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판례평석 코너는 주요노동판례에 대한 외부전문가의 평석을 게재하여 회원사의 인사노무관리에 도움이되고자 기획되었다.<편집자 주>

평석대상판결은 절차적 공정대표의무의 내용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법리를 판시한 판결로, 절차적 공정대표의무에 관한 리딩케이스이다.
평석대상판결은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소수노동조합에 대하여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에 대한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 절차를 밟을 의무를 부여하는 반면,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소수노조의 인준투표 절차참여권에 대해서는 부정하였다. 평석대상판결은 교섭과정에서의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한 것으로서, 소수노조의 인준투표 절차참여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한 점에 의의가 있다.
향후 절차적 공정대표의무와 관련하여는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절차의 내용과 관련하여 하급심 판결의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I.사실관계

이 사건 피고 회사에는 피고 노조와 원고 노조가 조직되어 있었는데, 피고 노조가 과반수 노동조합으로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이 사건 피고 회사는 2014. 8.경 교섭대표노동조합인 피고 노조와 사이에 이 사건 연봉제 합의를 하였는데, 이 사건 연봉제에 의하면 전년도 개인별 평가에 따라 금년도 연봉을 결정하기 위한 연봉조정률이 결정되며 연봉조정률의 상하한선은 원칙적으로 10%이나 특별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대표이사의 결정에 의하여 조정률을 최대 30%까지 가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이 사건 연봉제 합의에 따라 피고 회사는 피고 노조의 동의를 받아 연봉제 규정을 개정하고, 이 사건 연봉제의 구체적인 시행을 위해 인사고과표 및 연봉산정기준표 등을 만들어 이 사건 연봉제를 실시하였다.

원고 노조의 조합원들인 원고들은 이 사건 연봉제가 시행됨에 따라 임금 총액이 10% 이상 감액되었다. 이에 원고들은 ① 피고 회사에 대하여 이 사건 연봉제 합의는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여 무효이고, ② 이 사건 연봉제의 세부기준에 대해서는 피고 노조의 동의를 받은 적이 없고 근로기준법상 변경절차를 거친 바 없으므로 무효이며, ③ 근로기준법 제95조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10% 이상 연봉을 삭감한 것은 과도하므로 무효라고 주장을 하면서 삭감된 연봉액을 청구하였다. 또한 피고 노조에 대해서는 이 사건 연봉제 합의 당시 원고 노조에게 정보제공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위자료를 청구하였다.

이에 1심 법원은 ① 피고 회사는 피고 노조와 사이에 이 사건 연봉제 합의를 하였고, ② 이에 따라 피고 회사는 근로자 과반수 노조인 피고 노조로부터 이 사건 연봉제 규정 변경에 동의를 받았으며, 연봉산정 기준표 등 이 사건 연봉제의 세부기준은 이 사건 연봉제 규정과 구별되는 별개의 취업규칙이라고 할 수 없어 별도로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할 필요는 없으며, ③ 원고들이 인사고과평가로 인하여 연봉제에 따른 임금 총액이 10% 이상 감액되는 불이익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능력과 업적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하는 능력주의를 실현함으로써 근로의욕을 고취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취지에서 피고 회사와 노동조합 및 연봉제 실시대상자들 사이에 이루어진 보수기준 등에 관한 합의의 결과로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2심에서는 원고들의 피고 회사를 상대로 한 청구에서는 1심의 판단을 인용하면서, 2심에서 주로 쟁점이 된 인사고과표 및 연봉산정기준표가 이 사건 연봉제 규정과 구별 내지 독립된 별개의 취업규칙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 좀더 자세하게 판시하였다. 한편 원고들의 피고 노조를 상대로 한 청구에서는 이 사건 연봉제 실시에 관한 피고 노조의 대의원회 결의와 관련하여 원고 노조의 대의원들에게 의결 및 표결 등에 참여할 기회가 제공되지는 아니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고 노조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여 원고 노조의 단체교섭권 등을 침해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에서는 원고들의 피고 회사를 상대로 한 청구에서는 2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원고들의 피고 노조를 상대로 한 청구에서는 피고 노조가 원고 노조에 대해서 잠정합의안 마련사실을 알리거나 이에 대하여 설명하고 그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것은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하여 관련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1)

II. 판결 주요 내용

교섭대표노동조합은 단체교섭 과정에서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적정하게 이행하기 위하여 소수노동조합을 동등하게 취급함으로써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에 관련하여 필요한 정보를 적절히 제공하고 그 의견을 수렴할 의무 등을 부담한다. 다만,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단체교섭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소수노동조합에 대하여 일체의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고, 단체교섭의 전 과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살필 때 소수노동조합에게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에 대한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고 인정되는 경우와 같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가지는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여 소수노동조합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때에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다.

