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매번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해내지는 못했으나 1977년 Moncloa Pacts 이후 오랜 사회적 대화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은 이후 스페인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대화와 타협이 시도됐고 그러한 노력은 1990년대 들어 자리를 잡게 된다. 사회적 대화의 중요한 축은 사용자 측인 스페인 기업연합(CEOE), 노동조합 측은 스페인 노동총동맹(UGT : Unión General de Trabajadores)과 스페인 노동자위원회(CCOO : Confederación Sindical de Comisiones Obreras)이다. 노동총동맹(UGT)은 사회당 계열이고 노동자위원회(CCOO)는 공산당 계열이다. 이 중 경총 탐방단은 노동총동맹을 방문했다. 스페인 노동총동맹은 1888년에 설립된 스페인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노동조합 연맹이다. 프랑코 독재 시절에 잠시 해산되기도 했지만 1970년대에 재설립되었다. 2017년 현재 약 960,000만명의 조합원과 86,530개의 노동조합이 가입되어 있어 규모로도 스페인 최대의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총동맹은 노동자위원회와 함께 2012년 노동개혁 반대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고 실행하기도 했지만, 자동차 산업의 부흥을 위해 임금인상을 양보하고 고용보장을 확보한 대타협을 이뤄내기도 했다.

[인터뷰 개요] 일 시 : 2018. 10. 30. 화요일. 9:30am~11:00am. UGT 회의실
방문자 : 경총 이형준 실장, 김종국 팀장, 손연주 책임위원
면담자 : Martín Hermoso Fernandez(노총 소속 연구원, 변호사), Ramiro Vega Díaz(국제정책 서기)

경총 탐방단이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스페인 노동총동맹(UGT)을 방문한 것은 2018년 10월 30일 오전이었다. 출근시간이 지난 때였지만 이른 시간이었고 비가 내리고 있어서, 노동총동맹 건물 주변은 시내 중심가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안 보일 정도로 한산했다. 비가 내리고 바람도 조금 불고 있어서 그랬는지 건물 안으로 들어갔지만, 콘크리트 건물의 한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노총 소속 연구원인 Martín Hermoso Fernandez 변호사와 국제정책 담당인 Ramiro Vega Díaz 서기는 따뜻하게 경총 탐방단을 환대했다.

회의실에는 다과도 준비되어 있었다. 특이한 점은 경총 탐방단이 보낸 방문요청 공문을 받고 한국노총에 경총 탐방단의 방문을 허용해도 될지 미리 질의를 했다고 한다. 한국노총 측에서 경총이 공부를 위해 방문하는 것이라고 확인해 준 것이 고맙다. 번역이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한국어로 번역된 문장이 포함된 설명자료도 준비해놓고 탐방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터뷰는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인터뷰는 미리 전달한 사전 질문지의 내용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답변은 주로 Martín Hermoso Fernandez 변호사가 담당했고, Ramiro Vega Díaz 서기가 보충 설명을 했다. 아래에서는 인터뷰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다.

오랜 사회적 대화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의 노동 개혁은 사회적 합의가 아닌 정부 주도로 추진되었다. 그 이유와 배경은 무엇인가? 스페인에서 사회적 대화의 역할과 노총이 바라보는 사회적 대화에 대한 인식과 평가는 어떤가?

[Martín Hermoso Fernandez]
경제위기 상황에도 사회적 대화는 필요하다. 다만 유감스럽게도 2012년 노동개혁 과정에서는 사회적 대화가 없었다. 노사정이 참여하는 회의가 있었지만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었고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는 차원의 회의였다. 2012년 당시 우리는 정부에 대안을 제출했고 2차례 파업을 단행했다. 비록 경제위기 상황이라고 해도 사회적 대화가 빠져서는 안 된다.

우리 노동총동맹은 2012년 노동개혁 이후에도 개혁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정부와 소통과 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2년 노동개혁에 대해서는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서도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정부는 노동개혁을 강제로 추진하기에 앞서서 실질적인 사회적 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노사와 진지하게 논의했어야 했다.

