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에…美·英은 감세카드 꺼내든다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커지자 미국 등 주요국이 경기 부양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교역 감소와 브렉시트에 대비해 감세를 통한 내수경기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8월 18일“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약속해온 중산층 가구에 대한 10% 감세 등 여러 감세안을 백악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지 언론은“트럼프 행정부가 급여세(payroll tax: 근로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내리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오는 10월 말 아무런 협상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를 앞두고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감세 카드를 꺼냈다. 사지드 자비드 재무장관은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모두를 대상으로 감세를 통한 세금 시스템 효율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 언론들은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를 앞두고 기업 투자 촉진을 위해 법인세도 함께 내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외에도 중국은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지난 3월부터 2조위안(한화 약 344조원) 규모의 감세와 2조 1500억위안(한화 약 37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진행 중이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도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19일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면 500억유로(약 67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분기 독일 국내총생산(GDP)이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출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0.1%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프랑스, 마크롱 노동개혁 빛 보나…실업률 10년만에 최저

프랑스의 2분기 실업률이 전 분기 대비 0.2%p 떨어진 8.5%를 기록,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개혁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뮤리엘 페니코 프랑스 노동부 장관은 이날 “많은 일자리, 특히 정규직 일자리가 창출됐다”며 “이는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이 더 이상 고용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지난 1년간 실업률이 0.6%p 하락하는 등 고용지표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특히 같은 기간 동안 청년실업률이 1.5%p 떨어지는 등 청년 실업문제가 크게 개선되었다.

프랑스에서 고용시장의 상황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배경에는 마크롱 대통령의 강경한 노동개혁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7년 5월 취임한 마크롱 대통령은 고용 개선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방만히 운영되던 각종 복지혜택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노동시간을 늘리는 등 강력한 노동개혁을 추진했다.

특히 마크롱 행정부는 지난 6월 실업급여 혜택을 받기까지 의무 고용기간을 늘리고 고소득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액을 줄이는 방향으로 실업보험 체계를 개선하는 안을 발표한 바 있다.

네덜란드 ‘노딜 브렉시트’ 우려… 영국 내 325개 기업 네덜란드로 이전 논의

영국의‘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영국 내 거점을 둔 기업 325개가 네덜란드로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월 26일 네덜란드 투자청은 이미 유럽 본사를 네덜란드로 옮기기로 한 일본 전자업체 소니, 파나소닉 등을 포함해 기업 100여 곳과 이전 문제 합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그 외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런던에 근무하던 근로자들을 암스테르담으로 보내고 있으며 이전을 협의 중인 기업이 325개에 이른다고 현지언론은 전했다.

지난 2016년 영국이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한 뒤에도 유럽 의약청(EMA)과 유럽 은행감독청(EBA)이 본부를 런던에서 각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프랑스 파리로 이전했다. 이후 브렉시트 강경파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취임 후 EU와 합의 없이 10월 31일 EU를 탈퇴하겠다고 못 박으면서 남아있던 기업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당장 세관 통관부터 극심한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브렉시트를 비즈니스 기회로 여기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기업들의 관심은 날로 커지는 분위기다. 암스테르담은 안정적인 정치 환경, 높은 영어 사용 인구 비율 덕에 런던을 대체할 유럽의 차기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 외 프랑스와 독일, 아일랜드 등도 ‘탈(脫)영국’을 고민중인 기업을 잡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달 보조금 지급, 감세, 대출조건 완화 등을 내걸고 게임 개발업체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 1월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영국에 사업 조직을 둔 기업 대표 140여명을 초청해 투자 관련 행사를 열기도 했다.

중국, “무역전쟁으로 사라진 중국 내 일자리 200만 개 육박”

중국의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최근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 내에서 사라진 일자리 수가 200만 개에 육박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으며 정부에 추가 부양책 마련을 촉구했다.

CICC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광업, 전력 등 산업 부문에서 사라진 일자리 수는 500만 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무역전쟁으로 사라진 일자리는 180만∼190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로 직격탄을 맞은 컴퓨터, 통신장비, 전자, 기계, 고무, 플라스틱 등 제조업의 피해가 커, 이들 8개 업종에서 최소 15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분석했다.

게다가 CICC 보고서는 지난 5월 미국 정부가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한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어서 이를 반영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CICC는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하면 중국 제조업의 일자리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고용 안정을 위해 더욱강도 높은 경기부양책 시행과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싱가포르, 고령화 추세 맞춰 정년 62→65세 연장키로

싱가포르가 2030년까지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싱가포르의 기대수명은 85세로 일본, 이탈리아, 스위스 등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다.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최근 연설에서 “노사정이 건의하고 정부가 수용한 이 같은 변화는 근로자들이 더 오래 일하고 더 많은 재정적 독립을 누리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정년 연장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의 정년은 2022년 63세, 2030년 65세로 점진적으로 연장된다. 은퇴 이후 재취업 연령도 현행 67세에서 2020년 68세로, 2030년 70세로 단계적으로 연장된다. 정년 연장은 1960년 7월1일, 재취업 연령 연장은 1955년 7월1일 이후 출생자부터 적용된다.

사업주는 근로자가 정년이 되기 전 나이를 이유로 해고할 수 없다. 재취업 연령까지 근로 자격을 갖춘 근로자에게는 고용 계약 조건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해야만 한다.
리 총리는 “정부부터 2021년 공무원 정년과 재취업 연령을 1년 앞당겨 올리겠다. 민간 기업도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내년 예산에 기업들이 정년 및 재취업 연령 연장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방안을 반영할 예정이다. 리 총리는 “장년층이 생산적으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