반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사용자와 단체교섭 과정에서 마련한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해 자신의 조합원 총회 또는 총회에 갈음할 대의원회의 찬반투표 절차를 거치면서도 소수노동조합의 조합원들에게 동등하게 그 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거나 그들의 찬반의사까지 고려하여 잠정합의안에 대한 가결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를 가리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III. 평석

1. 평석대상 판결의 배경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은 2011. 7. 1.부터 복수 노동조합의 설립을 전면 허용하면서 교섭의 원칙적인 방식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에 따라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2개 이상 존재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쳐 확정된 교섭대표노동조합만이 각 노동조합을 대표하여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고, 각 노동조합은 개별적으로 교섭을 할 수 없게 되었다.2)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전횡을 막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소수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조합법은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대법원 역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하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은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노동조합법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못하도록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29조의4 제1항). 공정대표의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도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 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공정대표의무의 적용 범위 및 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인 규정을 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판례의 정립이 요청되고 있었다.

평석대상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공정대표의무와 관련하여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던 주된 사례는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과 같은 편의제공의 사례였고, 이에 대해 대법원은 “공정대표의무의 취지와 기능 등에 비추어 보면,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의 과정이나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이행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차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와 같은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에게 그 주장·증명책임이 있다.”는 일반론을 설시하였다(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7다218642 판결).

위와 같은 판례를 통해 단체교섭 과정에서도 공정대표의무가 적용된다는 점은 명백해 졌으나 단체교섭 과정에서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부담하는 공정대표의무(이를 이른바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라고 한다)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대법원은 평석대상판결을 통해 절차적 공정대표의무의 내용을 명확히 하여 이와 같은 논란을 정리하였다.3)
그러므로 아래에서는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중심으로 평석대상판결의 내용 및 그 근거를 살펴보고, 이에 대해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4)
그 외에도 평석대상판결은 ① 임금삭감형 연봉제도 유효하다는 점 및 ② 취업규칙 방식으로 연봉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무적인 의의가 있다.

2. 절차적 공정대표의무의 내용

(1) 학설
각 학설은 아래와 같이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설명하고 있다.5)

① 이승욱 교수의 견해
i) 교섭대표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교섭을 구체적으로 진행하기 전에 각 노조에 대하여 교섭요구사항을 집약하는 절차, 즉 각 노조의 교섭요구사항을 진지하게 청취하고 구체적인 교섭에서 이를 반영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ii) 교섭대표노동조합은 교섭과정, 협약운영과정에서 소수노동조합에 대한 통지, 설명, 정보제공의무를 부담하고, 소수노동조합에게 의견개진 및 교섭요구사항 제출 기회를 부여하여야 하며, iii) 소속 조합원에게만 단체협약 인준투표를 실시하고 다른 노조원에게는 이를 실시하지 않으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다.

② 박종희 교수의 견해
다수노조의 규약에 인준조항을 당해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소수노동조합원을 배제한 인준절차는 교섭과정(절차)에서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③ 조상균 교수의 견해
교섭과정상 공정대표의무를, i) 적극적인 의견수렴의무, ii) 교섭의제 미채택, iii) 과정상 차별이 있으나 내용상 차별이 없는 경우로 분설한 후, 각각의 경우에 공정대표의무를 판단하는 기준을 설명한다. 즉, i) 적극적인 의견수렴의무의 경우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교섭요구사항에 대한 의견요청을 전혀 하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의견요청만을 하고 그에 대한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교섭의제를 정한 경우에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성립하고, ii) 교섭의제 미채택의 경우 합리적인 이유 없이 소수노동조합의 교섭요구안 의제를 배제하면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지만,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는 교섭의제 채택에 있어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진다. 마지막으로 iii) 교섭과정에서 의견수렴 등이 없어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지만 체결된 단체협약의 실질적 내용에 차별이 없는 경우에도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인정하여야 한다.
즉, 학설의 경우 대부분 i)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단체교섭 과정에서 소수노동조합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수렴하여야 하며, ii) 교섭의제의 선택권은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있지만, iii)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인준투표 등을 할 경우에는 소수노동조합도 참여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었다.

(2) 하급심 판결례

하급심에서는 i)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단체교섭 과정에서 소수노동조합 등에 대하여 단체교섭 요구안에 관한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지 않고 협의를 불성실하게 한 경우, 단체교섭 결과 등을 통보하지 않은 경우, 단체교섭 요구안의 결정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경우 등에 대하여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서울행정법원 2013. 7. 11. 선고 2012구합39292 판결), ii) 교섭요구안 의제의 선택에 관하여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므로 의제의 선택 결과 자체에 대해서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서울행정법원 2013. 7. 11. 선고 2012구합39292 판결;서울고등법원 2017. 8. 18. 선고 2016나2057671 판결), iii) 통상 예측하기 어려운 교섭과정이나 불리한 교섭내용을 공개할 의무는 인정되나 그 교섭과정이나 내용을 일일이 제공할 의무까지는 인정되지 않는다(서울행정법원 2013. 11. 19. 선고 2013구합16609 판결)는 판결례 등이 있다.