스페인의 단체협약체계는 어떠하며, 산별협약과 지역협약 등 초기업 단위 단체협약이 어떤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Martín Hermoso Fernandez]
스페인은 매우 복잡한 단체협약체계를 가지고 있다. 스페인의 단체협약체계는 단일체계가 아닌 복합적인 체계로, 단계별 또는 교섭단체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된다. 초기업 단위 단체협약 또한 해당 산업분야 별로 초기업 단위 단체협약이 존재하는데 지역 단위로 또 단체협약이 구분되어 있다. 단체협약 체계 자체가 조금 복잡하다.

다양한 단계의 모든 단체협약에서 근로조건을 명시하고 조율할 수 있다. 다양한 위계의 단체협약 중에서 우선 적용하는 협약과 부수적인 협약을 정하는 체계를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근로시간, 급여, 휴가, 휴직, 직업군 분류 등과 같은 다양한 근로조건은 두 가지 기준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국단위의 산업별 단체협약, 자치지방, 지역, 시 단위 단체협약 및 기업 단위 단체협약에서 각각 이들을 규정하고 있다. 노동자 보호법(한국의 근로기준법, 기간제법, 파견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규정된 법률)에서도 그와 같은 근로조건들을 규정하고 있다.

근로조건 결정과 관련해서 스페인에서는 2가지 중요한 기준이 있다. 첫째로 해당 단체협약에서 규정할 수 있는 내용은 노동자 헌장에서 규정한 기준에 어긋날 수 없다. 두 번째로 기업 단위 단체협약이 근로자에게 불리하더라도 초기업 단위 단체협약보다 우선 적용된다. 기업별 협약이 우선 적용된다는 두 번째 원칙은 2012년 노동개혁 당시에 결정된 원칙으로 근로조건 하락을 초래했다. 이를 스페인에서는 우선적용 규칙이라고 한다.

우선 적용이 될 수 있는 범위는 기본급과 수당, 초과근무수당, 교대제 수당 등이고, 이에 대해서는 초기업 단위 단체협약보다 기업 단위 단체협약이 우선 적용된다. 결론적으로 전국단위 초기업 단체협약 또는 자치지방 및 지역 단위 단체협약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이 기업 단위 단체협약에서 근로조건을 정하기 위한 최소기준으로 작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근로조건을 정하기 위한 최저기준은 노동자 보호법에서 정하는 조건이 된다. 실제 사례 또한 매우 많다. 노동조합이 없는 기업의 경우 이런 현상을 막기 어렵다. 호텔, 레스토랑 등 서비스업 분야가 매우 취약하며, 근로계약 자체가 열악하다. 노동조합이 근로자를 대표할 수 없는 사업장에서 더 두드러지게 발견되는 현상이다.

관광산업이 스페인에서 매우 중요한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우선적용규칙을 적용해서 숙박업을 포함한 관광업에서 근로조건이 많이 하락했다. 어떤 사업장은 40%까지 임금이 하락한 경우도 있다. 노동총동맹은 우선적용규칙이 2012년 노동개혁에서 가장 부정적인 요소라고 보고 있다.

한국에서는 스페인 노사협력의 대표적인 사례로 르노의 바야돌리드 공장 등 자동차 산업 사례가 많이 언급되고 있는데, 노총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Martín Hermoso Fernandez]
노동총동맹도 긍정적인 노사협력 사례로 평가한다. 스페인에서 자동차 산업은 산업별 GDP 통계상 4번째 규모를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지닌 산업이다. 경제발전과 고용창출을 위해 행정기관 차원에서 근로자와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르노 바야돌리드 공장 사례는 우리 노동총동맹도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근로조건을 개선시킬 수 있고 미래의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으며, 노사관계를 전반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 제3차 르노산업 계획으로 카스티야이레온 자치지방정부는 르노 그룹의 알루미늄 공정 사업을 위해 2,100만 유로(한화 약 272억 원)를 지원했다. 2019년 사업이 추진될 것이다. 이 사업 추진으로 알루미늄 공정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가 현재 200명에서 4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역할과 노력으로 가능했던 사례이다. 정부차원의 지원이 굉장히 중요하기는 하지만, 근로자들의 역할과 노력이 없으면 효과를 볼 수 없으므로 근로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르노는 2009년부터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09년, 2014년, 2016년 세 차례의 단체교섭을 통해 노사 간의 합의가 이루어졌고, 근로자들은 새로운 주문을 받기 위해 생산량을 대폭 증가시켰다.

