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기조강연

『제4의 물결, 스마트사회 패러다임과 대한민국 국가미래전략』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前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

1980년 앨빈토플러가 제시한 IT혁명인 ‘제3의 물결’에서 한 단계 나아가 지능정보에 기반한 융합혁명이라 할 수 있는 ‘제4의 물결’은 흔히 이야기되는 ‘4차 산업혁명’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스마트사회’가 그 핵심이다. 스마트사회란 융합혁신경제를 통해 전통산업과 스마트기술을 결합하고, 산업간 다양한 융복합을 추구하는 사회로 시대가치를 창의적 인간중심에 두고 있는 인본주의사회라 할 수 있다.

스마트사회의 패러다임은 효율화, 생산성 향상과 같은 기술 중심 접근법에서 한 걸음 나아가 문제해결과 가치창출을 위한 개방, 공유, 협력, 창의 등의 시대정신이 중심이 된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적응을 가로막는 요인들

스마트사회를 이끄는 3대 요소는 IoT, 빅데이터 등의 ‘스마트기술’과 융합을 수용할 수 있는 ‘법제도’, 그리고 이것을 실현할 수 있는 ‘시장’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법제도다. 변화를 제때 수용하지 못한 법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은 매우 크다.

대표적인 예로 영국의 ‘붉은 깃발법(Red Flg Act, 적기조례)’이 있다. 산업혁명 초기 영국은 가장 먼저 자동차를 상용화했으나, 당시 주된 교통수단이었던 마차산업의 타격을 우려해 새로운 규제를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붉은 깃발법’이다. 이 법은 자동차 운행 시 붉은 깃발을 든 기수가 앞서 달리며 자동차의 접근을 알리고, 최고 속도를 마차 수준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규로 인해 영국의 자동차는 마차보다 못한 이동수단이 되었고, 자동차 산업의 발전도 정체되었다. 그 결과 영국은 최초로 자동차 산업의 문을 열었지만, 독일, 미국, 프랑스 등에 주도권을 내어 줄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새로운 변화에 적응할 수 없게 만드는 규제를 의미하는 ‘붉은 깃발 법’은 우리 사회에도 무수히 많으나, 쉽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4의 물결은 수평적 이노베이션이 가능한 시대를 만들 것이다. 따라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협력할 수 있는 스마트워킹 환경을 갖추어야 새로운 고용이 창출되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 그러나 WEF에서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적응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의 노동유연성과 법적지원은 외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또한 미래역량 측면에서 교육의 문제도 크다.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최종학력 전공과 졸업 이후 직업의 불일치 정도가 가장 높다. 이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전공을 융합하여 교육할 수 없게 하는 규제에서 비롯된다. 나아가 새로운 역량과 기술이 학습된다 해도 융합시장 자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아 비즈니스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국가미래전략

이처럼 우리 앞에 놓인 여러 제약들은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 현재 ‘핀테크 확산’,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법률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이들이 통과되면 전통산업과 신산업의 융합이 가능해지고 새로운 가치 창출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적 미래를 위해서는 △선진 국정운영 체계, △스마트기반 인프라 구축, △인본주의 역량 제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국가미래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면, 빅데이터 기반 인프라를 구축하여 정책의 예측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국가 미래비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국민들의 인본주의적 미래역량을 제고해야 한다. 이제 제4의 물결은 피할 수 없는 길이자, 생존을 위한 선택이다. 정부와 기업, 사회가 지금의 변화를 새로운 환경으로 받아들이고 생존전략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제2부> 주제발표

『4차 산업혁명 시대, 고용환경 변화와 대응전략』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국내외로 기술진보에 대한 미래진단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과거로부터의 단절(disruption)이라 할 만큼 크고 심대하며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진보의 영향은 분명 우리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관련하여 미래에 대한 각종 신화도 양산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일자리를 기계, 로봇,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란 우려이다. 그러나 기술 혁신에 따른 변화의 핵심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 수행하고 있는 직무의 내용이 바뀐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정규교육만 받으면 획기적인 재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현장 경험과 학습(learning by doing)을 통해 숙련을 쌓고 평생 직업생활이 가능했으나, 직무의 변화가 큰 미래에는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직무 변화의 과정에 대한 개인과 조직, 국가의 적응력을 높이고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상호작용적 부분 등에 대한 지속적 서비스 확대를 고민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 우리가 직면한 현실

