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대상판결은 조선업에서 최초의 사내도급 사건으로 사내도급의 적법성을 인정한 판결이다.
대상판결은 조선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사내도급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기준을 실질적으로 적용하였고, 특히 도급인으로서의 일의 완성을 위한 지시, 실질적 편입을 위한 정도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I.사실관계

이 사건은 조선업에서의 사내하도급 관계에 관한 사건이다. 피고는 선박건조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다.

선박건조 사업은 선주로부터 건조할 선박의 종류, 크기, 선급, 가격, 인도일 등을 정하여 선박의 건조를 발주받아 위와 같은 사양에 맞게 건조하여 납품하는 사업이다. 선박의 건조는 설계 이후 ‘가공 → 조립 → PE(Pre-Erection) → 탑재 → 의장 → 도장’공정의 흐름으로 진행된다.

선박은 그 크기가 매우 커서 여러 단위 블록을 만들어 조립하는 방식(레고블럭을 조립하는 것과 비슷하다.)으로 건조되는데, 선체구조를 구성하고 있는 부재들이 제작(가공)된 후 여러 부재들이 소조립, 대조립 과정을 거쳐 하나의 블록으로 만들어진다(조립). 하나의 블록은 보통 40톤 정도 되고, 하나의 선박에는 수백 개의 블록이 필요한 데, 조립하는 과정에서 2~3개의 블록을 결합하고(PE), 이를 일정한 순서에 따라 조립, 탑재함으로써(탑재) 선박의 외형이 형성되며, 항해에 필요한 각종 장비나 기관을 설치한 후(의장) 표면 및 부품의 세척, 페인트 칠을 거쳐(도장) 선박이 완성된다.

피고는 위와 같은 여러 공정 중 일부에 대하여 사업계획, 공사수행능력 등을 토대로 선정된 사내 협력업체들과 도급공사에 관한 일반적인 권리, 의무를 정하여 계약기간 1년인 ‘공사도급 기본계약’을 체결하고, 이러한 협력업체 중 선박 건조 작업의 진행경과에 따라 구체적인 작업내용, 공사기간, 물량, 공사대금 등을 정하여 개별공사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가 그 공사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선박을 건조하였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작업은 조립, 탑재 공정에서 취부(정확한 용접을 위하여 블록을 올바른 위치에 배열한 후 이를 고정하기 위한 가용접 작업), 사상(용접표면을 매끄럽고 깔끔하게 하여 도장을 용이하게 하는 작업) 작업이다.

취부, 사상 작업을 수행한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인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실제로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업무를 지시하고,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같이 공동으로 선박 건조작업을 수행하였으므로 원고들과 피고 관계의 실질은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근로자지위의 확인 또는 고용의 의사표시 청구를 하였다.

II. 판결 주요 내용

대상판결은 우선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1)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2)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3)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4)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5)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라고 전제한 후 아래와 각 요소별로 판단한 후 근로자파견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1) 상당한 지휘·명령 관련

피고가 협력업체에게 설계도, 구체적인 작업 기준 및 방식을 기재한 작업표준, 시공요령서 등을 제공하고 작업현장의 현황판에 작업자 주의사항 등을 게시하였으며,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피고가 제공한 위 설계도 등에 따라 선박 건조 작업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① 피고는 선주로부터 특정 선박의 건조를 발주받았으므로 선주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선박을 설계하고 이에 따른 작업을 할 수밖에 없고, 협력업체도 피고와의 도급계약에 따라 선박의 설계도 등 따라 작업을 할 의무가 있는 점, ② 설계도, 작업표준, 시공요령서 등의 제공은 도급인으로서 수급인에 대한 일의 완성을 위한 지시로서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이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직접 업무수행에 관한 지휘·명령을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③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작업한 결과물이 설계도 등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검사하고, 하자가 있으면 즉시 재시공을 요청한 것은 도급인의 검수권의 행사로 볼 수 있는 점, ④ 협력업체는 현장소장 내지 반장으로 하여금 작업현장에서 근로자들의 업무 수행을 지휘․감독하게 하고 작업결과에 대하여 1차로 품질검사를 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2) 실질적 편입 관련

피고 근로자들과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선박의 여러 블록을 분담하여 취부, 용접, 사상 업무를 함으로써 공동으로 하나의 선박을 건조하는 작업을 하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피고 근로자들과 근접하거나 동일한 공간에서 작업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①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통상 개별공사계약에 따라 특정 블록별로 피고 근로자들과 구분된 공간에서 작업을 수행하였고, 일부 동일한 공간에서 작업을 하더라도 서로 작업대상 및 작업내용을 달리하여 각자가 맡은 작업을 수행하였으므로,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상시적으로 피고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 집단으로 구성되어 공동 작업을 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협력업체의 공사 부분에 하자가 있으면 그 책임을 분명히 하려고 피고 근로자와 협력업체 근로자가 작업한 구역을 명백히 구분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할 수 없다.

