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법원 2020.8.27. 선고, 2016다248998 전원합의체 판결
– 산재유족 특별채용의 단체협약 유효성

1. 사건 개요

망인은 1985년 자동차 제조업을 영위하는 A회사(이하 ‘A사’)에 고용되어 근무하다가 2008년 계열기업인 B회사(이하 ‘B사’)로 전적하여 근무하였고, 2010.7.19.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하 ‘이 사건 질병’)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다. 망인은 A사에서 최소 15년 정도 벤젠에 노출되었고 이 사건 질병과 벤젠의 인과관계가 분명하여 업무상 질병을 인정받았다.

산재유족 특별채용과 관련하여, A, B사의 단체협약 및 인사규정 내용은 아래 표와 같고, A, B사는 이와 유사한 내용의 조항을 1990년대 중반부터 각자의 단체협약에 반복해서 두었다.

망인의 자녀(이하 ‘원고’)들은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근거하여 주위적으로 A사를, 예비적으로 B사를 상대로 고용계약 청약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청구했다.

이에 1심(서울중앙지법 2015.10.29. 선고, 2014가합17034 판결) 및 원심은(서울고법 2016.8.18. 선고, 2015나2067268 판결)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라고 판단했다.

2. 판결 요지

대법원은 단체협약이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인지 판단하려면 다음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시했다.

※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첫째, 헌법 제33조 제1항이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것은 집단적 합의에 의한 근로조건 등을 자기 책임하에서 합리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권한을 노사에 부여함으로써 협약자치를 보장한 것이다.

둘째, 단체협약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면 그 법률적 효력은 배제되어야 하나, 단체협약이 헌법이 보장한 노사의 협약자치 결과물인 점, 노동조합법에 의해 이행이 강제되는 점 등을 고려하여 법원의 후견적 개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셋째, 헌법 제15조(직업선택의 자유), 제23조 제1항(재산권) 등에 기초하여 사용자는 채용의 자유가 있으나, 이러한 자유를 스스로 제한하여 근로자 채용에 관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그 내용이 강행법규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이상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

넷째,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채용 기회의 공정성을 현저히 해하여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지 여부는 △단체협약 체결 이유와 경위, △단체협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과 수단의 적합성, △채용대상자가 갖추어야 할 요건 유무와 내용, △사업장 내 동종 취업규칙 유무, △단체협약 유지 기간과 준수 여부, △일반채용에 미치는 영향과 구직희망자들에 미치는 불이익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다음 이유를 들어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A, B사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정도에 이르거나 채용 기회의 공정성을 현저히 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 없는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첫째,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이 법령이 정한 내용에 한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보상의 내용 및 수준은 그 자체로 중요한 근로조건에 해당하는데, 노동조합은 근로조건 유지·개선,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요구했고 A사는 이를 받아들여 근로자들의 업무 충실 유도·노동조합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 반대의견은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사망한 조합원의 가족과 사용자 사이의 근로관계를 창설할 상대방을 정하는 것으로 근로조건에 관련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보았다.

둘째,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의 자녀와 달리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가족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실질적 공정을 달성했다.

※ 반대의견은 보상의 기준이 사망근로자가 아닌 유족이 기준이 되는 점, 신체검사 결과 불합격할 정도의 결격사유가 있다면 보호의 필요성이 더 큼에도 채용되지 못한 사례가 있는 등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부적절하고 불공평하다고 밝혔다.

셋째, 헌법 제32조 제6항 및 관련 법령은 국가유공자, 상이군경 등 특정 범위의 사람에게 보상과 보호의 목적으로 채용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이러한 취지와 정신을 기업 단위에서 자치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 반대의견은 법률의 취업지원 규정들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규정된 것이며, 일정 수준의 경쟁을 전제(가산점 부여)로 하는 것으로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채용하도록 강제하는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과 다르다고 보았다.

넷째,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사용자가 ‘어떤 조건에서’, ‘누구를’ 채용할 것인지 미리 정하는 ‘자기구속적 약속’을 한 것으로 헌법상 보장된 채용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과 성격이 다를 뿐 아니라,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 발생 시, 결격사유가 없는 경우로 채용 대상을 한정하고 있어서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

다섯째, A, B사는 1990년대 최초로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포함된 단체협약을 체결한 이래, 2년마다 단체협약을 새롭게 체결하면서 해당 조항을 계속하여 포함시켜 왔으며, 실제로 A사는 유족 9명을, B사는 유족 52명을 특별 채용했다.

여섯째, A, B사의 사업 규모, 신규채용한 근로자 숫자 대비 유족 채용의 비율, 공개경쟁채용 절차가 아닌 별도의 특별채용 절차를 예정하고 있는 점까지 감안하면 구직희망자들의 채용 기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

※ 반대의견은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구직희망자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여 공정한 채용에 관한 정의관념과 법질서에 어긋난다는 입장임.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효력에 대하여 대법관 이기택, 민유숙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했다.

