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1980년대에 바세나르 협약을 비롯한 다수의 사회협약을 성공적으로 체결하고 이행하여 경제위기와 높은 실업률을 극복한 나라로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나라 중 하나다.

경총 탐방단은 네덜란드 노동조합총연맹(FNV)을 방문하기 전에 네덜란드 정부와 의회의 공식 자문기구이자 우리나라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비교될 수 있는 대표적인 사회적대화 기구인 네덜란드 경제사회위원회(SER : Sociaal Ecoomische Raad)를 방문했다. 네덜란드 경제사회위원회는 네덜란드의 폴더모델과 조합주의를 대변하는 기구로서 1950년에 설립되었다.

경총 탐방단이 네덜란드 경제사회위원회를 방문한 것은 2018년 10월 25일 목요일 오전이었다. 비가 조금씩 내리는 가운데 우리에는 헤이그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있는 데하그(Den Haag)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건물로 찾아갔다.

네덜란드 경총 건물을 지나쳐서 2~3분 정도 걷다보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건물이 나오는데, 네덜란드 노동재단(STAR)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경제사회위원회의 Mr. Roland Zwiers 선임경제담당관이 탐방단을 맞이했다. 그는 2017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자기를 소개하면서 당시 한국에서 사용했던 한글 브리핑 자료를 직접 인쇄해서 탐방단에 전해주면서 매우 친절하고 상세하게 네덜란드의 사회적 대화에 관하여 설명해주었다.

인터뷰는 미리 전달한 사전 질문지의 내용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인터뷰는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계속되었다. 아래에서는 인터뷰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다.

경제사회위원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함. 경제사회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은?

경제사회위원회는 1950년에 법률에 근거해 설립된 공공기관으로서 정부 및 의회에 대한 자문기구로, 광범위한 의제를 다루고 있다. 위원회의 구성원은 총 33명이며, 노・사・전문가그룹(Crown menber) 각11명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문가그룹은 국왕이 임명하지만 사실상 정부에서 선임하는 정부 위원이다.

세부적으로는 근로자위원에 FNV(7석), CNV(2석), VCP(2석)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사용자대표에는 VNO-NCW(7석), MKB-Nederland(3석), LTO-Nederland(1석)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위원인 전문가그룹은 독립적인 전문가 집단으로서 공공성이 있는 중재자의 역할을 한다. 의장 이외에 중앙은행(DNB) 대표, 경제분석청(CPB) 대표 등이 참여한다.

경제사회위원회의 운영은 정부의 공적기금이 아니라, 기업과 노동조합이 자금을 부담하고 있으며, 약 100명의 근로자들이 경제사회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연간 예산은 약 1,500만 유로(약 200억원) 정도 된다.

경제사회위원회는 사회적 경제적 정책의 개요에 대해 정부나 의회에 분석・연구・자문・제안 등을 중립적 입장에서 수행하는 기능을 한다. 법률 개정으로 인해 정부가 반드시 경제사회위원회의 조언을 받아야 하는 의무는 없어졌으나, 최근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짐에 따라 SER의 업무가 증가하는 추세이며, 정부는 법적 구속력 여부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경제사회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 종업원평의회 등 사회적 파트너와 직접 관련된 법률의 시행에 관해 의견을 전달하고, 사회적 현안에 대한 자가규제에 합의하는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또한 토론을 조직하고 사회적 파트너 및 더 넓은 그룹의 사람들을 해당 정책 이슈에 참여시키고 통찰력을 공유하는 등 대화를 위한 플랫폼 기능을 하고, 중립지대인 경제사회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협약 및 협정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사회위원회에서는 네덜란드의 거시경제, 중소기업 금융, 사회보장협약, 노동시장의 작동, 근로조건, 건강 안전 문제, 근로자 참여, 유럽 정책, 지속가능한 개발과 에너지 정책, 국제적 CSR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광범위하게 논의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재단(STAR)이 노사 간의 교섭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경제사회위원회는 노・사・전문가 3자의 토론과 분석・연구・제안에 중점을 두고 활동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경제사회위원회가 가장 중심적인 사회적 대화 플랫폼으로 기능하면서 목표를 바라보는 관점은 무엇이고,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되는지?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사회위원회는 국내・외의 사회경제적 이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을 미션으로 하고 있으며, ➀ 물질적 성장, ➁ 사회적 성장, ➂ 환경과 삶의 질 향상을 지향하고 있다. 균형 있는 경제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 최고 수준의 고용과 참여, 공정한 소득 분배, 포용적 노동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일반적으로 사회적 대화란 무엇인지?