(3) 협력업체의 독자적 권한 행사 관련

① 협력업체는 별도로 취업규칙을 마련하고, 조선업 및 용접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사람 등 자체적인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들을 근로자로 채용해 왔으며, 출·퇴근, 휴가 등 근태상황을 파악하여 근무평가를 하는 등 독자적인 인사권을 행사한 점, ② 피고가 협력업체의 작업인원, 휴일근무 인원 등을 파악한 것은 도급사업주로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있고, 대규모 사업장에서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공정 관리 등을 위하여 필요했던 점, ③ 협력업체는 도급업무의 증가 등으로 인하여 작업인원이 추가로 필요하면 ‘물량팀’에 작업을 재하도급하기도 하는 등 독자적인 인력운용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협력업체가 근로자의 선발, 근로자의 수,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다.

(4) 계약의 목적, 협력업체 업무의 전문성, 기술성 및 독립성 관련

① 피고는 협력업체와 특정 블록에 대한 취부, 용접, 사상 업무에 대하여 개별공사계약을 체결하므로, 협력업체가 공사한 부분은 직영공사 또는 다른 협력업체의 공사와 구별되는 점, ② 피고는 사업계획, 공사수행능력 등을 평가하여 능력이 있는 업체를 협력업체로 선정하고, 이 과정을 통해 선정된 협력업체는 취부, 용접 등 관련 기술 교육을 이수하여 자격을 취득한 근로자를 채용하고 위 근로자들로 구성된 작업반을 편성하여 운영하는 점, ③ 협력업체는 현장소장, 반장 등 관리직 직원을 두고 그들 산하에 현장 작업자를 배치하여 생산 및 노무관리를 하는 등 독립적인 조직 및 인원 등을 갖추고 있는 점, ④ 피고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작업에 필요한 장비를 제공한 것으로 보이나, 이는 다수의 분업을 통한 선박건조 과정에 있어서 균질한 품질관리나 용접 장비의 적절한 교체, 관리 등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협력업체의 업무 범위는 선박 건조 공정 중 일부 작업의 수행으로 특정되고,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으며, 협력업체는 도급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인원 등을 구비하고 있다.

III. 평석

1. 사내도급 사건 개관 및 대법원 판단기준의 이해

이 사건은 가장 대표적인 대규모 노동분쟁 유형 중 하나인 사내도급 사건이다. 사내도급 사건은 2010년 대법원에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사내도급을 근로자파견으로 인정(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8두4367 판결)한 이래 협력업체를 사용하는 많은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고, 최근까지 보면 근로자파견이 인정된 예가 부정된 예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많다. 대법원까지 올라가서 근로자파견이 부정된 예로는 인천국제공항 사건(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2다79439 판결), 문화방송 사건(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다61401 판결), 코레일 사건(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1다78316 판결), 케이티앤지 사건(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4다211619 판결), 한국타이어 사건(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다240406 판결) 정도가 많이 알려져 있다.

이러한 유형의 사건에서는 원청과 협력업체 사이에 도급계약이 체결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건의 쟁점이 흔히 ‘도급이냐 또는 파견이냐’, 즉 도급과 파견의 구별 문제로 이해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1)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상당한 지휘·명령), (2)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실질적 편입), (3)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협력업체의 권한 행사), (4)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계약의 목적, 업무의 전문성·기술성), (5)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협력업체의 독립성)를 그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근로자파견은 개념적으로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의미하므로(파견법 제2조 제1호), 대법원의 위 5가지 기준 중 ‘(1) 상당한 지휘·명령’기준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또 근로자파견의 경우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로부터 단순히 노동력을 제공받아 경제적 이익을 향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근로자를 직접 자신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사업조직에 편입시켜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급 등 외부 노동력을 활용하는 다른 방법들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2) 실질적 편입’기준도 중요한 기준이다.

반면에 (3) ~ (5) 기준은 그것이 인정되면 도급에 가까워지는 것으로서 근로자파견을 판단하는 부차적인 기준으로 볼 수 있다. 부차적인 기준이라는 의미는 그것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곧바로 근로자파견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의미이다.

