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2020년 폭주했던 규제입법

현 정권은 ‘규제정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경총의 손경식 회장님을 비롯해 경제 6단체 임직원들이 국회와 정부 인사, 언론사 등 방문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거의 매일 관계자를 만나 읍소하고 호소했건만 한국 권력기관들은 귀를 닫았다.

규제입법의 폭주는 통계로 확인된다. 2020년 정부입법을 통해 신설ㆍ강화된 규제는 총 1,510건으로 2019년에 비해 55.0% 늘었다. 1,510건 중 96.4%(1,456건)는 비중요규제로 분류되어 규제개혁위원회 본심사를 받지 않았다. 기업경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규제인 상법개정안,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 등도 심사가 면제됐다. 각종 노동 관련 법률과, 상법ㆍ공정거래법 등 기업 규제 법률들이 무능 야당을 등에 업고 가뿐히 국회를 통과했다. 특히 83.8%(1,265건)는 국회심의가 필요 없는 시행령 이하 하위법령에 규정했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법 시행령[시행령에 의한 전문위원회(투자정책ㆍ수탁자책임ㆍ성과평가) 법제화], 상법 시행령(사외이사 임기 6년 제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시행령(범죄자의 자기 회사 임직원으로 복귀 금지)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반 헌법적인 규제가 국회의 심의절차도 없이 버젓이 시행되고 있다.

현재 진행형인 규제 입법

뿐만 아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집단소송법안, 징벌적손해배상법안도 규제영향평가절차를 거치지 않고 입법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인을 더욱 화나게 만드는 것은, 민주당 원내대표가 2020년 1월 15일 ‘선도형 경제 대전환을 위한 규제혁신 추진단’을 만든다고 한 것이다. 병 주고 약 주자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작년 말 올해 초 무더기로 개정된 반기업 법률들을 폐지하고 현재 추진 중인 여러 반기업 법안을 폐기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규제혁신추진단을 만들어도 소용없을 것은 뻔하다. ‘선도형’이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화려한 수식어가 붙은 켐페인은 항상 개살구였던 경우가 많았다. 이 와중에 당대표는 ‘산업안전보건청’을 신설해 정부 조직 확대하고 공무원을 증원한다고 한다.

해외 규제혁신 사례

다른 나라의 예를 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누가 뭐래도 규제 철폐 실적은 최고였다. 규제 1개 신설 시 기존 규제 2개를 폐지하는 이른바 ‘투포원 룰’(two-for-one rule)을 강력히 시행했다. 그 결과 집권 3년 동안 신설규제 1개당 기존규제 7.6개를 폐지해 당초 목표를 3배 이상 초과달성했다. 2016년부터 입법 추진 중이던 규제 중 635건은 철회됐고, 700건은 장기 검토 과제로, 244건은 검토가 보류됐다(2018 대통령 경제보고서: Economic Report of the President). 영국, 일본 등도 정권이 온 힘을 기울여 규제철폐에 나서고 있다.

중소제조업의 몰락

코로나 이전부터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주 52시간제, 강화된 근로기준법 등으로 한국 경제는 이미 심한 기저질환에 시달렸었다. 작년 11월 기준 대구와 구미 국가 산업단지 가동률은 각각 53%, 61%였다. 전국 1,200여 개 산업단지의 공장처분건수는 2019년 1,484건, 2020년에는 1,773건이고, 중고 기계설비 매물은 429건에서 636건으로 늘었다. 중소제조업 취업자도 1년 새 11만 9천명이 줄어 351만 2천명이다. 제조업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중소업체가 무너지면 대기업은 물론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의 기반이 흔들리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한국 기업은 해외로, 해외기업은 한국기피

개정 상법은 헤지펀드가 마음대로 중소 상장기업을 공략할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특히 중소기업을 직접 타격한다. 전국 사업체의 99.5%가 100인 미만의 사업장이고, 중대재해의 85%가 50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망사고의 77.2%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고용노동부, 2019년 산업재해 발생현황, 2019년). 중소기업에서 사고가 많이 나는 이유는 인건비가 너무 올라 이윤이 보장되지 않으니 안전에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 법률의 적용을 피해 기업 해외 이전 및 해외 아웃소싱이 활성화된다. 결국 한국 중소기업은 폐업하거나 해외로 내쫒기고, 외국 기업은 처벌이 무서워 한국행을 기피한다. 공장 자동화를 추진해 고용 없는 무인공장이 급격히 늘어난다.

자영업자의 증가

온갖 규제법으로 기업들이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으니 인력 채용을 못하고, 채용을 않으면 취업희망자들은 자영업자가 되거나 창업으로 몰린다. 금년 1월 2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24.6%에 달해 G7중 가장 높다. G7 평균은 12%이고, 미국 6.1%, 캐나다 8.2%, 독일 9.6%, 일본 10%, 프랑스 12.1%, 영국 15.6%, 이탈리아 22.7%다.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17~’20년 4개년 간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8만5천개 창업했는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십3만6천개가 줄었다. 종업원 없이 가족끼리 구멍가게 영업을 한다는 말이다. 자영업자는 대부분 내수에 의존하기 때문에 수출과 경제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영업자를 직원으로 흡수할 대기업을 키워야 한다.

규제 폐지로 기업인의 기 살려야

블룸버그 통신의 아시아 경제담당 칼럼니스트인 슐리 렌(Shuli Ren)은 2019년 7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사회주의 실험이, 한때 활기가 넘쳤던 한국경제의 야성(Animal Spirits)을 앗아갔다”, “한때 아시아의 호랑이였던 한국 경제는 현재 ‘개집 안에 있는 신세’가 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불행히도 그의 비판이 맞아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코로나 상생연대 3법’을 만든다고 부산하다. 그러나 이렇게 돈으로 막는 방법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입법폭주를 멈추고 이미 국회를 통과한 법률도 합리적으로 재개정해 기업인의 기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다. 더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