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아일랜드와 더불어 사회적대화와 대타협의 성공사례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나라이다. 1980년대에 바세나르 협약을 비롯한 다수의 사회협약을 성공적으로 체결하고 이행하여 경제위기와 높은 실업률을 극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은 지금도 네덜란드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 경총 탐방단은 네덜란드 노동재단(StAr : Stichting van de Arbeid)을 방문했다. 네덜란드 노동재단은 네덜란드 경제사회위원회(SER : Sociaal Ecoomische Raad)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날 양 기관의 관계자를 인터뷰 하고 브리핑을 받을 수 있었다.

경총 탐방단이 네덜란드 노동재단을 방문하여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2018년 10월 25일 목요일 오전 경제사회위원회를 방문한 날 오후였다. 인터뷰 장소는 같은 건물 같은 회의실이었다. 데하그(Den Haag)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네덜란드 노동재단 측에서는 J.M.A Mooren 사무총장과, F.G.M. de Kort 전문위원이 탐방단을 맞이해주었다.

인터뷰는 미리 전달한 사전 질문지의 내용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인터뷰는 오후 2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계속되었다. 아래에서는 인터뷰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다.

네덜란드에서 노동재단의 설립 배경과 노동재단이 사회적 대화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Mooren] 네덜란드 노동재단은 2차 세계대전 직후 전쟁으로 황폐화된 네덜란드를 재건하기 위해 1945년 노사가 힘을 모아 직접 설립했다. 최근에는 노동이슈와 관련된 정부정책과 사회 경제적인 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노동재단은 한 마디로 정리하면 노사가 만나서 논의하는 ‘사회적 대화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 단체교섭, 즉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만들고 이를 촉진하는 역할이다.

노동재단은 사회적 파트너(경영계와 노동조합) 및 조직 간의 대화를 증진시키고, 사회적 대화를 위한 정보나 자문을 주기도 한다. 노사가 노동재단으로 와서 노동재단의 시설을 활용하여 교섭한다. 노동재단은 자발적으로 또는 요청이 있는 경우에 정부와 의회에 의견이나 조언을 제시하기도 한다. 법률에 의해 명시된 업무를 하기도 하고, 노동재단의 목표를 위해 다른 법적 수단을 사용할 수도 있다.

노동재단은 노사가 동수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최종결정을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 사항들이 의제별 위원회에서 논의・취합되고 결정된다. 경제사회위원회(SER)가 분석, 연구, 대정부 제안을 주로 한다면, 노동재단은 노사 간의 협상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노동재단에서 제시하는 안이나 협의는 정부나 의회에서 거절하기 어렵다.

노동재단의 1년 예산은 120만 유로로, 경제사회위원회가 3/4을 부담하고 노사가 1/4을 반반씩 부담하고 있다. 노동재단의 예산이 재단으로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 노사가 대화체를 구성하거나 노동재단으로 와서 교섭을 진행할 때 비용을 지원하는데, 회의 진행 비용과 회의 참가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노사가 대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가하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

노동재단이 법정 단체는 아니며, 노사가 자율적으로 구성한 임의단체이지만 오랜 전통과 권위로 인해 노동재단의 역할과 노동재단이 제시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특별한 신뢰와 권위가 주어져 있다.

교섭이나 사회적 대화가 sector level에서 진행된다고 언급하고 있는데, sector level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Kort] 산업별・업종별 교섭을 뜻한다. 노사가 근로조건을 결정하기 전에 섹터(산별, 업종별) 내에서 입장을 정리한다.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진행되는 단체교섭의 하나이다. 1980년대에는 노사가 임금인상 논의를 했으나, 최근에는 장애인 등 사회보장 측면의 논의까지 하고 있다. 바세나르 협약을 예로 들자면, 큰 토대는 국가 차원의 협약으로 정해지지만,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각 각 섹터별 단체교섭을 통해 섹터에 맞게 방향이나 단계 등을 조정한다.

