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팬데믹)되면서 세계 주요국 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의 정책 당국이 전례 없는 통화 및 재정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지만, 더 신속하고 효율적 대응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충격이 먼저 중국 경제에 나타났다. 중국의 1~2월 소매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20.5% 급락했고, 산업생산도 13.5%나 줄었다. 2009년 이후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고정투자는 마이너스(-) 24.5%로 하락 폭이 더 깊었다.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10%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 충격은 미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3월 셋째 주 실업수당청구건수가 328만 건으로 급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최고치가 70만 건을 넘지 않았다. 앞으로 발표될 고용, 소비, 생산 등 각종 경제지표들이 급격한 침체를 겪을 것을 예고해준다. 2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2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에서도 코로나19 충격이 먼저 소비와 투자심리의 급격한 위축으로 나타나고 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가 78.4로 전월보다 18.5 포인트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었던 2009년 3월(72.8)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제조업 기업실사지수도 56으로 역시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았다. 특히 비제조업 실사지수는 53으로 이 지수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해, 서비스업 경기의 극심한 침체를 반영하고 있다. 4월말에 통계청에서 발표할 3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생산, 소비, 투자 등 큰 폭 감소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제 충격이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가는 코로나 사태의 전개 방향과 정책 대응에 달려 있을 것이다. 최근 하버드대학 로버트 배로 교수 등이 작성한 1918~1920년 스페인 독감이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분석한 논문은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분석 대상인 43개국에서 인구의 2%(3천 900만명)가 사망했다. 현재 인구로 따지면 약 1억 5000만명에 해당한다. 인구 2% 사망 등 스페인 독감으로 3년간 일인당 실질 GDP가 6%, 소비가 8% 감소했다. 실질 주가 상승률도 26%p 떨어졌다. 스페인 독감이 1918년 봄에 발생했고, 그 해 9월에서 1919년 1월 사이에 사망자가 가장 많았고, 그 뒤 1920년 6월까지 지속되었다.

코로나19가 스페인 독감처럼 진행된다면 세계경제가 침체를 넘어 공황까지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전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 등이 쓴 경제원론에‘신발공장 이야기’라는 할머니와 손자의 대화가 나온다.

“1930년대 중반이었지.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새 신발 한 짝을 사줄 수 있는 게 행복이었지. 당시 많은 아이들이 신발이 찢어질 때까지 신어야 했고, 몇몇 불운한 아이들은 맨발로 학교에 다녀야 했단다.” “왜 그들의 부모들은 신발을 사주지 않았죠?”
“살 수가 없었단다. 돈이 없었지.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대공황 때문에 직장을 잃었단다.”
“어떤 직장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신발공장에서 일했는데, 공장이 문을 닫아야만 했지.”
“왜 공장이 문을 닫아야 했나요?”
“왜냐하면 아무도 신발을 살 돈이 없었기 때문이지.”
“신발공장이 문을 열어 아이들에게 매우 필요했던 신발을 생산하면 되잖아요.”
“세상 일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단다…”

극단적 상황이지만 아버지에게 신발을 살 돈을 주든지 신발공장이 계속 신발을 생산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해주어야 한다. 현재 세계 주요국 정부가 직면한 문제이다. 그래서 각국 정책 당국이 나서고 있는데, 특히 미국의 통화 및 재정 정책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신속하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연방기금금리를 0%로 인하하고, 무한정 양적 완화를 단행하기로 했다. 연준은 재무부와 같이 신용등급이 BBB- 이상인 회사채까지 사주기로 했다. 또한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10% 해당하는 2조 2000억 달러의 재정정책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기업구제펀드 5000억 달러, 개인 현금지급 2500억 달러도 들어있다. 정부가 기업과 가계에 현금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긴급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개최하여 기준금리를 0.75%로 인하했고, 양적 완화도 부분적으로 단행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100조원에 이르는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또한 소득 구간의 70%에 해당하는 가구에게 10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코로나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지 않는다면 이도 경기를 부양하는데 역부족일 것이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까지 인하하고 장기금리도 이 수준에서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필요한 경우에는 한국은행 법 개정을 통해 회사채 매입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현대화폐이론’(MMT, Modern Monetary Theory)도 응용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단기 균형재정의 압박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의 마지막 대부자인 것처럼 정부는 일자리의 최종 공급자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재정지출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우선은 직접적 피해 당사인 항공, 여행, 음식숙박업 등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자영업이나 중소기업도 우선 지원 대상이어야 한다. 일시적 자금난으로 경영이 어려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의 회사채를 매입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보다 장기적으로 이번 코로나19로 모든 산업구조가 ‘트랜스포트’(transport)에서 ’텔리포트'(teleport)로 전환을 촉진하고 있는 만큼, 기업도 구조변화를 해야 하고 정부도 이 분야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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