사내도급 사건이 도급과 파견의 구별 문제로 많이 다루어지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논리적 오류가 ‘(전형적인) 도급이 아니라면 파견이다’라는 논리이다.(실제 소송을 하다보면 근로자파견을 주장하는 측에서 “이러한 사정이 어떻게 도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는 취지로 주장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도급에는 유형적·무형적 도급, 일시적·계속적 도급 등 매우 다양한 유형이 있고, 사내도급 사건은 협력업체 근로자와 원청 사이에 ‘근로자파견’이 성립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사건이므로 엄밀히 말하면 ‘도급이냐 파견이냐’를 구별하는 것이 쟁점이 아니라 ‘근로자파견이냐 아니면 근로자파견이 아닌 다른 어떤 것이냐’를 구별하는 것이 쟁점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도급에 특유한 기준들에 대하여는 부차적인 기준으로 볼 수밖에 없고 그것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근로자파견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선고된 서울고등법원 판결(서울고등법원 2020. 10. 30. 선고 2019나2041509 판결)도 대법원의 (1), (2) 기준이 핵심적인 기준이고, (3)~(5)는 부차적·보완적 기준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 판단기준에 대한 지극히 타당한 이해이다.

2. 평석대상 판결의 의의

(1) 개요

평석대상 판결은 조선업에서의 사내도급을 다룬 최초 판결이라는 점과 근로자파견에 관한 판단기준을 보다 구체화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동안 다른 제조업에서는 사내도급 사건 선례가 있었으나 조선업에서는 없었는데, 최초의 사건으로 조선업에서 조선사와 협력업체의 관계, 근로자파견 판단기준 적용의 측면에서 많은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특히 근로자파견을 판단함에 있어 당해 사업의 특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 이 사건에서도 조선업의 특성이 어느 정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하 각 판단기준 별로 시사점을 살펴본다.(조선업이 다른 제조업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조선사가 임의로 선박을 만들어 시장에서 파는 것이 아니라(그럴 수도 없고) 특정 선주로부터 선박건조 의뢰를 받은 다음부터 일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조선사는 흡사 건설업에서의 시공사와 비슷하고 도급관계에 있는 다수의 협력업체가 있다는 점에서도 조선업과 건설업은 유사한 측면이 있다.)

(2) 상당한 지휘·명령 관련

상당한 지휘·명령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지만, 실제 사안에서 그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도급은 도급인( 및 그 근로자) – 수급인 – 수급인의 근로자가, 근로자파견은 사용사업주( 및 그 근로자) – 파견사업주 – 파견근로자가 관여하는 3면 관계이므로 종종 혼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또 도급인도 수급인에게 업무상 지시를 할 수 있으므로(민법 제669조), 업무상 지시와 근로자파견에서의 지휘·명령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특성도 고려하고 사안에 대한 정밀한 분석도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근로자파견에서의 지휘·명령은 노무제공 자체에 향해져 있기 때문에 그 지휘·명령은 노무를 제공하는 시간, 장소, 방법 등을 결정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노무제공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그 자체와 크게 관련이 없는 반면, 도급에서의 지시는 일의 완성에 중점이 있으므로 도급업무의 양(量)과 질(質), 목적물 등의 이행시기, 목적물 등이 갖추어야 할 품질과 수준 등 작업의 결과에 관한 지시이다. 근로자파견에서의 지시는 인적 지시로, 도급에서의 지시는 물적 지시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상당한 지휘·명령과 관련하여 문제가 된 사정은 피고가 협력업체에게 선박의 설계도, 구체적인 작업 기준 및 방식을 기재한 작업표준, 시공요령서 등을 제공하고 주의사항을 게시하며, 협력업체 근로자가 위 설계도 등에 따라 작업을 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선박 건조에서 협력업체도 도급계약에 따라 설계도 등에 따라 작업을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설계도 등에 따라 작업을 하는 것은 도급인으로서 일의 완성을 위한 지시라고 보았다. 또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작업한 결과물이 설계도 등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것도 쟁점이 되었는데, 대상판결은 도급계약에 따른 도급인의 검수권 행사라고 판단하였다.

선박은 선주가 요구한 사양에 맞게 건조되어야 하고, 피고와 협력업체의 도급계약도 이를 당연한 전제로 하므로, 피고가 협력업체에게 설계도 등을 제공하는 것은 도급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일의 완성을 위한 지시라고 볼 수 있다. 또 설계도 등에 기재되어 있는대로 작업을 하는 것이 협력업체의 의무이행인 이상 도급인인 피고로서는 그러한 의무이행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는 검수권을 행사할 수 있고, 무엇보다 의무이행에 대한 비용을 지급하는 입장에서 일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한편, 도급인이 지시한 사항을 수급인이 다른 방식으로 바꾸어 작업을 할 수 없다면 그러한 지시는 일의 완성을 위한 지시가 아니라 근로자파견에서의 지휘·명령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는데, 이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도급계약의 목적은 완성물의 납품에 있고, 작업 방식의 변경이 완성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수급인이 자체적으로 방식을 변경하여도 무방하나 작업 방식의 변경이 완성물, 즉 도급계약의 이행에 영향을 준다면 그러한 작업 방식의 변경이 자유롭지 않은 것이 근로자파견의 징표라고 보기는 어렵다.