특히 평석대상판결과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 2017다263192 판결의 하급심인 서울고등법원 2017. 8. 18. 선고 2016나2057671 판결에서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규약에서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하여 총회 과반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이를 편의상 ‘인준투표’라고 한다)에 소수노동조합을 의결에 참여시키지 않는 것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하기도 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교섭대표노동조합 대표자가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조합원의 총의만을 수렴하기 위하여 협상안에 관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총회 또는 대의원회의 결의만을 거친 다음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면, 이는 노동조합의 소속에 따라 조합원을 차별하는 것이다. 단체협약이 조합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교섭의 효율성만으로는 위와 같은 차별행위에 합리성이나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

② 공정대표의무는 조합원의 수권적 동의나 조합민주주의 실현을 대체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므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의 효력을 받는 조합원의 총의를 수렴한 때에는 수권적 동의 또는 조합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최소한 소수노동조합 조합원에게도 동등하게 위와 같은 절차에 참여할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③ 소수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 대표자에게 임원선거 등의 방법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는데, 절차참여권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독단적 운영을 막는 실효적 수단이 될 수 있다.

④ 단체교섭 과정은 부단히 변화하는데,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이에 즉시 대응하여야 함에 따라 정보제공 또는 의견수렵의무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단체협약의 잠정합의안에 대하여 소수노동조합에게 문제제기 내지 찬반투표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으면, 소수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3) 대법원 판결

평석대상판결과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 2017다263192 판결에 설시된 대법원의 판례는 아래와 같이 요약될 수 있다.

①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위해서는 단체교섭의 전 과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찰하여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에 관한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 절차를 누락하거나 충분히 거치지 아니한 경우 등과 같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가지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함으로써 소수노동조합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②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사용자와 단체교섭 과정에서 마련한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이하 ‘잠정합의안’이라고 한다)에 대하여 자신의 조합원 총회 또는 총회에 갈음할 대의원회의 찬반투표 절차를 거치는 경우, 소수노동조합의 조합원들에게 동등하게 그 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거나 잠정합의안에 대한 가결 여부를 정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찬반의사를 고려 또는 채택하지 않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우선 대법원은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의무를 인정하면서도,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에 한정하여 공정대표의무를 인정하였고, 교섭 과정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자의 재량권을 존중하였다.
나아가 앞서 살펴본 서울고등법원에서의 판단과 달리 소수노동조합이 인준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여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논거를 들었다.

①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나 목적, 노동조합법 제29조 제2항의 규정 내용과 취지 등을 고려하면,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및 조합원 전체를 대표하여 독자적인 단체협약체결권을 가지므로, 단체협약 체결 여부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소수노동조합이나 그 조합원의 의사에 기속된다고 볼 수 없다.

②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규약에서 잠정합의안에 대하여 조합원의 찬반투표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더라도, 이는 해당 교섭대표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의 의사결정을 위하여 마련된 내부적인 절차일 뿐이지, 법률상 요구되는 절차는 아니다.

③ 노동조합법 제29조의2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에 따른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7에서는 교섭대표노동조합 확정에 필요한 조합원 수 산정 기준 등에 관한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리고 노동조합법 제41조 제1항 후문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의 찬반투표 절차를 거친 경우에만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와 관련해서는 이러한 찬반투표를 거칠 것인지 여부는 물론이고,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별로 찬반투표 실시 여부, 실시기관, 실시방법 및 정족수 등에 관하여 각기 다른 규약상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 이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등에 관하여 노동조합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4) 사견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의 가장 큰 차이는 인준투표에 대한 이해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인준투표를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의 대표인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의사결정 절차(또는 수권적 동의나 조합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절차)로 보고, 인준투표에도 소수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법원은 인준투표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된 과반수 노동조합의 내부적인 의사결정일 뿐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의사 결정 절차는 아닌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따라서 인준투표는 과반수 노동조합의 의사를 결정하는 것이고, 과반수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 다른 노동조합의 의견을 수렴하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지, 소수노동조합 조합원들을 인준투표에 참여시킬 의무는 없는 것이다.

생각건대 서울고등법원보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법령 및 기존의 판례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서울고등법원이 생각하는 바와 같이 노동조합법상 교섭대표노동조합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의 대표라는 사실은 법령상 명확하다. 그러므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을 대표하여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리를 갖으며(제29조 제2항), 쟁의행위 시에는 그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한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제41조 제1항 후문).

