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 영 균 광운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21대 국회 들어 유통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법안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유통업계의 걱정이 태산 같다. 규제 강화에 대한 비판적 기사가 넘쳐나고 규제의 효과에 강한 의문을 던지는 방대한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음에도 정치권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막무가내 밀어붙일 태세다. 합리적 비판과 우려에 눈과 귀를 닫고 거짓된 정보와 무모한 논리로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차안대를 쓴 경주마와 다름없다.

대다수 유통 규제는 유통산업발전법에 근거하고 있으며, 대규모점포등의 등록(출점) 및 영업 제한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1997년 4월 법 제정 당시에는 이러한 내용의 규제가 없었으나, 대규모점포등이 급격히 확산되고 이로 인해 대규모유통업체와 중소유통업자, 시장상인 간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2010년 11월 전통상업보존구역의 지정 및 대규모점포등의 등록제한을 시작으로, 2013년 1월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범위 확대, 상권영향평가서 및 지역협력계획서 제출 의무 등을 내용으로 대폭 강화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최근 발의되어 업계의 심한 반발은 물론 학계의 큰 우려 대상이 되고 있는 법안은 모두 현행 유통 규제를 유지·강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들 법안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과 그 개선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부 개정안은 전통상업보존구역 및 준대규모점포 관련 현행법 제48조의2의 존속기한의 5년 연장을 담고 있다. 이는 관련 규정의 일몰기한이 임박하여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전통시장을 비롯한 중소유통업자 보호가 불가능해지고 따라서 유통산업발전법의 입법·운영취지인 유통산업의 균형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단지 일몰기한이 도래하였다는 이유로 이를 연장하는 것은 당초의 약속에 반하는 것으로 원칙과 신뢰를 무너뜨리고 예측가능성을 저해한다.
일몰규제는 법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일정기간 동안만 효력을 부여하는 방식의 규제로 환경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하여 규제개혁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다. 일몰규제는 임시적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해당 조항이 일몰규제 대상으로 적절한지, 일몰기한이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가 사전에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일몰기한을 연장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당초의 입법취지를 바꾸는 것이므로 반드시 연장의 필요성에 대한 입증 차원에서 사후적 평가를 통해 “존속시켜야 할 명백한 사유”가 제시되어야 한다. 나아가 시대변화에 따라 일몰조항의 내용이 절대 존속해서는 안 되거나 전혀 의미가 없는 경우에는 일몰기한 이전이라도 폐지되어야 한다.

둘째, 개정안은 지역협력계획서 이행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여러 조치를 담고 있다. 이들 조치에는 유통업상생발전심의회를 두고, 심의회로 하여금 지역협력계획서등을 심의하고, 정기적으로 이행실적을 평가·점검하며, 이를 공개하도록 하고, 개선권고 및 이행명령을 받고도 대규모점포등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지역협력계획서의 실효성을 제고하겠다는 제안 이유와 제시된 방법은 대체로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긴 하나, 그 중 이행강제금의 부과는 유사한 규제(예를 들어, 사업조정제도나 생계형 적합업종제도)를 고려하여 합리적인 범위에서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등록 및 영업제한 대상인 대규모점포의 범위를 기존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SSM)에서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면세점 등으로 확대하는 입법안도 발의되어 있다. 백화점이나 면세점은 애당초 중소유통업자나 상인과는 다른 시장을 타겟으로 하고 있고, 복합쇼핑몰은 생활문화 공간으로서 쇼핑 이외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소비자 후생과 직결된다. 이들에 대한 등록 및 영업 제한은 논리적으로나 경험적으로 규제의 당위성이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산업 발전과 소비자 후생에 직접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의 경우를 보더라도, 학계에서 이루어진 지난 10년 간의 연구는 입법 취지나 규제옹호론자의 주장과는 달리 이들에 대한 규제가 골목상권의 보호나 중소상인의 매출 증대라는 정책목표의 달성에 유의미한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대규모점포등의 출점이 집객효과로 인해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 폐기가 아닌 강화로 나아가자는 주장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넷째, 전통상업보존구역의 범위를 전통상점가의 경계로부터 현행 1km 이내에서 최대 20km까지 확대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나 상업지역의 전부 또는 일부를 중소유통보호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중소유통업 보호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은 과잉입법의 전형에 가깝다. 지자체장의 자의적 해석이나 판단에 따라 중소유통보호지역을 설정하는 경우 사실상 모든 지역에서 대규모점포의 자유로운 출점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진입 규제에 의한 경쟁의 제한은 온라인 유통이 급성장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유통산업의 침체로 귀결될 것이 자명하다. 설령 전통상업보존구역이나 중소유통보호지역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지정에 앞서 합리적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여 중소유통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물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공동체 구성원의 사회적 합의과정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 당연하다 할 것이다.

하나의 사회경제시스템으로서 유통산업은 어두운 면이 있는 반면 밝은 면이 있고, 무질서해 보이지만 질서가 있다. 이를 도외시한 채 애매한 선악의 잣대와 상식에 반하는 논리로 시장을 교란하고, 감내하기 힘든 고통과 희생을 강요하며 기업을 옥죄는 것은 아무리 그것이 선의에서 비롯되었다 하더라도 수용하기 어렵다. 작금의 유통규제는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기는 하나, 제대로 된 정책 평가 없이 규제강화 일변도로 진행되어왔다.

그 결과, 대중의 호응을 상실한 소수의 기회주의적 중소유통업자나 고집스런 시장상인이 기득권을 지키는 동안, 국민경제의 혈관이자 국가 경제력의 징표인 우리의 유통산업은 불행히도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게 변변한 글로벌 유통기업 하나 없는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더 이상 이러한 불행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냉철한 성과평가에 기초하여 유통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설계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는 소비자 후생의 제고가 되어야 한다. 소비자는 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