(3) 실질적 편입 관련

실질적 편입 징표와 관련, 대법원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이라고 하여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실질적 편입이 인정되는지 그 예시를 들고 있다.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근로자파견에서는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자신의 근로자처럼 사업조직에 편입시켜 사용하는 것이므로 실질적 편입은 하나의 작업집단과 같이 사업조직에 편입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사내도급 분쟁에서 도급인의 근로자와 협력업체 근로자가 물리적으로 인접한 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작업 순서상 선후관계에 있는 경우 등에도 무조건 실질적 편입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실질적 편입에 대한 오해에 기인한 것이다.

대상판결에서는 피고 근로자와 협력업체 근로자가 각각 블록을 분담하여 만들고 블록 탑재 시 취부, 용접, 사상 업무를 하고, 물리적으로 인접한 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 문제되었는데,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개별 공사계약에 따라 특정 블록(블록 하나의 크기가 2~3층 높이의 건물과 비슷하기도 하다)별로 구분된 공간에서 작업을 하고 일부 동일한 공간에서 작업을 하더라도 작업대상 및 작업내용이 다르므로 실질적 편입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선박건조의 특성상 작업의 단위를 선박 전체가 아닌 개별 공사계약에 따른 블록단위로 본 점, 물리적인 인접성만으로는 실질적 편입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로 이해된다.

(4) 협력업체의 독자적 권한 행사 관련

대상 판결에서 협력업체는 기본적으로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출퇴근 관리, 근무평가 등 독자적인 인사권을 행사하였다.

문제된 사정은 피고가 협력업체의 작업인원, 휴일근무 인원을 파악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 사업장에서든 안전 문제는 가장 중요하고, 안전에 관한 기본적인 책임은 그 사업장을 지배·관리하는 도급인에게 있다. 산업안전보건법도 이러한 전제에서 도급인에게 상당히 많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조선소에서는 각 블록이 탑재된 건조 중인 선박 내에서 용접 등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경우에 따라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어서 누가 현재 작업장에 있는지 알아야 만약에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연락을 취하여 위험 지역으로부터 벗어나 있는지, 구출이 필요한 지 확인이 가능하다.

위와 같은 작업인원, 휴일근무 인원 파악도 안전을 위한 조치로서 이를 도급인이 한다고 하여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 직접적인 인사권한을 행사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고, 특히 산업안전보건법이 도급인에게 상당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근로자파견의 징표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대상판결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이해된다.

한편, 대상판결은 협력업체가 도급업무의 증가 등으로 납기를 맞추기 위하여 작업인원이 추가로 필요하면 소위 ‘물량팀’(조선업에서 높은 단가를 받되 보다 빠른 속도로 작업을 하는 이들이 물량팀이라고 하여 팀을 이루어 활동한다)에 작업을 재하도급한다는 점도 언급하였는데, 재하도급도 인력운영의 한 방법이므로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인력운영의 독자성을 보여준다.

(5) 계약의 목적, 협력업체 업무의 전문성, 기술성 및 독립성 관련

대상판결은 개별 공사계약을 통하여 업무가 정해지고, 협력업체는 취부, 용접 관련 기술교육을 이수하여 관련 자격을 취득한 근로자를 투입한다는 점에서 계약 목적의 특정성, 업무의 전문성, 기술성을 인정하였다.

사내도급 관계에서 장비 구입의 어려움, 구입에 드는 비용, 작업 안전 등을 고려하여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장비를 제공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고, 이는 이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대상판결은 이를 다수의 분업을 통한 선박건조 과정에서 있어서 균질한 품질관리나 용접 장비의 적절한 교체 관리 등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의 일환으로 보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3. 결론

사내도급 사건은 그 판단기준이 명확하다고 보기 어렵고,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게 되므로 그 판단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해당 사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사내도급 관계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도급인이 수급인의 근로자에게 무엇인가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대충 다 근로자파견이라고 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도급인이 어떤 목적에서 그러한 것을 하는지, 그것이 도급의 목적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수급인의 근로자는 그것에 대하여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등 여러 가지 사정이 종합적으로 검토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상판결은 조선업의 특성을 고려하고, 피고와 협력업체 사이에서 발생한 사정들에 대하여 그 의미를 밝히고 대법원의 판단기준을 실질적으로 적용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고, 다른 사내도급 사건에서도 음미할 필요가 있는 판결이다. 향후 사내도급 사건에서도 대법원의 판단기준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판결이 선고되기를 기대해본다.

※ 본 평석의 내용은 우리 협회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