2017년 한국사회는 압축성장에 대한 기억, 강력한 정부에 대한 거부와 향수가 병존하는 사회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현재의 복잡성을 방관하고, ‘이번에도 잘되겠지’하는 막연한 기대가 지속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변화를 주도할 수 없고 변화에 적응할 수도 없다.

다행히 몇몇 선도기업들이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을 모색하기 시작했으나, 정부의 제도와 정책 수행방식, 대다수 조직의 일하는 방식은 과거 성공 신화에 사로잡혀 요지부동이다. 사실 우리가 직면한 도전의 본질은 기술 자체보다는 과거 현상에 얽매인 규제의 존재라고 보는 것이 맞다.

흔히 언급되는 스마트팩토리, 산업4.0 등은 인간이 필요 없는 생산 방식 자체보다는 소프트웨어 혁명이 본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과거 하드웨어 모델에나 맞는 규제로 대응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한 시장이 극도로 분화되어 맞춤형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으나, 여전히 정부 정책은 기존 사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비용 통제에 치중하며 대안적 규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도전과 실천을 위한 대안

‘마시멜로 챌린지(Marshmallow Challenge)’라는 게임이 있다. 스파게티 스틱을 최대한 높게 쌓고 그 위에 마시멜로 한 조각을 올려 그 무게를 감당해 내면 성공하는 게임이다. 이것을 여러 계층에게 70회 이상 실행한 결과, 놀랍게도 우수한 성적을 낸 그룹은 유치원 졸업생들이었고, 최악의 결과를 낸 그룹은 이제 막 비즈니스스쿨을 마친 어른들이었다.

실험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간단하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하나의 정답을 찾는 것보다 반복(iteration)적인 시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어린아이들은 실패나 불이익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실행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사회도 마찬가지다. 실패나 불이익을 두려워하면서 시도하는 제도 개선은 성공하기 어렵다. 제도와 규범, 일하는 방식과 정치 등을 포함해 우리가 직면한 많은 이슈들이 정부와 전문가도 속수무책인 ‘고약한 문제(Wicked Problem)’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고약한 문제란 이해조정이 어렵고, 이미 한번 시도해봤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는 복잡한 문제를 뜻한다. 그래서 이 문제들은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해야만 한다는 기대로 방관해서는 곤란하다.

사회구성원 각자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 시도하고, 그 이후 정부가 해야 할 부분을 정의해서 요구해야 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 현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이 갈등이 되고 있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계기와 연결하여 해결할 수 있다. 노사 모두 최저임금 수준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가령 ‘유급 주휴일을 무급화하여 그에 상응하는 임금을 시간당 임금에 반영하고,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통상임금에 최대한 일치’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논의하고 이해를 조율한다면 어떨까?

이를 통해 노동계는 시간당 통상임금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경영계는 단기적인 비용 부담은 커질수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장기적 적응력은 향상될 것이다. 정부 역시 1만원 공약을 지키면서 노동시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경험을 돌이켜보면 우리 국민들은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의 힘을 모으는데 있어 놀랄만한 저력을 보여 왔다. 현재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서도 위기 시의 절박한 심정으로 대응한다면 충분히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부터라도 구체적인 실천과제를 찾고, 이해 조정과 협력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제3부> 지정토론

『디지털 경제, 4차 산업혁명』
김억 딜로이트컨설팅 상무

4차 산업혁명이라 알려져 있는 ‘디지털경제(Digital Economy)’에서는 사업과 고용형태의 ‘기하급수적 변화(Exponential Change)’가 예상된다. ‘기하급수적 변화’란 산술적 변화가 아닌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의 커다란 변화를 의미한다.

