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20.10.15. 선고, 2019고단589 판결
– 원청의 쟁의행위 상대방(사용자) 관련

1. 사건 개요

택배업무를 영위하는 회사(이하 ‘A사’)는 위수탁계약을 통해 전국 260여개의 지역터미널에 대리점(집배점)을 두고, 각 집배점주들은 택배기사와 재차 택배 위수탁계약을 체결하여 택배업무를 수행한다. A사는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일부 택배기사(이하 ‘직영택배기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집배점주와 택배 위수탁계약을 체결한다.

피고인 택배기사1,2,3,4는 차례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경주지회(이하 ‘이 사건 지회’)의 지회장, 노동안전부장, 총무부장, 조직부장인데, 피고인들은 이 사건 지회 소속 노조원 30여 명과 2018. 11. 22-23. 양일에 걸쳐 약 1시간씩 A사 경주서브터미널 정문에서 파업으로 중단된 A사 배송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A사에서 보낸 대체배송차량 42대 앞에 서로 몸을 밀착한 채 서 있거나 바닥에 주저앉는 등의 방법으로 대체배송차량의 출차를 막았다.

피고인들은 업무방해를 이유로 기소되었으나, 이들은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에 위반된 대체근로를 소극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행위여서 정당방위 혹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법으로 차량 통행을 막아 운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2. 판결 요지

법원은 A사는 다음의 이유로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첫째, A사와 피고인들 사이에는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으며, 택배노조는 집배점주들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다가 조합원 찬반투표·조정절차 등을 거쳐 쟁의행위에 돌입하였고, A사를 상대로는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둘째, 집배점주와 택배기사(피고인들) 사이의 계약조건은 집배점주와 택배기사들이 전적으로 결정할 뿐, A사가 계약내용에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기 어렵다.

셋째, 집배점주에게 집화, 배송 등의 업무를 위탁한 A사를 집배점주로부터 집화, 배송 등의 업무를 수탁한 피고인들과의 관계에서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의 사용자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게 되면 같은법 제91조, 제43조 제1항의 범죄구성요건인 행위 주체의 범위를 지나치게 유추 또는 확장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한편, 집배점주들은 피고인들의 쟁의행위로 인해 업무를 정상적으로 이행할 수 없게 되자 A사에 직접 배송을 요청했고, A사는 다른 지역 직영택배기사를 동원해 경주지역 택배업무를 수행했는데, 법원은 이러한 사정만으로 A사가 집배점주들의 대체배송행위에 가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법원은 택배사업은 전국단위 물류시스템을 기반으로, 집화 담당, 중계수송담당,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기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사업을 완성하며, A사를 피고인들의 사용자로 가정한다 하더라도 전국적인 화물운송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A사가 화물운송절차 중 일부분인 경주지역 배송업무에 다른 지역 직영택배기사를 투입한 것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투입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직영택배기사를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이 규정하는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A사는 피고인들의 사용자가 아닐뿐더러, 설령 A사가 피고인들의 사용자라 하더라도 A사가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경주지역 배송업무 수행을 대체하도록 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바, 피고인들의 출차 방해 행위는 정당행위나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시사점

금번 판결은 법원이 사용자의 범위를 법에서 정하는 정도를 넘어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설시하며, 법령상 ‘사용자’의 범위를 실체적·객관적으로 해석한 데 의의가 있다.

또한, 기존 대법원(대법원 1993.10.12. 선고, 93다18365 판결, 대법원 2018.9.13. 선고, 2015두39361 판결 등 참조) 입장대로 ‘사업’을 통상 경영상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 그 자체로 판단하여 일관된 법 해석으로 법적 안정성을 보호했다.

