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발전과 생산방식의 다변화로 다양한 고용형태가 등장,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개별적으로 결정되고 변경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기업들이 숙지해야 할 근로계약 관련 법제 역시 복잡해지고 있다. 이에 기간제·파견계약, 근로계약 해지 등 근로계약과 관련한 주요국 판례 및 법 개정 사례를 통해 기업들이 유의해야 할 사항을 살펴보고자 한다.

독일

기간제 근로자의 반복적 계약갱신 금지

개요

2001년부터 독일에서 시행된 단시간 및 기간제 근로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은 정규직 일자리를 확보하고 반복된 기간제 근로계약 갱신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계약갱신의 경우, 최대 3회에 걸쳐 연장된 근로계약 기간이 총 2년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2011년부터 독일 연방 노동법원은 다소 경직적이라고 볼 수 있는 동 법을 유연하게 해석하기 시작했다.

연방 노동법원은 시일이 많이 지난 과거의 근로계약은 기간제법의 근로자 보호 목적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며,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와의 근로계약을 종료한 지 3년이 지났다면 동일한 근로자와 기간제 계약 체결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작센안할트, 바덴뷔르템베르크, 브라운슈바이크 등 다수의 지방 노동법원은 기간제법 조문에 특정 기간이 지난 뒤 신규계약 체결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없다는 점을 들어 과거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했던 근로자가 동일한 사업장에서 신규 기간제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후, 독일의 한 근로자가 연방 노동법원의 견해가 독일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판결 주요내용

2018년 6월 6일 독일 헌법재판소는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계약 종료 시점이 3년이 지났다 하더라도 같은 사업장에서 해당 근로자와 새롭게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합리적 사유(단시간 및 기간제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TzBfG) 제14조 제1항 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이 가능한 합리적 사유: (1)일시적 인력 수요가 있는 경우 (2)취업 전 학업과정 중의 근무 (3)대체 근로 (4)계절적 사업체와 같이 업무의 특성에 따른 필요성이 있는 경우 (5)시용목적 근로 (6)근로자의 기간설정 요구 (7)정부 예산법에 따라 기간제 일자리에 배정된 공적 자금으로 급여를 받게 되는 경우 (8)법원의 판결에 따른 경우)가 없는 한, 과거 같은 사업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근로자보다는 새로운 근로자를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해야 한다”며 “다만, 기간제 계약을 갱신해야만 하는 합리적 사유가 있거나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 계약으로 전환하는 경우 기존 근로자를 계속해서 고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법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규제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근로자를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2년의 기간제 계약의 만료일로부터 3년 뒤 해당 근로자와 새로운 기간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연방 고용법원의 판단은 이러한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금지가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는 있으나, 근로자가 노동시장에서 받는 불이익을 예방하고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 일자리 확대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기존 기간제 근로자가 수행했던 업무와 다른 성질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면 계약의 반복 갱신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시사점

2018년 6월 6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독일에서는 기간제 근로자의 반복적 계약 갱신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사용자들은 과거 갱신된 기간제 근로계약이 있다면 해당 계약이 합리적 사유에 의해 갱신된 것인지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만일 합리적 사유 없이 갱신된 것이라면 근로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해당 계약이 무효가 되어 정규직 계약을 체결해야 하므로 가능하다면 합리적 사유를 포함한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향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근로자로부터 과거 해당 사업장에서 근무한 이력이 없다는 확인서를 받아두는 등 주의가 요구된다.

프랑스

합의에 따른 근로계약 해지

배경

2008년 6월 프랑스는 노동시장 현대화법(Loi n° 2008-596; 현대화법)을 시행하면서 새로운 근로계약 종료 방식으로 근로자와 사용자간의 합의(협정)에 의한 파기(rupture conventionnelle)를 도입했다. 현대화법 도입 이전에도 합의에 따른 근로계약 해지는 가능했으나, 근로자 실업급여는 비자발적인 퇴사의 경우에만 수급이 가능했기 때문에 근로자 개인적 사정에 의한 근로계약 해지 시 근로자는 실업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현대화법이 시행되면서 사용자는 정당한 사유 입증 없이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되어 해고 등에 따른 행정적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되었으며, 근로자의 경우 자발적으로 퇴사하더라도 실업급여를 수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장점에 힘입어 현대화법은 도입 직후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프랑스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합의에 따른 근로계약 해지 절차

합의에 따른 근로계약 해지 절차는 노동법(Code du travail) L.1237-11조에 명시되어 있다.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상대방에게 근로계약 해지를 요청할 수 있으며, 계약 상대방의 요청이 있을 시 1회 이상의 면담을 통해 근로계약 해지 합의서를 작성하게 된다. 합의서에는 일반적으로 근로계약 해지에 따른 보상금(법정 해고보상금 이하로 책정될 수 없음), 근로계약 해지일 등을 기재한다.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보상금 외에도 미사용 연차휴가 수당을 지급하게 되어 있다.

