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에서 상반기에 처리하지 못했던 주요 법안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높다. 환노위는 최근 ‘채용절차법’과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법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채용절차법) 채용 관련 부정청탁을 금지,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 수집을 제한하고, △(남녀고용평등법) ‘가족돌봄휴가’ 신설,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 확대 등이다. 그러나 유연근무제 제도 개선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등 시급한 법안들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ILO관련 노동법 개정과 같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법안도 계류되어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노동법 개정 논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2018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를 발족하고 ILO 핵심협약 비준에 관한 최종 공익위원안을 지난 4월 내놓았다. 이를 바탕으로 고용노동부는 외교부에 ILO 미비준 3개 협약에 대한 비준을 의뢰하고, 노동조합법 등 정부입법안을 마련해 정기국회 제출을 목표로 7. 31.부터 입법예고를 한 상태다. 정부입법안은 실업자·해고자 노조가입 허용,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규정 삭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정부입법안은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사정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경사노위 공익위원안을 중심으로 마련되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이 노사관계 당사자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우리 노사관계의 특성과 현실적 여건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정부입법안은 그러한 고려가 부족한 점에서 노사를 비롯한 각계 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선진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한편 환노위에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비롯해 노사관계 측면에서 기업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가중하는 다양한 개정 법안이 제출되어 있다.

정부입법안과 유사한 내용도 있으나, 특수형태종사자에 대한 노조법상 근로자성 인정이나 교섭창구단일화제도, 필수유지업무 제도를 폐지하는 등 우리 노사관계의 기본적인 틀을 바꿔놓을 수 있는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정부입법안과 환노위에 계류 중인 일부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대립적·투쟁적 노사관계를 더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우리 노동 현실과 기업 경쟁력을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는 우리 노사관계를 협력적·타협적으로 전환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노사관계의 토양을 만들기 위한 노동개혁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 ‘생산활동 방어기본권’ 차원에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제도 개선도 반드시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 법안에 대한 보완 입법 논의

근로시간을 최대 주 68시간에서 주52시간으로 대폭 줄이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2018. 7. 1.부터 시행되었다. 그러나 산업현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함께 통과됐어야 할 유연근무제 보완입법은 아직도 마련되고 있지 않다. 지난 2월 경사노위에서 노사정이 합의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 방안은 물론,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비롯한 유연근무제에 관한 국회 입법 논의는 답보 상태다.

산업현장에는 시장 여건 변화, 납기 준수, 기술 개발, 계절적 수요 또는 업무상 특수한 상황에 따라 집중 근무가 필수적인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유연근무제도는 엄격한 도입요건과 운용 요건 등으로 인해 매우 경직되어 있어 기업들이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 한시적 인가연장근로 허용사유 추가, 근로시간 특례 업종 재조정 등 근로시간 단축을 보완하는 법안이 다수 계류 중이다. 근로시간 단축의 충격 분산을 위해 시행 시기를 지금보다 세분화해 연장하는 법안도 제출되었다.

환노위에서 집중적인 논의를 통해 경직된 근로시간 제도에 따른 산업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한편,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을 고도화하고 기업 경쟁력을 선도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보완입법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최저임금 제도개선 관련 법안

지난 7월 최저임금위원회는 2020년 적용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2.87% 인상한 8,59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까지의 최저임금 인상률과 비교하면 산업현장의 부담을 고려해 안정을 찾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미 지난 2년간 29.1%의 인상률이 누적되었고, 일본의 수출 규제 등 경제위기 요소가 커지고 있는 만큼 최저임금의 결정 구조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정부는 지난 2월 대국민 의견수렴과 전문가 토론회를 거쳐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고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추가·보완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현행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한 것은 의미가 있으나, 결정기준에서 기업의 지불능력을 제외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기업의 지불능력은 임금수준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이며, 이를 초과하는 임금지급을 강제하는 경우 기업 경영에 중대한 타격을 줄 수 있으므로 결정기준에는 기업의 지불능력도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국회는 최저임금 제도개선 관련 다수의 법안을 발의했다. 최저임금 결정 시 경제성장률, 노동생산성, 소비자물가 등을 고려하고 사업의 종류, 규모 및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 외에도 최저임금위원회의 위원 구성에 대해 다양성을 보장하고 국회의 추천을 반영하는 법안, 복리후생적 현물급여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법안 등이 발의돼 있다.

법개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 준수여부를 위한 시급 계산시간 수’에 대해서도 반드시 함께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간제·파견 근로자 사용 제한 및 보호 강화 관련 법안

상반기에는 다른 이슈에 비해 비정규직에 대한 입법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꾸준히 진행되면서 노동계는 지속적으로 전환형태나 근로조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불법파견을 인정한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에는 기간제·파견 근로자의 사용 사유를 제한하는 법안이 다수 계류 중이다. 특히 안전사고 피해 근로자가 기간제·파견·협력업체 근로자였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부각되면서 생명·안전업무에 비정규직을 고용하거나 외주화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

산업안전사고는 기업의 생산방식이나 고용형태가 원인이라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파견·협력업체들은 전문인력과 장비를 보유하고 더 높은 안전성을 갖춘 경우가 많다. 산업안전사고 예방은 단순한 고용형태의 전환이 아닌, 안전의식 제고와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논의돼야 한다.

선진적이고 합리적인 입법 논의 필요

최근 우리 경제는 글로벌 성장세 둔화, 미중 무역갈등 격화,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수출, 생산 등 실물경제의 부진이 심화되면서 경제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기업들은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 가용자산을 모두 동원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지금은 정부가 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하고, 국회가 입법을 통해 선진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위기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입법이 마련되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