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근로시간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정한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으로 정의되며, 임금은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그러나 직무 특성상 연장근로나 이동이 잦은 근로자들의 경우 근로시간의 경계가 모호하고 이에 따른 임금 산정에도 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근로시간의 범위, 이에 따른 임금계산 및 지급 등을 다룬 주요국 판례 및 법 개정 사례를 통해 기업들이 유의해야 할 사항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연장근로수당 산정을 위한 기준시급 계산

사건 개요

캘리포니아 소재 식기 제조업체 Dart Container(이하 회사)에 근무하던 한 근로자는 2012년 8월 회사가 휴일근로 및 연장근로 수당을 정확히 산정, 지급하지 않았다며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회사는 토요일 혹은 일요일 근로에 대해 15달러의 휴일 출근수당을 지급하고 있었다.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원고)는 이러한 출근수당을 포함한 연장근로 수당 계산을 위해 회사측이 사용한 기준시급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회사측은 캘리포니아 주법이 출근수당을 포함한 연장근로 수당 산정 방식을 정하지 않아 연방 공정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이 제시한 산정 방식에 따라 가산임금을 계산하였다고 밝혔다.

판결 주요내용

일심인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은 회사측의 산정 방식이 연방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 주법과 상충하지 않으므로 사측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에 불복한 원고는 캘리포니아주 노사관계부 근로기준시행국(Division of Labor Standards Enforcement; DLSE) 매뉴얼에 따라 연장근로 수당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상고했다.

회사측은 연장근로 수당 계산을 위한 기준시급을 정하기 위해 총 근로시간을 분모로 사용했으나 원고가 제시한 DLSE 매뉴얼은 연장근로를 제외한 소정 근로시간을 분모로 사용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항소법원은 DLSE 매뉴얼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 권장사항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 주법이 해당 매뉴얼 사용을 강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연방법에서 제시한 기준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결정이다. 원고는 항소법원의 판결에도 불복하여 캘리포니아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이후, 2018년 3월 캘리포니아 대법원 역시 DLSE 매뉴얼이 행정당국의 가이드라인일 뿐 법으로서의 효력은 없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또한 해당 사건의 본질은 기준시급을 계산하기 위한 분모의 결정, 즉 (1) 근로자가 임금 계산기간 동안 일한 전체 근로시간(연장근로 포함) (2) 임금 계산기간 동안 일한 소정 근로시간(연장근로 제외) 두 가지에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 중 원고가 제시한 소정 근로시간 방식이 근로자에게 더 유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대법원은 회사측이 임금 계산기간 동안 휴일근로 수당을 포함한 연장근로 수당을 산정할 때 연장근로 시간을 포함하지 않은 소정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대법원은 “총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한 계산법은 연장근로 시간이 증가할수록 기준시급이 줄어드는 역효과를 가져오며, 장시간 근로를 줄이려는 캘리포니아 주의 정책에 반하는 것”이라며 회사측에 연장근로 수당을 다시 계산하여 차액을 원고에게 소급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시사점

연장근로 수당 산정시 총 근로시간이 아닌 소정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캘리포니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캘리포니아 사용자들의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 사용자들은 대법원이 제시한 계산방식에 따라 휴일 및 시간외 수당 등의 산정 정책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영국] 야간 취침시간의 근로시간 인정 여부

사건 개요

2016년 영국의 요양병원 Royal Mencap Society(이하 Mencap)에서 근무하던 한 요양보호사(원고)는 근로 중 취침시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며 영국 고용재판소(Employment Tribunal)에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의 취침시간은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로 정해져 있었지만 실제로는 응급상황에 대비한 대기시간이었다며 9시간에 대한 임금을 추가로 지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Mencap은 시간제 근로를 정의한 최저임금규칙(The National Minimum Wage Regulations) 제32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제공한 시설에서 근로자가 취침하더라도 근무를 위해 깨어 있는 시간만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며 원고의 취침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

Mencap은 원고의 근무기간 16개월 중 밤 10시~오전 7시 취침시간에 발생한 응급상황은 단 6건에 불과하며, 이 외에는 방해 없이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판결 주요내용

2017년 고용재판소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취침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였으나, Mencap은 고용재판소의 결정에 불복해 항소했다.

고용항소법원은 원고의 취침시간과 근로시간을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요소를 살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용항소법원은 원고가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근로’를 했는지 살펴보고 “근로자가 특정 시간 동안 아주 적은 양의 업무를 수행하였거나 실제로 수행할 업무가 없었다고 해서 근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고용항소법원은 원고의 취침시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고용재판소의 기존 판결을 유지했다.

