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반기 노동시장 평가

올 해 상반기 우리 노동시장을 짧게 비유하자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반적인 노동시장 지표가 악화된 상황이지만 거기에 더 큰 위기까지 내포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먼저 상반기 노동시장 상황은 전체적인 활력 저하, 여성‧청년 등 취업취약계층의 고용상황 악화, 잠재적 실업 위험 증가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시장 전체 상황을 살펴보면, 상반기 취업자 수는 2,679만 9천명으로 전년동기대비 5만 9천명이 감소했다.

취업자 수 감소는 1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일 뿐만 아니라, 1월과 2월에 취업자수가 전년동월대비 각각 56만 8천명, 49만 2천명 증가하며 나름의 호조세였음을 감안하면 2월 이후 본격화된 코로나19 충격이 3월 이후 고용부진의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30, 40대 취업자수가 각각 10만 4천명, 14만 4천명 감소해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는데,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하고 가계를 부양하는 핵심 근로계층 취업자수 감소는 향후 한국 경제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취업시장이 극도로 위축되고 구직난이 심화되면서 올해 6월 기준 실업급여 지원인원은 71만 9천명, 지원금액도 1조 1,383억원에 육박, 49만 4천명에게 7,060억원을 지급한 전년 동월에 비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청년, 여성의 고용상황은 상대적으로 더 악화되었다. 청년층 고용상황이 매년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오긴 했으나, 그 가운데에서도 5년간 증가세를 보였던 25~29세 청년층의 취업자수가 올해 상반기에는 2만명 감소하였다.

해당 연령대가 실질적인 첫 취업 연령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올 해 청년층의 신규 노동시장 진입이 더욱 어려워졌음을 시사하고 있다.

여성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취업자 수가 3만 3천명, 고용률이 1.2% 감소해, 남성(취업자수 2만 7천명 감소, 고용률 0.8% 감소)보다 코로나19에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반기에 전체 실업자는 119만 4천명으로 전년동기대비보다 오히려 1만 5천명이 감소한 상황이었으나, 여성 실업자는 52만 1천명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1만 9천명 증가했다.

남성 실업자가 67만 3천명으로 전년동기대비 3만 3천명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앞선 지표들보다 훨씬 우려되는 것은 일시휴직자의 급증이다. 상반기 동안 일시휴직자가 59만 1천명 증가해 전년동기대비 144% 상승했다.

특히 휴직 사유가 ‘사업부진, 조업 중단’인 경우는 전년동기대비 8배 증가했는데, 이를 통해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시 휴직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가 계속될 경우 이렇게 일시적으로 휴직 상태에 있는 인원들이 모두 실업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바로 이 점이 하반기 우리 노동시장의 가장 큰 위험요소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하반기 노동시장 전망 및 제언

올해 하반기 노동시장은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셧다운 상황과 2차 대확산에 따른 내수 부진이 지속된다면 실물경제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노동시장의 뇌관을 터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OECD는 2차 확산이 일어날 경우 우리 경제 성장률이 –2.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 바 있고, 한국은행도 최근 코로나 재확산에 따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2%에서 –1% 안팎으로 낮출 것이라고 알려졌다. 이러한 역성장은 우리 노동시장에 큰 부담이다.

여기에 더해 수출 중심 한국경제로서는 세계 경제의 침체도 걱정이다. 세계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회복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세계 시장에서 우리 주력 산업 품목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경우,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 및 전산업 고용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 취업자가 11만명 증가하고 연간으로는 3만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30만명의 1/10 수준에 불과한 수치지만, 이마저도 상황에 따라 하향 달성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만약 기업의 경영악화가 지속되어 일시휴직자 59만명이 실업자로 전환되고, 현재 숙박업, 음식업 등 대면산업 중심으로 감소하던 취업자가 제조업에서도 감소하기 시작하면, 노동시장에 부정적 연쇄효과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상반기 노동시장이 정부의 추경 편성, 단기 일자리 창출, 고용유지 기업 지원 등 한시적 예산 집행으로 버텨온 상황임을 감안하면, 하반기 고용 충격은 예상보다 크게 다가올 수 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는 노사의 노력만으로 극복해낼 수 있는 상황은 지났다고 보이며,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제대로 된 로드맵이 절실하다.

고용안정지원금 지원 기간 연장, 특별고용지원업종의 추가 지정은 고려해볼만 하다. 그러나 재정에 한계가 있는 만큼 우선 순위를 정해 정말 필요한 곳에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을 시행하되, 불요불급한 사업부문의 예산은 최대한 삭감하고 전용하여 기업 지원에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 사회안전망에 미흡한 부분이 드러났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기존 고용보험제도와 2021년부터 실행될 실업부조(국민취업지원제도)가 중층적‧단계적 사회안전망으로 제대로 기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제도가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설계 시점에서 정책 대상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적용대상의 특성에 부합하는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위기를 겪으며 사회안전망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가 구축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는 점을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기업의 생사가 우리 경제의 생사를 좌우하고 노동시장의 생사마저 좌우하게 된 만큼, 우리 경제를 위해 기업을 지원한다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어려움 속에서도 생존하여 국부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최근 논의되고 있는 1년 미만 근로자 퇴직급여 적용, 각종 유급휴가제도 신설 등 기업 경영활동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정책은 지양되어야 하며, 이미 도입된 제도들도 속도 조절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신중히 검토해보아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완화 및 지원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경제산업 환경 속에서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고용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로드맵 마련도 시급하다.

다행히 지난 7월 28일, ‘노사정 대표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을 체결하여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기 위한 협력의 토대를 마련한 바 있다. 이 협약 정신을 기초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이 끝을 알 수 없는 살얼음판을 무사히 건널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