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20년 9월 23일 ‘선진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홍석준 국회의원(국민의힘)이 주최하고 경총이 주관하였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 준수를 위해 청중 없는 온라인(Youtube 생중계) 토론회로 진행됐다. 토론회 영상은 경총 유튜브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다(https://youtu.be/XANaP5xbHQk). 아래에는 토론회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 발제자 및 토론자

– 좌 장 : 김태기 단국대 교수

– 발 제 :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단체행동권 제도 개선 방향)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부당노동행위 제도 개선 방향)

– 토 론 :

이 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종석 좋은일터연구소 소장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
김수진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장
장정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

[축사] 홍석준 의원(국민의 힘, 대구 달서구갑)

코로나19 감염 확산 때문에 힘들다고 하지만, 한국 경제는 구조적으로 위기상황에 있다. 잠재적 성장률 자체가 위축되고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사회 각 부문에서 기업의 생산성과 개인의 경쟁력 향상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가 많아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세계적으로 가장 경직되어 있습니다. 노동의 탄력성・유연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지만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 특히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하여 많은 기업과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 오늘 전문가들이 국민과 언론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시길 당부드린다.

[개회사]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

우리나라는 협력적 노사관계를 갖추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대립적·갈등적인 노사관계를 갖고 있다. 이미 불법점거 및 물리적 강압 등 투쟁적 노동운동 관행이 만연한 가운데, 해고자나 실업자 등의 노동조합 가입으로 인해, 회사의 경영 이슈를 넘어서 사회적 문제제기와 정치파업까지 일상화된다면 현장 노사관계의 혼란과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이 삭제되면 노동계의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및 근무시간 중 유급 노조활동의 확대 요구와 관련한 노사갈등도 커질 것이 우려된다. 노조전임자 급여는 제도 본질상 회사의 지원 없이 노동조합 자체 조합비로 충당하는 것이 국제규범과 노동조합의 자주성에 부합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조합의 재정상 어려움을 감안하여 노사의 협력적 관계를 전제로, 기업이 근로시간면제제도를 통해 지원해오고 있는 제도인데, 정부안은 노조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지급을 합리화하고 기업이 더 많은 전임자에 대해서 임금을 지급하도록 할 수 있는 법적 소지를 담고 있어 노동조합의 자주성에 관한 ILO 핵심협약인 제98호 협약에 정면으로 상치될 뿐만 아니라, 선진 경쟁국의 추세에도 역행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안과는 반대로 전임자 임금 지급이 더욱 엄격하고 최소화되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 이번 기회에 사용자 측에 극히 불리하게 규정된 제도들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되도록 함께 개선하여, 기형적이고 후진적인 노사관계를 정상화해 나가고 노사관계의 균형을 통한 합리적·선진적인 노동제도를 정착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쟁의행위시 노동조합의 사업장 점거를 금지하고, 파업으로 인해 생산활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대체근로를 허용함으로써 사용자의 대항권을 보장하고, 사용자에게만 부과된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을 삭제하되 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도 규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노사 간 힘의 균형이 조화를 이룬 가운데, 노사가 win-win 하는 협력적·균형적인 선진노사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발제1]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단체행동권 제도 개선 방향

ILO 핵심협약 비준을 목적으로 정부가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노조법 개정에 따른 파급효과와 국내 보완대책의 부재로 인한 부작용이 예상되므로 법제도의 비교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영향도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노조법 개정에 대한 보완 입법대책으로 대체근로 금지규정 삭제, 직장점거 형태의 쟁의행위 금지, 직장폐쇄 요건 명확화, 유니온샵 허용 조항 삭제 등의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특히 현행 대체근로 금지제도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할 경우 해당 사업과 관련이 없는 자를 사용하여 조업을 계속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여, 사용자의 조업의 자유를 완전히 침해하는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기업의 자유를 현저하게 제한하는 한편,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만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비례 원칙에도 위배되어 위헌의 소지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무기대등성원칙에 위배되고 사용자의 영업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여 수단의 적절성이 부정되며, 다른 제도에 대한 검증 없이, 곧바로 대체근로를 전면 제한하는 입법적 수단을 택함으로써 침해 최소성의 원칙에 위반된다. 이처럼 분명한 위헌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근로 금지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법질서 전체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이와 같은 헌법 위반의 문제 이외에도 대체근로 전면 금지는 쟁의행위 과정에서의 노동조합의 쟁의권 보장에 편중된 제도로서 노사간 대등성 확보 요청에도 위배되어 쟁의행위시 힘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그밖에도 노동조합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투표 기간이 정함이 없는 것, 직장폐쇄 요건의 불명확성과 행정당국의 지나치게 엄격한 운영 관행, 부당노동행위에 시 사용자에 대한 처벌규정 존재 등은 현행 노조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으로서 개정이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부당노동행위 제도는 원상회복을 넘어 사용자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부당노동행위 제도가 발생한 미국,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규정을 가지고 있는 일본 등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없는 매우 무리한 입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일본 등은 손해배상을 중심으로 하는 민사상 원상회복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유럽 여러 나라들은 부당노동행위 규정 자체가 없어 사용자의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지배・개입에 대해 국가 형벌권이 개입하는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고는 부당노동행위 금지를 일반적으로 법제화하고 사용자를 처벌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해외 사례 이외에도,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용자 처벌은 법체계상 문제, 제도의 취지와의 부조화, 과잉 형벌 및 이중처벌의 문제 등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에서 심리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현재 사법부의 편향성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의 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산재 유족 특별채용을 규정한 단체협약 조항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그 이외의 각종 통상임금 및 평균임금 소송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대법원은 노동계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기 위해 법리를 무시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법권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어 입법권을 침해하는 사례도 보인다. 이는 노동의 사법화가 심화되면서 나타난 매우 심각한 문제점이다. 이 역시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비판이 이루어져야 하리라고 본다.

