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제작업체인 A社는 업종 내 경쟁이 치열해져감에 따라 전문 분야에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제품 연구·개발과 직접 생산 공정, 품질 관리를 중심으로 회사의 인력과 자원을 집중하고, 그 외 분야는 외부 전문 기업에 위탁하기로 한 것이다.

내부 검토 결과 생산 공정의 마지막 단계인 도장업무는 사내 하청업체를 활용하고, 구내식당은 전문 외식업체를 선정해 위탁 운영하고, 경비·청소 업무는 파견업체를 활용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그런데 최근 사내하도급과 관련해 ‘불법 파견’ 뉴스가 종종 나오고 있어 A社 대표는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다. ‘불법 파견’은 무엇이며, 사내하도급에서 문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의미는?

하청업체가 도급계약상 정해진 일을 독자적으로 완성하고, 원청업체는 일의 완성에 대해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도급의 일반적 모습이다. 도급관계에서는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맡긴 업무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요구할 수 있을 뿐, 하청업체의 업무 과정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마치 “하청업체로부터 인력만 제공받아 활용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불법파견’ 문제와 부딪히는 대목이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은 파견기간, 근로조건, 파견 금지 업무 등 파견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제한을 마련해 두고 있다. 즉, 파견법상 ‘근로자파견 관계’에 해당한다면 원·하청,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사이의 법률관계도 도급과 달리 적용된다.

우리가 법원 판결과 뉴스 등을 통해 접하는 ‘불법파견’은 외형상 ‘근로자파견 관계’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불법파견으로 판단되기 쉽고, 무엇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가? 계획안 중 ‘구내식당 운영 위탁’과 ‘도장업무 사내하청업체 활용’을 비교해서 살펴본다.

먼저 식당업무는 급식 및 운영 전체를 맡기는 것이어서 A社는 위탁받은 업체의 식당운영의 개입할 여지가 없으며, 장소도 생산업무지역과 명백히 구별된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전형적인 외주화(또는 도급관계)로서 불법파견에 해당할 여지가 적다.

반면, 도장업무의 경우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작업수행이 장소적, 인적(人的)으로 A社의 근로자들과 섞일 수도 있고, A社 근로자들이 하는 생산공정과 공간적으로 가깝게 이루어지거나, A社의 지시,감독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사내하청업체의 활용이 어떤 경우에 ‘불법파견’ 문제로 되는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불법파견으로 인정되는 기준

먼저 사내하청업체가 회사로서 독립성과 실체를 갖고 있어야 한다. 사내하청업체가 외부로부터 스스로 자본을 조달할 능력이 없거나, 사실상 원청업체 내 하나의 본부나 부서에 불과하다면, 사내하청업체의 근로자는 원청업체의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음으로 원청업체가 사내하청업체의 인사․노무관리에 개입하는 경우, 즉 ① 원청업체 관리자가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직접 업무 내지 작업지시를 하고, 그 결과를 평가하거나, ② 원청업체 근로자의 업무에 하청업체 근로자를 마음대로 투입하거나, ③ 하청업체 근로자의 야근, 휴일, 휴가를 원청업체가 결정하거나, ④ 하청업체 근로자의 채용이나 상벌을 원청업체가 결정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사내하청업체 활용이 불법파견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요소는 사내하청업체에게 맡긴 작업에 대해 ‘누가 직접 지휘권을 행사하는가’이며, 원청업체가 사내하청업체를 배제하고 하청업체 근로자들에 대해 직접 업무지시나 감독을 한다면 불법파견이 되는 것이다.

불법파견으로 인정되면

사내하청업체 활용이 불법파견으로 인정되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게 된다. 그 결과 불법파견으로 인정된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해서는 그 즉시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해야할 의무를 지게 된다. 직접고용의 형식은 정규직이거나 기간제 근로자가 될 것이지만, 기간제 근로자로 고용하더라도 원청업체 근로자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한다면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

최근 불법파견 인정과 무관하게 ‘사내하청’이라는 것만으로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원청업체를 상대로 고용을 책임지라거나, 임금교섭을 요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요구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인정되지 않는 이상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와 원청업체는 아무런 법률적 관계가 없으므로 수용할 필요가 전혀 없다.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 결정·변경 관련 사항은 전적으로 사내하청업체 내부 문제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내하도급을 이용하려면

도급관계는 당사자간 합의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지만, 특히, 사내하도급을 이용하려면 다음 사항들을 항상 주의해야 한다.

먼저 사내하청업체를 선정할 때부터 신중해야 한다. 임금체불 문제 등 재무상태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으며, 4대 보험 부담 등 노동법상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가급적 다른 기업들과도 많은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회사가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사내하청업체에 맡긴 업무나 작업의 수행 측면이다. 원․하청근로자가 동일한 공정에 섞여서 작업을 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특히 작업배분 방식이나 관행이 노동조합의 요구로 이루어졌다거나 사내하청업체 배려 차원에서 시작되었다면,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원청업체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직접적인 작업 지시․감독은 물론 인사․노무관리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불법파견으로 판단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한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차원에서 이루지는 원․하청간 교류․지원․협력․배려가 그 정도에 따라서는 향후 노동법적 분쟁 과정에서 ‘개입․간섭’이나 소위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것’으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