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는 노동 및 사회문제를 연구하는 많은 전문 연구기관이 있다. 스페인 사회연구원(NOTUS)은 역사는 비교적 짧지만 매우 역량 있는 연구자들이 모여있는 연구소로서 최근 점차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스페인 사회연구원은 CIREM 재단에서 노동과 사회문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던 전문가들이 2012년 재단이 해산한 뒤 결성한 비영리 독립 전문가 협회이다(https://notus-asr.org). 주요 연구 분야는 고용 및 노사 관계, 자격 및 훈련, 지역 개발, 빈곤 및 사회적 포용 및 성별 문제이며, 매우 활발하게 연구 및 보고서를 발간하고 많은 사회 단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경총 탐방단은 노사 이외에 스페인의 노동개혁과 노사관계를 바라보는 제3자적 관점에서의 평가를 듣기 위해 사회연구원에 접촉했다.

[인터뷰 개요] 일 시 : 2018. 10. 31. 수요일. 10:00am~11:30am. NOTUS 연구실
방문자 : 경총 이형준 실장, 김종국 팀장, 손연주 책임위원
면담자 : Dr. Pablo Sanz de Miguel(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 사회학과 부교수)

사회연구원에 방문하기 위해 경총 탐방단은 전날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로 이동했다. 10월 31일의 바르셀로나에도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전 날까지의 마드리드보다는 다소 따뜻한 날씨였다.

연구원은 바르셀로나 광장에서 멀지 않은 번화한 중심가에 있었다. 바르셀로나도 교통체증이 심했는지, 탐방팀이 연구원에 도착했을 때 조교가 탐방팀을 맞아주었다. 잠시 기다린 후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 사회학과 부교수를 겸임하고 있는 Pablo Sanz de Miguel 박사가 연구실로 들어섰다.

인터뷰는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인터뷰는 미리 전달한 사전 질문지의 내용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Pablo Sanz de Miguel 박사는 별도의 답변자료는 준비하지 않았지만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자료들을 보여주면서 매우 호의적이고 적극적으로 탐방팀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아래에서는 인터뷰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다.

스페인의 노동개혁에 대해 정부, 경총, 노총의 평가가 매우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계의 평가 역시 다양할 거 같다. 2012년 노동개혁과 현재 노사관계에 대한 평가를 부탁한다.

2012년 노동개혁에도 불구하고 노사관계의 구조가 분권화되지는 않았다. 2012년 노동개혁은 스페인 노동시장에서 제일 극단적이고 과감했던 개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방면에 걸친 개혁이자 단체협약에 대한 개혁이었다.

우선 2012년 노동개혁은 노동조합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 스페인 시장에 실업률도 높고 경쟁력의 문제가 뿌리 깊었을 때 단행된 개혁이었기에 유럽공동체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는 개별 국가의 관할이지 유럽공동체의 역할이 아니다.

스페인의 노사관계는 중앙집권도 분권화도 아니고 지방 단위의 노사관계이다. 노사관계의 분권화는 이념적인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 스페인 노동개혁은 분권화를 추구했지만 결과적으로 노사관계의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노동계는 기업인들이 노사관계의 분권화에 찬성한다고 생각했지만 분권화가 이뤄지지는 않다. 그 이유는 스페인의 기업들이 그 모델을 지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인건비가 기업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분권화를 원하지 않은 대표적인 업종은 목재업이다. 노동개혁이 원하는 분권화에 분명히 반대한다는 의견의 단체협약 내용도 있다. 노동개혁으로 임금조율이 가능하게 되어 경쟁력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지만, 임시직 문제는 산업구조에 따른 것으로 노동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스페인 자동차산업의 부흥과 노사협력이 많이 주목받고 있다. 노동개혁이 주요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평가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동차 산업의 노사협력은 노동개혁과는 무관하다고 본다. 스페인 자동차 업계는 기업별로 단체협약이 체결되고 있다. 매우 좋은 조건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 협력을 하는데 있어 중요하게 작용한 것은 동유럽 시장의 경쟁력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노사협력은 노동개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다만 이러한 환경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양산하는 것을 용이하게 한 측면이 있다. 닛산과 세아트의 마지막 협약의 내용을 보면 급여수준을 두 가지로 두었다. 기존 정규직 근로자는 급여가 높으나, 새로운 신규 근로자는 낮은 급여를 받고 있다.

스페인 경제의 최대과제는 높은 실업률과 노동시장 이중구조라고 알고 있다. 두 가지 문제를 다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스페인 경제와 산업 환경에서 노동시장 정책의 방향성을 어떻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기업인과 근로자의 입장은 서로 상반되므로 충돌될 수밖에 없고, 양측의 입장에 대해 학계의 지지도 갈려 있다. 이러한 현상이 정치적으로 두 가지 정책으로 반영되었는데 노동조합 측의 입장은 스페인의 비정규직, 정규직의 계약은 노동제도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스페인 산업이 전문적이고 생산적인 모델로 모색되어야 하고 일시적 일자리의 성격이 강한 서비스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제조업으로 변화하기 위한 산업정책을 주장했다.

반면 기업은 노동 관련 규정이 갖고 있는 비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고수당의 차이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지는 정규직 근로자들을 내보낼 수 없고, 생산성이 높은 임시직을 내보낼 수밖에 없으며, 노동조합은 기존 정규직 근로자의 이익만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기된 쟁점이 유일계약(single open-ended 계약)이지만 노동조합은 해고를 싸게 하기 위한 속셈이라고 강력히 반대했함. 유일계약은 2010년에 FEDEA의 경제학자 100인의 발언으로부터 어츰 나왔지만 위헌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있었다.

노동시장의 임시직 문제는 규정에만 한정되어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어떤 업종은 11% 어떤 업종은 41%가 임시직인 것처럼 업종별로 차이가 있다. 유일계약이 전적으로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좀 더 제도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유럽에서는 ‘employment security’가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job security’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최근 유럽에서는 ‘job security’가 아닌 ‘employment security’가 부상하고 있다. 근로자가 지금 일자리를 잃어도 다른 곳에 취업할 수 있다는 개념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이내믹한 노동시장이 필요하고, 공공기관에서 구직자들에게 정보와 일자리를 알선하는 효율적인 지원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로서는 현실적으로 지금 일자리를 놓치지 않는 것을 원할 수밖에 없다. ‘job security’를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회학적으로는 세대간 deal이 필요할 수 있다. 스페인 문화에서는 가정이 아주 중요하고 젊은이들이 자립하는 연령도 매우 늦는 게 사회적 현상이다.

기존 세대의 임금과 고용안정이 젊은 세대를 부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으로 금융위기와 경제위기에서 45~60세가 실직되면서 크게 문제가 됐었다. 매우 복잡한 문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