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주요내용

1983년 제정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은 특정경제범죄에 대한 가중처벌과 그 범죄 행위자에 대한 취업제한 등을 규정한 형사특별법이다.

거액경제범죄 및 재산국외도피사범에 대한 법정형을 강화하여 가중처벌하겠다는 취지의 법률로 “특정재산범죄(이득액이 5억원 이상인 △횡령ㆍ배임, △사기, △공갈 등)의 가중처벌”(제3조)과 징역형 등의 “유죄판결 시 일정기간의 취업제한”(제14조)을 골자로 한다.

형법상 배임죄 등으로 취득한 재산상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특경법이 적용되어 가중처벌, 최소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부과(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는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한다. 예를 들어, 배임죄의 형법상 법정형은 ‘단순배임죄’가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백만원 이하 벌금이며, ‘업무상배임죄’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나, 이를 가중처벌하는 것이다.

또한 특정재산범죄자 및 금품 등을 수수한 금융회사 임직원 등은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나 금융기관 등에 취업을 일정기간 제한(징역형 종료일로부터 5년, 집행유예 종료된 날부터 2년 등)한다.

개정「특경법 시행령」및 취업제한 제도 주요내용

지난 2019. 5. 7. 특경법상 취업제한 기업체 범위 확대를 골자로 하는 특경법 시행령이 개정되었다.(’19.11.8 시행)

경제사범 취업제한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정으로, 특정경제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기업인(이사, 감사 등)이 형의 집행 이후 범죄 당시 재직 중이던 기업에 복귀를 금지하는 효과가 있다.

특경법상 취업제한이 이루어지더라도 법무부 장관의 취업승인시 예외적으로 취업이 가능하다(법 제14조, 시행령 제13조). 동법 시행령에서 법무부장관의 취업승인과 관련하여 “취업하고자 하는 날의 1개월 전까지 법무부장관에게 취업승인신청서를 제출”하도록 규정, 구체적인 승인 기준은 명시하지 않았다.

한편, 현재 국회에는 특정재산범죄 형량 하한을 높여 처벌수위를 현행보다 강화하는 내용의 「특경법」 개정안이 다수 계류된 상태다.

특경법(시행령 포함)의 문제점

특경법상 취업제한 제도는 근본적으로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그 운영에 있어 자의성이 개입될 우려가 있음

배임·횡령 등 특경법 위반에 따른 형 집행 이후 취업금지까지 부과하는 ‘취업제한’ 제도는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한다. 재범의 위험성 등을 고려치 않고 일률적으로 취업을 5년간 제한(집행유예 시 2년)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목적과 수단 간의 합리적 비례관계가 결여(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위반)되어 있다.

지난 2016년 헌법재판소는 취업제한과 관련한 舊청소년보호법상 성(性)범죄자에 대한 직업제한 규정에 대하여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 적합성을 인정하면서도 일률적인 10년 간의 직업 제한 적용은 ‘제한의 정도가 지나치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바 있다. 위헌결정 이후, 범죄자의 재범 위험성 등에 따라 최대 10년의 범위 내에서 차등적으로 취업제한이 가능하도록 법률을 개정했다.

현행 ’취업제한‘ 제도에 대한 예외적인 취업승인 권한은 법무부 장관이 가지고 있으나, 그 기준이 법령에 마련되어 있지 않아 취업승인 가능성을 사전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우며 공정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취업제한 여부와 기간 등에 대한 법원의 판단 절차 부재도 문제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취업제한은 범죄의 구체적 사실관계 등을 고려하여 성범죄자에 대하여 아동ㆍ청소년 관련기관 등에의 취업제한 여부와 기간 등을 법원이 결정하도록 한데 반해 특경법에서는 재판 없이 시행령에서 규정한 기업체의 취업을 일정기간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시행령 개정으로 인한 ‘재직기업 취업제한’은 형벌로 볼 수 있어, 단일 범죄에 대한 이중처벌이자 죄형법정주의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음

특경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재직기업 취업제한은 “형벌”인 ‘자격정지’와 사실상 동일한 효과가 있어, 징역형 등이 종료된 이후 사실상 자격정지형까지 이중으로 부과되는 문제를 초래한다.

기존 취업제한 제도는 범죄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준 기업체’에 대한 취업을 제한하여 범죄의 대가성 취업을 막는 것이 주된 취지였으나, 시행령 개정으로 취업제한 기업체 범위가 확대되어 형 집행 등이 종료된 기업인의 기업복귀를 제한하게 되는 문제를 야기한다. 이는 동일한 범죄에 대해 두가지 형벌을 부과하는 것과 같아, 헌법(제13조 제1항)이 규정하는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재직기업에 대한 취업제한을 시행령으로 규율한 현행법령은 위임 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죄형법정주의” 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다. 형벌은 반드시 그 법적 근거가 “법률”에 명확히 규정되어야 하나, 재직기업 취업제한은 형벌의 내용(취업제한 범위)을 시행령에 광범위하게 위임하여 ‘죄형법정주의’에 반할 우려가 있다.

