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한국은행은 2018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1,349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이제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30-50 클럽’의 일곱번째 나라가 됐다. ‘30-50 클럽’이란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명을 넘는 국가들을 말한다.

한국은 이제 강국(强國)이다. 대단한 성취임에 틀림없다. 여기까지 오는 데는 기업의 역할이 거의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래 국가의 부(富)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지,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세금이나 걷고 가만히 있어만 주면 된다.

꽃이 밤에 자라듯이 경제는 정부가 잠잘 때 자란다. 정부가 온갖 규제를 들이대는 데도 ‘30-50 클럽’에 들었다는 것은 기적이다.

규제는 법률을 통해 이루어진다. 기업관련 법률에서 이미 존재하는, 또는 법 개정을 통해 새로 만들려고 하는 한국만의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제도(諸島)와 같은 규제는 어떤 것이 있나?
기업정책과 관련 있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과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각 법률 개정안의 중요한 몇 가지 사례를 보기로 한다.

1. 상 법

(1) 감사ㆍ감사위원 선임시 의결권 제한

주식회사가 감사를 선임함에 있어 모든 대주주는 그가 주식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든 불문하고 발행주식의 총수의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것은 대주주가 이사와 감사를 모두 임명한다면 대주주의 전횡이 우려되므로 감사선임권만은 소액주주들에게 주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대주주가 일꾼(이사)은 선임하면서도 감독할 사람을 임명할 수 없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이상한 제도이다. 한국 외에 이런 제도를 둔 나라는 없다. 의결권을 제한해 놓으니 50대 50 합작투자의 경우에는 각각 3%씩 6%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 감사 선임도 불가능하다. 적어도 25%의 찬성이 있어야 감사를 선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에서는 이런 경우 불법이 태연하게 이루어진다. 금년에는 150여개 정도의 상장회사가 감사 선임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주식회사가 사내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최대주주는 그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 수많은 특수관계인 소유 주식까지 합산해 3%를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부분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요즘 세상에 6촌 이내의 친족까지 한통속으로 보는 것은 현실과 전혀 맞지 않다. 형제간에 경영권 분쟁이 흔해서 소송전(訴訟戰)도 불사하는 경우가 있고, 어떤 가족은 6촌 이내의 친인척이 100명이 넘는다. 이들이 가진 모든 주식을 합한다는 것이 가능한지, 어떻게 계산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2) 감사위원 분리선임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일반 이사와 분리선임해야 한다는 것도 해괴하다. 감사위원도 이사이므로 이사를 선임한 후 그 중에서 감사위원을 임명하면 된다. 그런데 이사 선임과 분리하여 감사(위원)만을 따로 뽑자는 것이다. 이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감사 또는 감사위원 선임에서는 3%를 초과하는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다)하고 소액주주들이 집중투표를 하게 되면 거의 틀림없이 1명 이상의 감사(위원)를 이사회에 진출시킬 수 있다.

감사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모든 이사들을 감독할 수 있고 회사의 모든 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 헤지펀드나 적대적 세력들도 회사에 그들의 대표를 감사(위원)로 진출시켜 회사의 모든 고급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이들은 배당률 상향조정, 자산매각, 자회사 기업공개 등 온갖 무리한 요구를 하다가 회사가 어느 정도 망가지면 손을 털고 철수한다.

한국은 2016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으니, 펀드들의 경영권 공격이 가능하도록 이미 멋진 고속도로를 개통시켰다. 소액주주보호는 가짜 구호이고 결국 이익을 보는 자는 소액주주들이 아니라 금융자본가(펀드)들이 된다. 회사로서는 그야말로 악몽이다. 세상에 이렇게 기업을 괴롭히는 나라는 없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금년 중에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여 사모펀드제도를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김병욱 의원 대표발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종래의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이라는 두 종류의 사모펀드 분류법을 폐지한다는 것이다.

종래 경영참여형의 경우 10% 이상 취득하여 6개월 이상 보유하라는 요건, 전문투자형의 경우 10%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행사 제한을 모두 없애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현재 외국계 펀드에 대하여는 일절 제한이 없었고, 국내펀드들만 외국계펀드에 대하여 역차별을 받아왔던 것인데, 이제 국내 사모펀드들도 외국계 펀드와 똑같이 무제한의 주식취득과 무제한의 의결권 행사가 보장된다.