1982년 바세나르협약은 물론이고 2003년도의 임금인상 억제에 관한 사회협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네덜란드의 노동조합들이 임금인상 억제에 동의하면서 유연안정성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동조합들이 이와 같이 유연안정성을 지지하면서 적응적 조합주의를 택할 수 있었던 배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Mooren] 최근 네덜란드 경기가 호황이지만, 임금인상은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실업률 3.7% (2018. 10월)로 최근 경제상황이 매우 좋은 편이다. 노동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임금은 천천히 상승하고 있다. 임금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은 것에는 단시간 근로자, 자영업자 등이 증가한 영향이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노동조합이 소폭의 임금인상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은 빠른 속도로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협상과정에서 불발되었고, 노동자의 1/3이 기간제, 자영업자(특고)로 구성되어 있어서 임금인상에 대해서 협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사용자단체 대표가 3% 임금인상에 도달하겠다고 했는데도 현재 실제로 인상된 것은 2.2% 밖에 안 되는 등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해 갈등이 지속되고 있기도 하다.

산업구조 변화로 노동조합 가입자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최근 여성 근로자 수가 증가했지만, 전체 근로자의 20%만 노동조합에 가입한 상황이다. 중공업 등 전통적인 분야(섹터)에서는 노동조합이 여전히 대표성을 가지고 있지만, 상점, 자영업,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는 거의 대표성이 없다.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 감소는 사용자 측에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조합원 감소로 인해 노동조합의 대표성이 낮아지고, 결국 사회적 대화의 의미도 퇴색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노동재단에서 같이 고민하고 있다. 독일, 미국, 일본에서도 조합원 감소가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들었다.

네덜란드에서는 노사 2자간 대화가 3자 대화보다 나은 제도라고 보고 있다. 노사가 논의하는데 있어 당사자의 책임, 의무감 높아지기 때문이다. 제3자나 독립된 기관이 있을 경우에는 책임을 전가할 수도 있고, 제3자가 적극적으로 중재하거나 개입하면 노사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수 없게 된다. 3자간 대화의 경우 노사가 소극적으로 될 수 있기 때문에 노사 2자간 대화가 의무감, 사명감을 갖고 각자의 이익을 대변하기에 더 바람직한 구조라고 보고 있다.

한편 노사 간 협의도 중요하지만, 각자 자기의 멤버를 설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내부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노동재단을 플랫폼 삼아 진행된 협의들의 경우 거대 노동조합과 체결한 중요한 협약들이 많고, 실제 노동재단을 통해 진행된 것들이 많아, 노동재단의 지명도나 규모에 비해 상당한 영향력을 전국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추구하면 시간제 파트타임 근로나 파견근로가 늘어나고, 남성보다는 여성 근로자들이 시간제 일자리에 종사하게 되는 비율이 더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성・학생・기간제 근로자 등이 사회적 대화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구조인지?

[Kort] 노동재단에서의 교섭은 노사 양 당사자 간에 이루어지므로, 여성계 등이 직접 사회적 대화의 당사자로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사가 각각 자신의 입장에서 여성계, 시민단체 등의 입장을 청취하여 교섭 과정에 반영한다. 예를 들면 장애인 임금 정책과 같은 문제의 경우 정부나 장애인 단체 등 제3자가 개입하거나 별도 논의기구를 만들어서 논의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협의는 더 어려워진다.

결국 당사자의 문제는 당사자끼리 직접 논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노동재단 내에서 이루어지는 교섭의 경우 서로 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존중이란, 협상할 때 각 당사자가 조직 전체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개별 조직 내부의 의견 수렴이 중요한 이유이다.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경우 노동재단이 노사의 입장을 논의, 검토하고, 의견 첨부하기도 한다. 작은 규모의 협상일 경우 노동재단이 중립적 지위에서 자금지원도 하기 때문에 노사가 노동재단을 통해 교섭을 하지만, 큰 단위의 협약(바세나르 협약, 2013년 협약)들은 노동재단 이외의 다른 장소에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이나 법률 시행할 경우 노동재단에 제안하면, 노동재단에서는 노사가 입장을 논의하고 검토한다. 만약 노사가 반대하면 진행이 안 되는 것이 원칙이다. 사회부 공무원 등이 직접 와서 정책과 입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정부가 의회에 대하여 법안을 제안할 때 노동재단의 의견을 같이 첨부하는 등 노동재단의 독자적 역할이 있다.

1996년 유연안정성 협약에 이어 2013년 사회적 협약은 어떤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Mooren] 1996년 유연안정성 협약(Flex Agreement : flexibility and job security)의 주 대상은 임시직 근로자들이었다. 1990년대에 임시직 근로자(temporary worker)가 많이 늘어났는데, 임시직 근로자들은 본인의 권리를 찾는데 소극적이어서 정부가 임시직 근로자들의 처우개선, 권리 신장에 도움을 주었다.

