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에서도 집단 괴롭힘이 일어날까?

학교나 군대 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집단 폭력이나 왕따 문제와 같은 집단 괴롭힘은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그러나 위 사례처럼 집단 괴롭힘은 성숙하지 못한 어린 학생들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직장 내에도 존재한다.

최근 갑질논란과 더불어 의료계, 금융계 등에서 동료 또는 상사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사건이 다수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근로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안이 발의됐으며, 정부도 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법적 분쟁을 예방하는 차원 뿐만 아니라 건전한 사내문화를 형성하고, 인격존중의 조직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서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대비와 관리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국제노동기구(ILO)는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 내 폭력의 한 유형으로 심리적 괴롭힘, 감정적 학대, 집단적 따돌림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정의나 판단기준 등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근로기준법에 폭행금지조항이 있으나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폭행을 금지할 뿐, 동료나 상사에 의한 폭행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다만, 고평법이나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괴롭힘 행위를 다소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있으나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집단 괴롭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반법으로서 인정되기는 어렵다.

한편, 근로복지공단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직위, 업무상의 우월한 지위 또는 다수의 우월성을 이용해 다른 임직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훼손하거나 인격을 침해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유형을 구체화했다. 특히, 업무상의 지위를 이용한 업무 괴롭힘(업무 과다 요구, 과소 요구)이나 다수의 우월성을 이용한 집단 따돌림 등의 행위가 대표적이다.

직장 내 괴롭힘의 문제와 특징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동료들 사이에서 소외된 근로자들은 대체로 자존감이 낮아지고, 업무 몰입도가 매우 저하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 뿐만 아니라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이 유발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부작용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직장에서 집단 괴롭힘이 발생하면 동료들끼리 서로 경계하고 멀리하는 등 조직 전체의 결속을 저해한다.

이는 결국 생산성 저하와 대외적인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지며, 기업의 인재 채용 및 유지 역량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연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인건비 손실액은 연간 4조7,835억원에 달할 정도로 그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직장 내 괴롭힘은 은밀하고 교묘한 형태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경영자나 관리자는 쉽게 알지 못한다. 또한 파악한다고 하더라도 직원들간 사적 영역의 문제에 회사가 개입할 근거나 수단이 마땅치 않다.

둘째, 실제로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아닌데도 사실관계가 와전돼 마치 직장 내 집단 괴롭힘 문제인 것처럼 외부에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근로자들이 괴롭힘 피해를 주장하며 회사의 보상과 대책을 요구할 경우 회사로서는 딱히 대처 방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산재 해당 여부와 회사의 조치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근로자가 적응·우울장애 등으로 치료를 받은 경우 산재로 인정될 수 있다. 종래에는 회사의 지속적인 위법·부당한 직무변경, 전보 등 인사 조치로 인해 근로자가 정신적 질병이 발생한 경우에만 업무상 재해로 판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직장 동료들로부터 욕설과 모함을 당한 근로자가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안에서도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는 등 그 범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법원은 직장 동료들의 집단 괴롭힘이 업무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고, 사업주의 미온적 대처 등으로 인해 정신적 질병이 발병했다면 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나아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의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니더라도 근로계약상 부수의무인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이유로 채무불이행 책임을 질 수 있다. 이는 마치 공개적인 회식 자리나 야유회 등에서 성희롱 사건이 발생한 경우 회사가 방치했거나 피해자에게 불이익한 조치를 했다면 고용계약상의 보호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구조와 유사하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 근로자 甲의 경우도 직장 내 집단적 괴롭힘 행위가 업무상 관련성이 인정되고 이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입증된다면 산재로 인정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그렇다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한다면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첫째, 사용자는 사내 문화의 주기적 점검을 통해 집단 괴롭힘의 징후가 있다고 파악되면 우선 가해 집단과 피해 집단이 기업 차원에서의 공식적인 고충처리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피해근로자가 이전의 손상된 관계를 회복하고 본래의 직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정신과 전문의나 상담 전문가 등을 통한 전문적인 지원도 고려해 봐야 한다.

셋째, 사내 집단 괴롭힘의 징후가 나타났다면 사용자는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피해근로자가 2차피해를 입거나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유의한다. 또한 피해근로자가 원할 경우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휴가 등의 조치도 취할 필요가 있다. 가해근로자들에게는 재발 방지를 요구하거나, 취업규칙 등에 근거한 엄중한 징계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용자는 예방 교육과 캠페인 실시 등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기업의 경우처럼 임직원 행동강령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신설해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