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註 : 본고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2.19(목) 중기중앙회관 2층 제1대회의실에서 개최한 ‘국민건강보험, 지속가능한가?’ 토론회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제1부> 발제

1.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내용 검토 (경희대 경영대학 김양균 교수)

▪ 종합계획 내 과다 의료이용 해소방안이 미흡해 가입자 부담 상승 불가피
– 단기간에 보장성 확대 계속돼 계획 종료 시까지 전체 의료이용량 예측 어려워
– 대형병원 쏠림현상 완화 위해 전국권역병원 신설 등 4단계 의료전달체계 구축 필요

보장성 확대로 인해 의료수요와 건강보험 지출은 지속적‧누적적으로 상승하는데, 단기간에 모든 비급여를 해소하려다 보니 보장성 확대 계획이 종료되기 전까지는 전체 의료이용량이 어느 수준으로 증가할지 알 수 없는 구조이다. 이처럼 종합계획의 목표가 보장성 확대를 통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풍선효과에 따른 과다 의료이용을 어떻게 해소할지 뚜렷한 방안이 함께 마련되어 있지 않아 결과적으로 가입자 부담은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과도한 의료이용이 예측되는 행위(MRI, 초음파, 항암제, 치료재료 등)와 서비스(노인 외래정액제, 본인부담 상한제, 요양병원, 상급병실 급여)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접근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본인부담을 할인‧할증하는 관리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가령, 질환별 특성을 반영하여 일정 금액 또는 횟수 내에서 보장성을 유지하되, 해당 범위를 초과할 경우 본인부담률을 상향 조정하였다가, 이후 또다시 일정 금액이나 횟수 이상이 되면 이는 진정으로 중증 또는 장기 질환에 해당한다고 보아 보장을 재적용하는 3단계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도 포함되어 있지만, 대형병원 수가를 낮추면서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방식만으로는 실제 개인이 체감하는 부담의 차이가 없어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보다는 총액계약방식을 적용하는 전국권역병원 신설 등 4단계 의료전달체계(의원-병원-상급종합-전국권역) 구축방안을 제안한다.

2. 건강보험 재정건전성 진단과 대안 검토 (연세대 의과대학 장성인 교수)

▪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2022년 고갈 전망
– 고령화에 따른 의료이용 변화로 예상보다 빠른 지출 증가 예상
– 재정건전성 확보 위해 ‘하이브리드 의료보장체계’, 개인별 ‘평생건강계정’ 도입 필요

의료이용량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인구구조 변화와 건강보험 통계연보상 수입·지출 증가 추세를 반영해 분석한 결과, 건강보험은 2017년 20.8조원에 달하던 누적적립금이 2022년 모두 소진되고, 이후 재정적자가 쌓여 2028년 누적적자 규모가 23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계된다.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사회보장체계와 시장경제 원리가 적절히 연계된 ‘하이브리드 의료보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하이브리드 의료보장체계란 기본의료 보장은 국민건강보험이 담당하고, 일정 수준의 필수의료 보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정부의 규제를 받는 민간보험이 담당하며, 그 이상의 부가서비스는 민간 영역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구조이다.

또한 적절한 의료이용 관리를 위해 개인들이 의료서비스 이용에 소요되는 금액을 자신의 ‘비용’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해 싱가포르의 개인 소유 의료저축계좌인 ‘Medisave’처럼 건강보험료의 일정 부분을 개인계좌로 관리하는 ‘평생건강계정’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3. 건강보험 거버넌스 운영체계 개편을 위한 정책제언 (을지대 의과대학 장석용 교수)

▪ 막대한 재정운영 규모 고려할 때 국회 사전통제 장치 마련되어야
– 보건의료정책 간 정합성 높이려면 상위 기본계획인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 필요
– 건강보험 의사결정 거버넌스, 정부의 거수기 역할 안돼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수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위 기본계획인 보건의료발전계획이 부재한 결과, 보건의료 관련 정책 정합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산재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기초생계비(의료급여)와 건강보험 간의 관계 설정이 미흡해 사회보장제도의 부조화 문제가 여전하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와 재정운영위원회 등 의사결정 거버넌스와 관련해서는 ‘게임의 룰’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바, 가입자의 대표성과 전문성 강화, 공익위원 구성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또한 현행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정부가 정책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바, 막대한 재정운영 규모를 고려해서라도 국회의 사전통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제2부>패널토론 주요내용

1. 이태열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18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3.8%이다. 이는 2015년 보장률 63.4%에 비해 0.4%p 올라간 것이다. 2017년 8월 보장성 강화대책 발표 당시 보장률 목표치를 70%로 제시하면서 2018년까지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보장률 상승효과 대부분을 유도하겠다고 한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초라한 성적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18년 보장률이 67.4%로 68%에 육박하는 수준이 나왔어야 나머지 기간에 70%를 맞출 수가 있다.