2009년, 2014년 합의의 경우에는 임금을 동결시키는 노력을 했으며, 2009년의 경우 일부 직원들의 해고(인원절감)도 단행했었다. 이 부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이유는 새로운 일자리, 고용 창출에 대한 약속을 받고 고통을 감수하기로 결단했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의 계획안에는 2020년까지 새로운 정규직 근로자 2,000명을 추가로 고용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바 있다.

이것 외에도 근로조건의 개선에 대한 약속도 있었다. 2009년에 단행되었던 일부 감원은 기업 안에서 노사 간의 합의가 전제된 인원감축이었다. 정년퇴직 예정자를 대상으로 조기 퇴직을 시키는 방법으로 진행됐고, 이를 통해 청년고용을 창출할 수 있었다. 반면 해외 대기업이 철수할 때를 대비하여 지원금 반환 등의 제재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과거 특히 외국의 대기업이 정부의 지원을 굉장히 많이 받으면서 생산하다가 상황이 안 좋아지면 바로 나가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해외 대기업들의 행태를 막을 수 있는 조치가 없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하여 노동총동맹이 제안했던 것이 해외 대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고 들어오면 나갈 때 지원금을 반환하고 가야 한다는 점을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법이 필요하다.

2012년 법개정 등 스페인에서 진행되는 노동개혁이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은 어떠한가? 노사관계의 분권화(decentralization)도 핵심적인 변화라고 알고 있는데 특히 어떤 부분이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Martín Hermoso Fernandez]
노동개혁이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에서 가져온 가장 중요한 변화는 첫째, 단체교섭 범위의 분권화(decentralization), 둘째, 사측으로 편향된 노사관계의 불균형, 셋째, 단체협약 적용 범위의 축소, 넷째, 임금 하락이다. 특히 노동개혁으로 근로자들의 임금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이다.

실제 2009년부터 5% 이상 하락했다. 다만 노사관계 분권화와 관련해서 중앙과 하부단위 노동조합 간 의견 차이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서로 잘 조율되고 있다. 중앙과 하부단위 노동조합 간의 의견차이가 문제가 아니라, 전체 기업의 94.83%가 10명 이하 초소형(micro) 사업장이라는 스페인의 산업구조의 특징을 봐야 한다.

이는 전체 근로자 수의 40%에 달하는 수치이다. 초소형 기업 또는 특정 산업(숙박업, 요식업 등 서비스업)의 경우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할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지 않다. 우리 노동총동맹 입장에서는 초기업 단위, 산업단위, 국가 단위의 단체협약이 기업 단위 단체협약보다 중요하다.

스페인의 국가경쟁력은 비용절감이 아닌 기술발전과 생산성 향상으로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2012년 노동개혁은 외국인 투자를 받기 위해, 생산성 향상이 아닌 비용절감으로 유도했다. 스페인은 비용절감으로 경쟁력을 얻을게 아니라 기술발전과 신기술 개발,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쟁력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2년 노동개혁 전보다 근로자들의 삶의 수준이 더 악화됐으며, 기간제 근로자의 비율이 매우 높아졌고 급여수준도 굉장히 많이 떨어졌다. 노동총동맹은 이를 ‘working poor’라고 부른다.

노총은 2012년 노동개혁 내용 자체에 대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개혁 정책을 폐지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이자 급선무 과제이다. 노동조합과 근로자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노동개혁의 급진적인 내용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권이 교체되고 다시 노동조합과의 사회적 대화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 매우 긍정적이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노동개혁 내용을 수정하고 변경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