노동조합은 임시직의 근로조건 등 처우개선을 원했고 사측은 저임금을 원했기 때문에 노사합의가 어려웠으나, 격렬한 논쟁과 비밀교섭 끝에 극적으로 유연안정성에 관한 사회협약이 체결되었다. 문제는 유연안정성 협약을 체결한 이후에도, 회사는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저임금의 임시직(기간제 파견직 근로자 등:umbrella company)을 사용하면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결국 안정성은 떨어지고 유연성은 증가한 결과를 초래했다.

2013년도의 사회적 협약은 임시직과 정규직을 동일하게 처우하자는 목표로 체결된 협약인데, 실제 이행이 잘되지는 않았다. 이를 둘러싸고 협약을 체결한 당사자인 노동조합 내부에서도 대립이 있었고, 노동조합대표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발도 많았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15~20% 정도인데 실제 조합원들에게 불리한 내용이 있는 경우 미조직 근로자들을 대표하고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지?

[Kort] 2018년 9월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 수는 880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그 중 노동조합 가입자 수는 170만 명 정도로 조직률은 15~20% 정도이다. 최근에는 임시직 근로자(Flex Worker temporary worker, short time contract worker, self employed worker)의 비중이 크게 늘어 전체 근로자 중 34%에 이르고 있다.

노동조합 조직률은 낮지만, 협약의 일반적 구속력 제도의 적용으로 인해 대부분의 근로자에게 단체협약이 적용되고 있기는 하다. 산업별・업종별 협약의 경우 일반적 구속력이 있어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아도 전체 근로자 90% 정도에게 적용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들은 인터뷰나 연구를 통해 비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업종・분야가 생기고, 점차 노동조합에 가입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노동재단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어 서비스업 중에 음식배달을 하는 경우 사용자가 레스토랑인지 플랫폼인지 잘 모르고 있으며, 실제 노동조합의 필요성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이 분야의 노조조직률이 매우 낮다.

특이한 것은 최근 네덜란드의 대기업에서 직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알려달라는 제안이 있었다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노동조합이 있어야 교섭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데, 가입률이 낮아지면 노사 간의 단체교섭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노동조합 가입률 저조는 노사 모두에게 문제이다.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가 산하 노동조합이나 산하 기업들에 대해 확실한 통제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경우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기 어렵다. 노동조합이 산하 조합들이나 근로자들을 그리고 사용자단체가 산하 기업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어떠했는지, 그것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성공했는지 혹은 실패했는지? 2013년 사회적 협약이 잘 이행되지 못한 이유도 이런 문제 때문인지?

[Mooren] 2013년도의 사회협약으로 인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크게 증가했다. 2013년 사회협약이 체결될 당시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사용자 측은 해고비용을 낮추기를 원했고, 노동조합은 기간제 근로자의 처우 개선(동등성 확보)을 원하는 가운데 합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임시직에 대한 처우는 개인 사용자에게 달려 있는데, 사회협약이 개인 사용자에게는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임시직・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해고비용만 낮아졌다. 경제위기로 인해 노동력 공급이 수요에 비해 많은 상황에서 임시직・기간제 근로자의 처우를 균등하게 상승시키기 어려웠기 때문에 협약 이행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반발이 있었다. 하지만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노사는 문제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 중이다. 2013년도 사회적 협약의 여파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만이 많다. 근로계약 및 근로형태의 다양성으로 인해 협약 체결 및 교섭이 매우 어려워졌고, 최근 네덜란드 정부는 사측과 가까운 편이어서 노동계가 정부를 설득하거나 사회적 대화의 성과를 얻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현재 네덜란드에는 4개의 정당이 있는데 정당 간에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많아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다만 사회적 파트너가 협상을 할 때 범위가 큰 문제보다는 작은 문제해결부터 차례로 교섭을 진행한다면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조직 내부의 의견을 모으고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동재단이 이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페루도 네덜란드의 노동재단을 벤치마킹해서 노동재단을 설립했다.

노사간의 합의가 불발된 경우 노동재단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 별다른 절차나 규정은 없다. 다만 주제에 따라 다르지만, 방법을 달리해서 다시 대화하고 의견을 접근시켜 나가는 노력을 계속한다. 예를들어 2009년의 경우 큰 이슈(연금 수령 연령 문제)에 대한 합의가 불발됐지만, 노동재단에서 몇 달 지난 후 연금제도 전반에 대해 재논의를 시작했다. 2013년 협약인 유연안정성 문제는 지금까지도 계속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