결과적으로 ‘재직기업 취업제한’은 시행령이 아닌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제도의 성격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충분한 법률 개정 논의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개정 특경법 시행령은 경제범죄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루어지더라도 형 집행 종료 후 기업인의 복귀까지 제한하는 것으로 기업 경영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 특히 경영판단 실패로도 처벌될 수 있는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는 경우, 경영권 제약 효과가 더욱 크게 미칠 수 있다.

가중처벌의 기준이 되는 범죄이득액 기준(5억원/50억원 이상)이 30여년간 조정되지 않아, ‘거액경제범죄’ 가중처벌이라는 법 취지에 맞지 않고 기업인 ‘과잉처벌’의 원인으로 작용

형량의 가중, 취업제한의 기준이 되는 특경법상 (범죄)이득액 하한이 30여년간 5억원으로 고정되어 있다. 특경법의 입법 취지는 ‘거액 경제범죄’를 가중처벌하는 것으로, 1983년 특경법 제정(’84.1.1 시행) 시 ‘거액(최소 이득액)’의 기준을 1억원으로 설정하였으며 7년 뒤인 1990년 5억원으로 조정한 이후 29년 동안 1990년의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무기징역이 가능한 구간(이득액 50억원 이상) 기준은 1984년 이후 35년간 조정되지 않았으며, 이 형량은 “살인죄”와 유사(5년 이상 징역)할 정도로 매우 무겁다.

이는 지난 30여년간의 경제·경영규모 확대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거액 경제범죄’ 가중처벌이라는 법 취지에 맞지 않아 기업인 과잉처벌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990년 대비 2018년 우리나라의 GDP 규모는 5.8배 커졌고, 수출액은 9.3배 증가했다. 1990년 조정된 이득액 기준 ‘5억원’이 29년이 지난 2019년에도 법 제정 취지에 맞는 ‘거액’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기업의 경영규모도 대폭 신장, 1990년 대비 2018년 현재 매출액은 12.3배, 영업이익은 13.8배 성장했다(전체 제조업 기준). 매출 10대 기업(’18년 기준)을 비교할 경우에도 2018년 총 매출액은 약 399조원으로 1990년 36조원의 11.1배에 이른다.

특히 기업 경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업무상 배임’은 경제규모의 변화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바, 이러한 부분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아 기업인에 대한 가중된 처벌과 취업제한이 과도하게 이루어지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기업 경영활동에서 초래된 배임 이득액 5억원과 일반적인 사기·공갈범죄의 기준액 5억원을 동일하게 취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우리 법상 ‘업무상 배임죄’는 그 구성요건이 포괄적일 뿐 아니라, 경영판단에 입각한 행위라 할지라도 결과적인 손해 발생 여부에 따라 기업인이 처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업무상 배임죄는 원칙적으로 상법상 특별배임죄를 우선 적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형사실무적으로 특경법을 우선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인에 대한 과잉처벌을 초래할 수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맞지 않는 행정입법

경제범죄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재직기업 취업 자체를 금지하는 입법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독일 형법상 “직업금지명령(제70조)”이 제도적으로 유사하나, 이는 자신의 직업이나 영업을 악용한 행위로 범죄인이 된 경우 재범을 우려하여 일정기간 해당 ‘직업’을 가지는 것을 금지한다. 특히 취업제한 방식에서 법원의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현저한 위법행위를 범할 위험이 인정될 경우 부과된다는 점에서 특경법상 취업제한 제도와 차이가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의 ‘성범죄자 취업제한’과 유사하다.

경영계 의견

위헌 소지와 경영권 침해 가능성이 높은 특경법 및 시행령상 취업제한 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위반, 죄형법정주의 및 이중처벌의 문제 등을 내포한 특경법상 취업제한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정하여 기업인에 대한 과잉처벌과 과도한 경영권 제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1990년에 비해 우리나라 경제·경영규모가 크게 확대된 점을 고려해, 거액 경제범죄 가중처벌이라는 당초 취지에 부합하도록 재산범죄 가중처벌 이득액 기준을 현행(5억원, 50억원 이상)보다 대폭 상향하는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

특히 최선의 경영판단을 하였음에도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처벌받을 수 있는 ‘업무상 배임죄’에 대해서는 더욱 세밀하게 가중처벌과 취업제한 부과에 대한 적용 완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형법과 특경법으로 규율할 것이 아니라,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입각하여 상법상 특별배임죄(제622조)를 우선 적용하는 것으로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