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연초에 정부가 “2022년까지 사고성 사망재해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소대책(1.23)을 발표한 이후 현재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이 추진 중이다.

28년 만의 전부개정이라는 형식을 갖추었으나,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전무하였고, 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모든 부담과 책임을 사업주에게만 떠넘기는 과도한 규제내용만 다수 포함되었다.

안전관련 전문가조차도 법리를 면밀히 따지지 않고 기업의 의무 확대와 처벌만 강화하는 등 전체적으로 조문체계나 내용면에서 상당한 문제가 있는 법안이라고 비판하였다.

일부개정도 마찬가지지만 산안법을 전부개정할 때에는 국제기준과 선진외국의 입법례를 참고하고, 개정내용이 현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검토와 논의절차가 필요하다. 정부가 일방으로 마련하여 추진 중인 산안법 전부개정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와 걱정이 큰 상황이다.

Ⅱ. 전부개정안의 문제점 및 입법 개선방향

지나친 규제는 안전관리 의지가 강한 기업조차 법의 충실한 준수를 기대하기 어렵고, 모든 기업이 예비 범법자가 되거나 범법자가 되는 것을 감수하게 되어, 오히려 산안안전보건법의 규범력이 대폭 약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규제를 강화하거나 신설하는 법령 개정은 매우 신중히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금번 산안법 전부개정안의 주요내용 중 문제가 되는 조항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입법 개선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1. 근로자 사망 시 사업주(법인) 처벌 강화

개정안 제172조(벌칙)는 사업주가 안전·보건조치 위반으로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다. 현행 산안법 위반으로 근로자 사망 시 형벌수준(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낮지 않고, 사업주가 산안법상의 안전상 조치 및 보건상 조치의무를 모두 준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한 상황에서, 과실로 인한 사망에 대해 하한설정 방식의 징역형(1년 이상)을 부과하는 것은 과잉처벌이다.

또한 개정안 제179조(양벌규정)는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법인에게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였다. 양벌규정에 의한 법인 처벌의 법리적 근거는 법인 소속 종업원 등 위반행위자에 대한 감독과실의 책임이다. 법인에 대한 벌칙수준을 법위반 행위자보다 높게 설정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양벌규정의 단서에 의해 법인에게는 감독과실의 책임이 있음이 명백한 만큼, 정부의 법인처벌 강화는 법리적 논거가 없다.

수강명령 도입도 범죄성 개선(범죄 재발 방지)의 목적의 제도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국내외 안전관련 법률에 수강명령 제도가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산안법에 수강명령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수강명령의 대상을 집행유예를 받은 자로 한정하고 있는 형법과 비교하여 모든 유죄판결을 수강명령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법률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입법 개선방향>
근로자 사망 시 하한형(1년 이상)의 징역형 부과는 과잉처벌의 문제를 발생시킬 소지가 큰 만큼, 법 위반 행위의 중대성·고의성 등을 고려한 벌칙기준의 합리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수강명령 제도를 산안법에 도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개정안에서 삭제해야 하며, 법인에 대한 처벌은 현행대로 법위반 행위자와 동일하게 벌칙을 부과해야 한다.

2. 유해작업의 도급금지

개정안 제58조(근로자에게 유해한 작업의 도급금지)는 도금작업 등 근로자에게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은 같은 사업장에서 수급인 근로자가 작업을 할 수 없도록 도급을 금지하였다. 산안법이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의 유지·증진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일지라도, 도급계약 자체의 금지는 기업 간 계약체결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으로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

현행 도급인가 제도와 같이 유해작업 도급 시 안전이 고려되도록 계약방식에 일정한 제한을 둘 수 있으나, 특정작업의 계약방식 자체를 금지하는 국내외 입법례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도급이 전면 금지될 경우 작업특성 및 생산량 변화에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고,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업체가 도급금지로 인해 더 이상 기업을 영위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개정안 제60조(도급의 승인 시 하도급 금지)는 제59조(도급인 승인)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도급받은 수급인이 도급받은 해당 작업을 하도급 할 수 없도록 규정하였다.

도급인(원청)이 고용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수급인(1차 하청)에게 도급을 주었으나, 수급인(1차 하청)이 해당 작업의 전문성을 확보한 업체에게 하도급(2차 하청) 준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재하도급을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 예외규정을 두면서 재하도급을 제한하고 있는 타 법률의 현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입법 개선방향>
과잉입법이 분명한 유해작업의 도급금지는 개정안에서 삭제되어야 하며, 도급승인 작업이라 하더라도 전문업체에게는 재하도급을 줄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반드시 두어야 한다.

3.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지정 및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대상 확대

개정안 제62조(안전보건총괄책임자) 및 제63조(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는 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이나 도급인이 제공 또는 지정한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업장의 관리책임자를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지정하고, 안전·보건조치를 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러나 도급인 근로자 없이 수급인 근로자만 작업하는 경우에도 도급인이 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지정하여 산재예방에 대한 업무를 총괄관리토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예컨대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물류창고를 임대주고, 도급인 근로자 없이 수급인 근로자만 작업하는 경우에도 도급인이 임대를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물류창고의 안전보건을 총괄·관리할 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지정하고 안전·보건조치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형법상의 책임주의 원칙에 반하는 조치임이 분명하다. 또한 현행 규정이 도급의 목적, 작업 장소 등 제한적 요건 하에서 도급인에게 안전관리 책임을 부과하고 있는 반면, 개정안은 경비, 조경, 청소 등 용역서비스, 통근버스운행, 구내식당 등 복리후생시설에 대한 안전관리까지 도급인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하였다.