그러나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된 노동조합은 여전히 노동조합으로서의 자신에게 소속된 조합원들을 대표한다. 한편 인준투표는 노동조합의 규약에서 정하고 있는 노동조합의 내부절차이다. 즉, 판례는 단체협약 체결 전의 잠정합의안에 대해 총회나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약 등에서 규정하는 것은 “노동조합원이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대표자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업무 수행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위하여 규약 등에서 내부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의 행사를 절차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4. 4. 24. 선고 2010다24534 판결). 따라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된 노동조합의 규약에 인준투표 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해당 노동조합의 대표자에 대한 내부적인 제한일 뿐,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자에 대한 제한이 될 수 없다. 또한 해당 노동조합이 아닌 다른 조합원들은 자신에게 규약상의 권리가 있다고 주장할 수 없으며, 그 결과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내부적으로 인준투표를 하면서 소수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을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차별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3. 평석대상판결의 의의

평석대상판결은 절차적 공정대표의무의 내용에 대해 명시적인 판시를 하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절차적 공정대표의무 사안에 있어서 리딩케이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내용적으로 살펴본다면, 평석대상판결은 절차적 공정대표의무의 내용을 소수노동조합에 대한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의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의무로 한정하였고, 특히 논란이 되어 왔던 소수노동조합의 인준투표 참여권을 부정하였다. 이로써 교섭과정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재량권이 넓게 보장받게 되었다.

다만,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여전히 추상적인 판시에 그치고 있다. 즉, 대법원이 판시한 절차적 공정의무가 인정되는 경우인 “단체교섭의 전 과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살필 때 소수노동조합에게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에 대한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고 인정되는 경우와 같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가지는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여 소수노동조합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때”가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많은 하급심 판결례가 축적되어야 유형화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평석대상판결에서는, 단체교섭의 과정에서 중요한 사항인 잠정합의안에 대하여 원고 노조에 대해서는 이를 알리거나 이에 대하여 설명하고 그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공정대표의무위반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2017다263192 판결에서는 (i) 소수노조에 잠정합의안이 마련된 사실과 해당 내용을 통보하였고, 소식지에 단체교섭 경과 및 잠정합의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한 경우(피고 1), (ii) 소수노조 대표자와 대표자회의를 열고 잠정합의안에 관하여 의논한 경우(피고 2), (iii) 소수노조 조합원도 잠정합의안에 대하여 설명하는 교섭대표노동조합 총회에 참석하여 질의 및 응답을 한 경우(피고 4), (iv) 소수노조에 교섭 결과를 담은 회의록을 전달하고, 잠정합의안과 회의록을 공고한 경우(피고 5)에는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였다. 향후 하급심에서 이와 같은 대법원 판결의 판시에 근거하여 구체적으로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기대된다.


1)대법원 판결에 명시적인 언급은 없으나 원고들이 피고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청구와 관련하여 원고들은 이 사건 연봉제 합의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무효라고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은 원고들의 피고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 이를 볼 때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하여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 사이의 단체협약이 반드시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임을 짐작할 수 있다.

2)이에 대하여 교섭창구단일화 제도 도입 당시 헌법상 보장된 소수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교섭창구단일화 제도가 도입되자 곧바로 헌법소원이 제기되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교섭대표노동조합만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여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소수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하고 있지만, 소수 노동조합도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는 절차에 참여함으로써 단체교섭을 하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사용자와 대등한 입장에 설 수 있는 기반이 되도록 하고 있으며, 그러한 실질적 대등성의 토대 위에서 이뤄낸 결과를 함께 향유하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교섭창구단일화는 노사대등의 원리 위에서 적정한 근로조건의 구현이라는 단체교섭권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해 요구되는 불가피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고 하면서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를 합헌이라고 판단하였다(헌재 2012. 4. 24. 2011헌마, 판례집 24-1하, 235~246). 위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교섭창구단일화를 일률적으로 강제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로서 개별교섭 제도(노조법 제29조의2 제1항 단서) 및 교섭단위 분리 제도(노조법 제29조의3 제2항)를 언급하면서, 특히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소수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대표 노동조합에게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여(노조법 제29조의4 제1항)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3) 같은 날 선고된 2017다263192 판결도 동일한 법리를 판시하였다.

4) 그 외에도 평석대상판결은 ① 임금삭감형 연봉제도 유효하다는 점 및 ② 취업규칙 방식으로 연봉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무적인 의의가 있다.

5) 이하의 학설 내용은 임상민, “공정대표의무의 의의와 내용”, 대법원판례해설 제117호 2018년 하, 602-604면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본 평석의 내용은 우리 협회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