한편, 금번 판결과 유사하게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 등의 사용자성이 문제되는 사건(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0.9.9. 선고, 2019고정1106 판결 참조)에 대해 하급심은 상이한 판결을 내린바 있으나, 금번 판결과 같이 죄형법정주의 등 법 원칙에 입각하여 ‘사용자’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2] 대법원 2020.10.29. 선고, 2019다262582 판결 – 공정대표의무 관련

1. 사건 개요

호텔업을 영위하는 회사(이하 ‘A사’)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이하 ‘교섭대표노조’)과 2014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을 위한 단체교섭을 진행했고, 다음 경위로 2014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합의서를 작성 및 공지했다. 원고인 소수노조는 교섭대표노조에 대하여 ▴잠정합의안에 대한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을 하지 않은 점, ▴잠정합의안에 대한 대의원회 결의 절차에 참여시키지 않은 점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며, 이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원심은 ▴교섭대표노조가 잠정합의안에 대한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 절차를 결한 것은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 등을 배척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잠정합의안에 대한 대의원회 결의 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절차적 공정대표 의무 위반을 부정하여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했다.

피고 근로자들은 A사가 ▴연봉제 전환 이후 지급하지 않은 가족수당 등을 지급해야 하고, ▴특별휴가 폐지 과정에서 근로자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에 의한 동의를 받지 않아 취업규칙 변경은 무효이며, ▴임금피크제 도입·창립기념일 유급휴무일 폐지는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에 의한 동의를 받지 않아 무효이고, ▴유효한 변경이었다 하더라도 취업규칙에는 만 56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한다고 하였으나 A사는 만 55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잘못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 판결 요지

대법원은 단체교섭의 과정에서 소수노조에 대해 일체의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을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보기 위해서는 단체교섭의 전 과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살필 때 소수노조에게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에 대한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고 인정되는 등 교섭대표노조의 재량권 범위를 일탈하여 소수노조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에서 교섭대표노조가 단체교섭과 관련된 일부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하더라도, 연봉제 확대 적용 등의 잠정합의안 내용을 전혀 설명하지 않고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단체교섭의 전 과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교섭대표노조가 가지는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여 소수노조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함으로써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이며 이에 따른 위자료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원심을 파기했다.

한편, 대법원은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해 교섭대표노조의 조합원 총회 또는 대의원회 찬반투표 절차를 거치면서도 소수노조에게 그 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더라도, ① 교섭대표노조의 대표자는 독자적인 단체협약체결권을 갖는 점, ②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는 내부 절차일 뿐 법률상 요구되는 절차가 아닌 점 등을 근거로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에서 교섭대표노조가 잠정합의안에 대해 자신의 대의원회 결의를 거치면서 소수노조에게는 해당 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차별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바,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원심을 유지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 이외에도 취업규칙 변경의 정당성 등이 쟁점이 되었으나,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노동조합의 동의는 하자가 없고, ▴연봉제 규정에 따른 인사고과표 및 연봉산정 기준표는 취업규칙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며 원심을 유지하고 상고를 기각함.

3. 시사점

공정대표의무의 구체적 내용은 법에 정해져 있지 않아 법 해석을 통해 법리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데, 금번 판결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 전체적·종합적으로 보아 기본적이고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밝히며 교섭대표노조의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확인했다.

또한, 금번 판결은 단체협약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실시대상에 소수노조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아님을 밝혀, 현재 다수 기업에서 소수노조의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여부를 두고 분쟁 중인 상황에 기준을 제시했다.

[3] 대법원 2020.11.5. 선고, 2018두54705 판결 – 영업양도(고용승계) 관련

1. 사건 개요

이 사건 병원은 기존 사용자에서 사용자A(이하 ‘A’)로 양도되고(이하 ‘1차 영업양도’), A는 이 사건 원고인 사용자B(이하 ‘B’)에게 병원의 영업 전부를 양도(이하 ‘2차 영업양도’)했다.

A는 1차 영업양도시 근로자甲,乙을 승계 대상에서 제외했고, 영업양도 이후 근로자 丙을 해고했다.