작업장소의 유해·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수급인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아 해당 근로자를 직접 지휘·명령할 수 없는 도급인에게 수급인과 동일한 의무와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산재예방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독일, 영국, 일본 등 선진안전국이 도급인에게 수급인과 동일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원·하청간의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하는 방식으로 사업장을 관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입법 개선방향>
도급인 사업장 밖의 사외도급(도급인 근로자가 없는 장소 포함), 사업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부수적·보조적 사업(서비스 도급), 산재발생 위험이 낮은 일반 작업장소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지정 및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또한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도급인의 안전상 지휘·명령이 가능하도록 도급인의 안전관리 권한을 강화하고, 도급인과 수급인간의 안전관리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규정하는 입법보완이 필요하다.

4.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부장관의 작업중지

개정안 제55조(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노동부장관의 작업중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때에 해당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작업중지를 명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기존 작업중지 기준과 별도로 고용부장관의 작업중지 규정을 산안법에 별도로 신설한 것은 작년 9월부터 고용부 지침으로 적용 중인 사업장 전면 작업중지의 법적근거 마련, 감독관의 행정재량권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했더라도 법령위반이나 산재발생의 급박한 위험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산재발생이 우려된다는 이유만으로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는 것은 법률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

작업중지의 범위도 고용노동부령으로 위임하였는데, 이는 작업중지 범위를 감독관이 판단하고자 하는 것으로, 법률 개정 시 행정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전면 작업중지 남발이 우려된다. 현행과 같이 작업중지 범위를 재해발생 설비 및 공정으로 한정하지 않고 사업장 전부에 적용될 경우 생산이 전면 중단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입법 개선방향>
작업중지 명령 요건은 현행과 같이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등 당장 작업중지를 하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으로 개정안을 수정해야 하며, 작업중지 범위도 하위법령에 위임할 것이 아니라 현행(해당 기계·설비와 관련된 작업의 전부 또는 일부)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불필요한 논란과 사회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

5. 물질안전보건자료 고용부 제출 및 영업비밀 사전심사

최근 반도체 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제3자 공개와 관련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개정안 제113조 및 제120조는 화학물질 제조·수입자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 Material Safety Data Sheet)를 고용부에 제출하면, 정부는 해당 MSDS의 내용을 전산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하였다.

MSDS와 함께 유해하지 않은 물질의 정보(구성성분 명칭·함유량)를 모두 정부에 제출토록 한 개정안은 기업들에게 행정적 비용을 수반하는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근로자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는 비유해성 물질의 정보까지 정부에 제출토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정부가 보유한 화학물질 정보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제3자에게 제공될 가능성이 있어 영업비밀 유출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입법 개선방향>
고용부가 제출받은 MSDS의 일률적인 온라인 공개 대신, 청구자(의료·사고대응·재해입증 목적)가 MSDS 자료제공을 요청 한 경우 해당 청구인에게 자료를 제공하고, 청구한 목적으로만 사용(비밀유지 및 제3자 양도 금지)할 수 있도록 개정안의 수정이 필요하다. 비유해성 화학물질 정보의 고용부 제출규정은 삭제해야 하며, 연구개발 물질에 대한 MSDS의 경우 영업비밀 사전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간이심사를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법률에 마련해야 한다.

6. 사업주 및 도급의 정의 변경

개정안 제2조(정의)제4호는 사업주의 정의를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노무를 제공받는 자”로 규정하였다.

노무를 제공받는 주체에는 도급인도 포함되며, 개정안 통과 시 사외업체에 도급을 준 경우에도 도급인은 사업주로서 다양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과 받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정부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사업주 개념 확대가 가져올 산업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존 산안법 체계에 부합하는 사업주 정의 설정이 필요하다.

개정안 제2조(정의)제7호는 도급의 정의를 “도급, 위임 등 명칭에 관계없이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등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으로 규정하였다. 도급은 민법상 위임과 분명히 구별되는 계약의 한 형태로 일반화되어 있는데 도급에 위임까지 포함된다고 정의하는 것은 지나친 개념규정이다.

특히, 도급에 위임이 포함될 경우 사업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서비스 관련 위탁업무도 도급에 포함되는데, 이는 도급인의 안전관리 책임범위를 무한 확장하는 것으로 산재예방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입법 개선방향>
사업주 정의는 현행과 같이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로 규정하고, 도급의 정의에서 민법상 명확히 구별되는 계약의 형태인 위임은 제외해야 한다.

Ⅲ. 결론

금번 산안법 전부개정안은 도급금지 및 과도한 사업주 처벌 규정 등 사업주의 책임과 처벌만을 강조하고 실질적으로 산재예방에 도움이 되는 조치들은 미흡하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확보하고 사업주가 준수할 수 있는 실효적인 규범으로 산안법이 작동될 수 있도록 전부개정안의 전면재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기존 안전규제 중 비효율적인 사전규제 강화규정은 폐지하고 사후결과에 대해 사업주 스스로가 책임지는 산업안전보건법 체계로의 전면 개편작업이 추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