청 절차가 종료되는 경우도 있다. 2016년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조는 일본 아사히글라스그룹과 아사히초자화인테크노한국이 하청업체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임의로 도급계약을 해지한 행위가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의 일반정책, 고용 및 노사관계 규정을 위반하였다며 한국 국내연락사무소에 이의신청을 제기하였다. 한국 국내연락사무소는 양 당사자와 면담을 진행하고 조정회의를 개최하였으나 도급계약해지 등에 대한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더 이상 조정절차를 지속하는 것이 무익하다고 판단, 피신청인 측에 지속적인 대화와 협상을 권고하면서 이의신청 절차를 종료한 바 있다. 이 외에도 2017년 국제식품노조(IFU)가 미국 코카콜라와 코카콜라아마틸 인도네시아 및 그 자회사가 노동조합 간부를 징계, 해고하고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은 행위가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의 일반정책,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를 위반하였다며 미국 국내연락사무소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사례도 있다. 당시 코카콜라는 코카콜라아마틸에 대해 약간의 지분을 가지고 있을 뿐, 코카콜라 아마틸과 그 자회사의 경영을 직접 지시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현지 노사관계 분쟁에 개입해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국내연락사무소는 양 당사자가 합의안을 도출하도록 조정위원회를 구성하였으나 당사자간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조정을 거쳐 양 당사자간 합의에 도달한 사례도 있다. 2009년 국제식품노조는 영국의 외식·급식업체 콤파스그룹의 알제리 자회사 유레스트 알제리 스파가 노동조합 결성을 인정하지 않고 조합원을 차별했다며 영국 국내연락사무소에 이의신청을 제기하였다. 해당 사안을 접수한 영국 국내연락사무소는 국제식품노조와 콤파스그룹, 전문가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를 마련하여 합의를 유도하였다. 양측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유레스트 알제리 스파 근로자에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해고된 조합원에 대해 복직신청 절차를 마련키로 하는 등 합의에 도달하였다. 국내의 경우에도 2017년 코닝정밀소재 노동조합이 사측이 고용 및 노사관계 규정을 위반하였다며 제기한 이의신청과 관련, 총 세 차례의 조정회의를 통해 조합비 공제, 타임오프 제도,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 등에 대해 협상을 진행하고, 조정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에 양 당사자가 합의하여 이의신청 절차를 마무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