이후 甲,乙,丙(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은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를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심판 절차 중에 2차 영업양도가 이루어지면서 B는 2차 영업양도시 甲,乙,丙을 승계 대상에서 제외했고, 근로자들은 피신청인으로 B를 추가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는 부당하며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을 내렸고, B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은 영업 전부를 양수한 B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된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거부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하나, 부당노동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2. 판결 요지

대법원은 영업양도일 이전에 근로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된 경우, 양수인으로서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원칙적으로 승계한다고 보아야 한다면서, B가 영업을 양수하면서 이 사건 근로자들과의 근로관계는 승계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고용승계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원심은 A가 1차 영업양도시 甲,乙을 승계 대상에서 제외하고 丙을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하며, B는 이 사건 병원 영업을 전부 양수하면서 A가 단체협약 및 근로관계 승계에 대한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인 점, B가 이에 대한 협의 없이 병원을 양수한다면 근로관계 등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지받았고, 이 사건 근로자들과 A 사이에 부당해고 등 노동위원회 심판사건이 진행 중인 점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더하여 대법원은 ▴이 사건 근로자들이 부당해고를 인정받았음에도 기존 사용자였던 A가 영업양도 후 폐업하여 구제 실익을 인정받지 못하고, ▴B가 영업양도 당시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가 부당해고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는지에 따라서만 고용승계를 인정한다면 영업양도 당사자들 사이에 근로자 승계 배제 특약 없이 양도인이 영업양도 직전에 근로자를 해고하는 등 자유로운 해고가 가능하게 되어 근로기준법이 해고 사유를 제한하는 입법 취지를 잠탈하게 되므로 B의 고용승계 거부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대법원은 B가 A로부터 이 사건 병원 영업을 양수하는 과정에서 A가 이 사건 근로자들을 고용승계하지 않았거나 해고한 것이 부당해고로 무효라는 점을 당연히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B에게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한바, B가 고용승계를 거부했다 하더라도 이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3. 시사점

금번판결은 영업이 포괄적으로 양도되면 반대의 특약이 없는 한 근로관계도 원칙적으로 양수인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되고, 근로관계의 일부를 승계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라 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으나, 그러한 특약은 실질적으로 해고와 다름이 없으므로 영업양도 그 자체만을 사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의 기존 입장(대법원 1994.6.28. 선고, 93다33173 판결 등 참조)을 확인했다.

한편, 금번판결은 고용승계 범위에 대해서는 ‘영업양도 계약 체결일 현재 실제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로 한정하고 있던 기존 대법원의 입장(대법원 2002.6.14. 선고, 2002다14488 판결 참조)보다 고용승계 범위를 확대하는 판단을 내렸다.

기존 대법원은 해고가 무효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거나 회사(양수인)가 그 해고가 무효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영업양도 계약 체결일 이전 근무하다가 해고된 근로자로서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근로자와의 근로관계까지 승계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주류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금번판결은 회사(양수인)가 영업양도 당시 해고가 무효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는지에 따라 고용승계를 인정한다면 사실상 영업양도 방식을 통한 자유로운 해고가 가능해져 부당하다고 하면서 부당해고된 근로자로까지 고용승계의 범위를 확대했다. 이는 회사(양수인)가 영업양도 계약 체결 당시 실제로 근무하고 있지도 않고 계속근무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 있던 근로자에 대한 책임까지 부담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우려된다.

[4] 제주지법 2020.10.15. 선고, 2019가합13663 판결 – 채용내정 관련

1. 사건 개요

피고(이하 ’A사‘)는 지방출자출연법에 따라 설립된 재단법인이며, 원고는 A사의 일반직 직원 채용공고에 따라 입사를 지원했다. A사는 2019.6.21. 직무내용, 응시자격, 근무조건(근무시간·장소, 보수 등), 채용절차 등을 명시하여 일반직 직원 공개채용을 공고했고, 원고는 2019.6.28. 입사 지원을 한 후, 서류전형, 2차 시험, 면접시험을 거쳐 2019.7.16. 최종 합격을 통보받았다.

A사는 최종합격을 통보하며 ‘임용후보자는 2019.7.18.부터 같은 달 24.까지 등록하고, 임용일(예정)은 2019.8.1.임’을 알리는 한편 유의사항으로 ‘등록 기간 내 등록을 하지 아니하는 자는 임용될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처리하고, 허위(위조, 변조 포함) 서류 작성 및 제출자는 합격 또는 채용을 취소한다’는 내용을 안내했다.

