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은 지난 2020년 12월 2일 ‘산재예방 선진화를 위한 입법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 이하 ‘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공동 개최하였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하며 최소 인원만 참석하여 진행됐다. 토론에 앞서 경총은 영국 산업안전보건청(HSE)의 ‘니콜라스 릭비 수석감독관’과 노섬브리아대 로스쿨의 ‘빅토리아 로퍼 교수’가 영국의 산재예방정책 기조와「법인과실치사법」의 제정 배경 및 적용사례에 대해 인터뷰한 동영상을 소개했다. 아래에는 토론회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 발제자 및 토론자

– 좌 장 :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발 제 :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의 법리적 검토(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
산재예방정책의 문제점과 패러다임의 전환(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
– 토론자 : 이재식 대한건설협회 기술안전실장, 박종복 조선해양플랜트협회 부장
송원근 한국산업연합포럼 미래산업연구소장, 인청식 ㈜성원 대표이사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

[인사말] 경총 김용근 상근부회장(한국경영자총협회)

사고발생에는 회사의 책임도 크지만, 대부분의 산업재해는 복합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음에도 사고의 모든 책임을 사업주와 원청에게 일방적으로 묻고 있어 현재도 기업들의 불안감이 매우 크다.

또한 현행 산안법상 사고발생 시 사업주를 처벌하는 안전규정과 하위 조항만 수천 개에 이르며, 이러한 규정들이 업종과 현장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광범위하고 획일적으로 마련되어 있어 사업주가 아무리 자신의 역할과 관리책임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더라도 사고 발생 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사업주에게 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현행 산안법도 세계 최고수준의 형벌을 규정하고 있는데 더하여, 동 법안은 형량도 기계적으로 상향하였을 뿐만 아니라 하한선까지 설정하여 이제 CEO들은 사고 발생 시 최고 3년 이상의 형량에 처해질 수 밖에 없다는 공포감에 처해 있다.

사망사고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이제 우니나라도 선진외국과 같이 산업안전정책을 사전예방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며, 사망사고 발생 시 형량을 가중시킬 수 있는 개정 산안법도 금년부터 적용되어 시행 초기인 점을 감안하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 필요성 여부는 중장기적으로 평가를 거친 후에 논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인사말]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인사말

안전강화에 대한 중요성은 중소기업계도 충분히 공감하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지나치게 사업주 책임과 처벌을 강조해 과잉입법의 논란이 크고, 특히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주로 처벌대상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처벌규정은 이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한 만큼, 이제는 실제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원인을 차단하는 예방 중심의 정책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동영상] 니콜라스 릭비 수석감독관 발언 요지

영국은 ‘작업장보건안전법’을 제정(1974년)하면서 그간의 정부 지시나 명령에 의한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규제방식에서 기업 자율의 책임관리 방식으로 안전관리정책의 기조를 전환하였다.

영국 산업안전보건청은 법 위반 적발 및 기소보다는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운영되는지 점검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다만 사고결과에 대해서는 적합한 책임을 묻고 있다.

정부가 지시적 법령이나 규범적 경직성으로 “유일한 해결책은 이것이다”라고 규율하는 방식은 과거의 유산이며, 이는 그 성격상 어떠한 혁신도 허용하지 않는다.

1974년에 제정된 ‘작업장보건안전법’은 구체적인 안전이행 방법을 기업과 근로자가 책임주체가 되어 선택하게 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안전보건 분야에 엄청난 혁신을 일으켰다.

행정기관의 역할에도 큰 변화가 있었는데, 이전의 지시적 법령체계 하에서는 감독관이 체크리스트를 들고 점검을 나와 안전가드의 높이가 규정에 맞는지, 안전대책을 시행하는지 체크하였으나, 지금은 기업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안전관리 목표 달성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되어 감독관의 종합적인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다양한 접근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동영상] 빅토리아 로퍼 교수 발언 요지

심각한 안전규정 위반행위로 대형인명피해를 유발한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서 ‘작업장보건안전법’과 별도로 2007년에 추가적으로 ‘법인과실치사법’을 제정하였다.

