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태황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제조업 기반을 보강하기 위해 2010년 ‘미국 재건(remaking America)’을 주창하면서 대대적인 리쇼어링 정책을 펼쳤다. 트럼프 행정부도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국내 고용 창출 외에도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과 기술력, 산업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자국 기업을 큰 손짓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420여건이 이뤄졌다. 일본도 10여년 전부터 수도권 규제 완화와 지자체의 지역 활성화, 법인세 인하와 이전비용 지원 정책으로 해외 진출 기업을 국내로 유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3년 8월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고 지식서비스산업과 정보통신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올해 3월 법을 개정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한국 기업의 유턴”(리쇼어링)과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을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7월에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2.0 전략에도 유턴기업 지원책을 부각시켰다.

법인세 감면과 인하, 고용 보조금, 시설투자와 이전비용 지원, 국공유 재산 장기 임차 등 다양한 지원책을 확대했다. 하지만 법 시행 효과와 정부의 기대 수준과는 달리 지난 7년간 국내로 되돌아온 기업의 수는 71개에 불과하다. 대기업은 현대모비스가 유일하다.

기업은 저임금 중심의 생산비용 절감, 현지 시장 개척, 무역장벽 극복, 수출 운송비용 절감, 현지 원자재 활용 수월 등 비용 절감과 이익 증대를 위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긴다. 그러다가 현지 생산 여건이나 시장 환경의 변화, 현지국이나 본국의 제도와 정책의 변화, 리스크 관리의 변동성 등 국제적 경제 경영 여건이 변화하여 본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유리할 경우에는 리쇼어링을 선택할 수 있다. 선택의 주체는 기업이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의 해외진출 기업 150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96%는 우리나라로 되돌아올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되돌아오기에 가장 부담스러운 점은 현지 시장 확대 필요(77.1%)와 국내 고임금 부담(16.7%)을 지목했다.

우리 기업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관점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필요하다. 국내 토착 기업에게도 버거운 기업환경이라면 단기적인 세제 혜택과 지원책이 곶감 간식은 될지언정 성장 영양식이 되기는 어렵다. 물론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을 지원하게 되는 역차별이나 도덕적 해이의 우려도 잠식시켜야 한다. 잔칫상보다 초청자의 마음이 영향력이 더 크다. 단기적인 고용과 생산 증대의 성과를 넘어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해외 시장 환경, 국내 시장 규모, 인건비 수준, 수출 운송거리 등은 제도와 정책으로 해결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기존의 재무적인 지원책을 보완하는 정책적 대안 조치는 네 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첫째는 기업에 대한 국민과 정부의 인식이 전환되도록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확산시켜야 한다. 2015년 이후 미국은 법인세를 35%에서 21%로, 일본은 30%에서 23.2%로 인하하였으나 우리나라는 2017년에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오히려 인상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비대면 경제활동이 확대될 것이고 일자리 축소는 가속화될 것이다.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일자리 창출은 최우선적인 국가정책이다. 기업 몇 개 불러들이려는 시책 이상의 절박한 과제이다. 일자리는 기업이 창출해야 지속가능하다. 정부가 일자리를 인위적으로 늘여 나아가면 단기적으로는 수월할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재정 악화와 비효율성의 중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둘째는 기업 활동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규제의 개혁이다. 국민 건강과 안전, 환경보호, 지역 균형 발전 등 중요한 국가정책을 견지하더라도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를테면 자연 개발과 환경보호를 배타적인 대립 구도로 당연시하기보다는 환경보호를 위한 개발 또는 개발을 위한 환경보호의 구도를 어떻게 새롭게 설정할 것인가를 혁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행정과 금융 절차를 실효적으로 개선할 필요도 있다. 국내 실적이 없는 귀환 기업에게 국내 실적에 근거한 보조금이나 금융 지원 절차는 모순적이다.

셋째는 노동시장 환경의 개선이다. 리쇼어링을 활성화하려면 기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인건비를 부담하는 만큼 생산성 향상 또는 양질의 노동력 활용의 인센티브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줄이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노동조합도 근로복지 향상의 요구에 비례하여 노동 생산성의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

넷째는 중장기적 안목의 산업 생태계의 혁신이다. 중국 중심의 글로벌 생산 기지화의 리스크가 확산되고 글로벌 공급 사슬이 재편성되는 과정에서 리쇼어링이 현안이 되었다. 기업이나 설비 공장 몇 십개의 유인책이 처방이 아니다. 우리 기업과 산업이 고부가가치의 창출을 확대해 나아갈 수 있는 가치사슬 구조 즉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이 본질이다. 리쇼어링의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기업에게 리쇼어링의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리쇼어링은 기업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가 되어야지 정책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경제구조, 시장 규모, 무역 의존도 등을 고려하면 리쇼어링 정책 성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리쇼어링이 ‘따라하기’나 유행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기업 활동의 활성화와 산업 경쟁력의 강화가 정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우리 기업만이 아니라 외국기업도 더 불러들일 수 있는 기업 환경이 되어야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도 지속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