Mencap은 고용항소법원의 결정에도 불복하여 영국항소법원에 상고하였다. 2018년 7월 영국항소법원은 고용항소법원의 결정을 뒤집어 원고는 취침시간 동안 근로를 할 수 있는 상태였을 뿐, 실제로 근로를 한 것은 아니었다며 실제로 깨어 있고 근로를 한 시간만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영국항소법원은 판결 취지 설명을 위해 2002년 병원 응급실 소속 간호사의 야간 취침시간 중 근로에 관한 판례를 언급하였다. 응급실의 24시간 간호예약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일부 간호사들은 퇴근 후 자택에서 전화 응대업무를 해야 했으며, 병원측은 간호사들에게 4번의 신호가 울리기 전에 전화를 받아야 한다는 구체적인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영국 항소법원은 간호사들이 퇴근 뒤 야간에도 주간 근로와 다름없는 강도의 근로를 하고 있다고 보고 간호사들의 야간 취침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영국항소법원은 동 사건은 2002년 판례와는 전혀 다르다고 밝히며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침 아래 야간에도 전화 응대를 할 것을 지시받은 간호사들과 달리, 해당 사건 원고의 경우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근로할 것을 요구받지 않았으며 사실상 해당 시간 동안 수면을 보장받았다고 보았다.

또한, 취침시간 중 응급상황이 발생했던 것은 사실이나 이는 극히 적은 횟수였기 때문에 전체 근무기간 중의 모든 야간 취침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영국 항소법원은 원고의 대법원 상고를 허가하였으며, 해당 사안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시사점

영국항소법원의 결정을 보면 근로시간 여부 판단에 있어 업무강도, 사용자의 지시 여부가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항소법원이 대법원 상고를 허가한 만큼 추후 대법원의 판단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노르웨이] 업무수행을 위한 이동시간의 근로시간 인정 여부

사건 개요

2014년 3월 노르웨이 서부 도시 송네 피오르다네(Sogn og Fjordane) 경찰서에서 근무하던 한 경찰관(원고)은 업무수행을 위한 이동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어야 한다며 노르웨이 정부를 상대로 오슬로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특수작전 담당반에 배치되어 테러대응, 경호업무 등을 수행하였으며, 업무수행을 위해 이동한 시간도 근로시간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임금을 지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고는 두 가지 사례를 제시하였다. 첫 번째 사례는 장관 경호업무 사례이다. 경호업무를 진행할 장소는 원고의 자택에서 자동차로 약 3시간 정도 떨어진 도시였다. 원고는 경호 전날 오후 5시에 자택을 떠나 업무지역과 자택의 중간 지점에서 오후 6시 반부터 경호차량 운전 및 정찰 연습을 진행하였다.

행사 당일 원고는 중간 지점에서 업무지역으로 이동하였으며, 장관 경호 업무는 오후 4시 20분에 종료되어 원고는 7시 반 경에 귀가하였다. 원고는 경호일 전날 오후 5시부터 6시 반까지, 그리고 경호업무 종료 이후 자택까지 이동한 시간도 근로시간이라고 주장하였다.

두 번째 사례는 다른 지역에서 진행된 마약사범 검거작전 사례이다. 작전 당일 원고는 오전 6시 반에 경찰서에 출근하여 오전 8시까지 작전지역으로 이동하였다. 원고는 업무가 당일 밤 10시경에 종료되어 11시 반에 귀가하였다고 설명하며 검거작전을 위해 이동한 시간도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판결 주요내용

2014년 12월 오슬로 지방법원은 이동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원고는 이에 불복, 노르웨이 항소법원에 상고하였다. 2016년 2월 항소법원 역시 이동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오슬로 지방법원의 입장을 유지하며 대법원 상고를 허가하였다.

이에 원고는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2016년 12월 대법원은 유럽 자유무역연합(European Free Trade Association, EFTA : 1960년 非 유럽연합 7개국이 설립한 자유무역 연합으로, 현재 스위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리히텐슈타인 4개국으로 구성(2006년 한-EFTA FTA 발효)) 법원에 다음 사항에 대한 공식 의견을 요청하였다.

  1.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해 이동한 시간은「근로시간 편성에 관한 EU지침 2003/88/EC(이하 근로시간 지침)」에 따라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
  2. 이동시간이 근로시간인지 여부를 평가할 때 업무강도와 사용자의 근로장소 지정 빈도를 고려해야 하는가?

