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2020년 6월 11일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2018년 8월 입법 예고되었던 개정안 중 일부는 개정되고 나머지 부분을 21대 국회 출범과 함께 재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 제한, 신규 지주사전환 시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강화, 경성담합 사건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 과징금 최고한도 2배 인상,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규제 대상인 상장·비상장사의 지분율 요건 20% 일원화 등이다.

40년 만의 전면개정 치고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함정에 빠져 한 걸음도 선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구태의연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되고 말았다. 특히, IT플랫폼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것이 현실인 점을 감안해 볼 때 더욱 그러하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개정안 중 문제가 큰 쟁점들을 중심으로 면밀히 검토 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개정안 중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행사를 원칙으로 금지하는 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취지는 대기업들이 지분 중 일부를 공익법인에 출자하여 우호세력으로 만든 후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MS사의 빌게이츠가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지분을 기부하고 이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여 MS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번 개정안의 취지가 정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빌 게이츠는 1986년 MS 의 기업공개(IPO) 당시 창업 당시 MS지분의 49%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한 후 지분을 이 재단에 기부했고 현재는 1.36% 지분만을 갖고 있음에도 여전히 MS사의 주요 주주로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재단이 MS사의 의결권을 행사했는지 여부는 알려진 바 없으나 법상 이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는 점을 감안해 보면 빌게이츠는 재단을 통해 MS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반적으로 빌게이츠의 자선활동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보면 이번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금지 원칙은 국내의 기부문화나 사회적 공헌활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재고의 여지가 있는 개정안이라고 할 수 있다.

개정안 중 신규 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자·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을 상장사의 경우에는 현행 20%를 30%로 상향하고 비상장사의 경우에는 현행 40%를 50%로 강화하는 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 역시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개정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여 년간 총수가 소수지분을 가지고 대기업집단을 지배하는 것은 순환출자때문이라고 보고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지주회사로 전환하라고 적극 권유해 왔다.

신규순환출자를 금지한 현재에도 경영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시점에서 신규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을 10% 씩 인상한 것은 사실상 지금까지의 공정위의 정책과는 모순되는 입법활동이라고 비판이 가능하다. 즉, 순환출자기업의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막는 모순된 개정안이 되고 만 것이다.

최근 통화량의 급증으로 주식시장이 유례없이 호황인 점을 감안해 볼 때 사실상 이번 지분율 인상 개정안은 국내 상장사들의 지주사 전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순환출자를 통해서라도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수 없는 기업들에게 지주회사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하는 침해적 입법행위라고 할 수 있다.

개정안 중 경성담합 사건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제도 역시 문제다. 담합과 관련해서 소비자가 불공정 거래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직접 법원에 판매금지소송을 제기하도록 하는 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자칫하면 국내사업자들을 해외로 내모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담합은 공정위가 “상품시장획정”과 “묵시적 합의”에 대한 면밀한 법리검토를 마친 후 법원에 제소해도 패소하는 경우가 많은 사안이다. 그럼에도 누군가 신고가 하면 공정위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도 검찰이 막바로 수사를 하고 재판에 회부된다면 국내에서는 독점 사업자 이외에는 모든 기업인이 사업하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담합이나 시장지배력 남용,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적용하는 과징금의 최고한도를 2배로 인상하기로 하는 안 역시 문제이다. 그동안 기업들에게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을 부과하면서 행정벌인 과징금마저 부과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이번 개정안을 통해 과징금을 2배로 인상하는 것은 현행 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서 국내자본의 해외투자를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대상을 총수일가 기준을 현행 상장사 30%, 비상장사 20%를 20%로 일원화하고, 이들이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한 개정안 역시 문제이다. 이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현행 200여개에서 400여개 이상으로 2배가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국내투자를 억제하는 부작용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감몰아주기가 때로는 사업자간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기업입장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필요한 경영전략 중 하나인 경우도 많다. 특히,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규제나 금산분리규제, 기업결합 규제 등과 같은 각종 규제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국내 자산가들은 일감몰아주기라는 규제 때문에 불가피하게 국내 기업보다는 해외기업을 인수하는데 더 많은 투자를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여당과 공정위의 안대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이러한 자본해외유출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중차대한 시점에서 전사(戰士)들의 수족을 묶어 놓는 우를 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정안은 전면 보류하고 새로운 4차산업혁명형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이 다시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