당사자 및 논의 범위가 다양하다. 사회적 대화란 정부와 사용자, 근로자 대표들이 사회・경제 정책과 관련해 공통의 이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대화하는 것으로 모든 유형의 협상, 협의, 정보교환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대화의 주된 파트너는 사용자와 노동조합이다.

이해관계가 다른 당사자 간의 대화는 각 주체가 공평하게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며, 정치적・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 대화를 위해서는 주체들이 정당성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또한, 정부나 의회의 도움과 의지, 사회적 수용력, 독립적인 전문가 의견, 제도에 대한 신뢰 등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사회적 문제와 쟁점이 있다면 그것에 대하여 사회적 파트너들이 참여한 공동분석을 통해 정책목표에 대한 공통의 지향점을 선정해야 한다. 성장을 포함한 더 나은 정책, 사회통합, 거래비용 절감, 원만한 개혁, 위기극복, 바람직한 거버넌스의 강화 등이 그 내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사회적 대화가 정말 사회적인지(Is this social?)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사회적 대화 자체도 일부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비민주적일 수 있고, 경제적 효율성이 감소하고 필수적인 개혁이 사회적 대화 때문에 지연되기도 한다. 사회적 대화를 해도 노동조합은 일방적인 의제만 다룬다고 느낄 수 있음. 결국 사회적 대화 주체들 간 합의가 안 될 때 바세나르 협약처럼 정부가 개입하기도 한다.

네덜란드에서 사회적 대화(협의경제 : consultation economy)가 긍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었던 경제・사회적 배경은 무엇인지?

네덜란드만의 고유한 지리적, 역사적 정치적, 종교적 이유 등이 배경이 된다. 네덜란드에는 A.D. 1,200년 이후에 지표면이 해수면보다 낮은 지역들이 많아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간척사업 등 다양한 노력들이 있었다. 또한 1,600년대 무렵 네덜란드에는 17개의 서로 다른 지방 정부가 있었으나 스페인과 전쟁을 치르면서 힘을 합쳐 대항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2차 대전을 치르면서 독일의 지배를 받은 후 노사 대표자들이 노동재단을 설립하는 등 대화를 시작했다. 네덜란드를 점령한 히틀러는 노사 대표자들을 한 수용소에 함께 수용했는데 그 곳에서 노사 대표자들은 나라를 재건하면서 어떻게 힘을 합해나가야 할지에 대해 깊이 논의하고 공감대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지배적인 특정 종교나 독점하는 다수 정당이 없어서, 어떤 선거도 과반수 지지 보다는 33%, 25% 등 낮은 지지율로 당선되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다양성도 사회적 대화가 촉진되는 원인이 되었다.

네덜란드의 협의경제(사회적 대화)는 어떤 단계별로 이루어지는지?

3단계로 설명할 수 있다. 기업단위, 섹터레벨, 국가차원이 그것이다.

경제사회위원회는 자발적으로 또는 정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자문을 수행한다. 자문을 하기 전에 의견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분야별 위원회를 통한 논의 진행하는데,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워킹그룹 운영, 일반 근로자들과의 협의, 공개회의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고 정리한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채택하는 최종보고서에 다양한 의견이 나뉘어 수록되기도 한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하는 이슈들이 간단한 주제들이 아니어서 자문보고서가 나오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정부와 국회에서 90% 이상 채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