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노사관계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치 않다. 전세계 국가의 90%가 동시다발적으로 경기둔화에 직면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수출, 투자 같은 실물경제 지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을 비롯해 OECD, IMF와 같은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한다. 어두운 경제전망을 반영하듯이 경총이 206개사를 대상으로 「2020년 기업 경영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4%가 2020년 주된 경영계획 기조로 ‘긴축경영’을 꼽았다.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올해 노사관계는 지난해에 비해 더 불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총이 실시한 「2020년 노사관계 전망조사」에 따르면 64.8%의 기업들이 올해 노사관계가 작년에 비해 더 불안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기업들은 ‘21대 총선과 親 노동계 입법환경’(33.3%)을 최대 불안요인으로 응답했는데, 노동계 우호적 입법 추진, 외부의 개별기업 노사관계 개입 확대 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노사관계를 둘러싼 이슈는 다양하다. 우선 어려운 경제여건과 함께 지속적으로 인상되는 최저임금은 기업운영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1월부터 최저임금 시급 8,590원(월 환산액 : 주 40시간 기준 1,795,310원)이 적용되고 있는데, 2019년 적용된 최저임금 시급 8,350원에 비해 240원(전년 대비 2.9% 인상) 오른 금액이다. 2018~2019년 2년간 과도한 인상에 이어 또다시 인상된 최저임금은 특히 중소‧영세기업의 인건비 증가와 경영여건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어려움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근로시간 단축법 시행(2018년 7월)으로 실근로시간 총량은 대폭 축소된 반면, 근로시간의 유연한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법 개정사항은 미뤄져 왔다. 그 결과 산업현장에서는 대폭 축소된 근로시간으로 부담이 증가했고, 유연근무제 도입의 어려움, 생산 감소와 납기 차질 문제에 대한 기업들의 호소가 커지고 있다. 노사정은 산업현장의 부담을 다소나마 줄이기 위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현행 최대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기로 합의했지만, 국회에서의 법 통과는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

산업현장도 곳곳에 불안요소가 많다. 자동차, 금융, 항공, 철강 등 업종에서 구조조정과 고용안정을 둘러싼 갈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속분야 사업장 노조에 강성집행부가 들어섬에 따라 현안 문제를 둘러싼 분쟁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외부세력이 개별기업 노사관계에 직접 개입하는 등 노사관계 외부화 현상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 노총의 조직화 경쟁 심화로 현장 노사관계의 불안도 증가될 것으로 우려된다. 양 노총이 2017~2019년 ‘100만 조합원’을 주요 사업계획으로 설정한 가운데 고용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8 전국노동조합 조직현황」 결과 전체 조합원수는 233만명을 넘어섰고, 조직률은 전년대비 1.1% 상승했다. 2010년대 들어서 10%초반에서 0.1%의 등락을 보이이던 조직률이 2017년 이후 상승세가 뚜렷해진 양상이다. 민주노총은 조직화 성과를 바탕으로 2020년 ‘200만 전략조직화’를 사업계획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고, 특수형태종사자, 플랫폼종사자, 중견기업 등으로 조직화 대상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의 경우 차기 임원선거가 진행 중인 가운데 2개 후보조 모두 ‘조직화 사업 강화’를 핵심 공약으로 설정했다. 조직화의 방법으로 ‘모든 지역지부에 상담소 설치’, ‘조직활동가 50여명 채용’ 등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한국노총은 조직화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임단협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임금교섭과 단체교섭이 동시에 진행되는 짝수해의 특성, 총선 정국에 따른 노동계 기대심리 상승 등으로 임단협이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2020년 노사관계 전망조사」에서도 올해 교섭 예상 소요기간에 대해 ‘5개월 이상’(39.2%) 소요될 것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편, 올해 단체교섭에서는 ‘복리후생 확충’, ‘인력 증원’,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근무제 도입’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 밖에도 올해 산업현장에서는 원청기업의 직접고용 문제, 운영비원조 요구, 조직화 경쟁에 따른 노노갈등 등 다양한 이슈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경제 여건과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노사관계 안정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과제를 미뤄둘 수는 없다. 특히 노사관계와 관련한 제도개선이 중요하다. 우선 현재의 최저임금제도는 30여년 전에 마련돼 시대에 맞지 않는 만큼 합리적 개편이 필요하다. 특히 결정기준에 기업 지불능력 포함, 최저임금 구분적용, 최저임금 산정기준수를 ‘소정근로시간’만으로 산정(법제화) 등이 시급한 과제다. 또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 가중과 경영여건 악화를 감안하면 최저임금의 안정은 필수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해 입법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정부는 50~299인 기업에 대해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1년간의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를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근본적으로 유연근무제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이 빠른 시일내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치권은 우리 기업들이 세계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고, 기업이 활력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산업현장에서도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 노사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노사가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을 교환하는 양보교섭을 강구해야 한다.

그 밖에 기업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명확히 인식하고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한편, 소정근로시간 동안 업무 집중도를 제고해 근로시간은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기초질서 및 산업안전 등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불합리한 문화를 개선하는 것도 필수다.

모쪼록 올해가 우리나라의 대립적이고 소모적인 노사관계가 협력적이고 생산적인 노사관계로 변화하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