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교수]

지난 해 12월 2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함으로써 올 주총 시즌부터는 본격적으로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에는 상법과 자본시장법 등의 시행령을 개정해서 국민연금이 주주권행사에 장애가 될 수 있는 모든 요인들을 제거함으로써 사실상 연금사회주의로 가는 모든 채비는 갖춘 상태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국민연금이 투자대상기업을 상대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헌법 제126조에 위반된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최근에는 법률이 아닌 시행령을 개정해서 민간기업의 경영권이나 인사권을 제한하는 것이 법률위임의 한계를 벗어난 위헌행위라는 지적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이러한 위헌성 내지는 위법성 논란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는 자세를 보여왔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경영개입 한 기업의 경영실적이 악화된 경우이다. 물론, 국민연금의 경영개입으로 경영실적이 호전된 경우에는 모든 것이 만사형통일 수 있다.

그러나 경영실적이 악화된 경우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우선, 주가하락으로 국민연금의 기금이 감소하는 경우 연금고갈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주가하락은 없더라도 이익배당이 적은 경우 수익률 하락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국민연금의 경영참여는 득보다 실이 큰 정책적 실패임이 분명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오류가 가져온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연금법상으로 국민연금이 경영개입을 해서 회사의 손실이 발생하고 연기금이 고갈되어도 이에 대한 아무런 책임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반면에 해당 기업의 이사 및 감사들의 경우에는 각종 민사책임은 물론이고 형사책임에 관한 규정들은 상법, 자본시장법 등에 무수히 많이 산재되어 있다. 이는 국민연금의 경영개입으로 기업이 악화되었다 할지라도 국민연금 측 인사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해당기업의 임원에게 그 책임이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국민연금이 경영개입 한 기업의 실적악화는 해당기업의 경영진을 상대로 한 대표소송 등과 같은 민사책임 추궁과 각종 형사책임 추궁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민연금이 경영참여를 한 대상기업 중 경영실적이 악화된 기업은 모든 극심한 분쟁에 휘말려 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어느 기업이든 경영권이 안정되어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많다. 따라서 외국의 연기금들은 이러한 논란의 여지로부터 벗어나고자 투자만 할 뿐 경영참여는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으로부터 책임추궁을 당한 기업의 경우 반대로 국민연금의 개입행위의 부당성을 근거로 각종 법적 구제절차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가이드라인상으로는 중점관리 사안에 문제가 발생하면 중점관리기업임을 공개하고 비공개 대화를 하도록 되어 있는데, 중점관리기업으로 공개되어 회사가 시장의 신뢰를 상실해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또한 비공개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측 인사의 과도한 방법의 배당요구나 임원 해임요구 등을 한 경우에는 형사고발 내지는 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

또한 이사가 배임이나 횡령 등의 혐의로 형사소추만 되면 국민연금 측이 해임 등을 요구할 수 있는데, 최종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판결이 나는 경우 국민연금 측은 해당 이사로부터 손해배상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더욱이 국내외적으로 경영여건이 악화되면 이런 우려스러운 일들은 더 급증할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 기업이 총 313개사로서 전년대비 21개사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 중에서 10% 이상 갖고 있는 기업도 98개사로 전년대비 18개사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처럼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 수는 증가했지만 이러한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좋아질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세계경기 둔화와 주력품목인 반도체 경기 부진, 우한 바이러스 사태 등 경영여건이 악화되는 점들을 고려해 볼 때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들의 상당수가 경영수지악화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는 국민연금 발 기업소송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현재의 국민연금은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적극적 경영참여를 위한 전투대형을 이미 완성한 만큼 오는 3월 주총 시즌에 그 위세를 분명히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 중 상당수가 발언권이 강한 시민단체 소속 인사인 점을 감안해 볼 때 경영개입의 요구정도가 상당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불가피하게 내년 주총 후 실적이 악화된 기업을 중심으로 국민연금과 기업 간의 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최고의 선택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차선의 선택이 필요하다고 본다. 즉, 국민연금 스스로 적극적 경영참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내부방침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부방침에는 분쟁의 소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행동지침 내지는 업무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위반한 위원 내지는 담당자에 대해서는 문책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기업 측도 비공개 대화 시 가능한 한 증거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의견교환을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국민연금 측의 요구로 이사 등이 해임된 경우 국민연금 측은 책임회피의 방편으로 해당 이사 등에게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업들도 이에 대비한 매뉴얼 등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우려되는 점들이 많았지만, 이미 던져진 주사위가 되어버렸다. 다만, 좋은 숫자가 나오기를 바라지만 여러 정황을 고려해 보건대 이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어떤 제도든 부작용이 발생하면 이를 보완하고 수정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된 부작용 가능성들을 고려해서 국민연금이든 기업이든 스스로 위험을 회피하는 방안들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부작용 발생한다면 국가적으로 민관 모두가 합심하여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려는 법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