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0일부터 21일까지 2주간 스위스 제네바 UN 구주본부 및 ILO 본부에서 제108차 ILO 총회가 개최됐다. 전세계 178개 회원국에서 약 6,300여명의 노사정 대표가 참석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등 주요국 정상들도 ILO 총회장을 찾아 ILO 창립 100주년을 축하했다.

제108차 ILO 총회는 올 1월 발표된「일의 미래(Work for a Brighter Future)」보고서를 논의하는 본회의와 의제별 분과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 외에도 일의 미래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별 포럼이 동시에 진행됐다.

ILO 일의 미래 보고서는 전 세계가 기술변화 등으로 인해 노동시장 변화 등 도전과제를 직면하고 있으며, 이러한 위기상황을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 각 회원국 노사정이 인간중심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ILO는 이를 위해 각 회원국이 개인의 역량강화, 근로기본권 보호,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투자 확대 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영계를 대표해 참석한 경총 손경식 회장은 6월13일 본회의 연설에서 일의 미래와 성공적인 대응을 위한 한국 경영계의 입장을 전 세계 노사정 대표들에게 밝혔다. 손 회장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심각한 실업문제에 우려를 표하고, 기술발전으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는 노사정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라는 ILO 일의 메시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또한, 일의 미래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유연하고 미래지향적인 노동규제 개혁,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각국의 특수한 노사관계와 노동시장 상황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일의 미래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포용적 노동시장, 사람 중심 일자리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를 위해 평생직업능력개발 계좌제 시행, 취약계층을 위한 취업지원서비스 강화, 공공고용서비스 개선 등 정책적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 노동계를 대표해 참석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일의 미래와 관련해 미래 노동의 불확실성과 양극화 등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은 사회적 대화”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의제별 분과위원회 논의도 뜨거웠다. 회원국들의 협약 비준 상황을 점검하는 「기준적용위원회」에서는 제202호 사회보호 최저선 권고(2012)에 관한 일반조사(General Survey) 보고서를 토대로 각국의 사회보호 정책 상황을 논의하고 회원국의 비준협약 이행상황을 검토했다.

「전원위원회」는 ILO 100주년 선언문 채택을 위해 노사정이 논의하는 자리였다. 수정을 거듭한 끝에 채택된「ILO 100주년 선언문」은 평생교육 등을 통한 개인의 역량 개발, 근로기본권 등 근로자의 보호 강화,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완전하고 생산적인 고용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ILO의 역할과 책임에 관한 내용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다.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근절 위원회」는 국제기준 마련을 위해 작년에 이어 2차 토의를 가졌다. 작년 1차 논의에서 노사정은 일의 세계에서 폭력과 괴롭힘 근절을 위한 국제기준 마련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권고로 보충된 협약을 채택하기로 한 바 있다. 올해 2차 토의에서는 초안에 담긴 폭력과 괴롭힘의 정의, 적용대상, 취약계층 대상 등을 두고 수많은 토론과 문안 수정을 거쳐「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협약(제190호)과 권고(제206호)」가 채택됐다.

폭력과 괴롭힘 근절을 위한 국제기준 마련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은 뜨거웠다. 위원회 회의장에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노사정 대표들이 참석했으며 특히, 폭력과 괴롭힘에 대한 정의와 취약계층 대상을 두고 노사정의 의견이 충돌했다.

사용자 그룹은 일의 세계에서 폭력과 괴롭힘 근절을 위해 효과적인 국제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폭력과 괴롭힘을 별도로 구분하여 각각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정부 그룹과 근로자 그룹은 종합적으로 정의하는 것을 지지하여, 최종 협약 문구에는 ‘폭력과 괴롭힘이란 성(Gender)에 기반한 폭력과 괴롭힘을 포함하여 물리적, 정신적, 성적,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하는 수용할 수 없는 행위, 관행 또는 위협’이라는 표현으로 정의됐다. 

최종적으로 취약계층은 관련 국제기준을 근거하여 정한다는 내용으로 정리되었으며, 적용대상은 기존의 근로자 외에도 훈련생, 인턴, 고용계약이 해지된 자, 자원봉사자, 구직자, 지원자, 사용자의 권한과 책임을 행사하는 자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번에 채택된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협약은 ILO가 2011년 제189호 가사근로자협약을 채택한 이후 8년 만에 마련된 협약으로, 2개 회원국이 비준한 이후 12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올해 제108차 ILO 100주년 총회에서 채택된 ‘ILO 100주년 선언문’은 1944년 필라델피아 선언, 1988년 근로에서의 기본 원칙 및 권리에 관한 선언, 2008년 공정한 세계화를 위한 사회적 정의 선언에 이어 4번째 선언으로, ILO가 향후 기술발전 등으로 생겨나는 일의 세계에서의 변화에 대응함에 있어서 인간중심의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방향성과 역할에 대한 비전을 담고 있다.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근절을 위한 협약(제190호)과 권고(제206호)’도 기존의 전통적인 노사관계와 일터에서 뿐만 아니라 기술발전으로 인해 확대된 ‘일의 세계(World of work)’ 전반에서 발생하는 노동이슈에 관한 국제노동기준으로, 전 세계 ‘미투’운동과 관련된 젠더기반 폭력과 괴롭힘을 비롯해 가정폭력 이슈까지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제108차 총회 손경식 경총 회장 연설문

대한민국 사용자를 대표하여 ILO의 설립 10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의장님, 오늘날 세계 각국은 경제성장 둔화와 일자리 문제로 고심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실업자수는 2억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러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3억44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한다는 ILO 연구 결과는 우리가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합니다.

한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2018년 실업자수는 2000년 이후 최대 규모인 107만3천명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2018년 청년실업률은 전체 실업률 3.8%의 두배를 넘는 9.5%이며 체감실업률은 20%를 훌쩍 상회하는 등 미래세대인 청년들의 구직난은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발전으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가 노사정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임을 강조한 ILO「일의 미래 보고서」의 메시지에 공감합니다. 기술발전으로 전통적인 고용형태가 다변화되고 새로운 분야에서 수많은 일자리와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되는 등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만, 동시에, 노동시장 불평등과 양극화 확대 등 불안과 혼란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과제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첫째, 노사정은 기존의 제도권 안에서 보장받던 기득권과 익숙함에 집착하지 말고 새롭게 나타나는 다양한 고용형태, 비즈니스 환경 및 근로조건의 변화를 인정하고, 이러한 변화가 고용창출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과거에 만들어진 획일적 노동규제를 유연하고 미래지향적으로 개혁하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둘째, ILO 보고서가 제안한 바와 같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분야에 투자를 촉진하여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해야 합니다.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하고 적극적 투자를 위한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것은 전 세계 불평등과 빈곤 문제 해결의 핵심인 일자리 창출의 가장 효과적인 방안입니다.

일자리 창출의 핵심 주체는 기업입니다. 기업이 투자 확대를 통해 지속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차원의 보다 많은 정책 지원과 규제 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각 국의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은 저마다의 특수한 문화와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의 미래의 특징은 다양성과 자율성입니다. 획일적 기준과 잣대가 아닌 각자의 고유한 상황에 가장 잘 부합하는 노동시장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상호존중하는 문화를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의장님, 이번 백주년 총회가 일의 미래와 관련된 각국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고 새로운 100년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ILO는 향후 노동시장에서 일어날 변화와 함께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베스트 프랙티스의 발굴, 공유 등 회원국 지원을 위해 지속적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