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1. 인간의 본성에 역행하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은 소득(임금)을 높여 소비를 진작시키고, 대량 소비는 수요를 촉발하며, 수요를 맞추기 위해 기업이 공급을 늘이고, 공급을 맞추려면 기업이 더 많이 생산하고, 더 생산하기 위해 공장을 더 돌려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치명적 결함이 있다. 임금을 높이면 기업이 투자할 돈이 줄고 배당이 준다. 투자를 못해 새로운 사업을 벌일 수 없고, 임금 부담 때문에 회사는 무경험ㆍ저숙련 근로자를 해고해 일자리가 줄어든다.

배당이 줄어 주주들의 소비도 위축된다. 근로소득이 조금 늘었다고 소비가 크게 늘어나지도 않는다. 인간은 어제와 오늘과 내일, 그리고 미래를 인식하는 동물이다. 일시적으로 늘어난 소득을 전부 소비하지는 않고 저축을 더 늘인다. 결국 가장 보호받아야 할 무경험ㆍ저숙련ㆍ저소득 근로자와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는다.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는데 서울 등 대도시 일부 지역 비싼 아파트는 폭등하고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소득 3만불로 진입해 국민의 고급자동차와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는 커졌다. 외제 자동차는 무한 공급이 가능해 거리에 넘치지만, 고급주택 공급은 반대로 확 줄였다.

주 52시간 근무로 공사 기간이 늘어 인건비가 크게 올랐는데,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가를 올릴 수 없다. 채산성을 맞출 수 없는 재건축ㆍ재개발 업체는 사업을 무기한 연기했다. 다주택자를 규제해 다주택자 수는 줄었지만 똑똑한 한 채에 집중하니 고급주택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었다.

2. 포퓰리즘이 나라를 망친다

2020년 예산은 513.5조인데, 구직급여 82%, 기초연금 63% 증가 등 현금복지가 50%가 늘어 54조원이 책정되어 원 없이 뿌릴 수 있게 됐다. 직접 현금을 받는 국민이 1,200만 명을 넘어, 국가의존형 국민을 대량 생산한다.

제대로 된 외상센터 하나 없는 나라에 공짜나 다름없는 MRI를 찍는다고 새벽 3시에 일어나 병원에 가는 나라가 되었다. 건강보험 무료진료혜택 확대, 비정규직 제로 정책과 공무원 수 대폭 확대, 노인복지ㆍ노인고용을 확대한 대신 SOCㆍR&D예산은 줄였다.

천문학적 재원은 재산세ㆍ종부세의 과감한 인상ㆍ건강보험료 인상ㆍ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높은 법인세와 국가채무로 조달한다. 금년 종부세 대상자는 60만 명이고 액수는 58% 급증했다. 법인세가 전체 세입에 차지하는 비중 25%는 OECD 36개국 중 상위 5위이다.

법인세의 86%를 상위 1% 기업이 부담하고, 상위 10%기업이 97%를 부담한다. 4대기업의 수익 70~90%가 해외매출에서 나오는데, 2019년 상장사 전년대비 이익감소율 48.8%이고 2020년은 법인세 급감이 예상된다. 그럼 국가채무를 늘일 수밖에 없다. 국가채무 인상에 대해 감각이 없다. 마지노선 40%를 넘으면 어떠냐고 하는데 공기업 부채를 포함하면 이미 60%가 넘었고, 공무원 연금 및 군인연금 등 적자를 합하면 이미 100%를 넘었다.

부자에 대한 세금폭탄투하는 서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영원히 서민에서 상류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사다리가 없어도, 서민이 비록 돈을 벌지는 못해도 ‘정의(正義)와 형평(衡平)’이 실존하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정신승리에 도취되어 부자를 저주하는 즐거움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3. 반시장정책 당장 중단해야 한다

주 52시간제로 경제 활력과 기업가 정신은 실종되고 국민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일할 수 있는 권리마저 빼앗겨 ‘사업기회라도 달라’, ‘더 일하게 해 달라’고 호소라도 해야 하는 나라가 되었다. 수출은 12개월째 마이너스로 질주하고 있고, 내년도 설비투자는 1.0% 증가하고 부동산 억제정책과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 규제조차로 건설 투자마저 위축돼 4.5% 감소가 예상되며,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은 겨우 1.9%로 전망되고 있다.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의 63.1%로 최저수준이면서도 최상위 절대 권력을 움켜쥔 귀족노조는 근로자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만들었다. 일부 귀족노조와 절대다수인 서민 근로자로 양분된 노동계에서 서민 근로자는 귀족 노조의 재물이 되고 있다.

