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상겸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 세법개정안은 매년 무더위가 한참일 때 공개되는데,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7월24일 발표되었다. 올해의 세법개정안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어려움 가운데 발표된 것이라, 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조세정책은 경제 여건에 따라 다양하게 모색될 수 있지만 올해의 세법개정안이 관심을 끈 이유는 국민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추가적 증세를 단행할 것인가? 라는 의문 때문이었다. 올해의 세법개정안에도 크고 작은 수많은 정책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사회적 반향이 가장 컸던 사항은 종합부동산세와 개인소득세 강화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도입의 배경에는 주택가격 급증이라는 현상이 자리하고 있지만, 현 정부는 출범 이후 뚜렷한 증세정책을 지속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의 증세조치가 의외라 보기는 어렵다. 자산소득과 부동산 보유를 죄악시하는 현 정부의 시각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결과라 보인다. 본 고에서는 그동안 언론 등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은 기업관련 세법개정 사항에 대해 살펴보고 그 함의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기업관련 사항은 많지 않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된 지원정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영세 자영업자들에 초점을 맞춘 것이기 때문에 기업관련 세제개편이라 보기는 어렵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을 살펴보면, 통합투자세액공제의 도입, 유턴기업에 대한 지원조건 완화, 그리고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감면 연장적용 및 특허비용에 대한 지원 등으로 간추릴 수 있다. 이 가운데 유턴기업에 대한 것과 세액감면 연장 등은 기존에 이미 적용하던 정책을 다소간 확대한 것에 불과하고 중소기업의 특허비용에 대한 세제상의 지원 정책은 그 수혜대상이 제한적일 것이므로 대다수 기업들에게 유의미한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

기업입장에서 그나마 굵직하게 느껴지는 것은 통합투자세액공제제도이다. 이는 현재 운용되고 있는 투자세액공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기존의 9대 특정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와 중소기업 투자세액공제를 하나로 통합하면서 제도를 보다 단순하게 꾸렸다는 점, 그리고 공제 대상과 조건을 이전보다 확대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조세제도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이번 기업세제 개편에 대해 평가해보자면, 방향자체는 바람직하지만 내용의 충실성이나 정책적 실효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느낌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업을 바라보는 현 정부의 시각변화가 감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문재인 정부는 출범초기부터 기업에 대해 백안시하는 성향을 갖고 있었다. 세계수준에 올라선 산업을 송두리째 부정하는가 하면, 좀처럼 수긍할 수 없는 논거를 동원해가며 반시장, 반기업적 정책을 자랑스럽게 추진하기도 하였다.

특히 현 정부는 스스로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면서까지 고용확대에 관심을 보였으나, 정작 고용의 주체인 기업들에 대해서는 냉담했다는 점이다. 수많은 구직자들이 원하는 번듯한 일자리는 대부분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만약 일자리 창출이 그토록 중요한 국정과제였다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들에게 보다 호의로운 입장을 취했어야 할 것이다. 기업들이 더 많이 투자하고 더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세제측면의 배려를 기울일 필요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자체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난 3년간 현 정부의 세법개정안에는 매번 경기진작과 기업투자 활성화를 명분으로 한 정책들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사실 대부분 그 영향이 크지 않은 소소한 것들이다. 반면 정작 기업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법인세제의 경쟁력은 대폭 훼손된 것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첫 번째 세법개정안에서 세율인상을 포함한 법인세제 강화방안을 추진하였는데, 사실 이는 최근 우리나라 세제변화 가운데 가장 큰 아쉬움을 남긴 것이다. 우리나라가 오랜 시간 공들여가면서 추진해오던 법인세제 선진화 노력을 일거에 후퇴시킨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법인세제 개편의 세계적인 추세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경쟁적 완화’라 할 수 있다. 실제로 1980년대 중반 이후 세계 각국은 자국의 법인세율을 앞 다투어 인하해왔다. 그렇다면 왜 세계 각국은 법인세율 인하에 대해 치열한 경쟁을 하기에 이르렀는가? 법인세율 인하가 경제활성화에 유효하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각 나라가 서로 경쟁적으로 세율인하 등을 추진하다보니, OECD에서는 세율인하 경쟁을 자제하라는 조언까지 내놓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지난 30년간 OECD 국가들의 평균법인세율은 거의 절반수준까지(43% 하락)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현 정부 출범 이전까지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보조를 맞추어왔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OECD 평균 법인세율 보다 낮은 세율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법인세율 인하경쟁을 선도해왔다.

적어도 세율측면에서는 기업환경의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역대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투영된 것이라 평가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된 법인세제 강화정책 이후 우리나라가 그동안 유지해왔던 우위를 상실하게 되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7.5%(지방세분 포함)으로 OECD평균(23.1%) 수준보다 4.4%p. 더 높아지기에 이르렀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이러한 격차는 향후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업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단지 법인세율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므로, 이러한 변화가 기업활동에 치명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와 동떨어진 조세정책이 시장에 전달하는 부정적 메시지는 분명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기업관련 세제의 바람직한 개편방향은 무엇인가? 다양한 방안이 모색될 수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세계 각국의 개편동향에 보조를 맞추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법인세제 개편에 가장 소극적이었던 미국조차 최근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정도로 큰 폭의 세율인하(-14%p.)를 단행한 바 있다.

재정적자가 극심한 몇 몇 국가들(그리스, 칠레, 멕시코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러한 흐름을 따르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향후 우리나라 기업 관련 세제개편의 기본 방향은 법인세제의 정상화, 즉 세계적 개편흐름에 보조를 맞추는 것에서 부터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