지난 400년에 걸쳐 이루어낸 발전보다 향후 40년간 이룰 발전의 크기와 속도가 훨씬 크고 빠를 것이란 전망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한다. 이처럼 큰 변화와 함께 앞으로는 전통적인 원가나 혁신, 품질 서비스 등에 대한 효율화보다는 4V, 즉 Visibility(가시성), Variability(가변성), Volume(양), Velocity(속도) 등이 이윤 창출에 훨씬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최근 에어비앤비나 아마존, 구글 등이 활용하는 기술이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잡으며,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파괴적인 경영환경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디지털경제의 5가지 특징

첫 째,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다. 사업모델도 필연적으로 서비스 중심으로 진화할 것이며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도 대폭 짧아질 것이다.

둘 째, 정보의 투명성이 확대될 것이다. 쉽게 말해 소비자가 마케팅사원보다 더 많은 상품정보를 알 수도 있을 만큼 디지털경제의 신용과 인지도는 완전히 공유되어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게 된다.

셋 째, 단순작업일수록 자동화되어 로봇이 대체하며, 프로세스 자체가 데이터 중심으로 재구성될 것이다. 예전에는 기업이 관리할 자원이 사람, 돈,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 관리가 중요하게 추가된다. 또한 기존에는 기업이 자원을 어떻게 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얼마나 빨리 경쟁우위를 점할 것인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넷 째, 크고 강한 기업일수록 플랫폼을 뭉쳐가며 집적도를 높이고 작은 기업들은 기회를 찾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며 점점 더 세분화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용 측면에서 볼 때 소유나 물건이 아닌 광고나 데이터 분석과 같은 디지털 기술에 따른 이윤창출 기회가 보편화되어 거래비용을 크게 낮출 것이다.

이러한 특징들 속에서 디지털경제의 핵심은 빠르고 큰 변화에 더불어 인력을 어떻게 성장시키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 문제에 적응하기 위해 인간은 기술 발전을 적극 수용하고 기술과 함께 배우며 발전해 나가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특히 인간의 접촉면이 반드시 필요한 비즈니스 영역을 확보하고 그 속에서 발전가능성을 찾아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노동법의 대응』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4차 산업혁명시대 노동법, 이른바 노동 4.0의 과제란 무엇일까? 과거 1차 산업혁명시대 노동 1.0의 과제가 근로자 보호였다면, 2차 산업혁명 시대(노동 2.0)에는 테일러리즘에 기초한 근로기준 표준화가 이슈였다. 이후 3차 산업혁명기(노동 3.0)에는 IT에 의한 자동화와 전문노동의 확대가 트렌드였다면, 오늘날 노동 4.0의 과제는 노동법이 어떻게 혁신과 경쟁에 기여할 것인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노동법의 과제

노동 4.0에 앞서 우리 사회는 여전히 3.0의 과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 3.0의 과제는 근로시간제도 개선, 통상임금 등 근로기준제도의 불명확성 해소, 목표 및 성과에 기반한 인사‧임금제도 개선 등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방안들이다.

이 상황에서 노동 4.0의 과제가 새롭게 얹혀졌다. 노동 4.0의 과제는 디지털화에 따른 제도 개선이 핵심이다. 가장 많이 논의되는 것은 ‘근로자 개인정보 보호’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다소 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으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빅데이터나 웨어러블(wearable) 기기 확산 등으로 개인정보가 국가와 기업에게 쉽게 노출될 수 밖에 없어,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이다.

또한 직장 이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직업능력개발과 교육훈련 필요성이 강조될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교육이나 훈련 목적의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법리적 분쟁의 확산도 예상된다. 우버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플랫폼 기반의 근로제공 시 누가 사용자 책임을 질 것인지, 누가 집단적 교섭의 파트너가 되는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갈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이제까지 제대로 다루지 않았던 문제들이 다양하게 부각되며 노동시장의 혼란은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예상 하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 대응은 규제방식의 개선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획일적 규제를 새로운 사회상에 맞는 스마트한 규제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근로조건에 대한 자율규제를 확대하고 강행규정을 상대화해야 한다.