2018년 헤리티지 경제자유도 중 노동시장 자유도에서 한국은 101위였고 북한은 184위였다. 그나마 조금 잘 나가던 기업도 거대 노조에 막혀 성장도, 분배도, 일자리도 없는 노조천국이 되어 간다. 노동존중이 아닌 노조존중이다.

무엇보다 계층이동이 불가능해 진 청년들은 이생망(이번 생애는 망했다)에 취업의 기약 없다. 20대 청년 우울증이 올 12만 명을 넘을 것이라 한다. 해마다 유치원 입학 전쟁이 벌어지고, 중학생 12%가 수포자로 5년 새 2배 늘었으며, 세금 1조원을 들여 자사고ㆍ특목고를 다 없앤다고 한다. 일부 고교 윤리교과서는 ‘국민’을 ‘인민’이라 쓴다.

10년 이상 등록금 동결로 한국 대학의 질직 수준은 갈수록 떨어진다. 6월말 기준 일자리는 46만개 늘었지만 62%는 비영리 법인ㆍ공기업 등 정부가 만든 일자리이고, 세금으로 월급 주는 일자리가 24만명이 증가해 전체의 82%다. 60세 이상 일자리가 전체 증가분의 49.1%를 차지했고, 노인일자리는 하루 5~6시간도 일하지 않는 질 낮은 단기간 허드렛 일자리만 49만개 늘었고 월급은 평균 27만원이다.

선진국 중 한국만 사정이 나쁘다. Economist 2019년 5월호는 선진국 2/3가 유례없는 일자리 호황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주가지수는 사상최고치를 달성해 11월에 벌써 ‘산타 랠리’가 이어지고, 트럼프는 대놓고 랠리를 ‘즐기라’고 한다.

미ㆍ중 무역합의 기대 커지고 FED의 통화정책 완화가 효과를 나타내고 있고 기술주 가치가 치솟아 경지 회복 청신호가 커졌다. 일본은 일자리가 넘쳐나 한국 대학 학생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한국이 한ㆍ일 군사보호협정 조건부 연장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한국의 백색국가 복귀에는 수 년 걸릴 것”이라 한다. 한ㆍ일 간의 분쟁으로 대만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신산업은 기득권과 규제에 꽉 막혀 있다. 의료서비스 개혁문제, 공유경제 활성화, 인공지능 활용 등 모든 문제에 거미줄처럼 깔린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와중에 화평법ㆍ화관법보다 더 큰 충격을 가져올 법안이 준비 중이다.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그것이다. 중기부 장관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 개정법안은 위탁대기업이 기존 수탁 중소기업이 생산하던 물품과 유사한 물품을 자체 또는 제3자에게 제조위탁한 경우 기술유용행위로 추정되어 위탁대기업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한국 제조업은 더 이상 한국에 존재할 수 없게 된다. 기업의 한국 탈출이 가속화되면 민노총ㆍ전교조ㆍ참여연대의 세상이 온다.

4. 국가(설계)주의를 버려야 한다

‘시장을 거스르는 정책’들은 정책당국자가 잘 모르고 펼친 정책이 아닐 것이다. 경제를 책임진 분들의 학력이나 지적 수준이 낮아 이런 정책을 펴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서민편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설계한 정책이다.

국민을 가난하게 만들어 정부 지원에 의존하게 만들어야 독재와 영구집권이 가능하다는 것이 대런 애쓰모글루ㆍ제임스 A.로빈슨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래서 베네주엘라 차베스ㆍ마두로 정권은 붕괴하지 않는다.

그 나라 국민들에겐 미래는 없고 하루하루의 연명만 있다. 사회ㆍ경제정의를 내세워 집권한 정부는 대부분 국민 대다수인 중산층 이하의 서민의 지지를 확실하게 끌어들여 정권의 영속화를 도모하기 위한 일관된 ‘국민 빈곤화’ 전략을 펼친다.

“지금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는 목표는 불과 2~3년 만에 실현됐다. 국가주의ㆍ사회주의 국가 중에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은 나라가 없다.

반시장정책을 당장 중단하지 않으면, 헌법에 명확하게 규정한 자유시장경제로 신속히 회귀하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없다. 경제의 이념을 바꿔야 한다. 경제는 복잡계(複雜界)로서 정책당국자의 설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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