반대의견은 업무상 재해에 대해 사용자가 보상하는 방식이 구직희망자를 희생하거나, 사망근로자 중 일부 유족이 보호에서 제외되는 방식이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협약자치를 중요한 근거로 들고 있는데, 그렇다면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의 가족 등을 특별채용하는 단체협약 내용도 존중되어야 할 것인바, 이는 일자리 대물림으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조항까지 보호하는 결과에 이른다는 점을 지적했다.

3. 시사점

금번 판결은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 이를 판단할 때에는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정도에 이르거나 채용 기회의 공정성을 현저히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그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나 금번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반대의견과 같이 업무상 재해에 따른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일부 구직희망자에 대한 차별이자 결격사유가 있는 산재유족 등에게는 보장되지 않는 등 불공정·불합리한 방식인바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무효로 보아야 타당할 것이라는 비판도 많다.

한편, 금번 판결은 산재유족 특별채용의 유효성을 판단의 근거로 노사 협약자치에 대한 법원의 후견적 개입을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는데 이는 통상임금에 대한 노사합의를 부정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대법원 2013.12.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과 상치된다.

법원은 2013년 판결 이후 최근까지도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사합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회사에 일방적인 부담을 지우고 있는데, 객관적 판단이 요구되는 법원이 노사합의에 따른 협약자치를 사안에 따라 달리 적용하고 있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신뢰 보호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2] 대법원 2020.9.3. 선고, 2016두32992 전원합의체 판결
–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관련

1. 사건 경과

전교조 조합원 가운데 해직 교원 9명이 포함되어 있고(전체 약 50,321명, 2018. 9. 기준) 규약에도 해직 교원의 가입을 허용하고 있어, 고용부로부터 규약 시정명령을 받았으나 이행하지 않아, 고용부는 「노조법」 제2조제4호라목, 「노조법 시행령」 제9조제2항, 「교원노조법」 제2조를 근거로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하였다.

노조설립신고서가 반려되어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경우, 법외노조는 민형사상 면책, 조세 면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권 등 노조법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관련 사건 소송 경과는 아래와 같다.

2. 판결 요지

대법원은 다음 이유로 고용부가 전교조에 대하여 노조 아님 통보(법외노조 통보)를 한 근거 규정인 노조법 시행령이 무효이므로, 무효인 시행령에 근거한 법외노조 통보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첫째, 노동조합에 대하여 법외노조임을 통보하는 것은 노조법상 보호만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하는 것이다. 둘째, 현행 노조법에는 법외노조 통보에 관하여 규정이 없고, 이를 시행령에 규정하도록 위임하지도 않았는데, 시행령이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규정한 것은 헌법상 법률유보 원칙에 반하여 무효이다.

※ 반대의견은(이기택, 이동원 대법관)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노동조합에 대한 고용부의 법외노조 통보는 정당하며, 노조법의 구체적인 위임이 없더라도 적법・유효하다고 보았다.

3. 시사점

현행 노조법에 근로자가 아닌 자(해고자・실업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해 있을 때에는 노조 설립신고를 반려하도록 하는 내용이 규정되어 있음(노조법 제12조 제3항)에도 불구하고, 노조설립 이후 그와 같은 결격사유가 발생한 경우 설립신고를 취소할 수 있는 절차가 사라져, 사실상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된 것과 같은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3]대법원 2020.9.3 선고, 2015도1927 판결
– 원청 사업장에서의 쟁의행위 관련

1. 사건 개요

도급업체인 회사(이하 ‘A사’)는 수급업체와 용역위탁계약을 체결하여 시설관리업무, 청소미화업무 등을 수행했다. 수급업체에 고용된 근로자들은 수급업체가 변경되더라도 신규 수급업체로 고용승계되어 A사 사업장에서 동일한 업무를 계속 수행(이하 수급업체를 통칭하는 경우 ‘이 사건 수급업체들’이라 함)했다.

이 사건 수급업체들의 근로자들은 OO노동조합 A사 지회(이하 ‘A사 지회’) 소속 조합원으로, 이 사건 수급업체들을 상대로 한 단체교섭이 결렬된 후 노동쟁의 조정절차도 불성립되어, 지회 소속 조합원들의 찬반투표를 거쳐 ‘12.6.25. 파업에 돌입했다.

소속 조합원 3~40명은 3일간 1~3시간에 걸쳐 A사 사업장 내 본관 건물 및 건물 사이 인도에서 차량에 설치된 확성기를 틀어놓고 이 사건 수급업체들에 대하여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율동과 함께 노동가를 제창하며 집회를 했다. A사 청소업무 수급업체인 회사(이하 ’B사‘)는 파업으로 중단된 청소 등의 업무를 위해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원심(대전지방법원 2015.1.15. 선고, 2014노390 판결 참조)은 이 사건 집회와 대체인력 투입 저지행위를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다.