노동법은 하나의 프레임에 그치고 세부내용은 노사 당사자가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래야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일자리 유지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근로계약법의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기가 왔다고 본다. 근로기준법은 가장 기본적인 규범을 규율하는 역할을 지속하고, 동시에 노사의 개별적 니즈를 반영한 근로계약법을 통해 기업의 자율규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말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라는 패러다임 속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도전이중요하다. 청년들이 스타트업과 같은 소규모 창업에 도전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는 선순환을 이루려면 근로기준법이나 비정규직법 등에 예외를 두는 과감한 ‘규제프리존(Regulation Free Zone)’을 도입하는 식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10인 이하 사업장이나, 창업 후 2~4년 동안은 일정규범의 적용을 제외하는 탄력적인 규제 방식을 내놓고 있다. 전 세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 우리는 기술력과 규범력 모두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 혁신 수용을 위한 과제』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지금 우리사회는 지나치게 기술 중심 패러다임에 매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술 변화는 현재 우리가 처한 경제 글로벌화, 저출산‧고령화, 도시 집중화 등의 다양한 현상 중 하나의 요인(factor)일 뿐인데, 모든 문제가 기술에서 시작해 기술로 해결되어야 할 것 같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정부가 지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식의 격차(gap)도 우려된다. 다른 나라에서 다 상용화하고 있는 우버나 구글지도, 핀테크 모두 금지하면서, 한편에서는 공유경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이 단편적 예이다. 사회적 신뢰 형성도 부족하다. 그래서 발제자 제안처럼 이해관계자의 교섭과 조율로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현재로써는 쉽지 않다고 판단된다.

혁신을 위한 몇 가지 제안

사실 우리사회가 처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직접적 해결책은 많지 않다. 설령 있다해도 관련 규제 하나만 바꾸려해도 이해집단이 생존권을 내세워 좀처럼 양보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버도 안되고, 원격의료도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방법론이라도 바꿔보면 어떨까 싶다.

만인이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사회악(社會惡)을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해보는 것이다. 가령 자살률 같은 것 말이다. 대다수가 공감하는 자살률을 해결하는 사회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하다보면 문제 해결을 위한 모든 수단이 동원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원격의료의 도입도 가능해질 수 있을지 모른다.

자동차 사고를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를 수용하는 방식도 이 같은 맥락에서 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사회명분을 정해 하나씩 해결하다보면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규제가 정비되고 새로운 제도가 수용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편 지금의 중앙집권식 경제‧정치체제 하에서는 새로운 실험과 혁신이 쉽지 않다. 중앙에 집중된 권한과 재정을 분권화하여 지역별로 혁신을 시도하고, 그 중 성공사례가 다른 지역을 리드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공약했던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화’가 실현된다면 시‧군 단위로 자유로운 경제 실험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잘되는 지역의 정책을 다른 지역에 확산시켜 시행착오를 줄여나간다면, 우리에게 부족한 축적의 시간을 공간적으로나마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기업경영 형태는 영미식의 자유시장경제체제(Liberal Market Economy)인데, 노사관계법이나 복지는 북구유럽의 조정경제체제(Coordinated Market Economy)에 더 가깝고 그들을 선망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섞어 놓은 탓에, 시장경제가 원칙인지,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시장개입이 허용되는지에 대해 혼란을 낳고 있다.

우려되는 점은 두 가지 체제를 기준 없이 혼용해 온 나라들, 남미나 그리스 등 소위 혼합시장경제(Mixed Market Economy)체제 국가들이 앞서 큰 경제적 실패를 경험했다는 사실이다. 개헌을 통해서라도 경제운용 원칙을 분명히 하고 효율적인 경제체제의 근간이 되는 법치를 확립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수용을 어렵게 만드는 지금의 혼란을 정리하지 않는다면 막대한 역사적 비용을 치르게 될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