[발제2]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제 : 부당노동행위 제도 개선 방향

정부의 노동정책이 고용과 성장률 악화의 원인이 된다. 특히 산업현장에서는 사용자의 정당한 징계나 통상적인 노무관리, 단체교섭 상황에서조차 노동조합이 사용자에 대한 압박의 수단으로 부당노동행위를 이슈화하고 고소·고발을 남용하는 사례가 많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부당노동행위제도가 있는 미국, 일본에는 형사처벌 규정이 없으므로 우리나라도 이에 맞춰 처벌 규정을 삭제하고 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 제도를 신설해 노사가 대등할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야 한다.

[토론] 이 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번 국회에 상정된 노조 관련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해고자ㆍ실업자 및 공무원에 대해 노조가입을 전면적으로 허용하고,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을 허용하는 등 그간 노동계가 요구해온 사안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ILO 핵심조약 비준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과연 이런 전략으로 기존의 노사관계 및 노동관행과 균형 잡힌 개혁을 이룰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모든 근로자가 자유롭게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을 허용하는 것과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을 삭제하는 것 자체는 매우 이상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규정이 아직까지 존속하고 있는 이유는 실제 노동현장에서는 법과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경우에도 신분상의 특수성 때문에 일반 근로자와는 달리 노동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비교법적으로도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노동법 개정은 전체 근로자를 적용대상으로 하므로 더욱 신중해야 하고, 이해당사자들 간의 세심한 의견조율이 필요하다. 성과주의에 집착한 나머지 서두르다 보면 졸속입법이 되기 십상이고 또 다른 분쟁만 야기할 뿐이다.

또한 최근 노동사건에 대한 사법판단을 보면, 최근 전교조 사건을 비롯하여, 통상임금, 연장근로, 불법파견 등을 둘러싼 소송 결과에서 보듯이 대단히 정치적 성향을 띠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노사관계는 노자(勞資)간의 견제와 균형을 전제로 하는 만큼 어느 정도 이데올로기적 성향을 띨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특징이 가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에 따라 같은 사안에 대해 일관성 있는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일관성 없는 판결을 내리게 되면 산업현장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에는 사법판단의 쏠림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현 정권은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규직 전환 등을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 그 후유증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노동법 개정의 성공 여부는 노사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얼마나 균형 있게 조정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심과 더불어 냉철한 판단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너무 인기에 영합한 나머지 사자 머리에 치타의 다리, 악어꼬리를 가진 괴물이 탄생하는 합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가 없기를 바란다.

[토론] 최종석 좋은일터연구소 소장

ILO협약 비준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 노동계, 경영계,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모두 기본적인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ILO협약의 비준 상황은 국가별로 상이한 제도적 여건과 사회문화적 환경에 따라 회원국 사이에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ILO 핵심협약 8개도 미국, 일본 뉴질랜드 등은 미비준 협약이 있다. 결국 국제노동기준은 위반시 강력한 제재를 받기보다는 노동권에 대한 보편적 인식에 기초한 기본정신을 존중하라는 취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국내법과의 충돌 가능성 등을 이유로 일부 ILO 핵심협약을 미비준하고 있다고 해서 노동권에 있어 과연 후진국인가의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ILO협약의 기본정신과 국내 실정에 대한 면밀한 비교분석을 통해 ‘합목적성’을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의 법적 권리는 헌법 정신에 비추어 존중될 필요가 있으나 당사자 간의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정성’이 중요한 가치이다. 당사자들이 수용 가능할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규칙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정착시키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된 노동법 개정안은 ‘노사 대등성’을 실현하는 데는 미흡한 점이 많다는 것이 오늘 발제된 내용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경영계 요구사항이기에 앞서 제도적으로 충분히 검토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노사관계 합리화를 위한 검토 필요 사항들이 현재의 정부 법안에 빠져 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이들 쟁점 사항들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국가기관의 판단 못지않게 현실 노사관계에서 합리적, 지속적으로 작동 가능한 규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노사의 의견 반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토론]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

노동계에서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법을 개정하겠다는 약속은 현 정부의 특별한 입장이 아니라 이전부터 논의되어 오던 사항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개정과 제도 개선이 계속 추진되어야 한다.

[토론] 김수진 고용부 노사관계법제과장

해고자, 실업자 등의 노동조합 가입에 관한 사항,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 근로시간 면제제도에 관한 사항 등 노동법 개정에 대한 정부안은 정부의 제안에 해당할 뿐이며 확정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므로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정부가 개정안에 대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주장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있으며, 이후에도 토론회와 공청회 등 여러 가지 의견 수렴 절차가 마련될 예정이다. 노사와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의견 제시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