지금까지는 외국계 헤지펀드만 주의하면 되었는데, 이제는 토종 헤지펀드들의 이리떼(wolf pack)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된다. 2019년 주주총회 시즌에서도 10여개의 국내 펀드들이 기업들에게 각종 무리한 요구를 했다. 이들의 속성은 절대수익추구이다. 그들에게 자비를 기대하는 것은 배고픈 늑대에게 자비를 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3) 집중투표제도

집중투표제도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률안이 국회에 여러 건 계류되어 있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아주 이상적인 제도인 것처럼 보인다. 1주당 선임해야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면 주주가 그 의결권을 1명의 이사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7명의 이사를 선임한다면 1주당 7개의 의결권이 주어진다. 소액주주들이 뭉쳐서 자신이 가진 모든 의결권을 1인에게 투표하면 그 1인이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식 100주를 발행한 회사에서 7명의 이사를 뽑는데 최대주주가 30%를 소유하고 있고 반대세력이 10%를 소유하고 있다고 하자. 최대주주는 210개의 의결권을 갖는데 이것을 7명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면 각 이사에게 30개의 의결권이 돌아간다. 그러나 반대세력은 70개의 의결권을 주주제안을 통해 추천한 제8의 인물에게 몰아준다. 그럼 제8의 인물이 1등으로 당선된다. 그들의 대표 한 사람쯤은 반드시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사회라는 것은 군대의 참모장교회의나 같은 것이어서 고도의 전략전술 전문가가 모여 작전회의를 하는 것이지, 무슨 지역구 대표들 모임이 아니다. 각 이해집단을 대표하는 자들이 이사회에 모이면 회사의 목표 달성을 위한 일사불란한 행동이 불가능하고 각자의 이익만 앞세우게 된다. 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는 정치판이 되고, 이사회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자신이 대리하는 집단의 입장에서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자회사 기업공개, 자산매각 등 회사재산을 빼 먹을 궁리만 늘어놓으면 이사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등이 집중투표제도를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은 1980년 19개주 회사법이 이 제도를 채택했으나, 2016년에 이르러 조사해 보니 Arizona, Nebraska, North Dakota, South Dakota, West Virginia 등 5개 주만 의무화 하고 있고, California와 Hawaii는 비상장사만 의무로 되어 있다. 알다시피 경제력이 별로 없는 주들이다. 일본은 과거에는 의무화했으나 1974년에 의무화를 폐지했다. 호주, 헝가리,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포르투갈, 싱가포르, 남아프리카, 스페인, 터키, 영국은 집중투표제도를 아예 금지한다.

한국은 현재 기본적으로 집중투표제도를 도입하게 되어 있고, 정관에서 이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집중투표를 배제하는 것으로 정관을 변경할 때에는 대주주의 의결권은 3%까지로 제한된다. 이것을 고쳐 완전 의무화하자고 하는 것이 개정안의 입장이다. 정관으로 배제할 수 있도록 한 현재의 규정만으로도 충분하다. 굳이 이를 의무화할 것까지는 없다.

(4) 이중대표소송

이중대표소송은 모회사(자회사 주식 50% 이상을 초과 보유한 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자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소송의 종류다. 모회사와 자회사는 엄연히 다른 회사인데,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경영자에 대해 소송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이것은 ‘모든 인격은 독립체’라는 현대의 법 원칙에 어긋난다. ‘법인’(法人)도 ‘인간’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법인격 독립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모회사 주주에게만 이와 같은 과도한 프리미엄을 주어야 할 법적 근거도 없다.

소송할 필요가 있으면 그 자회사의 주주가 먼저 나설 일이다. 일본은 2014년 회사법의 개정을 통하여 최상위에 있는 최종모회사의 주주에게만, 또 자회사에 모회사 외에 다른 주주가 없는 경우(완전모자회사)에만 인정한다. 또 자회사의 자산규모가 모회사 총자산의 5분의 1 이상인 중요한 자회사인 경우에만 인정되며, 외국 자회사에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 제도의 발상지인 미국에서도 자회사의 법인격이 없는 정도로 형식화되어 있는 경우에만 인정하므로 실상은 판례가 별로 없다.

한국은 50%를 초과하는 모회사의 주주에게, 어떤 국회의원은 30%를 초과하여 소유한 모회사의 주주에게 자회사 임원에 대한 소송 자격을 주자고 한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거의 인정되지 않는 이 제도를 모든 모자회사관계에 일반화하자는 주장은 너무 지나친 것이다.