A사는 2019.8.28. 원고의 최종합격을 취소하면서 ①원고와 면접심사위원 甲은 사제관계이며, 甲은 심사위원서약서를 통해 회피의무를 인지했으나 원고가 대학교 제자임을 인지한 상태에서 회피 신청 등 조치요청을 하지 않은 점, ②甲과 원고의 사제관계가 ▴공정채용가이드북(인사혁신처)에서 제시하는 회피사유에 해당하고, ▴출자·출연기관 인사·조직지침(이하 ’인사지침‘)에서 ’시험위원의 제척·기피·회피‘ 항목으로 정한 ’근무경험관계 등 기타 이해당사자로서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관계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점 등의 사유를 통지했다.

* 지방출자출연법에 따라 행정안전부장관이 정한 인사지침은 시험위원의 제척·기피·회피 항목으로 “근무경험(예시:동일부서) 등 기타 이해당사자로서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관계나 사정이 있는 경우 등”으로 정하고 있음.

2. 판결 요지

법원은 원고는 A사 채용공고(청약의 유인)에 응하여 입사지원을 했고(청약), A사는 채용절차에서 원고에게 최종합격을 통지함(청약에 대한 승낙)으로써 원고에 대한 A사의 채용의사가 외부적·객관적으로 명확하게 표명되어 해약권을 유보한 근로계약이 성립했다고 봤다.

특히, ▴A사는 채용공고를 통하여 직무내용과 근무시간, 근무장소, 보수 등 근로조건의 주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지한 점, ▴채용절차가 채용공고에서 정한 그대로 진행된 점, ▴채용공고에서 “결격사유가 발견될 경우 합격 또는 임용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는 규정의 취지는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는 한 합격 또는 임용이 취소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채용내정자들을 대상으로 입사를 보류할 수 있는 절차 등을 따로 마련하고 있지 않은 점, ▴예비합격자에게 최종합격자를 임용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할 경우 별도로 임용할 것이라 공지한 점 등은 합격통지로 인하여 최종합격자는 근로계약을 해약할 수 있는 권리를 유보한 채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한편, 법원은 이 사건 근로계약에 채용절차에서 정한 취소 사유가 있다거나 그 의사표시에 무효 또는 취소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A의 원고에 대한 합격취소결정은 근거 없이 행해진 것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제척·기피·회피 사유의 존부」와 관련하여, 대학교 학부에서 수업을 들어 알고 있는 정도의 교수와 제자 사이가 ▴인사지침에서 정하는 ‘근무경험관계’나, ‘기타 이해당사자로서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관계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공정채용 가이드북에서도 제척·기피대상으로 대학교 교수와 제자 사이를 열거하지 않고 있어, 원고와 甲 사이 인적관계가 제척·기피·회피 사유임이 분명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합격취소 사유 해당여부」에 관하여, ▴인사지침 등이 A사와 원고사이에 이미 성립한 근로계약을 규율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채용공고 상 합격이 취소될 수 있다는 내용은 문언상 지원자의 귀책사유나 지배 가능한 영역에서 결격사유가 발견될 경우 A사가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유보한 것인데, A사가 甲에게 회피 사유에 대한 정확한 안내를 하지 않는 등 내부규정을 간과한 잘못으로 인한 불이익을 원고에게 돌리는 것은 허용될 수 없고, ▴A사의 인사관리 규정에서도 ‘제척·기피·회피 대상인 면접위원의 면접전형 관여’는 임용 취소 사유가 아니라고 판시했다. 이에 법원은 A사의 합격취소결정은 효력이 없고, A사는 원고에 대해 근로계약 체결로 얻었을 임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3. 시사점

금번판결은 채용내정자의 지위를 해약권이 유보된 근로계약관계라는 기존 대법원의 입장(대법원 2002.12.10. 선고, 2000다25910 판결 참조)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채용내정취소는 이미 성립된 근로관계를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것이어서 현실적으로 취업되어 노무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 제23조에 따른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서울고법 2000.4.28. 선고, 99나41468 판결 참조)이다. 다만, 금번판결은 채용내정자의 채용취소에 있어서 해고법리가 아닌 계약취소 법리로 당사자가 무효 또는 취소사유를 주장하며 근로계약의 발생을 부정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는지를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