양측은 총 세 부의 합의서를 작성하여 각각 한 부씩 보관하고, 나머지 한 부를 노동관청에 제출해야 한다. 주의할 점은 근로자가 합의서 원본을 받지 못한다면 합의가 무효가 된다는 점이다.
합의서 작성 이후 15일 이내에 상대방에게 등기우편을 발송해 합의를 철회할 수 있으며, 15일 이후 합의 당사자 중 한 명이(통상 사용자) 합의서 원본 한 부를 노동관청에 제출하면 관청은 당사자들의 동의 여부, 근로계약 종료 시점, 보상금 액수 등을 검토하여 15일 내 합의를 승인한다.

합의 무효 사례

노동관청이 합의를 승인하면 사용자와 근로자는 그 내용을 수정·번복할 수 없다는 것이 프랑스 법원의 입장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예외적인 경우 합의 내용은 무효가 된다.
· 근로자 병가기간 중 이뤄진 합의(2013년 9월 프랑스 최종법원 판결)
· 직장내 안전사고 혹은 근로자의 직업병 발생 직후 이뤄진 합의(2014년 9월 최종법원 판결)
· 출산휴가 기간 및 출산휴가 이후 4주 내 이뤄진 합의(2015년 3월 최종법원 판결)

시사점

현대화법은 프랑스의 경직된 해고절차에 유연성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호평을 받아왔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상호 합의하면 별다른 법적 요건 충족 없이 근로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동 제도를 사용하는 사용자와 근로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행정관청의 승인 이후에도 근로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예외적인 경우 합의가 무효로 판단될 수 있으므로 합의서 작성 시 사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노르웨이

기업분리 과정에 있어서 고용 주체 판단

사건 개요

노르웨이 항공운송업체인 Norwegian Group(모회사)은 2013년부터 6년간 사업 확장에 따른 사업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하였다. 사업구조 개선 과정에서 모회사는 항공운송 사업을 분리하기 위해 승무원 자회사, 조종사 자회사, 항공운송사업 허가증(AOC)을 가진 자회사를 설립하였다.

2016년 9월 승무원들은 모회사에서 자회사로 바로 고용이 이전되었으나 조종사들의 경우 AOC 자회사로 먼저 이전되었다가 이후 조종사 자회사로 이전되는 과정을 거쳤다. 이후 최종적으로, 조종사와 승무원 자회사(이하 인력 자회사)는 AOC 자회사와 모회사에 인력 공급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조종사와 승무원들은 새로운 자회사 외에도 모회사와 AOC 자회사 역시 자신들의 사용자이며, 모회사가 자신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들은 모회사와 AOC 자회사가 위장고용을 위해 인력 자회사와 인력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이며, 사용자로서의 권한도 행사하였다고 주장했다.

노르웨이 노동법에 따르면 이는 근로자를 다른 사업체에 파견한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자회사들과 모회사 모두 사용자로서의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모회사와 AOC 자회사는 이들의 주장에 반박하며 분사가 진행된 일부 기간을 제외하면 이들을 고용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계약 체결을 통해 인력과 서비스를 제공받은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사용자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판결 주요내용