2017년 12월 EFTA 법원은 다음과 같이 회신하였다.

  1. 근로시간 지침 제2조는 근로시간을 국내법 또는 관행에 따라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하에 있으면서, 그 활동 및 업무수행을 위해 일하는 기간으로 정의하고 있다. 근로시간 근로자에게 최소한의 안전보건 기준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 있으며, 보안업체 Tyco 판례(2015년 10월 EU 사법재판소는 다양한 장소로 출근해야 하는 스페인 보안업체 Tyco 소속 근로자들의 이동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바 있다.)와 마찬가지로 원고의 이동시간은 사용자의 지시로 인한 것이므로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다. 사용자 지시에 따라 업무수행을 위해 이동한 시간을 단순 이동시간으로 간주하는 것은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려는 EU지침의 목적에 위배된다.

  2. 근로시간 지침은 근로자의 업무강도와 사용자의 근로장소 지정 빈도를 근로시간 판단 기준으로 보지 않는다.
    2018년 6월 노르웨이 대법원은 이러한 EFTA의 의견을 바탕으로 원고의 업무수행을 위한 이동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 이에 따른 시간외근로수당 등을 지급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시사점

사용자의 지시로 업무수행을 위해 이동한 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결정에 노르웨이 사용자들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원은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근로자 보호 수준을 한층 더 높인 금번 판결로 노르웨이 사용자들의 임금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

[호주] 근로관계 종료시 잔여임금 지급 기한

배경

호주의 근로조건은 공정근로법(Fair Work Act 2009)에 따른 국가 고용기준(National Employment Standards)과 현대적 근로재정(Modern Awards), 그리고 기업별 단체협약(Enterprise agreement) 세 가지로 정해진다.

국가 고용기준은 전 산업과 직종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근로시간 등 기본 항목에 대한 최저 근로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적 근로재정은 2010년에 도입된 제도로서, 대부분의 사업장 내 구체적 항목에 대한 최저 근로조건을 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호주노사관계위원회(Australian Industrial Relations Commission, 현 공정근로위원회)가 산업별 근로조건을 정하는 역할을 하였으나,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만 조정을 통해 근로조건을 결정해주는 방식을 취해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근로조건을 감독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조직률 감소가 두드러지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에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도입된 것이 현대적 근로재정이다.

현재 호주 정부는 산업·직군별 122개 근로재정을 두고 있으며, 공정근로위원회가 4년마다 근로재정을 개정하고 있다. 2014년 첫 번째 근로재정 개정이 이뤄진 이후 2018년 8월 두 번째 개정이 완료되어 2018년 1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한 사업장에서 한 종류의 근로재정만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다양한 직군이 근로하는 사업장의 경우 복수의 근로재정을 사용하기도 한다.

근로재정이 시행된 이후 호주의 산별 단체협약 효력은 크게 축소되었고,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업별 단체협약을 통해 각 사업장의 특수성에 적합한 근로조건을 정하기 시작했다. 공정근로법은 근로재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협약은 무효로 하고 있다.

개정 주요내용

공정근로위원회는 2018년 근로재정 개정시 122개 산업 중 89개 산업에 근로자 퇴직시 퇴직금, 미사용 연차수당 등을 포함한 잔여임금을 고용관계가 종료된 날로부터 7일 이내(주말 포함)에 지급토록 하는 기한을 신설했다.

그간 공정근로법은 근로자 퇴직시 잔여임금을 언제까지 지급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았다. 일부 산업·직종에서 단체협약이나 개별 근로계약을 통해 잔여임금 지급 기한을 명시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통일된 기준이 없어 혼란을 야기했다는 것이 공정근로위원회의 설명이다.

공정근로위원회는 잔여임금 지급 지체로 인한 근로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예방하고, 사용자들에게는 고용관계 종료와 동시에 잔여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7일이라는 기한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잔여임금 지급 기한을 설정하지 않은 나머지 33개 산업에 대해서도 향후 기준을 설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사점

공정근로위원회는 사용자들의 부담도 줄일 수 있도록 7일의 기한을 설정했다고 밝혔으나, 월급을 지급한 직후 퇴사가 발생한다면 중소·영세기업의 경우 지급 곤란을 겪을 수도 있어 사용자들은 잔여임금 지급에 있어 휴일을 포함한 7일은 다소 짧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새로운 규정이 공포·시행된 만큼 잔여임금 지급 기한이 신설된 89개 근로재정이 적용되는 사업장에서는 해당 내용을 반영하여 취업규칙을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