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지난 해 12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고용노동소위에 상정된 지 불과 8일 만에 국회를 통과하였다. 법리적 논의는 당리당략적 계산에 밀려 별다른 검토와 심사 없이 ‘날림입법’을 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법률의 이곳저곳에서 하자가 많이 발견되는 것은 어찌 보면 예고된 일이었다.

이처럼 산안법 자체가 졸속 개정된 상태에서 하위법령이 올바르게 개정되는 것은 기대난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원칙 등의 법리, 안전이론 및 실효성에 어긋나는 법률의 문제를 하위법령을 통해 다소나마 완화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입법예고된 하위법령 개정안은 부실공사된 산안법의 하자를 보수하기는커녕 하자를 눈가림하는 데 급급하였다는 흔적이 역력하다.

먼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악세서리 정도로 취급되었던 헌법원칙은 하위법령에서도 반영되지 않았다.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조항에 대한 구체화가 하위법령에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예컨대, 작업중지명령의 경우 하위법령에서도 ‘급박한 위험’, ‘동일한 작업’, ‘불가피한 사유’, ‘불가피한 경우’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작업중지명령 대상, 요건 등에 대한 집행기관의 자의적 판단과 무제한적인 작업중지명령이 행사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작업중지명령은 급박한 위험이 있어 내려지는 것인 만큼 ‘급박한’ 위험이 해소되었으면 바로 해제되어야 하는 것인데, 안전보건조치가 ‘충분할’ 때에만 작업중지명령을 해제하겠다는 것은 헌법원칙인 권한남용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둘째, 도급인이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하는 장소와 관련해서는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 중 ‘장소’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을 뿐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지배·관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도급인조차도 어느 장소에 대해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공·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가 개정안과 같이 불명확하고 자의적으로 확대해석될 소지를 가지고 있으면, 도급인이 관련된 대부분의 장소가 예컨대 순회점검(법 제64조제1항제2호) 및 작업환경측정(법 제125조제2항) 대상까지 되어, 도급인은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에 대해 순회점검(2일에 1회), 작업환경측정 등도 실시해야 하는 불합리한 문제가 발생한다.

셋째, 개정안에 따르면 도급인이 수급인(하수급인 포함)과 공동으로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하는지, 도급인 단독으로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수급인의 안전보건조치에 대하여 지도감독(관리)을 해야 하는지 등 도급인이 이행해야 할 의무내용이 매우 불명확하다.

즉, 하위법령에서도 도급인이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어떤 의무를,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도급인은 수급인 및 하수급인의 의무에 해당하는 모든 의무(수급인·하수급인의 의무와 동일한 조치)를 이행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같은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도급인과 수급인, 하수급인은 주체가 다른 만큼 공동으로 해야 하는 일은 있을 수 있어도 기본적으로 그 역할이 동일할 수 없는데도 도급인에게 수급인과 동일한 조치를 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하다.

넷째, 입법예고된 하위법령에 법률이 정하고 있는 문언의 가능한 의미와 위임의 범위를 넘어 규정하고 있는 것도 발견된다. 예를 들면,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계획’에 전년도 안전・보건활동 ‘실적’을 포함시키는 것은 ‘법문의 가능한 의미 내’라고 하는 한계선을 벗어나는 것으로 위임의 범위를 넘는다. 즉, 상위법개념·규범의 의미·내용을 구체화하는 한계를 명백히 벗어난 것이다.

그리고 법(제64조제2항)에서 ‘관계수급인’은 합동안전보건점검 참가주체에서 명시적으로 빠져 있는데, 시행규칙 제82조(도급사업의 합동안전보건점검)에서 법의 위임근거 없이 ‘관계수급인’을 합동안전보건점검에 참가하도록 규정하는 것 또한 위임입법한계를 명백히 벗어나는 것이다.

시행규칙은 법률에서 위임받은 사항이나 법률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법률을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만을 규정할 수 있을 뿐 법률의 위임이 없는 한 법률의 규정내용을 변경·보충하거나 법률에 규정되지 아니한 새로운 내용을 규정할 수는 없다.

특히 형사처벌이 수반되는 조항으로서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결되는 규정은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자라면 그 의미내용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법집행기관 역시 그 의미내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집행이 배제될 정도로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법에서 명확하게 정하지 않았으면 하위법령에서라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하위법령은 이 점을 사실상 반영하고 있지 않다.

개정 산안법의 많은 조문은 시행된 후 위헌소송에 휘말리게 되거나 현장에서 어떻게 이행해야 할지 알 수 없어 상당 기간 많은 혼란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법리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는 법의 신뢰도와 규범력에 큰 손상을 입게 되고, 결국 산안법은 현실적으로 준수할 수 없는 법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팽배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규제를 터무니없이 강화한 부분에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요컨대, 개정 산안법으로는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조차도 법의 충실한 준수를 기대하기 어렵고 현실작동성도 담보하지 못함으로써 산안법의 규범력과 이행력이 대폭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산안법령 역시 단지 개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또 그것으로 만족해서도 안 된다. 재해예방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올바른 기준으로 작용하는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실질적 법치주의의 내용이자 정신이다. 재해예방의 실효성을 따지지 않은 ‘묻지마 규제’는 기업에 비용만 초래할 뿐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사망재해 절반 감소에도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