‘법인과실치사법’은 13년에 걸친 심도있는 사회·정치적 논의와 숙고를 통해 제정되었으며, 기업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법인에 대한 벌금을 대폭 상향·조정하는 대신에 개인의 책임은 묻지 않도록 규정하였다.

현재 영국에서 일반적인 산재 사망사고는 주로 ‘작업장보건안전법’에 의해 규율되고 대부분 기소가 이뤄지고 있으며, ‘법인과실치사법’을 적용받는 대상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법 제정 후 지금까지 ‘법인과실치사법’에 따라 유죄판결로 높은 수준의 벌금이 선고된 사례가 28건 있었는데, 이들 모두가 중소업체였으며, 이들 중 58%가 파산하거나 영업중단에 이르렀다.

※ 대부분의 산재 사망사고는 ‘보건안전법’에 따라 기소되고, 중소업체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반면, 대기업들은 안전투자를 통해 최신 안전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안전투자와 활동을 강화하고 있어 ‘법인과실치사법’으로 처벌되는 사례는 없음.

영국의 산재 사망사고 감소는 일반적인 ‘작업장보건안전법’ 규율에 따른 효과의 장기적 추세로 보아야 하며, ‘법인과실치사법’ 도입에 따른 사망자 감소 영향은 크지 않다.

[발제1]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 발제 :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의 법리적 검토

기본적으로 형벌은 매우 엄격한 조건하에서만 적용되어야 하며, 법률 제정의 목적이 정당하다는 것만으로는 그 수단의 위헌성이 정당화 될 수 없다.

그러나 이 법안은 ‘중대재해’, ‘경영책임자’ 등의 개념이 광범위하고, 위험방지 의무 범위도 모호하여 엄격히 적용하기가 어렵다. 뿐만 아니라, 경영책임자 및 법인 처벌규정은 이 법안의 핵심내용인데, 대단히 무거운 형벌로 일관하고 있어 오히려 적용가능성에 의문이 든다.

원청(도급인)의 하청(수급인)재해에 대한 연대책임 규정도 실제 원청의 관리가능성 여부에 대한 고려 없이 경영책임자에게 무조건적인 책임을 묻겠다는 것으로, 이는 적어도 우리 형법학이 극복했다고 믿었던 전근대적 형벌부과 방식을 복귀시키려는 것과 다름없어 우려스럽다.

또한 ‘인과관계의 추정’ 규정은 ‘지난 5년간 3회 이상의 위험방지 의무 위반’, ‘사고 발생 후 증거인멸 등’ 당해 사고 발생과 다른 전·후 시점의 특정 사실로 인과관계에 관한 것이 아니다. 다른 법률에서의 ‘인과관계 추정’은 당해 사건과 관련된 사실로부터 추정되는 것이므로, 동 법안의 해당 조문은 위헌적 규정으로 판단된다.

[발제2]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 발제 : 산재예방정책의 문제점과 패러다임의 전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전체적으로 안전원리, 법 원칙과 부합하지 않고, 재해예방의 실효성, 현장작동성과도 거리가 있으며, 비교법적 관점에서 볼 때에도 보편성과 체계성이 결여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 법안의 가장 큰 특징은 안전보건에 대한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불명확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점과 ‘엄벌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러한 접근은 헌법원칙에 명백히 위배된다.