2. 판결 요지

대법원은 도급인은 원칙적으로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사용자가 아니므로,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도급인 사업장에서 일어나 도급인의 형법상 법익을 침해한 경우에는 사용자인 수급인에 대한 관계에서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갖추었다는 사정만으로 도급인에 대한 관계에서까지 법령에 의한 정당한 행위로서 법익 침해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시했다.

다만, 사용자의 수급인에 대한 정당성을 갖춘 쟁의행위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져 형법상 보호되는 도급인의 법익을 침해한 경우, 그것이 항상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고,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밝히면서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다.

업무방해 및 퇴거불응과 관련하여, 수급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도급업체인 A사 사업장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하더라도 다음 이유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다.

먼저, 동 집회는 이 사건 수급업체들을 상대로 임금인상, 성실교섭 촉구 등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으로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및 경제적 지위 향상이라는 정당한 목적달성을 위한 것이며, 단체교섭이 결렬되고 노동위원회를 통한 조정도 불성립하자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에 돌입했다.

또한, 구호를 외치고 노동가를 제창하거나 행진을 하는 등 집회나 시위에서 통상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을 사용했고, 총 3일간 비교적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이루어졌으며, 폭력이나 시설물의 파괴를 수반하지 않았다.

한편, 집회 장소가 평소 이 사건 수급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도 통행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장소이고, A사 시설관리권을 배제하는 등 전면적이고 배타적인 점거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으며, A사 직원들이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데 실질적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A사는 본관 건물 지하에 A사 지회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해왔고, A사 지회는 A사 사업장 내에서 이 사건 수급업체들과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이에 더하여, 단체행동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근로제공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는 A사 사업장에서 쟁의행위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 있다고 보았다.

대체근로 저지에 따른 업무방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①A사 청소업무 수급업체인 B사가 대체근로자들을 투입한 행위가 위법한 대체근로에 해당하며, ②다음을 이유로 대체근로자들의 작업을 방해한 것은 위법한 대체근로자 투입에 대한 상당 범위 내의 실력행사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는바,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원심을 유지했다.

집회 참여 조합원들은 여러 차례 대체근로자들이 B사의 기존 근로자인지 여부를 확인하려고 했으나, 대체근로자들이 신분 확인을 해주지 않은 채 청소업무를 하려 하자 이를 제지했다.

또한, 구체적으로 대체근로자들의 앞을 막으면서 청소를 그만두고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치는 등의 방법으로 청소업무를 방해하였으나, 이는 폭력, 협박 및 파괴행위가 아닌 소극적·방어적 행위로 위법한 대체근로를 저지하기 위한 상당한 범위 내에 있다고 인정된다.

비록 일부 집회 참여자들이 대체근로자들에 의해 수거된 쓰레기를 복도에 투기하여 A사 본관 건물 일부 공간이 훼손되고 A사 직원들의 통행에 불편을 초래한 것은 사실이나, 쓰레기 투기행위 역시 대체근로자들의 근로 제공 결과를 향유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소극적 저항행위였다는 점에서 상당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3. 시사점

금번 판결은 도급인은 원칙적으로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사용자가 아니므로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갖추었다는 사정만으로 사용자가 아닌 도급인에 대한 관계에서까지 법령에 의한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당연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는 원칙은 재확인했다.

다만, 사내하도급의 관계에서 도급인은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근로로 일정한 이익을 누리고 이를 위해 근로 장소를 제공하는바, 수급인에 대한 정당한 쟁의행위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일어나 일정 부분 법익이 침해되더라도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이 경우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설시하면서, 도급인 사업장에서 발생한 수급인에 대한 쟁의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려면, ①수급인에 대하여 정당성을 갖춘 쟁의행위일 것을 전제로, ②△쟁의행위의 목적과 경위, △쟁의행위 방식·기간·행위 태양, △업무의 성격과 사업장 규모, △참여 근로자의 수, △쟁의행위 장소의 규모·특성·종래 이용관계, △도급인의 시설관리나 업무수행 제한 정도, △사업장 내 노동조합 활동 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최근 사내하도급 관계에서 원청의 책임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근 대법원은 원청을 상대로 쟁의행위를 한 것을 정당행위로 인정(대법원 2020.4.9. 선고, 2019도18524 판결 참조)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하청업에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교섭의무가 없는 원청업체에 대하여 하청업체와 공동 노력하라는 권고(2020.6.1. 행정지도 결정)를 내리기도 했다.