보장성 강화대책의 성공을 예정하고 보험료를 올렸는데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면, 그간 건강보험료율을 너무 쉽게 올렸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세금에 준하는 건강보험료율을 어떻게 이리 쉽게 결정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 국민의 가처분소득을 계산해 보면, 실질적으로 마이너스다. 소득이 올라도 조세와 사회보장비용이 더 늘어났다는 의미다. 보험료가 국민의 가처분소득을 압박하는 상태에 이르렀는데, 아무 고민 없이 건강보험료율 인상을 계속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저급여, 저수가 상황에서 발전해 왔다. 그래서 누적된 문제점을 간과하고 선진국 사례만 쫓는 경향이 있다. 보장률에 너무 집착한 이상적 정책은 보장률이 억지로 달성되더라도 의료공급체계 자체를 망가트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보장률이 낮지만,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의료의 질이 높다. 이 장점을 유지하려면 숫자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보장률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

2. 지규열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전 국민 대상 건강보험 시대를 연지 30주년이 되는 해에 마련된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은 그 동안 제기된 건강보험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향후 개선방안을 마련해 가입자와 공급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은 장밋빛 청사진 또한 매우 위험한 것이다. 비급여 자체를 전면 급여화하기 보다는 재정의 한계를 고려해 필수의료부터 보장성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의료의 다양성, 국민의 선택 가능성, 신의료기술 발전 등을 고려해 일정 부분 비급여를 인정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혜택을 주려면 다른 누군가로부터 돈을 걷어야 하는데, 보험료를 무작정 인상하기는 정치적으로 어려우니 재정은 파탄이 날 수밖에 없다.

뇌 MRI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이후 예상보다 이용량이 많이 발생하니까 최근 정부가 신경학적 이상이 없는 환자가 뇌 MRI를 찍은 경우 본인 부담을 대폭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보장성 강화 이전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선택진료비 폐지로 대학병원에 접근할 수 있는 장벽이 없어졌다. 이로 인해 심지어 심장마비 위험이 높은 환자들도 진료를 받기 위해 KTX를 타고 서울로 모여든다. 이런 데 대한 자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보장성 확대로 장밋빛 청사진만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3.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중증질환과 고가약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해도 보장률이 잘 오르지 않는 것은 비급여가 꾸준히 확대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이를 알고 과감하게 일시에 비급여를 해결하는 쪽으로 보장성 강화대책을 세웠는데, 그럼에도 2018년 보장률이 63.8%에 그쳤다. 수치 자체는 역대 최고치이나, 지금까지 투입한 재정을 고려하면, 결과를 비판적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중증질환 중심의 상급병원 보장률은 꽤 상승한 반면, 동네 의원급의 보장률은 더 하락했다. 건강보험이 큰 병을 가진 환자를 보호하는 게 취지라면, 이 역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정부가 2022년까지 보장률 70%를 목표로 하고 있는 점은 정치적으로 리스크가 커 보인다. 물론 수치를 제시할 당시에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므로 어쩔 수 없었던 측면도 있겠지만, 이제는 이 수치가 정치적 구호에서 나왔고, 현실적으로 이를 달성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국민 앞에 솔직히 이야기해야 한다.

보장률 목표치 70%에 매몰되어 이것저것 하다보면 시장 왜곡이 더 발생하게 된다. 지금처럼 건강보험이 행위별 수가제를 기초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를 막을 수 없다. 실손보험까지 있어 환자도 공급자도 의료비 남용을 촉진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건강보험에 몇 조를 투자하더라도 보장률 70% 달성은 쉽지 않다.

대한의사협회는 반대할지 모르지만, 일본은 이미 급여와 비급여 의료행위를 혼합하는 형태의 진료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것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장성 강화대책을 실시했기 때문에 향후 보장률은 65~66% 정도 밖에 못 올라갈 것이다. 보장성 강화대책의 방향은 맞지만, 너무 성급하게 정치적으로 접근한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차기 총선에서는 제발 의료부문에 대한 공약이 없기를 바란다. 누군가 보장률 75%, 80%를 제시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자에게는 절대 표를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보장성 강화대책은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건강보험에 대한 적자 경고와 지속가능성 저하에 대한 지적에 공감한다. 현행법상 건강보험료율 상한이 8%인데, 이 상한을 깨는 것은 넘지 못할 장벽일 수 있다. 의약분업을 하면서 2001년에 건강보험료율을 50% 인상한 적이 있지만, 이 부분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4. 박정우 보건복지부 사무관

기존 보장성 강화대책이 지출 확대 계획에 그쳤던 점에 비추어 보면,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은 제도운영 전반에 대한 종합적 플랜이다. 관련 법령 신설로 전체 청사진이 수립된 데 의미가 있다. 2018년 보장률이 63.8%로 나왔지만, 아동과 노인은 70%에 육박한다. 내년에 보장성 강화대책에 대한 중간평가를 시행할 계획인데, 그 결과를 보면서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검토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미 지난 9월 보상체계와 연계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발표했다. 후속 대책을 계속 준비 중이다.

2022년 누적적립금이 모두 고갈된다는 발제자의 재정추계는 충격적이지만, 추계변수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 발제자는 적립금 고갈 시점에 있어 한두 해 오차가 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했으나, 지출 규모에 따라 보험료율이 결정되는 건강보험의 경우 한 해 오차만 있어도 심각한 오류로 귀결될 수 있다. 발제자는 단순추계 시발점인 2018년의 누적적립금을 17.5조원으로 기재했는데, 이는 정부나 다른 연구자들이 설정한 20.6조원과 큰 차이가 있다. 이에 기반해 추계하면 분명 재정문제가 발생하므로, 사실관계가 반영된 재추계가 필요하다.

국민의 비용 인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그렇다고 건강보험에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하는 것은 의료시장의 시장실패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해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 거버넌스에 대해서는 보건의료발전계획을 검토 중이라 중앙, 권역, 지역별 의료체계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개선 방향이 가닥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료율의 경우 가입자 중심으로 논의하면 필요한 상황에 적정한 보험료 인상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공급자도 참여하는 현행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건강보험 운영에 대해 국회 통제도 언급했는데, 이렇게 되면 메르스 사태 등 위급 시 안정적 의료서비스를 유지하지 못할 부작용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