지금 현재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불명확하고 비현실적인 규정이 매우 많고, 선진국과 비교하여 법령에 대한 해설, 지침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선진국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강한 처벌에 의존하는 것은 산업재해 감소에 기여하지 못한 채 영세중소기업 등에 과잉처벌이 집중되는 부작용만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사망사고 감소방안으로 안전기준을 정교하고 실효성 있게 만들고, 산재예방행정조직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재해조사 기능과 예방지도행정을 강화하는 등 우리나라 산재예방정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토론] 대한건설협회 이재식 기술안전실장 “기업 자율 예방활동 제도적 인정하고, 근로자 제재 규정 실효화 해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먼저 기업의 자발적이고 선도적인 자율 예방활동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 현장에서는 산재예방을 위해 법에서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안전조치 및 투자를 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현행법은 사업주에게만 모든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두 번째로 근로자의 제재 규정을 실효화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안전관리는 기업과 근로자의 협력이 필수적이므로, 안전관리 통제범위에 근로자도 포함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토론] 조선해양플랜트협회 박종복 부장 “현장상황에 맞는 합리적 법령개선 추진 필요”

현행법상 산업현장과 부합하지 않는 규정이 다수 존재한다. 현장을 법에 맞추려 하지 말고 법을 현장에 맞추려는 노력, 현장상황에 맞는 합리적 법령개선 추진이 필요하다.

산재감소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주체는 근로자이다. 독일 등 선진외국은 사업주 외에 근로자도 처벌의 주체가 되는점을 참고하여, 노사가 함께 산재감소를 위한 노력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토론] 한국산업연합포럼 송원근 미래산업연구소장 “기술적 보완 없는 처벌위주 법 제정은 이치에 어긋나”

동 법은 산업안전 차원을 넘어 시민재해 등 사회적 재난의 범위에서 다뤄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안에 대한 더욱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며, 산업안전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산안법 개정이 더 적절하다.

산재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원인 파악과 그에 따른 대책 수립, 그리고 현장 특성을 반영한 법령개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술적 보완 없이 처벌위주의 법 제정은 이치에 맞지 않다.

[토론] ㈜성원 인청식 대표이사 “산재 예방 위한 기업 이해도 제고 노력 선행 되어야”

상식 범위 내에서 법 제정·집행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 법은 상식을 넘어가는 내용이라 우려가 크다. 현장 사고예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업주·근로자의 안전의식 제고에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처벌위주의 법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적절치 않다.

창업 시 안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기업인이 실질적인 안전조치를 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하는데 전혀 그런 안내가 없어, 기업인 입장에서 어디에 무엇을 질문해야 할지조차 알지 못하였다. 기업에게 정확하게 가르쳐주는 것만큼 산재예방 효과가 뛰어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법안이 통과된다면 사고발생 하나로 그동안 직원들과 같이 일하고 노력했던 모든 것이 다 물거품이 될 것이다. 겁나고 두려워서 사업할 용기가 안난다. 이렇게 기업인을 겁주는 것보다 제대로 이해를 시켜주는 것이 훨씬 좋은 산재예방 방법이라 생각한다.

[토론] 중소기업중앙회 양옥석 인력정책실장 “영국의 기업역량 강화 유도 안전관리 체계를 모델로 삼아야”

사고원인은 복합적이란 걸 알면서 답은 하나로만 제시하는 것이 문제이다. 박주민 의원안도 형사처벌 강화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것인데 형법 강한 나라가 산업안전 선진국은 아니다.

우리는 영국의 기업역량 강화를 유도하는 안전관리 체계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부의 산업안전 목적, 목표를 영국과 같은 인식을 가질 수 있게 재설계해야 한다. 또한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적발보다는 계도 방식(시정조치) 위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업종·공정별 특성에 맞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토론] 한국경영자총협회 임우택 안전보건본부장 “제도, 법률, 근로자 인식수준 등 함께 제고되어야”

과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이 제정된 이후에 산업현장이 바뀔것인가 자문한다면 회의적이다. 현장이 바뀔 수 있도록 제도, 법률, 근로자 인식수준 등이 함께 제고되어야 한다. 그러나 동 법안은 그런 논의 없이 사업주 처벌에만 집중되어 있으며, 상당수의 법학자들은 문제가 많은 법이라 생각하고 있다.

산재사고에 대해서는 경영계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고 분명히 노력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성과 감성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길 희망하며,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부분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리 : 안전보건본부 산업안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