[4] 대법원 2020.8.20. 선고, 2017두52153 판결
– 계속근로기간 판단 관련1. 사건 개요

근로자 A와 B는 각각 광주광역시(이하 ‘원고’) 소속 ○○초등학교와 □□초등학교에서 2010.3.1.부터 기간제 근로계약을 1년 단위로 4차례 갱신해 오다가 4년이 되는 시점에 기존 근로계약기간 만료를 통보받았다.

A와 B는 원고가 소속 학교별로 2014년도 영어회화 전문강사 공개채용 절차를 진행하자, 이에 응시하여 최종합격 후 2014.3.1.부터 각각 ○○초등학교와 △△초등학교에서 새로이 근무를 시작했다. 공개채용 절차는 자격증 유무, 교육 경력 등을 평가 기준으로 합격 인원의 2배수를 선발(1차 서류심사)하고, 교수·학습과정안 작성, 영어 수업 실연 및 영어 심층 면접 등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2차 심사)하는 것이었다. 이후 ○○초등학교장과 △△초등학교장은 2015.2.28.자로 기간제 근로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A와 B는 계약기간 만료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접수했고,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를 인용하는 재심판정을 하자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원심은 A와 B가 4년을 초과하여 계속 근로했다고 봄이 타당하며,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할 것인바, 2015.2.28.자 계약기간 만료통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 판결 요지

대법원은 기간제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갱신되어 일정한 공백기 없이 계속하여 근로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초 기간제 근로계약에서부터 최종 기간제 근로계약에 이르기까지 기간 전체가 ‘계속근로한 총기간’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 기간제법(제4조, 동법 시행령 제3조제3항제1호) 및 초·중등교육법(제22조, 동법 시행령 제42조제1항)의 내용과 체계 등에 따르면, 사용자는 기간제 근로자인 영어회화 전문강사를 1년단위로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할 수 있으나, 이러한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갱신되어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4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무기계약근로자로 간주됨.

다만, △업무의 성격, △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과 관련한 당사자들의 의사, △업무 내용과 장소·근로조건의 유사성, △기간제 근로계약의 종료와 반복·갱신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나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기존 기간제 근로계약의 단순한 반복·갱신이 아닌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근로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는 다음을 이유로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A·B와 원고 사이에 새롭게 체결된 기간제 근로계약이 기존 기간제 근로계약의 단순한 반복·갱신이 아닌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된 것이어서 그 시점의 근로관계는 단절되었는바, A·B는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4년을 초과하지 않아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첫째, A·B는 초·중등교육법령에서 정한 4년의 근무기간이 지난 후에 기존 기간제 근로계약을 종료하는 절차를 거친 후 별도의 공개채용 절차를 거쳤으며, 공개채용 절차에서 최종 선발된 영어회화 전문강사 중 일부는 신규 응시자로 이 사건 공개채용 절차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실질적인 경쟁이 이루어진 신규채용 절차로 평가할 수 있다.

둘째, 종전과 비교하면, 원고는 1차 서류심사기준을 교원 자격 및 교육 경력 여부를 주요 평가 기준으로 변경했는데, 이는 기존 영어회화 전문강사들을 계속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기준을 변경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셋째, 공개채용 절차에서 기존 영어회화 전문강사들 중 일부는 자신이 근무하던 학교 이외의 다른 학교에 응시하기도 했는바, 이전 기간제 근로계약을 반복·갱신한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넷째, A·B에 대한 근로계약 종료·공개채용 절차가 기간제법에 따라 무기계약 근로자로 간주하는 규정 적용의 회피를 위한 의도로 이루어진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

3. 시사점

금번 판결은 ‘계속 근로한 총기간’을 판단함에 있어 새로운 기간제 근로계약 체결 전후의 사실관계(①당사자 의사, ②근로조건 유사성, ③채용 절차나 경위 등)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근로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시했다.

한편, 같은 날 부산광역시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재심판정 취소소송(대법원 2020.8.20. 선고, 2018두51201 판결 참조)에서도 영어회화 전문강사의 계속근로기간이 문제 됐으나, 대법원은 해당 강사의 계속근로를 인정하며 부산시의 상고를 기각했다. 부산시는 별도의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근무 학교를 재배치 한 것이 금번판결과 가장 큰 차이이며, 이는 금번 판결에서 판시한 것과 같이 구체적·실질적 사실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사료된다.

다만, 공개채용 절차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기간제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 단지 형식적인 채용 절차만 이루어진 경우라면 기간제 근로계약의 전후가 계속근로기간으로 인정될 수 있으며, 다른 사실관계가 종합적으로 고려되므로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비록 금번 판결은 지자체와 소속 공립학교 근로자 간 분쟁이기는 하나, 해당 법리는 기업 내 기간제 근로자의 계속근로기간을 판단하는데도 일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