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강인수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조 바이든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코로나19에 대한 잘못된 대응으로 인해 미국이 전 세계에서 확진자가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한 국가가 되었고, 이는 트럼프의 재선 실패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바이든은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구호로 내세우면서 코로나19 대응, 경제회복, 인종 평등, 기후변화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정했다. 대외적으로도 약화한 동맹 관계를 회복시키고 잃어버린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시키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바이든이 공약한 경제정책인 바이드노믹스(Bidenomics)의 핵심은 증세·친환경·인프라로 요약된다. 재정을 이용한 투자 증가로 일자리를 확대하고, 조세정책 개편을 통해 중산층을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규모 친환경 인프라 투자 등 공약추진 재원 마련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35%에서 21%로 대폭 내렸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다시 28%로 인상하고, 소득세 최고세율도 37%에서 39.6%로 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중산층 지원을 위해 최저임금을 2배로 올리고, 저소득층과 영세기업 등에 대해서는 감세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바이든은 정부조달에서 4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구매를 의무화한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과 ‘미국 국민에 의한 미국 내에서 생산(Made in All of America by all America’s workers)’을 강조하였다. 이를 통해 제조업을 재부흥시켜 미국 내 일자리를 확대하고 자국 중심의 생산과 공급망 구축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증세와 규제 강화 등 방법은 트럼프 행정부와 정반대지만,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대외적으로는 동맹국과 연대를 강조하는 다자주의로의 복귀와 리더십 회복을 공언하였기 때문에 통상정책도 과도한 관세조치를 지양하고, WTO 다자무역질서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기조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조변화가 보호무역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중 관계의 경우 경제·안보 위협에 대한 인식은 현 정부와 유사하나 양자간 제재보다는 다자협력을 통한 공동 대응 가능성이 크고, 중국에 대해 기존의 무역적자, 기술분쟁, 공기업 보조금 외에 인권·노동·환경 등을 추가해 이슈화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드노믹스의 가장 큰 특징은 ‘친환경’ 정책이다. 이는 바이든의 1호 공약이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이라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바이든의 친환경정책은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이라는 단기적으로 상충되는 두 가지 목표를 통합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서 환경보전 조치를 엄격히 시행하되, 이를 통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이든의 기후변화 대응책 세부내용은 일자리와 경기 대책에 가깝다. 바이든은 자동차산업의 세계 1위 복귀를 위해 부품 공급망과 충전소, 제조를 포괄하는 미국 내 전기차 생태계 조성뿐만 아니라, 배터리와 탄소저감 기술, 수소 에너지, 차세대 원자력(advanced nuclear)의 조속한 상업화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태양광 지붕 800만 개, 태양광 패널 5억 개, 풍력터빈 6만 개를 설치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또한, 전기차·수소차 의무판매제를 도입하고, 50만 개의 공공 전기충전소 배치와 정부 차량 300만 대를 친환경차로 교체할 것도 공약했다. 청정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 인프라에 4년간 2조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탄소세 법안 도입, 고탄소산업에 대한 금융 중단, 환경의무를 준수하지 못한 국가로부터의 수입에 대한 탄소국경세 부과를 검토할 것이라는 점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친환경’정책의 글로벌 파급효과는 예상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바이드노믹스는 한국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에 비해 정책 예측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에 글로벌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다. 백신 보급이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에는 코로나 충격에서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바이든의 공격적인 재정지출 확대는 미국 경제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소차, 전기차, 배터리, 친환경 인프라, 신재생에너지 등의 신산업 분야는 글로벌 차원에서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기업들도 재생에너지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100% (Renewable Energy 100%)를 의미하는 ‘RE100’은 강제조항은 아니지만, 기업 에너지전략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RE100이 글로벌 뉴노멀이 되고 탄소조정세가 도입되면 사실상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탄소 배출이 많은 국내 산업계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갈등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한국의 포지셔닝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전략적 모호성’이 사실상 수명을 다했기 때문에 ‘전략적 자율성’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복원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고, 미국 주도의 다자무역협정과 공급망 구축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디지털무역을 포함한 핵심 이슈에 관한 미국의 입장은 오히려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바이든 행정부와의 ‘소통’ 채널을 정부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 차원에서도 만들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