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노동경제연구원은 10월 22일(화),「브렉시트와 영국 노동법」을 주제로 제25회 연구포럼을 개최하였다. 금번 포럼은 영국 노동법제의 규정 체계 살펴보고, EU법규의 국내 수용 전후 영국 노동법제의 비교를 통해 EU 탈퇴 시 예상되는 노동법제의 변화를 전망해보고자 하였다. 남궁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의 발제를 맡았으며, 이하 본문은 발제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금번 포럼 이후 EU가 브렉시트 시한을 2020. 1. 31.로 연기하고 영국에서 조기 총선이 치러지게 됨에 따라, 향후 브렉시트의 향방이 금번 포럼의 내용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브렉시트안의 주요 내용과 의미

영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상품·서비스·자본·노동력 등 4대 교역요소의 역내 자유이동을 추구하는 EU 단일시장에서의 완전 탈퇴’를 의미하는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를 지향하고 있다. 최근 영국의 브렉시트안(Johnson’s Deal)은 크게 법적 구속력을 갖는 ‘탈퇴협정(Withdrawal Agreement)’과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Political Declaration)’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노동과 관련하여 ‘▴EU회원국으로부터의 노동력 유입 통제 가능 ▴EU 노동 법규의 원칙적 효력 상실 ▴EU 사법재판소의 판례법 효력 상실’에 관한 사항이 탈퇴협정에 포함되어 법적 효력을 갖는 부분이다. 반면 ‘對 EU 공정경쟁 조건 유지의무’는 법적 구속력 없는 정치적 선언 부분에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배치가 갖는 의미는, 물론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에 따른 법적 공백과 혼란 상태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를 해놓음(“European Union (Withdrawal) Act 2018”: 브렉시트 당일 발효 중인 법령은 자동적으로 계속해서 영국 내에서 효력을 갖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에 따라 브렉시트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EU체제 하에서 만들어진 법령들의 효력이 유지될 것이지만, ‘對 EU 공정경쟁조건 유지의무’를 법적 구속력 없는 정치적 선언 부분에 배치함으로써 장래에 독자적으로 노동 관련 규제 완화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점이다.

영국이 더 이상 EU회원국으로서 공정경쟁조건 유지의무를 준수할 의무가 없게 될 경우, 영국이 무역시장에서 공정경쟁을 훼손하는 정도로 공격적인 규제(노동규제 포함) 완화에 나서더라도 주변국들이 저지할 방법이 없게 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영국의 노동법 체계와 브렉시트에 따른 영향

EU 노동법은 크게 3종류로 구성되어 있다. ① 1차적 법규로서 EU 조약(리스본 조약, EU기능조약, EU기본권헌장) ② 2차적 법규로서 규칙(Regulation), 지침(Directive), 권고(Recommendation), 의견(Opinion) ③ EU사법재판소의 위 법규들에 대한 해석(판례법)이 있다.

이들 법규 중에는 회원국 국민에게 직접 적용되는 것도 있으나(1차적 법규), 각 회원국에서 별도의 국내 수용입법을 해야만 적용되는 것도 있으며,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회원 각국이 배타적‧독점적으로 국내 법제를 형성하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노동분야에서는 대표적으로 임금, 단결권, 파업권, 직장폐쇄권에 관한 사항이 독자적 결정 영역으로서 EU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는다(EU 기능조약 제153조).

그동안 영국의 노동법제는 EU회원국으로서 위 EU법규들의 영향을 받아 제‧개정되었다. 전통적으로 계약자유의 정신이 강한 영국에서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노동규제가 비교적 느슨한 편이었는데, EU체제에 편입된 후 상당부분 규제가 강화되었다. 규제에 친하지 않던 영국으로서는 EU법규를 국내에 수용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기도 하였다.

영국 노동법제가 EU 법규의 틀 안에서 형성된 만큼, 브렉시트로 영국이 이탈할 경우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영국 의회의 입법적 조치로 브렉시트가 발효된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기존의 법제가 유지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EU체제 하에서 생성 내지 강화된 노동규제는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현재 영국에서 발효 중인 노동규제적 법규의 다수가 EU법규의 국내 이행을 위해 시행령 등 행정입법 형태로 제정된 것이 많아, 브렉시트 이후 영국 정부의 의지만으로도 얼마든지 개·폐가 가능한 상황이다. 최근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안대로 ‘공정경쟁조건 유지의무’가 법적 구속력 없는 선언적 의미로만 남게 될 경우, 브렉시트로 저하된 자국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영국 정부가 공격적으로 규제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노동규제 영역에서는, 원래 영국 노동법에 존재하지 않다가 EU체제에서 도입된 ‘근로시간 규제(유급연차휴가 포함), 비정규직 보호법제(기간제‧파견 근로자 차별금지), 사업양도 시 근로조건 보장 법제’나, EU체제 이전에도 존재하긴 했으나, EU의 영향으로 보호수준이 강화된 ‘평등법, 모성보호법제 등’이 규제완화 조치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이들 중에서도 법형식이 시행령 등 행정입법의 형태로 되어 있는 근로시간, 비정규직 관련 규제들의 경우 더욱 그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노동시장의 인력부족과 미스매치 우려

영국에서 EU 탈퇴 논란이 촉발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동유럽 등 EU 회원국들로부터의 이민자 유입 증가이다. 이들이 자국민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영국 내 이민자에 대한 정서가 악화되었다. 이런 측면 때문에 브렉시트 이후 외국인에 대한 비자발급 등의 요건이 까다로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17년 기준 EU회원국 출신 이민 근로자의 숫자가 약2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만약 영국이 강경한 이민 정책을 취할 경우 이민 근로자의 이탈이 불가피 하다.

실제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후 고숙련 노동력의 유치를 늘리기 위해 비자발급 요건과 급여조건(연 3만 유로 이상)을 연계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져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영국 정부의 방침이 현재 영국 내 노동시장에서 이민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업종에 대비해, 현실적인 괴리가 상당히 크다는 데 있다. 실제 이민근로자의 다수는 저숙련(제조업, 도소매업, 접객 요식업, 돌봄산업 등) 업종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이 이탈할 경우, 노동력 수요와 공급 간 불일치가 심화되어 저숙련 산업의 타격이 우려된다. 급격한 노동력 이탈에 따른 문제는 영국에 진출해있는 글로벌기업들에게도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영국에 진출한 많은 기업들이 EU 각국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근로자들을 채용하고 있는데, 이들이 대거 이탈할 경우 사업의 운영에 상당한 차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