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상반기 노사관계 동향

고용부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 부작용 완화에 주력했다. 급속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버스업종 노조가 임금보전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하고, 국고 지원 발표 이후 파업을 철회하는 등 산업현장 노사관계에도 혼란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7월 300인 이상 특례제외업종의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맞아 선별적 계도기간을 운영하고 재량근로제 대상을 확대했다.

현장 혼란 최소화를 위해서는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 사용 확대를 위한 도입요건 완화 등 제도개선이 필수적이다. 한편, 2020년 적용 최저임금은 금년대비 2.87% 인상된 8,59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이 최근 2년간 지불능력을 초월해 인상된 데 이어 재차 인상되면서 기업 부담이 더욱 가중됐다.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60%를 넘어 세계 최상위권에 도달한 만큼, 최저임금 업종별·규모별·지역별 구분적용과 산정기준 시간 수 개선을 비롯해 30여년 전 만들어진 최저임금 제도를 현실과 부합하게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하루속히 개시되어야 한다.

노사정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에서 노사관계 제도 개정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진행했으나, 성과 도출에는 한계를 노출했다. 지난 2월 노사정은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에서 지난한 과정을 거쳐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를 도출했다. 그러나 경사노위 계층별위원 3인의 반대로 경사노위 본위원회 의결에 실패했고, 합의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현재까지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단결권과 단체교섭·쟁의행위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경영계 요구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은 채 공익위원들이 ‘노사관계 제도개선 방향에 대한 공익위원 입장’을 발표한 후 사실상 논의가 종료됐다. 고용부는 공익위원 입장을 대부분 반영한 노조법 등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9월 정기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산업안전보건 관련 법·제도 개선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았다. 고용부는 1월 도급인의 산재 예방책임을 강화하고, 중대재해 발생시 고용부 장관의 작업중지 명령 조치 등의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전부개정법률을 공포한 후, 4월에는 동법 시행령 등 하위법령 전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러나 하위법령에서 작업중지 명령의 세부요건을 규정하지 않아 남발이 우려되고, 사업장 내 재해에 대한 도급인의 책임범위도 불명확한 문제가 지적됐다. 사업주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불필요한 갈등을 발생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문제점들은 하위법령 개정 과정에서 반드시 개선될 필요가 있다.

국회 공전이 장기화되면서 노동관련 법안 심의가 지연됐다. 상반기 환노위 에서는 탄력근로제 관련 사회적 합의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그러나 3월 임시국회 종료를 앞두고 개최된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에서 한 차례 논의된 이후에도 해당 법안은 여전히 환노위에 계류되어 있다. 다만 8월 초 실업급여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배우자 출산휴가를 유급 10일로 확대하는 남녀고평법 등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0월 시행을 앞둔 상황이다.

노동계는 사회적 대화 참여를 둘러싸고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 노동계 대표성을 공고히 하는 한편, 국무총리·국회 환노위·더불어민주당 등과 연이어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정부 및 정치권과의 협의를 통해 정책에 대한 영향력 제고를 모색했다.

근로시간 단축 관련 버스업종 파업, 우정노조 파업 등 산하조직의 현안과 관련해서도 정부와의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에 주력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내부 계파 갈등으로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민주노총 내 사회적 대화 반대 세력은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 불참하거나 표결에서 반대표를 행사했고, 대회는 무산됐다. 이후 김명환 위원장은 정부 및 정치권에 대한 강경투쟁을 진행했다.

4월 초 불법집회 이후 집시법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공용물건 손상 등 혐의로 민주노총 사무국 간부들이 구속됐고, 6월에는 김명환 위원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민주노총의 강경투쟁은 집행부 임기가 2020년 말까지 1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집행부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상반기 노사분규건수는 47건으로 전년동기(40건) 대비 17.5% 증가했다. 다만 근로손실일수는 11만8천여일로, 전년동기(27만9천여일) 대비 42.4% 감소했다. 금년 3월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철폐 요구 총파업을 진행했지만 조합원 3천여명 참여에 그쳤고, 지난해 상반기 대형 완성차 사업장의 파업과 민주노총의 최저 임금법 개정 반대 총파업이 진행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2019년 하반기 노사관계 전망

정부가 추진하는 ILO 핵심협약 비준과 핵심협약 관련 국내법 개정은 하반기 노사관계 최대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정부가 마련한 노조법 개정안에는 실업자·해고자의 노조가입 인정,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 삭제 등 노사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내용들이 포함됐다.

정부는 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회 공익위원 권고안을 토대로 법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나, 동 권고안은 경영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노사간 힘의 균형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우려가 매우 높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든 대립적·투쟁적 노사관계와 고비용·저생산성의 산업구조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바꾸어나가기 위한 법·제도 개선방향에 대한 고민이 없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이미 다수 야당이 ILO 핵심협약 비준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만큼, 비준동의안과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더라도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개최되는 제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는 노동관련 법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ILO 핵심협약 관련 노동법 개정안과 상반기에 이어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이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국정감사에서는 내년 총선을 고려해 노사관계 문제가 불거진 사업장 또는 구조조정 사업장 등 현안 사업장의 관계자에 대한 증인·참고인 채택이 예상된다. 또한 노동계도 국정감사를 활용해 장기투쟁·구조조정 사업장, 비정규직 이슈가 존재하는 공공·민간부문 사업장 등 현안문제 해결을 정치권에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국회 종료 이후 국회는 선거구 획정 등 공직선거법 개정과 정당별 공천룰 확정 등 본격적인 제21대 총선국면에 돌입할 전망이다. 정당들은 총선 준비과정에서 노동계,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할 것으로 예상되며, 총선 공약에 경제민주화, 노동권 강화 등 공약이 다수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사회적 대화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시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경사노위가 본위원회 개최에 연이어 실패한 가운데 경총, 한국노총, 기재부·고용부 등을 포함한 노사정 대표급 6인은 7월 말 대표자회의를 개최해 사회적 대화를 재개하고, 경사노위 본위원회 위원 재구성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대통령은 8월 말 경사노위 본위원회 위촉직 위원 12명을 해촉한 데 이어 조속히 후속 인선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며, 경사노위는 위원 해촉 관련 규정 신설 등 내용의 경사노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하반기에도 양 노총은 사업추진 방식에 극명한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한국노총 집행부는 정부·여당에 ‘대선 정책협약 이행’을 요구하는 한편 여당과의 정책협의체 운영 등을 통해 정책 개입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내년 초 임원선거를 앞두고 성과 창출을 위해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과 별개로 정부·여당에 근로시간면제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노총은 하반기에 내년 1월로 예정된 임원선거 준비 체제로 돌입할 예정이며, 선거 과정에서는 입후보 거론자들의 2020년 총선을 통한 정계 진출 여부, 보수진영 표 결집여부,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여부 등이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반면 민주노총은 하반기에도 정부 및 정치권에 대한 강경투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김명환 위원장의 구속후 조건부 석방을 계기로 ‘노동탄압에 대한 항거’를 내세워 민주노총 투쟁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한편 9월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을 결의한 후 10월 총파업에 대한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하고, 10월과 11월 중 2회의 총파업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특히 금속노조는 9월 이후 재벌개혁 및 정기국회 대응투쟁을 진행하는 한편 민주노총 차원의 투쟁에도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장기화되는 경기침체 속에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갈등, 브렉시트 등으로 1%대 경제성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경제가 직면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사가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고 합리적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성숙한 노사문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