2018년 12월 노르웨이 대법원은 모회사와 AOC 자회사가 외부에서 인력과 서비스를 공급받아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회사들은 독립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력 자회사들은 조종사 및 승무원 인력 제공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 주체로, 이들의 자격증 등을 점검·관리할 의무 역시 인력 자회사들에게 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인력 자회사들이 조종사와 승무원 업무 배치 등을 수행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고용 주체는 인력 자회사들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한 모회사와 AOC 자회사가 사용자 역할을 했기 때문에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조종사들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모회사와 AOC 자회사들이 조종사와 승무원에게 요구한 사항들도 계약을 통해 서비스를 공급받으면서 요구할 수 있는 매우 제한된 범위의 요청이었기 때문에 사용자로서의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모회사가 항공운송 사업을 분리하고 조종사와 승무원들의 소속을 옮기는 과정에서 AOC 자회사를 이용하였기 때문에 공동 사용자 책임이 발생한다는 주장은 일부 타당하다고 인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이미 사업이 분리되어 모회사가 조종사와 승무원을 관리할 여력이 없고, 이들을 직접 고용한다면 사업 운영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본 사건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직접 고용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시사점

노르웨이에 진출한 기업들은 향후 서비스 제공 계약을 통한 인력 사용시 발생할 수 있는 직접고용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본 사건을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회사가 조종사들의 소속을 옮기는 과정에서 AOC 자회사를 이용함으로써 공동사용자 의무가 발생했다는 점 자체는 인정되었기 때문에 향후 사업 분리절차를 진행하는 기업들은 모회사도 자회사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유럽연합

EU 내 파견근무 계약시 주의사항

배경

많은 기업들은 다른 국가에 진출시 본사와의 효율적인 소통을 위해 본사 직원을 현지에 파견하는 것을 선호한다. 유럽연합 내에서도 다양한 회원국 기업들이 서로 지사를 설립하고 사업을 운영하면서 EU 역내 근로자 파견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유럽 내 지사로 본사 근로자 파견시 주의해야 할 사항을 알아보고자 한다.

파견 준비

외국 지사로 파견되는 근로자는 현지 문화와 언어 습득 등 다양한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근로자 개인 차원의 준비도 필요하지만, 기업차원의 사전 준비도 필요하다. 먼저 근로자 파견 비용, 파견 이후 복귀문제 등에 대한 사내 정책을 수립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파견근로자가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 자녀 학비 및 주택을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일부 기업들은 파견직원의 현지 적응을 돕기 위해 어학 수업을 지원하거나 파견근무 시작일 이전에 파견근무지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파견계약과 준거법

몇 년 동안 외국에서 근무해야 하는 장기 파견의 경우, 근로자들은 본사와의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을 일시 중지하고 외국 지사와 새로운 근로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물론 본사와의 근로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파견계약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많다. 기업마다 파견계약의 방식과 지역, 기간 등이 상이한 만큼 계약 작성시 파견 대상자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

기업들이 최근 많이 사용하는 파견계약 방식은 ‘로컬 플러스 계약’이다. 이는 파견지의 임금 수준에 맞춰 근로자의 임금을 정하되 주택 임대료, 이사 비용, 자녀 학비, 건강보험 등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할 것을 약정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로 근로자를 파견할 때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외국 근무 경험을 원하는 근로자로서도 추가적 혜택을 제공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파견계약의 방식 외에도 파견근무의 쟁점이 되는 것은 분쟁시 어느 지역의 법률을 적용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EU 내 계약 당사자들은 원칙적으로 준거법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합의가 있다면 EU 회원국이 아닌 국가의 법률도 준거법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다.

합의가 없는 경우, 유럽 법률은 준거법 결정 기준으로 파견 기간을 제시하고 있다. 계약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EU 규칙(EU Regulation 593/2008/EC) 제8조 2항에 따르면 단기 파견근로자의 경우 해당 근로자는 본사가 있는 국가의 법률을 적용받게 된다. 그러나 본사 복귀 날짜를 정하지 않았거나 장기 파견인 경우 파견지 국가의 법률을 적용받는다.

영국에 진출한 유럽 금융기업들의 경우 브렉시트가 진행됨에 따라 근로자파견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영국정부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해당 규칙을 국내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으므로 브렉시트 이후에도 기존과 유사한 방식으로 준거법을 정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파견계약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하거나 법률의 세부 적용에 있어 영국법원이 유럽법원과 다른 해석을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시사점

기업들은 파견계약서 작성 시 각국의 법이 상이하다는 점을 고려해 파견국과 본국의 노동법을 모두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유럽의 경우 파견직원이 본사와의 근로계약을 종료하지 않더라도 장기 파견계약을 체결하면 현지 법을 적용받게 된다는 점과, 브렉시트에 따른 준거법 이슈가 완전히 해소된 점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하여 주재원 파견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