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최준선 성균관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법무부가 지난 6월 11일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은 표면적으로는 “기업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불합리하거나 불명확한 법령을 정비하기 위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간 여러 경로를 통해 입법예고안의 부당성이 지적되었는데도 법무부는 원안 그대로 법제처의 심사를 완료했으며, 국무회의를 통과시켰고, 8월 31일 국회에 제출했다. 법 시행일은 금년 12월 11일로 못 박았다. 이 상법개정안은 실제로는 국내외 ‘헤지펀드 보호법’이 되고야 말 것이니 아주 어리석은 법안이다. 헤지펀드 보호법이라 불러도 좋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이다. 이는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실은 대표소송은 승소해 봤자 손해배상금이 회사의 일반회계로 귀속되기 때문에 원고 개인에게 직접 돌아오는 이득은 없다. 반대로 패소하면 변호사비를 포함해 모든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누가 이런 위험한 소송을 할 것인가? 회사에 대해 불만인 주주 또는 무슨 꼬투리를 잡아 이사를 협박해 뭔가 얻어내려는 펀드들의 위협소송 수단으로 주로 이용하게 될 것이다. 보통 1년 이상 걸리는 소송을 끝까지 끌고 가면 원고로서도 손해이다. 따라서 외국 사례를 보면 원고가 중도에 CEO와 합의하여 소를 취하한다.

둘째, 감사위원 1인 이상 분리 선임제도이다. 펀드가 자신들을 대표하는 한 사람을 이사회에 진출시켜 회사를 흔들기 좋다. 혹자는 한 명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낭만적인 생각을 한다. 그러나 한 명이라도 사사건건 자료 내 놔라, 절차에 문제가 있다, 금감원에 고발하겠다는 등 딴지를 걸기 시작하면 이사회는 산으로 가기 쉽다.

셋째, 모든 감사위원 선임에 합산 3% 룰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에게만 합산 3% 룰을 적용하고 있다. 감사위원도 이사인데, 이사 선임에까지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재산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넷째, 소수주주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주주는 지분율은 높으나 보유기간 규제가 없는 일반규정과, 지분율은 낮으나 6개월 보유기간이 반드시 필요한 상장회사 특례규정 중 선택할 수 있게 명문화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상장회사의 주식 1~3% 가진 주주는 비상장회사처럼 6개월 보유기간 없이 주식취득 즉시 언제든지 대표소송, 이사 해임 청구 등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오늘 상장회사, 특히 지주회사 주식을 1% 취득하고 3일 후 명의가 넘어오면 바로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자금이 풍부한 펀드들이 치고 빠지기 딱 좋은 조치이다. 다중대표소송이 법제화되면 그 자회사들까지도 모두 소의 대상이 된다.

법무부의 입법예고안 뿐만 아니다. 지난 8월 5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내 자타가 공히 인정하는 대표적 ‘경제통’으로 알려진 이용우 의원이 ‘상장회사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상장회사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 독소조항이 몇 개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 두 가지만 살펴본다.

첫째는 상장회사가 계열회사와 합병ㆍ분할합병, 경영위임, 영업양도ㆍ양수, 자산의 양도ㆍ양수, 주식의 포괄적 교환과 이전 등을 위한 주주총회 결의를 할 때에는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은 보유하고 있는 상장회사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100% 소유하는 경우 제외)는 것이다.

이것은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함으로써 대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동시에 계열사 간의 M&A 자체를 규제한다. 최대주주가 빠지고 나머지 사람들이 회사의 합병과 구조조정을 결정하여야 한다는 논리이니, 이건 도대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되면 투기자본의 적대적 M&A에 대한 사전적인 예방책으로 계열회사 간 합병을 통한 방어 전략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또한 기업 그룹 내에서의 구조조정을 어렵게 한다.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을 흡수하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는데, 규제 장벽에 가로막혀 시장이 얼어붙고 혁신적 기술의 교환, 적용과 응용 및 신기술의 창출이 어려워지고 더뎌진다.

둘째는 의무공개매수제도의 도입이다. 이것은 상장사의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25% 이상 취득하면, 주식시장에서 공개 매수를 통해 50%를 초과할 때까지 지분 취득을 강제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지주회사 자회사 지분율 상향을 추진하는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충돌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30%만 보유하면 되는데, 의무공개매수제도는 50%를 보유하라고 명령한다.

현 공정거래법은 이 비율을 20%로 정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10% 더 높인다면 계열회사 주식 취득으로 기업에 따라서는 수조 원의 자금이 소요된다고 한다. 수조 원을 투자해도 모자를 판에 계열회사 주식을 사 보유하는 데 쓰라고 강요하니, 자금을 사장(死藏)시키라는 명령이다.

참으로 기가 막히지 않는가. 계열회사 주식 끌어안고 있으면 떡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마찬가지로 의무공개매수제도에 따라 50% 지분을 확보하려면 그 추가적 자금 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기업을 인수하지 말라는 얘기다. 잘못된 법률 하나가 한국 M&A 시장에 깊은 타격을 입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