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반기 노사관계 특징

올해 초 우리 노사관계는 경기부진과 노동계의 조직화 경쟁으로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산업현장은 구조조정 이슈로 인한 노사분규 증가와 양 노총간 제1노총 지위 경쟁에 따른 현장 불안이 우려됐다. 2019년말 고용부 공식집계에서 민주노총이 제1노총이 되었고, 올해 1월 새롭게 출범한 한국노총 신임 집행부는 제1노총 지위 회복을 예고했다.

그러나 1월말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우리 경제와 노사관계는 당초 예상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WHO는 ‘Pandemic’을 선언(3. 11)했고, 코로나19 사태는 장기화됐다. 제조, 항공, 관광, 해운 등 대부분 업종은 해외입국 제한, 수출 및 생산 차질 등으로 피해가 급증하며 실물경제와 고용시장이 악화됐다.

그 결과 올해 2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3.3% 감소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22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산업 생산은 1~5월 연속 감소했고, 5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63.4%로 글로벌 금융위기(’09. 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용시장의 피해도 심각했다.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된 3월부터는 취업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특히 많은 임시·일용직, 자영업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용불안 및 기업경영 위기 상황 해결을 위한 지원대책 마련에 집중했다. 고용노동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상향, 여행업·관광숙박업·관광운송업·공연업 등의 특별고용위기 업종 지정, 고용위기지역에 대한 기간 연장 등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특별연장근로 사유 확대를 추진했다. 또한 정부는 역대 최대규모로 3차 추경을 마련했으며, 35조1천억원 규모의 3차 추경 예산이 7. 3 국회를 통과했고, 이 중 고용안정을 위한 예산이 10조원이다.

노사정도 경제 위기극복에 나서며 고용유지와 기업 살리기를 위한 사회적 대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 5월 20일 민주노총도 참여하는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출범했고, 노사정은 40여일간 논의 끝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잠정합의안은 민주노총 내부갈등으로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노사정대표자회의’ 최종 협약식은 무산됐지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본위원회에서 잠정합의안을 일부 수정·보완해 의결하고 대통령이 참석하는 노사정 협약식(7. 28)을 개최했다.

코로나19 위기상황은 산업현장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노사분규 건수와 근로손실일수는 전년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① 기업단위 임단협 개시가 늦춰졌고, ② 노동계의 투쟁동력 결집의 어려움, ③ 고용유지를 위한 정부의 노력, ④ 위기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화 분위기 등 요인들이 노사분규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상반기 노동계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 감염병 예방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로 총파업 등 장외투쟁을 예년과 같이 추진하지 못했다. 또한 주요 완성차사 등 대형 사업장에서 올해 임단협 요구안 확정과 노사 상견례 개시가 전년보다 늦게 진행됐다.

2020년 하반기 노사관계 전망

하반기 노사관계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치 않다. 코로나19로 피해가 큰 항공, 호텔, 관광 등 서비스업을 비롯한 업계 전반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상반기에 늦춰졌던 임단협이 본격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현장에서의 노사갈등이 발생할 우려도 크다. 양 노총은 상반기부터 구조조정 사업장에 대한 연대투쟁 지원을 위해 중앙단위 대응체계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고용안정을 위한 대책을 지속하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노사정 협약 이행 방안 마련에 주력할 방침이다.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취약계층 생계지원, 실업자 재취업 지원 강화 등 정부의 재정지원을 통한 고용안정 대책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예정이다.

한편, 하반기부터 정부가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인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 법률 개정도 노사관계 주요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등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6. 30)했다. 개정 노조법의 핵심 내용은 해고자·실업자의 기업별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실질적인 노동조합 활동이 기업 단위로 조직되고 실행되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할 때 근로조건 향상과 같은 기업 내부 이슈에서 벗어나 해고자 복직 등 개별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치·사회적 이슈로 확대될 우려 등의 문제가 있다. 또한 노조의 단결권을 강화시켜 노사간의 힘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산업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단결권 확대·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면 사용자 측의 대항권인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제도개선, 파업시 사업장 점거금지 등도 함께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권은 21대 총선 과정에서 노동계와 맺은 정책협약 등을 바탕으로 노동계 요구사항이 다수 반영된 법안들의 입법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21대 국회 개원(5. 30) 이후 현재까지 계속근로기간 1개월 이상인 근로자에 대한 퇴직급여 보장, 기간제 사용 사유 제한, 업무 외 부상 또는 질병에 대한 병가제도 신설 등 기업경영에 부담이 되는 많은 법안들이 발의되어 있다.

또한 노사갈등 사업장에 정치권 개입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진행된 21대 총선 과정에서 노동계는 주요 정당과 ‘공동선대본’을 구성하거나 특정 정당 선거유세를 지원활동 등을 통해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시도했다.

노동계는 하반기 기업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투쟁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환경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하반기에 많은 기업들이 한계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업계 전반에서 구조조정 이슈가 있는 현안 사업장 중심으로 노사갈등 심화가 우려된다. 노동계는 구조조정 저지를 하반기 핵심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이며 중앙단위에서 현안 사업장에 대한 연대투쟁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하반기 양 노총은 사업추진 방식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총은 정부・정치권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중앙단위에서 영향력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부·여당에 ‘대선 정책협약 이행’을 요구하는 한편 여당과의 정책협의회 등을 통해 정책 개입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정 협약을 바탕으로 정부와 정치권에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상병수당 도입 등 정책사항을 요구하는 한편, 집행부 핵심 공약 사업인 근로시간면제 확대를 위한 활동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 김명환 집행부는 「임시대의원대회」(7. 23)에서 ‘노사정대표자회의’ 잠정합의안 추인에 실패하며 총사퇴했고,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8. 11 기자회견을 통해 하반기 핵심사업으로 해고ㆍ구조조정 등에 맞선 투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와 관련한 내부갈등 여파와 코로나19 사태 지속 등으로 투쟁 규모가 예년보다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민주노총은 차기 임원선거가 12월경에 예정돼 있어 9월부터 본격적인 선거체제가 시작됨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장기화되는 경기침체 속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노사 모두 어느 때보다 힘겨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직면한 국가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노사는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고 합리적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