(5) 전자투표제도 의무화

전자투표는 투표 방식 문제인데, 정부와 법률이 이런 것까지 세세하게 간섭할 필요는 없다. 전자투표가 논의되는 이유는 주주총회에는 적어도 발행주식총수의 1/4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주주가 출석해야 하는데, 그만큼의 주주들이 모이지 않아 총회 자체가 성립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섀도보팅제도가 도입되었었으나 2017년 말로 제도 자체가 폐지되었다. 전자투표제도를 이용하는 주주가 늘어나면 이 문제가 조금은 완화될 수는 있을 것이나, 현실적으로 크게 개선되지도 않는다.

소액주주의 투표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전자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 1960년대와는 달리 오늘에는 주주 수가 수십만 명인 회사도 있다. 삼성전자(주)의 경우 주주 수가 75만 8천명에 달한다. 주식이 널리 분산되어 이른바 소유지배구조가 양호한 회사일수록 의결권의 1/4이 출석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전자투표제도를 의무화한다고 해서 상황이 좋아질 리 없다. 국가가 이런 것까지 간섭할 이유는 없다. 총회 성립인원이 미달되는 것은 이미 많은 나라에서 그렇게 하고 있듯이 의결정족수를 ‘출석의결권의 과반수’로 정하면 간단한 것이다.

2. 공정거래법

(1) 일반집중의 규제

가장 큰 문제는 공정거래법이다. 법률 명칭부터 잘못되었다. 이 법은 시장집중, 즉 독점을 다스리기 위한 법률이므로 독점금지법이어야 맞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공정거래법이 독점금지에 치중하기보다는 경제력의 일반집중을 규제하여 대규모 가족기업을 강력히 규제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고 있는데, 이것은 자연인인 재벌총수가족과 그 가족(이른바 특수관계인)이 5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만을 겨냥한 법률이다.

그룹 내부 거래가 총수일가에게 유리한 거래가 아닌 정상 거래라도 대규모 물량 거래행위가 금지된다. 이것은 수직계열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단일한 법인 내에 수많은 영업부문을 두는 경우와의 규제의 형평성이 맞지도 않다. 또한 규제 수단과 내용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 공정거래법에 이와 같은 규정을 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고 총수 일가만을 행정적으로 규제하는 나라도 한국뿐이다.

(2)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 대상 확대

공정거래위원회가 38년만에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내 놓으면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의 규제 대상을 크게 확대했다. 각 기업집단이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의 특수관계인 지분을 낮추거나 계열사 간 분할이나 합병 등을 통해 대응해야 하고, 계열사와의 거래 조건이 불공정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와 같은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소유지배구조를 변화시키는 등 상당한 법 준수비용은 늘어나며 투자와 고용은 줄어든다.

(3) 지주회사의 지분율 확대

또한 개정안에는 대기업집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조항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우선 과도한 지배력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지주회사의 자회사 및 손자회사 의무지분율을 상향했다. 현재 지주회사는 자ㆍ손자회사에 대해 상장사 20%, 비상장사 4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는, 자ㆍ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단독지배기준으로 상향(상장회사 20% →30%, 비상장회사 40% → 50%)하되, 신규 설립ㆍ전환된 지주회사(종전 지주회사가 신규 편입하는 자ㆍ손자회사 포함)에만 적용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지주회사의 주식을 추가 취득하는데 상당한 자금이 소요될 것이고 투자비용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4) 의결권 제한 강화

개정안에서 의결권 제한을 강화하는 조항도 문제이다. 금융ㆍ보험사가 계열사 간 합병 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면 기업집단이 헤지펀드 등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 전략으로 계열사 간 선제적 인수합병을 선택할 수 없게 돼 경영권 보호에 어려움이 생긴다.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공익법인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의결권이 남용된다고 보는 것 같으나, 그 의결권 행사는 당연한 것이다. 설사 일부 남용이 있다고 해서 모든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회사 주식의 의결권을 박탈한다면 공익법인 설립과 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3. 규제지옥 한국

정부의 친(親)노동정책에 인건비는 치솟고, 정치권은 기업을 옥죄는 법안을 줄줄이 내 놓고 있다. 공정경제를 이룬다면서 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국민연금과 펀드들에게 기업경영에 간섭할 길을 활짝 열어주었다. 이런 분위기서 누가 투자를 늘리겠나?

2018년 기준 포춘 선정 시총기준 글로벌 500대 회사에 한국은 겨우 4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10년째 제자리이다. 미국은 186개사, 중국은 63개사이다. 특단의 지원 없이는 한국은 늘 그 모양일 수밖에 없다. 반면 기업정책 기본 법률은 점점 더 세계화에서 멀어져 간다. 법률 서비스 개혁 없이는 영원히 뒤쳐질 수밖에 없다. 기업정책 관련 법률을 신속히 글로벌 스탠다드에 일치시켜야 한다.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