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정부가 전국민 고용보험제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에 이어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자영업자에게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고용보험은 1995년에 도입된 이후 가입대상을 꾸준히 확대하여 지난 3월 현재 1,378만2,000명으로 늘어났지만, 경제활동인구 2,778만9,000명의 절반도 안 된다. 더욱이 정규직 근로자는 87.2%인 데 비해 비정규직 근로자는 44.9% 수준인 2019년 고용보험 가입률이 보여주듯이 상대적으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가 광범하게 형성되어 있다.

고용보험 안정망을 획기적으로 전국민에게 확대하겠다는 정부 노력은 바람직하지만, 과거 역대 정부에서 고용보험 적용확대를 위한 노력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없이는 이번에도 허사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나라의 고용보험은 다른 사회보험과 마찬가지로 가입자의 적용관리와 보험료 납입이 용이한 정규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확대되어 왔다. 현시점에서 법적으로 의무적 적용 대상자는 거의 대부분 가입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고용보험 적용이 잘 안 되고 있는 계층은 근로자이지만 임시일용직 근로자와 같이 직장이동이 자주 발생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근로자성이 불명확한 보험설계사·학습지교사·퀵서비스배달기사·골프장캐디·방문판매원·대리운전자 등 특고, 그리고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 등이다.

임시일용직은 직장이동이 빈번해서 안정적 관리가 어렵고, 특고는 사용자 지정이 모호하다. 자영업자는 이미 고용보험 임의가입 대상자이지만 보험료 부담을 꺼려 전체 자영업자 553만명 가운데 0.4%인 2만 4731명이 가입하고 있다.

정부의 연내 관련법 개정 등을 통하여 우선 확대 대상 1순위에 올라 있는 특고만 해도 적용이 만만치 않다. 고용보험과 유사하게 근로자가 중심 대상인 산재보험은 이미 특고를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2019년 7월 기준 가입률은 13%대에 불과하다.

그것도 광범위한 대상자 중 정부가 가입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는 9개 직종 77만명 중에 그러하다는 것이다. 특고 대상자가 산재보험가입이 저조한 이유는 주로 산재보험료 비용부담 때문이다. 산재보험은 다른 사회보험과 달리 보험료를 전적으로 사용자가 부담하는데 비하여 특고 대상자는 근로자성이 불명확하여 보험료의 1/2을 특고 대상자가 부담해야 한다.

가입의 절박성 측면에서 산재보험이 고용보험에 비하여 그 필요성이 더 높다는 점에서 특고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이 성공하자면 산재보험 가입률도 유의미한 수준으로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보험료 중 일부를 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하는 방안인데 재정부담은 차치한다 하더라도 대상자가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를 적용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임의가입대상으로 있는 자영업자를 의무가입으로 하려고 한다면 충분한 유인책이 필요하고, 효과적인 적용 부과 징수 관리 대책도 마련되어야 하고, 근로자와 달리 실업급여의 지급요건인 비자발적 실업상태를 정의하기도 녹록치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법 개정으로 적용 대상이 된 예술인이 고용보험 가입에 얼마나 호응할 것인지는 다른 취약계층의 고용보험 적용확대에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사회보험 사각지대 문제는 고용보험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산재보험 역시 피용자가 아닌 대다수 취업자는 업무상 재해에 노출돼 있다. 고용보험에 앞서 전국민 가입을 일찍이 선언한 국민연금도 지역가입자 중 370만 명이 납부예외자로 보험료를 내지 못하고 있고, 그밖에도 소득이 없는 다수의 국민은 노후소득보장의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

더욱이 근로활동기에 일하고는 싶지만 일할 수 없어서 취업을 포기하고 있는 그야말로 취업대상자에도 포함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취약계층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소득중심 부과체계가 빠르게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자영업자 등 보험료의 부과징수가 어려운 대상자에 대하여 국세청에서 소득세를 부과할 때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우리나라는 사회보험료 징수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대행하고 있지만, 영국 등 상당수의 국가에서는 사회보험료를 국세청에서 소득세와 함께 부과 징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대안으로 검토할 만하다. 그렇지만 소득중심 부과체계는 고용보험만 한정하여 시행할 수는 없고 산재보험, 국민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국민연금 등 모든 사회보험 제도에 대한 부과징수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사회보장 전반의 개혁과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한편, 고용보험 전국민 확대의 시점이 현재가 적절한지도 검토가 필요하다. 사실 고용보험은 대표적인 경기에 대응하는 자동안정장치라고 할 수 있다. 자동안정장치란 경기 침체나 경기 호황때 정부가 의도적으로 정부지출과 세율을 변경시키지 않아도 경기 침체나 경기 호황의 강도를 완화시켜 주는 재정 제도를 말한다.

즉, 고용보험은 경기가 호황일 때는 국민소득이 늘어나면 보험료 부과 수입도 함께 증가하여 경기 과열을 막고, 경기가 불황일 때 국민소득이 감소하면, 실업급여 지출이 늘어나 유효수요를 늘려준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자동안정장치라고 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인 1995년에 고용보험이 도입되어 보험료를 적립한 결과 1997년 대량실업 때 고용보험이 제 구실을 했다는 것이 우리가 경험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불황기는 적용대상을 확대하기에 좋은 시기가 아니다.

고용보험제도에 의한 급여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일정기간 고용보험료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용보험 적용확대는 경제불황이 종식된 연후에 시작해야 함이 옳다. 현시점에서는 지난 국회에서 통과된 국민취업지원제도와 같이 보험료를 납입하지 않은 분들에게도 소득지원과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실업부조제도 등을 중심으로 발등의 불부터 끄는 것이 적절하다.

현 정부에서 고용보험을 적용확대 하려고 했다면 고용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인 정권초기에 단행했어야 했다. 정부는 고용보험 사각지대의 당면과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기존 가입자의 급여 수준 확대를 우선했다는 점은 정책우선 순위에 있어서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정부의 고용보험 급여 보장성 제고과정에서 고용보험 재정이 취약해졌다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2018년과 2019년에 구직급여와 육아휴직 급여 등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고용보험 재정은 2018년에 8,000억 원, 2019년에 2조2,0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2019년 10월 실업급여사업계정 보험료를 1.3%에서 1.6%로 높였지만, 올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자 급증으로 실업급여가 3조4,000억 원이 추가로 소요되는 등 재정위기가 심각하다. 이와는 별도로 정부가 코로나 대책의 일환으로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을 확대하고 있어, 고용보험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고용보험 대상 확대 이전에 고용보험 재정수지 균형화 대책도 미리 확립해야 한다.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안정망 강화는 우리나라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시급히 추진하겠다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현재 당면한 실업자 구제부터 충실히 하면서, 전국민 고용보험제는 과거 정부의 시행착오 과정을 다시 점검하고 국민의견 수렴 과정을 통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